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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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권고 사직을 당했다. 죽을 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을 내 만났더니 의외로 싱글벙글이다. 퇴직금은 없었지만 실업급여가 나온다나. 쉬는 김에 뱃살타파를 위해 헬스를 끊었다고 한다. 헬스를 다니다 보니, 문득 헬스 트레이너가 되볼까? 싶었다고. 아서라, 배나온 트레이너한테 누가 pt를 받겠냐. 아, 그건 좀 그렇지? ㅋㅋㅋㅋㅋ

너는 어찌 지내냐 묻는다. 나? 야근. 그제도 그그제도 아마도 내일도 모레도. 요가 끊어놨는 데 야근 보름 넘게해서 하루도 못감. 돈을 바닥에 버리는 중이야. 헬스라니 부럽당! 어제는 문득 걱정이 되서 구글에 과로사를 검색해보았어. 근데 나 정도로는 안죽는 대.

이상하다. 짤린건 쟨데, 죽을 상은 내 얼굴이었다. 꿱.

야, 니가 물어보니까 깨달았어. 요즘 삶이 실종됐어. 저녁이 있는 삶은 무슨, ...삶이....없다..... 그러고 보니 네놈의 싱글벙글은 ‘삶’을 가진자의 해맑음이로구나!!! 하나도 안부럽지만 어쩐지 약 오른다!!!!!!!!!

“... 너의 시간이 넘쳐 흐르는 얼굴을 보니 넉달 전 프리랜서 (반백수) 때 내 기분이 생각나”
“어쨌는데?”
“대체로 불안하고 자주자주 행복했어.”
“헐ㅋㅋㅋㅋ표현 찰떡ㅋㅋ넘나 내 기분”
“웅, 내가 말해놓고도 괜찮아서, 놀람ㅋㅋ”
“근데 지금은?”
“지금은 (멋진 표현 생각중..) 불안하지는 않은데 행복하지도 않아. 그래도 불안한 것보단 나은 듯”

어떻게 인생에 중간이 없냐? 극단의 둘중 하나 밖에 없는 거여?? 어쩔수 없잖아. 어차피 빈민청년의 삶은 놀거나 갈리거나다. 그러니, 갈리지 않는 동안은 행복해라. 자주자주. 그러자, 그럽시다!

의미는 없는 데, 재미는 있는 이야기를 하며 쉴새 없이 큭큭댔다. 실업급여에서 나온 짠내나는 커피를 얻어 마시고 ..나는 칼국수를 사줬다. 우리는 끊임없이토크 박스를 굴렸지. 최근에 그가 본 사주 이야기, 나이드는 이야기, 살이 찌는 이야기. 그리고 바로 이 책 이야기를 했다.

*

일의 기쁨과 슬픔.

이 책 재밌더라ㅋㅋ
엇! 나도 읽고 있는 데.
졸라 공감되지.
응. 인간이 치사해지는 모습이 너무 우리들의 이야기야ㅋㅋㅋ

“맞아맞아. 있잖아 근데 말야, 여기서 주인공이 빛나언니가 잘살기를 바라잖아”
“웅 나도 비슷한 경우 있었는 데, 뭐랄까 떨떠름 하면서도 그녀의 방식으로 그냥 잘~살았음 싶던데”
“내 생각엔 주인공이 좀 더 형편이 나았기 때문에 그런거야. 만약에 빛나가 더 좋은대로 시집갔거나, 주인공이 더 못살았어봐. 배아파서 부러워서 잠도 못자고 저부 퍼부음 ㅎㅎ”

그런가.😯
그럴까.🤔
그럴 수도.🤭 (새로운 해석!!)

*

정말 후루루룩 읽히는 리얼리즘(!) 소설이다. 단편 한편 한편이 다 막 공감이 된다. 

