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무역업체 간담회에 참석했다.
장소는 과천 정부청사.

아...금요일 오후에 이게 왠 횡재람?
난 룰루랄라 "주말 잘 보내세요!" 기분 좋게 인사를 하며
모처럼 "대낮"에 퇴근했다.

버스에서 내려 정부청사 앞으로 걸어 가는데
"아~대한민국!"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정부청사 정문 바로 앞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가 소규모 집회를 하고 있었다.
황우석 사진을 들거나 가슴에 안고서!

"보건복지부의 생명윤리법 개정안 결사 반대!"
"황우석 죽이기를 중단하라!"
"국가기술을 팔아 넘기는 매국행위 중단하라!"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주로 40~50대 아줌마들과
개량 한복 같은 걸 입고 있는 아저씨들이었는데,
이런 구호 외에도 매직으로 갈겨 쓴 조잡한 슬로건들이 널려 있었다.

"아~대한민국"이 끝나자 "독도는 우리 땅"이 흘러 나왔다.
으쌰으쌰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땅!"

연단에 올라간 한 아저씨는 마이크를 잡고 격정적으로 소리쳤다.
"나라 망치는 공무원들아~국민의 소리를 들어라!"

그 아저씨는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는 듯
한 말 또하고 또하며 소리를 질렀는데,
막상 정부청사 안으로 들어가니 들리지도 않았다.

한 아줌마는 남편 상을 치르는 미망인처럼
아래 위로 까만 옷에 하얀 마스크를 하고
황우석 사진을 가슴에 안은 채 망부석처럼 서있었다.

무슨 "엽기 호러쇼"를 보는 것 같았다.

가끔 헛갈린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21세기가 맞는지...

오늘 아침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내일부터 출산휴가가 시작되는 C에게
건강하게 아기 잘 낳고, 연말 잘 보내라는 인사를 하며 물었다.

"언제부터 출근이지?"

인력파견업체 P사 소속인 C가 대답했다.
"3월요. 근데 팀장님이 바쁘면 전화한데요.
원래 2달만 쉬고 나오라고 하는 걸..."

열이 확~솟았다.
둔기로 뒤통수를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뭐라구? 3개월은 법이잖아!!!"

세상에는 "상식"이란 게 있다고 믿었었다.
누구나 공유하는 common!

그런데...요즘 헛갈린다.
도대체 "상식"이란 게 있긴 있는 건지...

스스로를 "또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저마다 옳은 일, 잘하는 일, 회사를 위하는 일,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며
하는 일들이 이 모양이다.

뒤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만히 서있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도대체...상식이란 게...있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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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12-0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제 메모예요.
'천만 인이 쓰는 카드도 있는데, 천만 인이 공유하는 상식과 인지상정이 드물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kleinsusun 2006-12-0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namu님, 빙고!

BRINY 2006-12-0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오늘 YH사건 설명하면서 KTX여직원들 농성 얘기를 했더니, 어느 애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비정규직이 파업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원래 그런거잖아요'라고 하더라구요...기간제 교사한테 대놓고 '선생님, 정식(교사) 아니잖아요?'라고 무시했다는 애들도 있어요...그런 애들을 만드는 환경...

kleinsusun 2006-12-01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요즘 애들은...하고 탓할 문제가 아니네요. ㅠㅠ

바람돌이 2006-12-0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다 열내고 핏대올리면 세상 살기 힘들겠죠. 그냥 한번 비웃어주고 말아야지 싶은데도 그거 잘 안돼요. ㅠ.ㅠ

kleinsusun 2006-12-0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근데...그 엽기호러쇼 같은 집회 보다...
출산휴가 가는 직원한테 두달만에 복귀하라고 했다는 아저씨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자기가 뭐 오너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권리로? 무슨 생각으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