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부리 > 부리레터 6호: 리뷰지침 파문!
미국갈 준비에 한창이던 마냐(32. 미녀)는 보라색 봉투를 발견하고 흠짓 놀랐다. 작년 2월 이 봉투를 처음 받았을 때의 공포가 다시금 되살아난 것. 이 봉투 때문에 마냐가 겪어야 했던 마음의 고통은 대단한 것이었다. 순간 마냐의 머리에 섬광처럼 떠오르는 게 있었다.
“7월 말에 그가 또 책을 낸다는데...”
자신은 미국에 가면 그만이지만 이 땅에 남아있는 이들이 또다시 그런 고통을 겪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마냐는 그 봉투를 측근인 딸기(28세. 측근)에게 맡겼고, 딸기는 지체없이 부리레터 마기자에게 전달했다. 보라색 봉투에는 마태우스 명의로 작성된 ‘리뷰 지침’이 담겨 있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총리와 기생충> 리뷰에 관한 작성지침(이하 리뷰 지침)
-이 문서의 효력은 2004년 2월 15일에 나온 <총리와 기생충>에 한한다.
-이 책에 관한 리뷰를 쓰는 모든 알라디너는 이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이 문서를 외부에 빼돌리거나 일부 내용을 다른 이에게 얘기하는 것은 리뷰지침 위반과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리뷰 지침에 대한 어떠한 이의제기나 불만, 화장지로 사용하는 행위 등은 불허한다.
1. 별점은 무조건 다섯 개를 줄 것(필수).
2. 제목은 눈길을 확 잡아끌어야 함(4.4조 권장, 느낌표 대량 사용 권장)
예시)
-무지하게 웃었도다!!!
-베르베르 울고갈껴!!!!!
-이렇게나 재밌다니!!!!!!!!
-이보다난 책은없다!!!!!
-백권사서 돌리고파!!!!!!!!!!!!!!!!!!!!!
3. “재미있다”는 단어를 세 번 이상 사용할 것(필수)
-무지하게, 허부지게, 졸라 등 과장을 뜻하는 부사 사용 권장.
4. 저자가 이전에 베스트셀러를 낸 적이 있다는 구라를 포함시킬 것(필수)
예시)
-베스트셀러를 여럿 펴낸 저자의 글솜씨는 이번에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5. 구성의 어설픔, 문학적 완성도가 낮다는 등의 얘기 쓰지 말 것.
6. 어린 시절 기생충에 시달렸던 경험 삽입(필수), 책을 읽으니 더 이상 기생충이 무섭지 않다는 내용 추가(필수)
7. 기생충이 사라졌다는 일반의 통념은 사실이 아니며, 지금도 기생충은 창궐 중이라고 강조할 것(필수)
8. 너무 칭찬하면 의심받으니 사소한 단점 한가지만 지적할 것(권장)
예시)
-탐정을 미남으로 설정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식전에 읽었더니 3킬로가 빠졌다
-소설이 너무 완벽해 인간미가 없다
9. 역사적으로 기생충에 무관심했던 종족이 망했다고 구라를 칠 것(권장)
10. 지침을 따라 쓴 리뷰는 추천을 해준다(권장)
2004. 2. 15
마태우스 (馬)
이 지침이 세상에 폭로된 뒤 알라딘이 들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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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펄.... 끓고 있습니다(썰렁한가요?) - 2005-07-1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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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리뷰 세개 이상 올리면 지침니다. 화이팅 - 2005-07-1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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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비밀인데요, 전 부침개가 좋아요 아우! 히히 - 2005-07-1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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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침을 따르지 않고 비판적인 리뷰를 쓴 서재인은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합니다. 책 배달을 고의로 최장 3주까지 지연시키고, 주간 서재달인에서 배제당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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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주문만 했다하면 몇주가 걸리더라구요. 이유를 이제 알았네...참고로 전 캐나다 살아요!.. - 2005-07-1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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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에 페이퍼 두개랑 리뷰 한개를 꼬박꼬박 쓰는데도 주간 순위에서 번번히 30등 밖으로 밀려나더라구요(쩝 웬 산수시간) - 2005-07-1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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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님이 좋아요. 흔들흔들~ (어머 제가 무슨 말을^^)- 2005-07-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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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서재인은 마태우스가 보유한 언론매체 <알라딘 뉴스레터>로 보복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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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뉴스레터 지령 14호
2004. 03.05
진우맘, 남자였다!
