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코인노래방에서 즐겨불렀던 노래중 한스밴드의 오락실이 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소절 “🎶오늘의 뉴스, 대낮부터 오락실엔 이시대의 아빠들이 많다는 데~”

문득 의아하다.
왜 경제의 위기는 통상 가장의 위기=아버지의 위기=남성의 위기로 기표화되는 걸까.
하긴 그 시절은 그랬을 수 있겠다 하면서도 뜨악 하게 되는 건 부지런히 쓸고 닦고 또 식구들 밥을 먹이고 가계부를 쓰는 와중에 쌀을 팔 걱정을 하며 시집살이까지 하던 엄마가 떠오르기 때문인가. 왜 엄마의 24시간 노동은 “경제”가 아닌가. 무임금 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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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여성억압과 남성에 대한 종속을 봉건적 관계의 잔재로 보는 맑스주의의 정설에 맞서,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 여성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인 ˝노동력˝의 생산자이자 재생산자였던 만큼 여성 착취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달라 코스타의 말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의 착취, 즉 ˝임금 노예제˝는 여성의 가정 내 무임노동이라는 기둥 위에 세워졌고, 이 무임노동이 임금노예제의 생산성의 비결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과 남성의 권력 차이는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기 때문도 아니고, 문화적 기획이 영원히 존속하기 때문도 아니다. 특히 여성의 삶을 지배했던 엄격한 규칙들을 고려하면,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남녀간의 권력차는 특정 사회적생산체제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남녀간의 권력차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생산체제란 노동자의 생산 및 재생산에 들어가는 무임노동의 이익을 보면서도 그것을 사회경제적 활동이나 자본축적의 원천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연자원 또는 개인적 봉사로 신비화하는 체제를 말한다.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착취의 뿌리를 성적 분업과 여성의 무임노동에서 찾음으로써 가부장제와 계급의 이분법을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했고, 가부장제에 구체적인 역사적내용을 부여했다. 또 그들은 자본주의와 계급투쟁의 역사를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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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하루 15시간 일을 하는 동안 몇일은 엄마가 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병어회를 먹었고, 싱싱한 배추쌈을 먹었고, 제철 과일을 먹었고, 함께 옥상에서 빨래를 널었고, 밤에는 대화를 하다 잠들었다. 엄마가 본가로 돌아가고 나는 똑같이 15시간 일을 했고. 커피를 많이 마셨고, 청소기와 세탁기를 열심히 돌렸고, 치킨을 먹거나 라면을 먹고, 빨래를 개우고 너무 지쳐 잠도 안와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다 잠들었다. 매우 피곤했다.
아, 엄마가 필요해. 엄마가 필요했다.

“🎵가끔 아빠도 회사에 가기 싫겠지 엄마 잔소리 바가지 돈타령 숨이 막혀~”
오락실에서 놀던 (철없던) 아버진.. 아마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냈다가 망했을 것이고, 돈타령 하던 엄마는 팔을 걷고 나서서 아마 음식점이건, 청소용역이건 실직한 아버지를 대신해 혹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일터로 나갔을 것이다.

우린 엄마가 필요한 채로 자라나 엄마 처럼은 살 수 없는 딸들이 되었고, 이젠 결혼을 하지 않지.

엄마가 필요하지만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 딸들 중 하나 인 나는 <캘리번과마녀>를 읽으며 #임금의가부장제 에 밑줄을 긋는다. 자본주의의 대안을 말하던 남성들이 놓친 이면의 이 텍스트들을 다 읽고 나면, 아마 더 혼란스러워지겠지. 

그러나 명료하지 않은 것들을 견디고 그 혼란을 어느덧 받아들이게 된 지금의 내가 좋다. 무엇이 명료하지 않다는 것은 이면의 여백이 있다는 것. 명료하지 않은 나머지를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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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1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이것이 바로 같이읽기의 묘미네요.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걸 느껴도 표현하는 건 다르잖아요. 쟝쟝님 이 글 읽으니 정말이지 크- 소리가 절로 나와요. 명문으로 가득합니다.

공쟝쟝 2019-03-15 22:03   좋아요 0 | URL
덕분에 너뮤 좋은 책 읽고 있어서 고마워요 _!! 크~라니 왓 글쓰기 의욕이 돋습니당😍

단발머리 2019-03-15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너무 좋네요.
엄마-다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엄마이지만, 그런 제게도 엄마가 필요하고...
그 와중에 저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못 해서... 아 ㅠㅠ

쟝쟝님 글~~ 좋아요 100개입니다!!

