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의 공식 - 욕하면서 끌리는 마성의 악당 만들기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1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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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지속되다 보면 쓰기에의 욕구가 일어납니다. 더욱이 문학이나 극문학 쓰기에 있어서는 많은 독서를 하지 못했다고 해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자극받습니다. 소설이나 희곡을 써나가 보려 시도하다가 중도 포기한 분들은 예상보다도 더 많을 겁니다. 그래서 조아라나 문피아 같은 사이트에 그토록 많은 분이 글을 써보는 것일 테고요. 저도 장르 소설 쓰기에 관심이 깊어져 올해 몇몇 단편과 중단편으로 응모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물론 실력은 만만한 정도이지만요.


소설에 있어서 스토리 만큼이나 캐릭터의 매력이 중요함은 늘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 저는 심도 있게 인물을 표현해낼 수준은 아니고 우선 스토리에 집중하는 수준입니다. 장르 소설에서는 그토록 캐릭터가 생명만큼이나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캐릭터를 창조하고 묘사해내는 가르침이랄까 팁이 절실했습니다. 타고난 작가나 인간에 대한 통찰이 깊은 분이라면 모를까 그 외의 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그러한 가르침과 팁은 생명수와도 같을 것이기에 본서의 출간 소식을 알게 되고 무척이나 이때구나 싶었습니다.


소설 속 캐릭터라는 것은 결국 작가 자신의 내적 성찰과 인간에 대한 숙고의 결과물일 것입니다. 관계 속에서의 인간, 사회에서의 인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작가 나름의 정의가 총체적으로 풀어내어져 캐릭터가 조형화된다고 생각합니다. 히어로와 빌런은 결국 인간 무의식 속 선과 악, 성과 속에 대한 원형이 작가의 내면을 거쳐 구조화되는 것이기에 잘 그려진 캐릭터는 결국 독자를 성찰하게 하는 거라 믿습니다. 소설을 쓰거나 캐릭터를 공부하고 연구하며 작가나 독자가 성장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일 겁니다. 까닭에 본서가 소설 작법으로서의 팁과 인간에 대한 관찰과 성찰을 엿볼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주리라 기대했습니다.


본서를 일독 후 느낀 바는 이 책은 제목이 [빌런의 공식]인 바와 같이 하나의 공식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영문 제목이 [13 STEPS TO EVIL]인데 제목처럼 13단계로 빌런을 이해하고 구상하고 표현해내는 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경쾌한 어조로 이야기 속에서 빌런이 어떤 모습이며 히어로와 어떻게 대비될 수 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떻게 표현해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저자가 서두부터 장르 소설을 쓰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듯 다소 진지하게나 깊게는 들어서지 않고 있습니다. 장르 소설 속에서 좀 더 탄탄하게 히어로와 빌런을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지만, 작법 책을 통해 내적 성찰과 성장을 기대하거나 더 깊이 있는 인물 묘사를 위해 본서를 선택하겠다는 분들에게는 기대에 다소 부응하지 않는 책일지도 모르겠네요.


작가의 빌런, 안타고니스트, 반영웅에 대한 정의와 빌런이 가질만한 정신적 문제들에 대한 소개, 작품에서 어떻게 적용될지에 관한 팁과 소소한 예시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집필에 초보인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하기도 한 책입니다. 여기서 더 깊은 인물에 대한 통찰은 심리학과 문학 또는 장르 문학 작품에 대한 깊은 독서가 더해져야 할 것입니다.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깊이 보고 익어지도록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필요한 대처가 아닐까 합니다.


인간에 대한 통찰을 얻기에는 부족하다고는 했지만 13단계로 걸음을 옮기며 자신이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일지도 모른다는 성찰을 하게 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노력해서 나는 빌런보다는 반영웅이 되리라 다짐하고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히어로와 빌런이라는 자체가 물론 이분법이지만 초중딩 작가 지망생들은 그런 이분법을 받아들이더라도 본서를 통해 나와 견해나 양식이 다른 타자를 이해하는 법을 깨우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본서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한 권의 책이 한 뼘 더 성장하게 해주거나 자신의 성장을 확인시켜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본서도 한 뼘만큼의 성장은 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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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의 공식 - 욕하면서 끌리는 마성의 악당 만들기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1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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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부터 장르 소설을 쓰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듯 다소 진지하고 깊게 들어서지는 않네요. 장르 소설을 집필하며 좀 더 탄탄하게 히어로와 빌런을 대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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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머니 - 화폐의 최후
브렛 스콧 지음, 장진영 옮김, 이진우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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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돈을 경제라는 혈관을 타고 흐르는 혈액으로 보지 않는다경제 자체를 신경계로 보고 돈도 그 신경 중추의 하나로 정의하고 있다그리고 그러한 신경계의 정점에서 빅테크와 빅파이낸스는 두뇌의 좌뇌와 우뇌의 기능을 할 것이라 주장한다그 빅테크와 빅파이낸스는 그 어느 시절보다 유독한 기업자본주의 시스템 안으로 대중을 몰아가고 있다고 말이다이러한 사실을 경고하려고 저자는 본서를 집필했다고 한다.