그래요, 요즘 젊은 것들은 이렇게 치사하고도 계산적이면서 합리화를 잘한답니다😘

아주 막연히 언젠가 내가 소설을 쓴다면 내가 만난 인간 군상들과 나 자신에 대한 풍자소설을 쓰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데 장류진 작가님이 다 써버렸네?... 내가 쓰려던 게 진짜 딱 이런 느낌이었는 데 ㅋㅋㅋㅋㅋ 아쉽다 쩝. 안녕.... 쓰지 않(았)을, 내 미래의 소설이여... 하지만, 다음 책이 기대되는 새로운 동년배 작가를 만난 것이 훨씬 더 반가우니. 내 쿨하게 너를 보낸다. ㅋㅋㅋㅋ

대체로 불안하고 자주자주 행복하던 반백수시절이 그리운.. 야근에 야근에 야근으로 연명하는 연말이다. 요즘 나에게는 유일하게 허락된 독서타임인 출퇴근 길, 좋은 벗이 되어준 소설!

추천합니다! 한 번 읽어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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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9-12-16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체로 불안하고 자주자주 행복했어!! 명문장~

공쟝쟝 2019-12-17 14:33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ㅋㅋㅋ 🥰 알아주시니 고맙습니다!

비연 2019-12-1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고 싶은 1人, 예전 잠시 쉴 때가 문득 그리워지게 되는 글이네요... 인생;;;

공쟝쟝 2019-12-17 14:34   좋아요 0 | URL
쉬고 싶은데 ㅜㅜ 그럼 영원히 쉬게될까봐.... 하하하~~~
 
포기한다...

1권 제1부 사실과 신화 에서 1편 ‘숙명’까지
나는 바쁘므로 (나만 바쁜척ㅋㅋㅋ) 챕터별로 짧게 감상만 남기겠다.

***


*서론 : 망했다. 을유문화사 번역좀 보소...
*1편 1장 생물학적 조건 : 난 버마재비가 어떻게 생긴 생물인지도 모르는 데 그의 교미 습관을 알고 말았다. 여튼 여성은 남성보다 종(種, species)에 종속되어 있다. 종.. 이 나쁜 쉐키.. 안그래도 남은 인류애 조금 밖에 없는 데, 여성을 종속시키는 인류라는 종을 어떻게 대해야할 것인가. 사라지자. 응? (그런데 왜 이 타이밍에서 예전에 읽다만 이기적유전자가 다시 읽고 싶어지는 걸까... 읽을수록 읽을 것이 생겨나는 이 독서연옥..)
*2장 정신분석적 견해 : 프로이트가 맞고 있다. 보부아르에게. ㅋㅋㅋ
*3장 유물사관의 입장 : 엥겔스, 기특하지만 나이브했네... 너도 당연히 맞을 수 밖에 없겠다..ㅉㅉ.

**

음....... 이제사 읽고 있는데.. (우하하 이번달에도 꼴등이다!!) 솔직히 이해는 거의 못했지만!
이 책 재!밌!다!❤️❤️
보부아르가 책에서 소환하는 모든 이들이 먼지가 되고 있다!!! ㅋㅋㅋ 
마르크스, 프로이트는 당연하고 멀리 아리스토텔레스도ㅋㅋㅋㅋ 
심지어 개미와 꿀벌도 가루가되게 까이네.. ???

그리고 을유문화사.. 제가 애정하는 출판사였는데... 
이 책 93년에 번역한 거 책표지만 바꿔서 그대로 낸거 맞쥬??? 뒤적뒤적 - 2019년 8월 25일 초판 18쇄..
너무 했네.. 너무 했어... 무슨 응답하라도 아니고...
그럼 가격도 93년으로 했어야 하는거 아닝겨...
근데 심지어 동서문화사보다 1권이 3천원 비싼데?? 

***

방금 이거 쓰고 난뒤에 버마재비 검색해봤는데 사마귀였다. 아, 93년엔 사마귀를 버마재비라고 불렀구나. 
전 버마에 사는 제비같은 거라고 생각했지 뭐유... 데헷!! 암사마귀가 교미후 수컷 잡아먹는 건 저두 알고 있었어요.. 정말인지... 사라져가는 우리말 새로 알려주신 을유에게 다시한번 땡큐!!!❤️❤️ 
버마재비 사마귀 버마재비 사마귀 버마재비범아재비범아 아재..아재아재 바라아재..