공쟝쟝 2019-03-15 22:05   좋아요 0 | URL
엄마는 존재 자체로 엄마!! 우린 다양한 엄마를 가질 권리가 있고 다양한 엄마가 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두 댓글에 100개 좋아요 누르고 싶어요! 고맙구 행복해요 우리!

블랙겟타 2019-03-16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쟝쟝님 글을 바로 올리셨네요. 그리고 글의 퀄리티가!!
다락방님 말대로 같이읽기의 즐거움이랄까요?
같은 책을 읽더라도 개인마다 관심가는 곳은 조금씩 다르니까 색다르네요.

열심히 필기하시고 밑줄그어가며 읽으시고 계시는 군요 ㅎㅎㅎ
저는 그냥 읽었는데..;;;

‘오락실‘에 그런 가사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우린 엄마가 필요한 채로 자라나 엄마 처럼은 살 수 없는 딸들이 되었고, 이젠 결혼을 하지 않지.˝
이 문장이 읽고난 뒤 진한 여운으로 남네요.
글 잘 읽었어요 ٩(ˊᗜˋ*)و

공쟝쟝 2019-03-16 23:46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서문 개념들이 어려워서 좀 정리하면서 봤어요~. 좀 더 읽어봐야죠 ^.^ 어여 다음책들도 보겠나이다!
 
기본소득이 알려주는 것들 - 국민 복지의 뜨거운 화두, '기본소득'에 대한 입문서
야마모리 도루 지음, 은혜 옮김 / 삼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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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소득 책에서 페미니즘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기본소득 운동은 페미니즘 운동 속 주장 중 하나로 ‘보장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미국, 이탈리아, 영국 등 사례는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1970년대 전통적으로 임금노동의 축에 들지 않았던 가사노동, 돌봄 노동에도 임금을 도입하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 그것이 ‘돌봄에 대한 수당’이 아니라 ‘기본소득’의 형태로 요구되었다는 것이 탁월하다. 또 여기서 기본소득의 몇 없는 원리중의 하나인 ‘개인 단위로 지급한다’는 원칙도 도출되는 게 아닐까.
사실 현대 복지 국가의 전제(이며 신화)인 ‘완전고용’이라는 개념부터가 문제지만.(빻아서 문제라기보다는 진짜 현실과 안맞아서 문제.) 완전고용의 기준은 남성노동자다. 당시 경제의 기본단위가 가정-가장인 남성 부양자가 받는 가족임금-으로 설정되었으므로 복지의 사각지대엔 정상가정 테두리 바깥의 비혼모들이 있었다. 보장소득의 요구는 그녀들의 현실적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여전히 복지며 경제운영의 기준이 가족 기준인 것은 문제다. 가계소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고, 나혼자산다 1인가구가 얼마나 많은 데.. 여하튼 되지 않을 완전고용 집어치우고 현실에 맞게 개인단위로 복지 자체를 셋팅해야 하는 시점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 요구로 미리 기본소득 주장하셨던 70년대 여성운동가 머모님들께 박수🙌🏻🙌🏻🙌🏻

2.
대학교때 꽤나 증오했던 신자유주의 경제 사상가 밀턴 프리드먼을 이 책에서 보게 될 줄이야!!?!! 버뜨 난 열린 사람ㅋㅋ 우파의 주장이라고 덮어놓고 비난하지 않겠음.. 좌우를 넘나드는 합리적 기본소득의 미래로 함께 갑시다!! 재용씨도 함께가요. 당신도 돈 받는다고~ㅋㅋ


3.
일은 무엇, 노동은 무엇, 돈은 무엇, 가족은 무엇, 국가는 무엇인가?!
와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어머, 나, 철학자가 되려나봐....😨


4.
아쉬운 건 일본책이라 그런지 일본 예시들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입문서라기엔 상당히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때 거시경제, 경제사상사 등등 다 배웠는데 왜 때문에 한계세율 같은 용어 하나도 기억 안나는 거지?? (좌절) 경제용어 너무 많아.. 핵심을 정말 잘 간추린 느낌이긴 한데...사실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기본소득 취지 정도에 동감하고 싶은 분이라면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플랜 그 책이 초심자 한테는 맞을 듯. 이 책 읽고 좀 정리해보다가 더 어려워서 그 책으로 다시 읽었다..ㅜㅜ