침통한 표정의 진우맘
★ 미시의 선두주자로 명성을 날리던 진우맘(30. 폐인)이 남자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진우맘이 세수할 때 가면을 벗는 광경이 니르바나의 캠코더에 촬영됨으로써...(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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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대조적으로 지침에 맞춰 리뷰를 쓴 알라디너들은 큰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 리뷰로 인해 이주의 리뷰에 뽑힌 사람이 14명이나 되구요, 당시로서는 큰 돈인 3천원의 적립금이 리뷰를 쓴 알라디너들의 계좌에 입금된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정황으로 볼 때 대주주인 마태우스가 알라딘에도 외압을 가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데요, 당시 알라딘 편집팀을 맡고있던 ‘찌리릿’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외압 같은 것은 없었다. 3천원은 떡값이었고, 이주의 리뷰는 뽑힐만 하니까 뽑힌 거다”
한편 ‘난 공정한 리뷰만을 쓴다’고 명성이 높았던 파란여우가 비난의 표적이 되었는데요, 파란여우가 쓴 <총리와 기생충> 리뷰가 지나치게 리뷰 지침에 충실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파란여우의 리뷰 일부를 여기에 싣습니다.
[제목: 너무웃겨 여우죽네 (평점:★★★★★ 추천:18)
숱한 베스트셀러를 양산한 작가 마태우스는 이번에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총리와 기생충>은 정말이지 허부지게 재미있어, 여우털이 곤두설 지경이었다. 내 나이 스무살 때, 난 기생충에 걸렸었다. 눈을 부라린 채 혀를 낼름거리는 기생충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공포스러웠던가. 기생충이 완전히 치료된 후에도 난 한동안 기생충의 망령에 시달려야 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혀가 두 개인 기생충을 만난다 해도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중략... 기생충이 멸종했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기생충은 도처에 퍼져있다. 얼마 전 복돌이한테서 요충이 검출되어 화제가 된 것처럼, 세실같은 미녀도, 서림같은 미남도 얼마든지 기생충에 걸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기생충의 공격에 당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꼬리가 떨리도록 재미있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기생충에 맞서 능동적으로 싸워 나가야 할까. 정답이 무엇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심지어 플레져도.]
파란여우는 이 리뷰를 쓴 뒤 뉴스레터에 단골로 출연하는 등 권력의 핵심부를 맴돌았는데요, 이에 대해 파란여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음모야!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오오오----”
파란여우는 파문이 커지자 어디론가 잠적했는데요, 여우님의 서재에는 흥분한 알라디너들의 원성이 그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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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님, 털은 남겨놓고 가세요! 곧 겨울이 오잖아요! 제발! - 2005-07-1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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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 역기나 들어야겠다...- 2005-07-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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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 여우님 이해합니다. 저도 혜택받은 사람 중 하나거든요. 호호.비난은 순간이고 혜택은 영원하단 걸 아는 쥴 드림 - 2005-07-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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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디너들은 이번 사태를 알라딘이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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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소굼도 소굼이듯이, 어두운 과거도 과거다. 다 끌어안고 앞으로 나가자. - 2005-07-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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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아니면 말고... - 2005-07-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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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님, 언제 저하고 술이나 마셔요. 참고로 저 주량 소주 다섯병이어요.. - 2005-07-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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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파란여우 이외에도 chika, 인터라겐, 올리브 등 그간 알라딘의 리더 역할을 했던 서재인들이 검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리뷰지침 파문은 곧 가라앉겠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동심은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하겠습니다. 이상 부리레터의 마기자였습니다
◀마기자(magija@boo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