*결론 : 다들 동서 읽는 다길래 아무 생각없이 개척자의 마음으로 을유 결제한 나 바보.



***

사진은 첫페이지 비교...
*퀴즈 ㅡ 어느 책이 3천원 더 비쌀까요?




어떠한 주체도 단번에 자발적으로 비본질적인 객체로 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자기를 ‘주체’로서 정립하는 ‘주체’에 의하여 ‘타자’는 ‘타자’로서 세워진다. 그러나 타자가 주체로 반전하여 되돌아갈 능력이 없게 되면 그 타자는 그런 상대의 관점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자에게 있어 이러한 복종은 어디에서 왔는가?... 비본질로서의여자가 본질로 결코 복귀할 수 없는 이유는 자기 힘으로 그 반전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 P16

압박이 압박자에게 보증하는 이익 중의 하나는 압박자들 중의 가장 하찮은 자도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 P24

‘여성 문제’가 전혀 무익하다고 하는 것은, 남성들의 오만으로 그 문제가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서로 싸우게 되면 더는 사리를 분별하지 못한다. - P27

만약 암놈이 개미굴을 재건하는 데 성공하면 그속에서 12년 동안 처박혀 쉬지 않고 알을 낳게 된다. 성적 기능이 위축되 암캐미인 일개미도 4년간 살지만 그 전생애를 유충의 양육을 위해바친다. 꿀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혼인 비상 중의 여왕벌을 만난수벌은 복부가 찢긴 채 땅에 떨어진다. 다른 수벌들은 돌아와서 벌통에서 환영을 받고 무위하고 귀찮은 생존을 이어간다. 이것들은 겨울이시작되면 처형을 받는다. 일벌이 되는, 발육이 불완전한 암벌들은 부단한 노동으로 그들의 살 권리를 얻는다. 여왕벌은 사실상 벌통의 노예이다. 여왕벌은 끊임없이 알을 낳고, 늙은 여왕벌이 죽을 때에 대비해서 몇 마리의 유충이 그 여왕벌의 상속권을 빼앗을 수 있도록 양육된다. - P49

이 검토의 가장 명백한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여자는 모든 포유 동물의 암놈 중에서 가장 심각하게 소외되고, 또 이 소외를 가장 치열하게 거부하고 있다.- P64

특히 정신분석학은 여자가 왜 타자인가를 설명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럴 것이, 프로이트 자신도 페니스의 권위가 아버지의 우월성에 의해서 설명된다고 인정하면서도 남성의 우월성이 어디로부터 유래하는지 모른다고 고백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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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1-05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마재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왜 알지도 못하는 생전 본 적도 없는 버마재비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사마귀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 화이팅입니다. 화이팅!!

공쟝쟝 2019-11-05 08:36   좋아요 0 | URL
동서 번역은 사마귀겟죠? 다들 버마재비 알고 있었던건가. 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11-0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마재비무엇? 하고 읽다가 아? 어? 설마.. ‘사마귀‘라면 책에서 봤었는데...
진짜 사마귀였군요. 93년에 버마재비를 썼다면 그럴수도라고 생각할수 있는데 2019년에 증쇄를 했는데도 버마재비??
지금 읽으면 아는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쟝쟝님 읽기 어려우시겠네요. 책분량과의 싸움, 부자연스런 번역체, 옛스런(?) 단어와의 싸움을 하시니깐요. ㅠㅠ

공쟝쟝 2019-11-05 12:29   좋아요 1 | URL
어렵다뇨 ㅋㅋ 재밌습니다!!!! 책은 어렵지 않아요!! 어려운 건 내인생... ㅠㅠ

블랙겟타 2019-11-05 14:26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어렵게 읽고 있었나봐요 ㅋㅋㅋㅋ 넘겨짚었네요.
저도 사실 책보다 인생이 더 어렵....(˃̵͈᷄⌓˂̵͈᷅)

잠자냥 2019-11-0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중에 읽고 싶어지면 을유문화사 버전으로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이 포스팅이 아주 많은 참조가 됐어요. 버마재비 공쟝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11-05 12:0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만 당하면 돼죠 ㅋㅋㅋㅋ 꿀정보ㅋㅋㅋ

syo 2019-11-0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한 친구들이 저를 버마...버마... 하고 부르는데.... 버마재비범아재비범아 하는 동안 몇 번 대답할 뻔 했네요

다락방 2019-11-05 10:54   좋아요 0 | URL
버마..

syo 2019-11-05 10:57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 2019-11-05 11: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다.