5.
어떤 논리든 받아들이는 건 감정의 영역. 기본소득은 돈 때문에 의미없는 일을 정말정말 열/심/히 해온 사람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 듯 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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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해보자. 복지국가의 세 가지 이념은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격언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말라‘라는 격언을 섞어놓은 것과 같다. 의식이 족해야(생존권이보장되어야) 예절을 알기 때문에(시민으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장시스템은 임금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우리 중 다수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금언을 체화하고 있다. 이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말이며 성경에도 똑같은 구절이 있다.(데살로니가후서」 제3장 10절) 그러나 이 성경 구절과 우리가 체화하고 있는 금언의 차이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은 먹어도 된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복지국가 시스템은 이 사고방식에 기초하여 설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임금에서 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납부금을내고 고령·질병·실업 등에 대해 보장을 받을 수 있다.- P52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일할 수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게으른 사람이나 일할 수 있는데도 할 수 없는 척하는 사람과정말로 일을 할 수가 없는 사람을 구별하여 그들에게만 생활보호 등의 형태로 소득보장을 시행한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는 사람 중에서 ‘일하고 싶어도 할 수없는 사람‘을 선별해내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복지국가 시스템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성립된다. 그리나 적어도 일본에서는 이 장에서 살펴본 대로 실패한 것 아니까, 생활보호를 받지 못해 길에서 얼어 죽는 사람들과 저조한표착률 데이터를 마주하면 실패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돈이없어서 생명을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한 합의 위에생존권이라는 개념과 복지국가라는 제도가 구축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형 복지국가가 한 것은, 생명에 서열을 부과하여 구별하고 열등한 생명을 폐기하는 일이었다.- P53

기본소득 구상안을 향한 주된 비판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부당하게 엄격한 제도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대략 아래와 같은 논리로 답한다.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노동을 강제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이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사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돈에 상대적으로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더 적게 일하는 사람은 (역시 단순하게 말하면) 시간에 상대적으로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중략) 판 파레이스는 후자를 ‘게으른(lazy) 사람’이라 칭할 수 있다면 전자를 ‘일에 미친(crazy)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겠냐며 논의를 이어나간다. 기본소득 제도하에서는 게으른 삶도 일에 미쳐 있는 삶도, 또는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은 ‘어중간한 (hazy)’방식의 삶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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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15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 최근의 사회 문제에 대해 뭘 물어보아도 제게 답은 ‘기본소득’이라서요.
문제는 ‘일’, 노동의 범위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라면 출근해서 쓰러질때까지 일해야 일이라 하니...ㅠㅠ
우리가 하는 의미있는 일들이 ‘쓸데 없다’고 말하는 생각과 싸워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라구요. 갈 길이 멉니다.

공쟝쟝 2019-03-15 13:46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막연히 ‘대안이없다’라는 핑계들로 싸울 때(?) 보단 좀더 좋은 세상으로 가는 하나의 무기(!)를 발견한 것만 같아 기본소득이 참 고마웁게 느껴집니다. 왜 여태껏 몰랐을까 라고 생각두 들고요. ㅎㅎㅎ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 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의 역사
수전 브라운밀러 지음, 박소영 옮김 / 오월의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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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한달간. 그리고 3월 절반을 끌어오던 책을 오늘 드디어 끝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분들을 보냈다.(이제는 안타깝지도 않다) 먼저는 수용소군도의 솔제니친, 그 다음에는 프란츠 파농... 그리고 우리의 프로이트와 롤링스톤즈, 맥시코의 혁명가 판초비야까지... 그러고 보니 이런 띵언을 만난 적이 있다. 여혐에는 좌우없다.”


한 때는 좋아하고 존경했던 것들이 여성의 시각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씁쓸하기도 하고 어디부터 정리해야 하나 답답했는데. 수전 브러운 밀러의 책에 간단한 힌트가 있었다.