저자는 블록체인 기술과 CBDC를 통해 정부내지는 정부를 초월할 무정부주의적 자본가들이 펼쳐낼 미래 상황을 경고하기 위해 잦은 은유를 사용한다거인의 비유와 코트 보관소 비유를 통해 화폐의 기능과 신용창조에 대해 은유한다더 나아가 카지노의 카지노 칩을 화폐와 교환하는 경우로 예를 드는데 이것이 뱅크칩이랄 수 있는 계좌의 기록 숫자가 화폐와 같이 취급받는 경우라고 한다. 신용카드를 연상하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다시 이러한 뱅크칩이 디지털칩 그러니까 디지털 코인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이제 이러한 개념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코인인 CBDC로의 이행을 앞두고 있다.


이미 비트코인의 개발은 디지털 코인이 어떠한 기능과 경제상의 작용을 하게 될지 실험한 경우와도 같은데 나로서는 가능성의 하나이지만 CBDC를 계획하고 있는 무정부주의적 자본가들이 가상화폐에 대중이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보급하지 않았나 추측한다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의 개발자가 비트코인을 개발하고 세상에 알린 것은 금융 자유를 위한 의도였다기 보다 가상화폐에 대중이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자본가 집단의 떡밥이었다고 본다비트코인이 지불수단으로 쓰이기보다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얻자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CBDC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블록체인 기술로 대중이 금융 자유를 얻으리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분산원장 기술이라는 것으로 보아도 자본가들의 의도에 따라 새로운 기술은 얼마든지 편집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말로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사용할 때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오픈 블록체인 시스템의 다양한 특징을 제거하고 부르는 명칭이 분산원장 기술이라고 한다기술을 제공하는 자본가의 필요와 의도에 따라 신기술은 얼마든지 편집 되고 마는 것이다.)


중앙은행에서는 CBDC를 발행하고 메타버스 등에서 활용하기를 기대하는 기업들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화폐와의 교환을 보장하는디지털 코인을 발행할 것이다향후 이러한 가상화폐들이 사용되며 종이돈은 사라지는 시대를 저자는 경고하는데 이러한 사안은 이미 비트코인이 채굴되던 시점부터 누구나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그리고 현재도 가상화폐의 상용화와 함께 맞이해야 할 미래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미래예측가들이 적지 않다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언급하며 하는 저자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이미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통해 대중들을 통제해 가는 상황이나 그를 근거로 사회적 기준틀을 뒤바꾸려는 시도들을 보며 누구라도 한 번쯤 변해가는 미래에 대해 우려해 봤을 것이다.


