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왔다. 반인간주의의 끝은 아내 살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독서 시작을 할까 말까 하게 되는 지독한 두께. #알튀세르 #미래는오래지속된다. 아마도 나는 설득되겠지. 인간은 언제나 책보다 두꺼우니까. 게다가 그 썰을 잘 푸는 작가와 이론가라면 더더욱.
못 참고 읽는다.
사실 이 책에 압도되어 책 읽는 꿈을 꾸고 말았다. (누가 나 좀 말려줘) 후후 불면서 식혀가며 읽자고 다짐. 여튼 나는 비로소 정치적으로 치열한 글이 어떤 글인지 그 맥을 잡은 것 같기도 하다.
해제 포함 1/5쯤 읽었는데 이 책은 한마디로 알튀세르 그 자신의 호명의 기록이다. (그에 따르면 주체는 이데올로기의 호명에서 만들어지는 효과다. 그러니 알튀세가 사후적으로 해석한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을 맛볼 수 있을 테고) 스스로를 해명하는 글, 스스로에게 해명하는 글(그가 자기 해명을 호명으로 미화할 수 있는 글/언어라는 특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차라리 다행인 글). 이 고백들이 사실이라면 (알튀세 그에겐 사실이겠지) 20세기에 의해 가장 지적으로 미쳐버린/미친 놈의 언어화된 내면세계를 나는 마주하게 되는 거다. 그건 떨림. 생각보다 강한 적수를 만났을 때의 압도적임.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굴려 서커스 하듯 삶을 유지하는 분열이라면 나는 안다고도 할 것이다. 분열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정치와 문화, 사회 구조들에 내 상태를 전치displacement 시켜 실컷 미워하기 위해 나는 독서가 필요했다. 사실은 지금도 필요하다.
읽는 중의 나는 알튀세르가 어찌하여 주체를 호명의 효과일 뿐이라고 주장하게 되었는지를 알 것도 같다. 출구를 찾는.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싶은 한 인간이 겪는 어떤 폐색을. 그러나.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하튼 아내 살해한 맑스주의자의 변명을 압도적이라며 상찬하는 페미니스트 누구? 바로 나 ㅋㅋㅋ 못 참고 다 읽자니 현생의 내가 손을 젓는다. 오늘은 여기까지가 나의 주이상스. 조금씩만 꺼내 먹어요...
덧. 책에서 알튀세르는 푸코를 허심하다 표현하는 데… 이 글을 읽다 보니 확실히 알튀세르보다 푸코가 허심하다 ㅋㅋㅋㅋ!! 푸코는 자기 연구가 자서전이라고 한 적이 있는 데... (그의 박사 논문은 광기의 역사다...) 이 두 친구는 서로를 알아보았고(?) 추측컨대 푸코가 먼저 광인에서 셀프 광명 보는 방법을 찾은 듯 싶ㅋㅋㅋㅋ (따지고 보면 알튀세보다 푸코가 더 빨리 죽었는데ᄏᄏᄏᄏᄏᄏᄏ) 아아 허심함, 바로 그것이 광명 찾은 이유라면. 자수해서 광명찾자 ㅋㅋ 응? 난 푸코를 좋아한다. 정말이다. (아, 오늘도 덧없는 푸코 사랑ㅋㅋㅋ)
거기다가 나는 다만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자 한다. "내가 이해했거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 이제 더는 완전히 내 뜻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되어버린 것"이 여기 있노라고. ... 그것은 내가 과거에 이데올로기 국가장치라 이름 붙인 몇몇 강력한 구성체들, 내가 내게 일어난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나 자신도 놀랍게, 건너뛸 수 없던 그 구성체들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을 각자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과 똑같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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