 

“(324) 그럼에도 다시 강조하건대 나는 압세커에게 많은 빚을 졌다. 그는 강간이 정치적 범죄라는 사실을 내게 처음으로 말해준 사람이었다. 또한 나에게 변증법적 논리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그러니 내가 그의 주장을 그가 의도한 것보다 더 멀리 밀고 나간다고 해도 그는 결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변증법적으로. 혹은 그들을 발판삼아 더 멀리 나아가기. 얼마전에 읽었던 변영주의 강연집도 생각난다. 사람은 성과만큼의 쓰레기와 숙제를 남긴다.” 익숙한 존경과 이별하고, 이제는 그들의 언어를 발판삼아 낯설지만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야한다. 


*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강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두꺼운 책을 누구라도 시간 내어 읽었으면 한다. ‘강간자체에 대한 신화 강간범에 대한 신화, 강간 이데올로기, 강간문화가 얼마나 만연하고, 역사적이며 세계적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 연예인의 몰카범죄가 폭로되었는데, 그 몰카 내용을 궁금해하며 피해자를 추측하고 있는 2차가해의 나라에 살고 있으므로 뭐 세계까지 둘러볼 필요는 없을지라도.

 

여성팬들의 굿즈장사로 주머니를 채우는 남자연예인들이 (고마운 줄도 모르고) 여혐을 하고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별로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많이 괘씸하다. 그 와중에 #승리유어낟얼론 따위의 해시태그를 보는 것은 꽤 참담하지만, 내가 더 분노했던 포인트는 지난 날 정준영을 받아주고 환대하던 방송계안의 든든한 남성연대였다


그래, 그랬지.

 

남자들은 여자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남자가 미치도록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다. 남자들은 언제나 그들 안에서의 인정과 서열에 더욱 목마르다. 그 안에서 여성은 쟁취의 대상이거나 그들의 낮은 자존감의 보상해줘야 하는 존재로서만 기능한다. 장담컨대 정준영치들에게 여자(혹은 몰카 동영상)’란 유희왕 카드를 모으듯 수집하는 것, 그리고 그 수집 목록으로 봐봐, 나 이정도야!” 게임 아이템처럼 자랑하고 선물하기도 하는 그들끼리의 힘자랑 혹은 인정투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290)(청소년 집단 강간 사건 심리연구 사례)... 이는 이들이 강간 경험에서 얻은 성적 관계와 성적 느낌이 대부분 소녀와의 관계가 아니라 소년끼리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296-7) 내가 14가의 지하철 승강장에 서서 동전을 빼내려고 껌 자판기를 요령 좋게 때리고 있는, 점점 더 과감하게 때리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을 거의 홀린 듯 지켜보고 있었을 때,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저 자판기가 내 몸 일수도 있다는 것 뿐이었다남성연대는 여성 멸시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며, 불신에 의해 강화된다. ... 남성연대는 사회적 유대의 본보기 처럼 기능하며 보통은 집단 폭력과 강간이라는 과장된 형태로 본보기를 제공한다.”

 

*

 

그래서 우리가 이 사례로 다시금 환기해야 하는 것은 연예인 몇몇에 대한 단죄와 매장(도 해야한다)이 아니라 이미 미세 먼지처럼 일상이 되어 모두의 숨을 못쉬게 만들고 있는 사회 안의 강간문화다. 책에 따르면 “(271)미국의 전형적인 강제강간범은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로 작정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젊은이로서 범죄자의 61퍼센트가 25세 이하, 다수가 16~24세 구간에 집중되어 있다.

 

즉. “(612)강간은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며 통제할 수 없는 욕정에 의한 범죄가 결코 아니다. 정복자가 되고 싶은 남성이 여성에게 두려움을 주고 협박하려는 의도로 계획한 비하 및 점령 행위, 즉 의도적으로 여성을 적대하는 폭력 행위이다. 이것이 바로 강간의 실체이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 문화 속에 그런 폭력적인 태도를 장려하고 선전선동하는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문화에 내재한 그런 요소들은 남성들, 특히 잠재적인 강간 예비군을 형성하며 쉽게 외부의 영향을 받는 남성 청소년들이 폭력 행위를 저지르도록 심리적으로 부추기고 그들에게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면서도, 그런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는커녕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남녀공학 중학교를 나온 나는 1학기 초에는 함께 깡통을 차면서 놀던 천진한 남자 동급생들이 어느 순간부터 여남을 따지고, 자기들끼리 킥킥거리며 무언가를 돌려보고, 반여학생들 순위를 매기기 까지하던 2학기후반의 묘한 균열의 시간들이 기억난다.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해 먼저 나서서 여자를 멸시해야하고 급기야는 강간을 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는 그놈들의 문화. 단죄해야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