러시아 제재의 여파로 얼음 왕국을 맛보고 있는 유럽의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난방온도의 기준을 어기면 최대 3년 징역형에 처한다고 하며 네덜란드에서는 전체 가축의 3분의 1을 죽여없애며 그와 함께 목축장을 감소시킨다는 명분으로 축산업자 소유의 토지를 몰수하거나 강제 매각한다고 한다이들 국가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명백히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이다기후와 재난환경을 문제로 자유도 개인 소유도 인정하지 않는 선택들을 위정자들이 하고 있고 대중은 의외로 거대한 저항조차 하지 않고 있다사회의 기준과 규범이 기후위기설과 환경이라는 어젠다로 인해 무너지는 것을 대중은 받아들이고 있다재난 상황 때문이라며 러시아 제재만 해제하면 피해갈 수 있는 재난을 정부 차원에서 감내하자며 억압과도 같은 처벌을 해도 대중은 감내하고 있지 않은가이들 경우 모두 사회정의나 정의 그 자체를 내세우고 있다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기후위기설이나 환경 문제에 대해 아직도 결론에 있어서는 이론이 분분하고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다그런데도 불구하고 기후위기설은 불가침의 영역처럼 매체를 통해 호도되고 있다게다가 이젠 기후위기설 자체가 하나의 정의이자 상식으로 굳어져 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을 핍박하거나 미친자로 몰아넣는 수준에 이르렀다또 진정한 정의는 자국 국민의 안전과 안정임에도 불구하고 자국민의 안전과 안정을 해치는 압박이 정의라는 명분으로 자행되고 있다대중은 이러한 문제들이 한시적인 거라 판단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환경이라는 어젠다로 추진하는 탄소발자국 추적 같은 정책은 먹고 마시고 쉬고 이동하고 즐기고 거래하는 모든 상황에서 적용될 수밖에 없다여기에 징벌적 과세 등이 부과되기 시작한다면 일상의 하나하나에 다 적용되고 부과된다면 우리는 감시되다 못해 통제받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저자가 말하는 블록체인 기술도 그러한 통제에 작용할 것이고 빅데이터화 되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중은 감시당하고 통제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가 원천 기술을 제공하고 제어할 이들을 무정부주의 자본가라고 한데 전적으로 동의한다이들은 이미 각국 정부의 영향력을 초월할 기술과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세계기구들은 이미 각국 정부의 한계와 범위를 초월할 그들을 보조하기에 적절한 구조로 갖춰져 있다무정부주의적 자본가들이 초월적 정부단일 정부를 구상하고 있다 해도 놀랍지 않다금융과 기업들이 이미 정부를 대신할 수 있을 수준으로 발전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각국의 국민들이 국가를 초월하도록 안배했으며 그 시기를 위한 통화까지도 마련하고 있다. -저자가 예를 든 메타의 리브라라는 가상화폐도 그 중 하나다종이돈이 사라진다면 앞으로는 각국 CBDC 간의 환율만이 아니라 기업들이 양산하는 스테이블 코인과 CBDC 간의 환율이 곧 환율이라는 개념이 유지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세계는 변화할 것이나 그 변화는 좀 더 완만해야 했다하지만 자본가들이 주창하는 그레이트 리셋위대한 재설정은 아마도 마른 하늘에 치는 번개처럼 다가올 것이다예측한 사람에게도 미처 예측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변화는 몰아닥칠 것이다안다면 대응안이 있어야 하겠지만 소시민들로서는 대응안이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시대적 변화이지만 너무도 격변이다당랑거철이란 말이 있듯 소시민으로서는 대처할 여력도 없다다만 모든 순간이 지나간 이후에도 살아남아 일구어 갈 소소한 일상이라는 기회가 돌연 끝나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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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각본
박찬욱.정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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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世間,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라,
情爲何物, 정이란 무엇이길래,
直敎生死相許  이처럼 삶과 죽음을 서로 허락하는가?

 

금나라 시인 원호문의 안구사雁丘詞라는 시의 첫 소절이다. 이 소절은 신조협려를 읽어본 김용 작가의 팬들이라면 누구라도 잊지 못할 한 소절일 것이다. [헤어질 결심]은 이 시와 신조협려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존 트라볼타와 셀마 헤이엑의 2006년 작 영화인 [론리 하츠 Lonely Hearts]도 떠오르게 만든다. 그 사랑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기억 속의 이 작품들과 맞닿아 버리는 것이다.

 

 

농담 안 할 테니까 해준 씨도 솔직히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날 떠난 다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으셨습니까?

아마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당신은 내내 편하게 잠을 한숨도 못 잤죠?

억지로 눈을 감아도 자꾸만 내가 보였죠?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까?

그날 밤 시장에서 우연히 나와 만났을 때,

당신은 사는 것 같았죠? 마침내.

 

서래가 번역기의 힘을 빌려 해준에게 물었던 이 물음들에 대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세월 어디에선가 대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들도...

삶에서 사랑을 뺀다해도 물론 무슨 맛이든 맛은 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빠진 맛은 커피에서 커피 맛이 사라진 것과 무엇이 다를까?

 

보이지 않을 곳들 뼈만 골라서 부러뜨리던 깔끔한 남편 기도수는 서래의 몸에 자신의 것이라는 낙인을 찍듯 KDS라는 문신까지 새겨넣었다. 그런 남편과 살던 그녀였기에 해준이 그녀에게 신문 이후 사준 사시미가 친절하고 다정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해준 역시 처음부터 그녀가 남달랐기에 그리 대접한 것일 테고. 길고양이가 까마귀 사체를 먹이의 답례로 놓아 둔 이후에 그녀의 대사나 그녀의 말을 번역해 들어 보려는 해준의 잔망스러움도 감정의 오고 감이 거듭 느껴지는 연속들 사이에서 인상 깊던 부분이다. 자신을 감시하려 잠복 아닌 잠복하던 그에게서 그녀가 느낀 심정은 후에 대사로 전해지기도 하는데 그녀의 마음을 이미 짐작했지만 그녀의 고백으로 듣는 심정은 더 깊이 와닿았다. 임호신과 재혼한 그녀의 심정도 이해가 갔지만 역시 그녀 자신의 입으로 들으면서 더 깊이 와닿았다.

 

해준 (답답하다는 듯 약간 톤이 올라가서)

왜 그런 남자하고 결혼했습니까?