버마..

syo 2019-11-05 11:09   좋아요 0 | URL
네??!

비연 2019-11-05 11:1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마버마

syo 2019-11-05 11:15   좋아요 0 | URL
네네?? ㅋㅋㅋㅋ

공쟝쟝 2019-11-05 12:06   좋아요 0 | URL
나도 함께 버마..버마

syo 2019-11-05 12:41   좋아요 0 | URL
목 아파 그만 불러요.....콜록

잠자냥 2019-11-05 14:10   좋아요 0 | URL
버마!범아!!!!

syo 2019-11-05 14: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만인의 버마입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19-11-05 15:26   좋아요 0 | URL
이 기회에 버마syo로 닉네임 변경하심이.... 프로필 사진은 사마귀로 추천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11-05 18: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만우절이었으면 하루쯤 해봤겠다
 


이 책 정말 너무 좋아서 (좋아하는 에세이의 경우 떠나보내기 싫어서 오랜기간 붙잡고 있다) 출간되자마자 사서 틈틈히 두번세번 앞으로 돌아가며 읽다가 드디어 4부에서 도저히 못읽겠는 순간이 와버림ㅋㅋㅋ 

왓더... 너무 근지러.... 낭만적 이성애 따위.. 무시하고 싶지만 글 너무 따뜻해서 무시가 안되서 힘들다...ㅋㅋㅋ 
내 삶 느무 팍팍하게 느껴져.. 사랑 없는 삶ㅋㅋ 자기만 있는 삶ㅋㅋ

여튼 정말 재밌게 읽다가, 아예 못읽겠는 거 보면 내 마음이 샘나나 보다. 
4부 때매 완독은 불가능... 5부로 넘어갈 것인가 그냥 덮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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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10-30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 말고 증승스릅그스릉흡스드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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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의 이별이 지나간 뒤, 생각을 생각하는 나에게 동생이 지나가듯 이런 말을 했었다. 언니는 너무 의미부여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때 그 말을 삼키는 것이 어찌나 썼던지, 무지하게 초라해졌던 기분이 기억난다.

항상 ‘왜’라는 것은 중요했고, 이유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힘들었으니까. 힘든데 고생의 의미마저 없으면, 너무 고통이잖아. 눈 앞에 일어나는 사건과 상황에 길고 긴 해석과 주석을 달았다. 상황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의미를 입히는 것은 무력한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것이었으므로. 그러나 모든 방어기제가 그렇듯 남용은 독이 되었다. 어떤 사건은 이미 다 끝난 일인 데도, 말마다 단어마다 각주를 다느라 스스로를 다시 상처입히곤 했다. 나는 가까이서 지켜 보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

덧없음이 덧없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은 최근의 일이다. 깨달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 일 수도 있고, 덜 힘들어져서 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무언가를 (그것이무엇인지는 모르는 채) 포기해서 일지도.

어쨌든 요즘은 억지로 의미를 찾아내기 보다는 지금과 순간에 깊이 몰두해서 음미 할 수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생각이 나를 해치는 때는 생각을 멈추기. 대단할 것 없는 그 기술이면, 조금은 자신과 타인에게 덜 피곤하게 굴지 않을까하고.

물론, 지금도 나는 의미를 찾는다. 피로하고 어려웠던 일상을 지탱시키고 있는 것은, 조금은 더 자유로워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 훗날의 자유를 위해 존버(!)하는 거야(!)라는 의미부여가 오늘의 곤란함을 견딜만함으로 바꿔준다.