 

“(633) 반격하라.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불균형을 바로잡고, 우리 자신과 남성들을 강간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게 하고자 한다면, 우리 모두가 여러 층위에서 함께해야만 하는 일은 바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저 한 개인의 수준에서 강간을 피할 방도를 찾거나, 강간이 더빈번히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강간은 근절할 수 있다. 하지만 강간 근절은 장기간에 걸쳐 다수가 협력해야만 가능하며, 여성만큼이나 남성의 이해와 선한 의지가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강간에 역사를 부여하고자 했다. 이제 우리가 함게 강간의 미래를 단호히 부인할 차례이다.”

 

*


저자의 경험,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사건들.

읽으면서 책 자체가 투쟁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몇번 뭉클했다.

두께와 내용모두 다소 힘든 독서경험이었지만 읽고나니 그 만큼 뿌듯하다. 

아마 함께 읽지 않았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좀 늦긴했지만 완독! 함께 읽어준 알라딘 마을 책 벗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책을 쓰는동안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은 짧고 노골적이며 불쾌한 것이었다. ˝강간당한 적 있어요?˝
나도 짧게 받아친다. ˝없습니다.˝- P4

가장 초기의 남성연대는 무리지어 사냥감을 찾아다니던 남자들이 한 여자를 윤간하는 형태였을 것이다. 이렇게 남성연대가 이루어진 이래로 강간은 남성의 특권일 뿐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힘을 과시하는 기본무기이자 여성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며 남성의 의지를 관철하는 주요 동인이 되었다. 여성이 온 몸으로 저항하고 싸우는데도 그 몸에 강제로 삽입하는 일은 여성의 존재를 지배했다고 선언하는 수단, 즉 힘의 우위와 남자다움의 승리를 증명하는 궁극의 수단이 되었다.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두려움을 일으키는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은 불의 사용과 돌도끼의 발명과 함께 선사시대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아야만 한다. 강간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해왔다.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협박하는 과정이 바로 강간이다.- P25

인디언전쟁 기간의 강간은 대개 그때 그때 되는대로 이루어지는 보복성 행위로서, 남성이 남성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성의 몸이라는 편리한 수단을 이용한 현상이었던 반면, 노예제 가부장들이 가부장적 제도‘라고 부른 시스템에서 강간은 제도의 불가분한 일부로기능했다. 백인 남자들은 인디언에게서 땅을 빼앗고 싶어 했고, 흑인에게서 강제노동을 뽑아내려 했다. 이렇게 목적이 달랐기 때문에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과 맺는 관계나 흑인 여성을 이용하는 방식도 인디언전쟁 때와는 달랐다. 노예제에서 강간은 폭력을 발휘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노예제에서 강간은 제도화된 범죄로서 백인 남성이 경제적, 심리적 이득을 얻기 위해 한 종족을 예속 시키는 데 핵심이 된다...... 그녀는 노동자이자 재생산자로서 이중 착취를 강요당했다. - P236

인기 있는 영화배우나 운동선수, 록가수, 집단 내에서 존경받는 남성처럼 가해자가 일종의 문화적 우상인 경우, 이들이 지닌 우상의 후광은 물리적 폭력을 덜 써도 된다는 심리적 유리함을 제공한다.... 강도나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가 분위기에 휩쓸렸거나 바보 같다고 해서 가해자의 죄가 가벼워지는 경우는 없지만, 강간 사건에서는 사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P395

강간 신화의 핵심 명제
˝모든 여성은 강간당하기를 원한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강간당하는 여성은 있을 수 없다˝
˝그녀가 원했다˝
˝어차피 강간당할 상황이면 긴장을 풀고 즐기는 편이 낫다˝
이 모두는 지독하기 짝이 없는 남성의 강간 신화이자,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지배하는 왜곡된 격언이다. 이 장에서 앞으로 전개할 논의에서도 이 신화가 핵심이 된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 신화를 믿을뿐 아니라, 남성권력의 성패가 얼마나 많은 여성에게 이 신화를 납득시키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 여성이 자신의 패배에 기꺼이 동참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전투의 반은 이긴 것이기 때문이다.- P484

장담하건대 여성을 재산으로 간주하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처녀성의 중요도가 줄고,‘처녀성 파괴의 고통‘이 구시대적으로 보이게 된 것처럼, 생리통부터 출산 시의 극심한 진통까지 여성들만 겪는 산부인과적 고통 역시 언젠가는 구시대의 것이 될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고통을 여성의 의무로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 아니라 현대적 노력을 통해 경감·통제·완화되어야 하는 고통이며,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 P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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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15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았어요, 쟝쟝님.