 

서래 (눈에 힘주고 똑바로 보면서)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이 대사 속 다른 남자는 다름 아닌 해준을 이야기하고 그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그녀의 면면은 그녀가 결코 그와 헤어질 인연이 아니었고 헤어질 마음도 진심이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극의 대미에서 보여준 그녀의 최종 결정은, 그녀의 마지막 결심이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 하나될 결심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라 생각됐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그녀는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결코 헤어질 수 없는 불멸의 연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그녀에게 해준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론리 하츠란 영화가 깊이 연상된 것도 다음 대사 때문이다.

 

서래 나는 왜 그런 남자들하고 결혼할까요?

... 해준 씨 같은 바람직한 남자들은 나랑 결혼해 주지 않으니까.

얼굴 보고 한마디라도 하려면 살인 사건 정도는 일어나야 하죠.

 

시나리오 중반의 서래가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라고 말하고 나서 해준의 대사는 거기까지 각본을 읽는 동안엔 그냥 지나치게도 되었는데 그 대사의 깊음을 극의 종반에 이르러 그것이 얼마나 깊은 사랑 고백이었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하지만 인용해 옮기지는 않겠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려 하지만 그런데도 스포일러가 넘치고 있는 이 리뷰에 최소한의 양심을 담아 남겨 두어야 할 대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나에게 선물을 꼭 하고 싶다면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 주세요.

난 좀 갖고 싶네.

 

이 말은 극 초반의 서래의 중국어를 번역해 남자 성우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대사로 길고양이만이 아니라 해준에게 꼭 전해져야 할 마음이었고 다행스럽게도 해준은 그녀를 따라가 그녀의 그 말을 녹취해 번역해서 듣는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씬들이 잦지만 그녀의 대사와 해준의 집요함이 드러나는 이 장면은 그 중에서도 백미가 아니었나 싶다

 

나로서는 이 영화의 스토리 자체와 스토리 보다 튀지 않고 짧은 사랑 이야기를 잘 담고 있는 대사들도 마음에 들었다.

 

해준과 서래 둘 다가 이 이야기가 전하고 있는 사랑의 정의를 온전히 실천하고 있는 인물들이라 여겨졌다. 사랑이 얼마나 거대한 깊은 원형인지를 다시금 깊이 느꼈다. 각본집부터 보게 되었지만 꼭 영화를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을 읽으며 까만 밤이 보랏빛이 되었다.

 

 

아니다, 소화야... 아니야... 진정 용맹한 행동은 사랑이야.

 

사랑은... 그 외 다른 모든 것의 포기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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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 "애프터 인플레, 누가 돈을 벌까?"
오건영 지음 / 페이지2(page2)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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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저자의 책은 이것으로 처음이다. 그간 저작들에 유명세가 대단해서 인플레이션 관련한 첫 책으로 본서를 선택하는데 큰 망설임은 없었다.

 

본서는 인플레이션의 역사와 특성과 영향을 또 그에 따른 투자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경제 지식이 얄팍한 나 같은 사람이 봐도 큰 부담이 없으리만치 쉽게 서술해 준 점이 가장 강점이라고 느껴졌다. 적절한 예시와 참고 그래프와 그에 대한 상세한 해설은 경제 정보와 담쌓고 살던 사람들에게도 이해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듯했다.

 

본서를 읽고 든 감상은 저자의 기대와는 현시점에서는 다르게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앞두고 있기에 암담하기도 했다. 그 이후 저성장 저물가로 갈 게 뻔하고 다시 고성장 저물가로 나아가기엔 시간이 무척이나 걸릴 것 같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난방온도와 관련한 징역 3년 형을 살리겠다는 방침(에너지 문제를 빙자한 통제)이나 네덜란드의 목축장 감축을 위한 토지 몰수와 강제 매각 사태(기후위기설을 빙자한 통제)나 미국의 러시아 노드스트림2 가스관 파괴나 각국의 환경 문제와 경제 문제로 인한 시위 사태들이나 경제난만이 아니라 식량난까지 가중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사태가, 이 시대의 신념과 원칙을 재설정하게 될 전조처럼 보이기에 암담하기만 하다. 그러한 때에 경제적 난조는 해결안은 보이지 않고, 그런 문제들과 어우러져 악의적 시너지를 일으킬 것만 같다.

 

대중을 불안과 위기로 몰고 가는 시대이기에 더 안정을 희구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런 중심과 평정을 가지려면 잘 모르는 분야를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 어두운 안개 속에서 자그마한 빛줄기라도 찾으려 노력하는 길밖에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파고드는 방향이 문제의 해결에 실마리는 될 수 없을지라도 자신 안에 불안의 파고는 좀 더 가시게 해주리라 믿는다. 모든 이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잠재울 빛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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