*

피로한 저녁, 침침한 눈으로, 졸음을 좇아가며 이 소설을 읽었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지닌 주인공의 조용한 삶이 무척이나 위안을 주었기 때문이다.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들 속에서 변주되는 성취와 실패,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이 대단하지 않은 인물의 아무럴 것 없는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의미가 없어서 아름답다니. . . .
근데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다.. 그리고 느껴버렸다.
의미가 없으므로, 인생은 아름답구나..🌸🌸라는 걸!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나 역시 곁에 들추다가 만 어떤 책 한 권 이있으면 좋겠다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고..
윌리엄 스토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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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2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했던 책이에요. 그런데 다시 읽으면 그전처럼 좋을까.. 생각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공쟝쟝 2019-10-24 23:1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이디스가 꽤나 납작하게 그러졌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스토너의 이야기이니까.. ㅋㅋ 언젠가 후대의 작가들이 김첨지 아내 입장에서 운수좋은 날을 다시 썼듯 ㅡ 이디스의 이야기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하튼 전 이디스도 너무나 이해되더라구요, 댓글을 적다보니 밀쳐둔 디아워스를 읽고 싶어지네요. ^.^
 
[eBook] IMF 키즈의 생애 - 안은별 인터뷰집
안은별 지음 / 코난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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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추석 이후부터 출근러가 되었다. 고작 8개월만에 나의 멘탈이 프리랜서 생활을 견디기엔 아직 나약하단 걸 깨달았다. 도저히 불안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이 없을 때는 굶어죽을까봐 걱정되었고, 일이 있을 때는 일이 너무 많이 밀려와서 해치울 걱정하느라 바빴다. 시간이 많기는 한데, 도저히 내 일상이 조절 안되더라...

사무실 그만두면 자유롭고 시간이 넘칠 줄 알았는 데, 복세편살 빈둥대고 게으르게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많은 시간을 불안해 하는 데에 다 쓴 듯.. 하아.. 내 멘탈무엇.. 😿

모르겠다, 모아둔 돈이 좀 있었으면 그 시간들이 덜 불안했으려나? 


*

어쨌든 일이 있는 날엔 일을 하면서 다음 일 수배하느라 불안하고, 그렇게 일 스케줄이 겹치면 무리하게 되니까 내 몸이 버텨줄까 불안하며, 일이 없을 때는 없으니까 또 불안했다. 한참 일없던 어느 날은 정말로 이대로 일이 없으면 나는 앞으로 어떡하나..... 걱정으로 잠이 안와서 뒤척이다 날을 샌 적도 있었다.😨

농노에서 노동자가 되는 것은 착취당할 자유라고... ㅋㅋㅋ 
그런데 imf이후의 한국 자본주의 산물인 나는 사회가 착취를 안해주니ㅋㅋㅋ 
농노도 노동자도 아닌 상태가 외롭고 버거워 불안해하느라 심리적 에너지를 다 사용하고 있더란다. 

물론 여러가지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책을 읽으며 멘탈을 잡아보려 초반엔 노력했다. 그러나 뭔가 읽을 수록 내가 아무 대책이 없이 때려쳤구나ㅠ싶어서 (하긴 대책 보다는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리고 역시 도망치기는 잘했다고 생각..후회는 없지만, 당장 월세가 넘나 걱정ㅠㅠㅠㅠ) 결국 열심히 잡코리아만 뒤지는 신세... 그걸 뒤질 수록 더 불안해졌다... 하지만 멈출수도 없었다. 그걸보며 불안해해야 뭐라도하는 것 같았으니까.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냥 나는 ‘불안’을 동력으로 인생을 굴리는 자였던 거다. 
막판에는 그냥 계속 이렇게 불안하기만 할까봐 그게 더 불안할 정도 였으니...


*

여튼 도저히 프리랜서 못하겠어!!!! 아무데나 받아주세요!!!회사에 뼈를 묻고 일하겠습니다!!! 모드로 구직. 요즘엔 새 직장, 새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다. 다크서클이 더욱더 진해지고 있음.. 그래도 따박따박 월급 들어올 생각하니 지난달 대비 불안의 총량이 50%는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실존적으로는 불안하며...(이 일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내 몸이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 일이란 무엇이든 힘을 들여야 하는 거니깐(그래야 고용주가 돈을 주니깐..) 집에오면 녹초가 되어 잠든다... 
내 인생 너무 어려워...