여혐애 좌우없다는 말에 씁쓸해지네요. 정말 그러니까요.

공쟝쟝 2019-03-15 01:03   좋아요 0 | URL
책 속 통계를 보니 위 아래도 없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9-03-15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년끼리의 관계. 그게 핵심인 것 같아요. 전 이 책을 읽을 때는 인용해주신 290쪽이 가깝게 와닿지 않았는데...
허어... 근간의 사태에서 확인되네요. 소녀보다 소년이죠. 여친보다 친구. 주고 받고 같이 웃고 떠드는 친구 ㅠㅠ

수고많으셨어요, 쟝쟝님.
아침부터 잘 읽고 갑니다^^

공쟝쟝 2019-03-15 10:42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 좋아하지만, 친구들에게 잘보이려고 누군가를 멸시하지는 않죠.. 슬퍼요 ㅠㅠ

블랙겟타 2019-03-1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혐이라는게 최근에 불거진 단어가 아닌 역사적으로 오래되어 왔다는 것을 저는 예전에는 부끄럽게도 느끼지 못했어요.

최근 몇년 간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으면서 ‘어? 언제는 세상이 혹은 남자들이 여혐을 안했던 적이 있던가?’라고 생각이 들고 있어요. 정치적 성향, 인종을 뛰어넘는 암묵적인 연대가 되어있다는 것을요.

지금 읽고 있는 <가부장제의 창조>에도 말하고 있지만 언제는 역사적으로 여자를 동등한 존재로 대했던 적이 있던가요?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슬프게도 이런 생각이 맞다는 것을 점점 느끼고 있네요.

쟝쟝님, 책 읽느라 수고많으셨어요!
글 잘 읽었어요. :))

공쟝쟝 2019-03-15 15:31   좋아요 1 | URL
저두 강남역 사건이 없었더라면 페미니즘? 그거 프로불편러들 아니야? 했을 1인으로서 부끄럽 또 부끄러울 뿐입니다. 저 잘읽었죠? 히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왤케 칭찬 좋지???)

블랙겟타 2019-03-15 15:42   좋아요 1 | URL
공교롭게도 저도 그 사건을 계기로 세상을 다시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네! 잘 읽으셨어요!!
저의 칭찬(?)이 힘이 된다면 언제든지 해드릴 수 있죠. ㅎㅎㅎㅎ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지혜의 시대
변영주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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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는 평생 잘 안(못)보던 영화를 일주일에 한편이라도 보려고 노력하는 데, 그건 전부다 <방구석1열> 정확히는 변영주 감독 때문이다.

등장하는 패널들, 소개되는 영화들 다 좋지만 특히 감독님이 무슨 말 할때마다 진심 귀 쫑긋 해서 듣게된다. 그의 다듬어진 피씨함에 한번, 감독은 영화를 저렇게 보는구나 하면서 두번 감탄한다. 요즘은 별로 재미없던 영화들도 다 재밌다. 신기한 경험이다. 그나저나 방구석 1열 엄청 챙겨봤는데 감독님 이젠 본업이 충실하러 가신대서.. ㅠㅠㅠㅠ 아쉬워하며 올레 티비로 재탕해서 또 봐야지(ㅋㅋㅋㅋ).
방구석1열을 함께 보고 셋째가 말하기를 “와, 우리나라 같은 영화 선진국이 출발비디오여행 영화 소개로 지금까지 만족해 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그러게 말이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라기엔 시사 같고 교양 같은데 또 시사교양이라기엔 예능 같고.. 이번주엔 박찬욱감독 출연이라는 데 더 잼나게 봐야지😘~! 케케

여하튼 변감독님의 짱짱팬이 되어서 책을 읽었고 역시 그가 더 좋아졌다. 창작의 원칙과 태도 -어떻게 살고자하고, 무엇을 사랑하는 지 -에 대한 강연록인데 두께에 비해 생각할 거리들이 참 많았다.



