전출처 : stella.K > 30대 남자 소설가들의 ‘4色 수다’

  • 독자 만족이냐 자기 만족이냐
  • 30대 남자 소설가들의 ‘4色 수다’
    요즘 젊은 소설가들, 여기서 갈라진다
  • 김태훈 scoop87@chosun.com
  • "내 소설이 블로그(blog)같다면 좋겠습니다.”(소설집 ‘펭귄뉴스’의 김중혁)
    • “가방 끈 긴 사람과 짧은 사람이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을 쓰렵니다.”(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의 이기호)

      “내 소설 쓰기가 나를 정화하고 내게 희열을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소설집 ‘귀뚜라미가 운다’의 백가흠)

      “사람들이 수다를 떨면서 풀어내는 이야기라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요.”(장편소설 ‘귀신의 시대’의 손홍규)

      최근 활발한 움직임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30대 남성 소설가 네 사람이 만나 각자 소설을 쓰는 이유를 털어놓고, 소설가의 위상, 소설의 미래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예중앙 겨울호 특집 ‘남자들의 수다’의 주인공들을 10일 다시 전화로 지면에 불러냈다.

    • 최근 결혼해 내년에 아빠가 되는 이기호(34)씨는 “소설이 예술인 동시에 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소설 노동자이자 전업작가로서 1만원을 내고 내 소설을 사서 보는 독자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선배들의) 소설은 은근히 독자를 배제해 왔다”고 주장했다.

    • 김중혁(35)씨는 “소설을 쓰는 순간, 나는 독자라는 익명의 대상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이기호씨와 다른 소설론을 폈다. “나는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해결하고 싶어 소설을 쓴다. 예전에는 음악에 대해 많이 썼는데, 그런 소설은 음악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고 고민한 흔적이다.” 김씨는 또 “소설은 철학과 이야기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어서 쓰는 사람의 삶을 표현하고 활성화시키는 도구”라며,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작가 블로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손홍규(31)씨는 절충론을 펼쳤다. 그는 “소설을 쓸 때는 그 자체에 몰입하니까 예술로서 인식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소설은 내 밥이고 나만의 삶의 방식”이라며 “그 둘을 어떻게 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 소설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고민하기도 한다. 백가흠(32)씨는 “독자들의 눈으로 볼 때, 소설은 냉혹한 현실세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비칠 지 모른다”며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현실에서 가장 가까운 과거를 써서 둘 사이의 격차를 줄이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을 쓰는 이유는 달랐지만, 소설가의 지위와 소설의 미래에 대해서는 대부분 우려를 나타냈다. “1970년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작가의 계급적 지위이다. 처음부터 나는 소설가들에게 부여되었던 권력이나 보이지 않는 후광 같은 것들을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작가로서 독자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좋아하는 소설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이기호)

      “예전의 선배들은 어쨌든 소설 쓰기에 삶 전체를 바치려고 했다면, 우리 세대에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손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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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사스 2006-12-1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작가여서? 아니면 요즘 작가여서? 어느 쪽인지 몰라도 자기 생각을 단순 명료하게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보통 소설가란, 특히 작법과 같은 근본적 질문엔 복잡하고 때론 모호한, 중층의 논리를 제시할 법한 사람들이라 여겨지는 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