출퇴근 오명가명 길바닥에 하루 두시간 반씩 버리기 아까워, 이북 읽기 중인데 (이전 사무실은 출퇴근 버스가 널럴했는 데, 요즘다니는 코스는 신도림역 거치는 마의 코스라... 도저히 종이책을 펼칠 수 없다..)ㅡ 하필 출근 첫주에 읽은 책이 IMF키즈의 생애였다. 


나 역시 아이엠에프 키드이고, 사는 게 참 생존 같고, 피곤하고, 나만 힘든가 다들 어찌 살고 있나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 데.... ㅠㅠㅠㅠㅠㅠ 고작 일곱명 인터뷰인데도 .. 그냥 토닥토닥.. 다들 힘드셨쥬... 10대때는 아엠에프땜에 힘들고, 20대 내내 이명박그네랑 함께 보내느라 힘들고, 30대 됐는데 이룬게 아무것도 없는 데 일은 하기 싫죠... 힝... 어쩜좋니..... .... 우리 존재 홧팅이어요....ㅠㅠㅠ 쥬륵...


*

제일 와닿는 인터뷰이는 홍스시씨였다. 그냥 다 내 얘기 같았다. 그녀의 불안에 대한 문장이 참, 너무 내 마음 같았다. 안불안해 본적이 없어서 만약 불안하지 않는 상태면 그 상태가 끝날까봐 불안해할거라는 말... 일이 잘되서 대박이 나도 내 몸이 안 받쳐줄 것이 걱정된다는 말.... ㅠㅠㅠㅠ .....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던 몇달동안 마음에 불안이 똬리를 틀고 앉아서 나갈 생각을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 항상 친구처럼 지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잠을 안재울 정도로 커진 모습을 보니 별 것 아닌 걸로 치부해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잡아먹힐지도 모르겠어. 아니 이미 잡아먹혀 살아왔나.. 일단은 내 안의 이 어마무시하게 큰 불안을 알아챈 것이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다. 다만 좀 많이 무서웠으니까, 해결을 좀 해봐야겠다... 앞으로는 요놈을 잘 탐구해볼 요량이다.

근데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핸드폰으로 막 쓰다 보니 벌써 한시반... ㅠㅠ 퀭... 😴😴😴😴😴






진짜 아무 걱정이나 불안 없이 편안 하루를 느껴보고 싶어요. 그런데 그런 날이 오면 아마 그게 끝나는 것 때문에 또 불안해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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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19-10-14 0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되는 심리네요.
하던 일 그만두고 작은 일 하나 직접 시작했더니 그렇게 힘들지 몰랐다는..
새 직장생활 화이팅입니다

공쟝쟝 2019-10-14 07:45   좋아요 0 | URL
회사안은 전쟁터, 회사밖은 지옥이라는 말이생각나네요! 월요일 힘찬 하루 보내셔욥^.^

반유행열반인 2019-10-14 0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아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며 잠을 설치곤 합니다.
12년 a 공교육과정이 우리한테 체화한 게 뭐겠어요. 정해진 시간 요일에 특정 장소에 투신해야 보상 받고 아니면 박탈과 낙오라는 불안을 심어 그대로 이용하기 좋은 노동자로 만드는 것이었겠죠.
그래도 과감하게 프리랜서 도전도 해 보시고 다시 일자리도 구하셔서 자기 힘으로 사시는 일에 조금은 자부심을 느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휴직 중이지만) 지금 일을 그만두면 대체 절 받아줄 일자리가 있기나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에겐 구원과 위안의 독서와 글쓰기가 있잖아요. 일터가 그 바탕(경제적으로든 스트레스의 반동으로 부추기든)이 되고 있는 부분도 있으니 건강 해치시지 않게, 받는 만큼만 쉬엄쉬엄(?)하셔요. 나중 걱정은 나중에. 화이팅.

공쟝쟝 2019-10-14 19:5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우리에겐 위안의 독서와 글쓰기와 다정한 알라딘 서재 마을이 있네요! 이번생이 아예 망하지 않은 포인트 ^^ 나중걱정은 나중에할게요, 따뜻한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