“(112) 어떤 건 나 때문에 힘들어요. ‘내가 무능력해서, 내가 잘 몰라서, 내 재능이 부족해서’ 그래서 힘든 게 있어요. 그런 것과 ‘내가 여성이라서 힘든 것, 내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힘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내면 승리할 수 있어요. 능력이 부족한 건 공부하면 되고, 여성이라서 힘들면 옆의 친구와 손을 잡으면 돼요. 다른 게 힘들다고 하면 그 나름대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우리가 왜 매번 지냐면 이것들을 하나로 뭉뚱그려서보기 때문이에요. ‘아, 나 진짜 힘들어.‘ 이렇게만 보면 집니다. 그러면 어느 누구와도 연대하기 힘들어요.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힘든지가 분명해야 연대가 되는 데, 그냥 힘든 걸로는 연대가 안 돼요.
차별에 대처하는 방안은 없지만 고난을 이겨내는 방안은 이것입니다. 언제나 그 고난들을 분리해내는 거예요. 나의 고통이 뭉텅이가 아니라 제각각이라고 생각하면이겨낼 수 있습니다.”



난 편견이 많고 내 방식으로 생각하길 좋아한다. 미리 재단하기도 하고 왜곡해서 보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 싶은 데, 사실 무엇을 볼 것인지부터 이미 왜곡의 시작이라, 덜 편견쟁이가 되기 위해 이 강연의 팁을 머릿속 저수지에 깊이 던져 놓는다.

뭉뚱그리지 않을 것. 구체적일 것. 해상도를 높인 섬세한 시야로 바라볼 것. 그것이 나를 침해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할 것!
언제나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고마워요, 변영주 감독님!🙏🙏



(6)
지금 우리는 한때 모두 같은 전선에 선 동지였는데, 네가 배반했다거나 내가 변절했다며 각자의 그 작디 작은 깃발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애초에 같은 전선에 섰던 적이 없으며, 조심스럽게 우리의 교집합을 조금씩 확인해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자의 깃발을 흔드는 이들에게 누가 당신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아직은 교집합의 크기가 외로움과 욕망에 비해 작을 뿐이라는 그런 말을 하고 싶다. 나아가 결국 우리가 교집합을 키우기 위해 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은 ‘너’의 이야기를 수줍게 듣는 것밖엔 없다는, 그런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또다시 강연에 나서게 되었다.

(65)
대개 멋진 문장을 만나면 그 문장이 어디서 나온 누구의 말인지 기억하고 그 문장을 정확하게 외우려고 노력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일부러 그걸 안 외워요. 그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대신 그 말을 내가 왜 좋아하는지를 생각해요. 내가 왜 이 문장에 반했지? 내가 왜 이걸 계속 읽고 있지? 내가 왜 다시 찾아보고 있지? 그 이유를 계속 생각해요.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그 문장이 제 입에서 조금 다르게 나와요. 저는 그 달라진 문장을 기억합니다. 그럼 그 말은 제가 한 말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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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3-16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구석 1열은 애청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번주도 박찬욱특집도 봤어요^^

공쟝쟝 2019-03-16 23:41   좋아요 1 | URL
저 오늘 봤는데 후어어 역시 좋더라구요
 
나에게 다정한 하루
서늘한여름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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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우를 먹었다.
실컷 먹었다. 맥주도 먹었다.
그렇게
<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보냈다ㅋㅋㅋ

동세대의 멋진 창작자를 발견하면 마구마구 응원하고 싶다. 이번 책 역시 너무 좋았다. 게다가 서밤님이 점점 페미니스트로 변하는 모습도 멋지다. 언제나 공감가는 저자의 고군분투. 그를 응원하는 것은 어찌보면 나를 응원하는 것 같기도 해서 응원하면서 더 힘이 난달까.

“(326)
힘들었던 이야기들만 적어서 기억하면
힘든 날 희망을 찾을 수 없다.
내 인생이 제법 마음에 드는 오늘이 있었다고
잊어버리지 않게 또박또박 적어놔야 한다.
힘든 날 눈을 감고 떠올릴 수 있는 하루를
무너졌을 때 다시 돌아올 어떤 지점을
마음 안에 품고 살아야 한다.
돌아갈 곳을 안다면 조금은 덜 두려울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 쓴다.
좋은 날은 귀하기 때문에
좋은 날을 만나면 기억해둬야 한다.
그래야 힘든 날에도 다시 돌아갈 곳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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