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벗하며 지내던 과거를 마감하고 남자사람과 산지 언~ 두달
과거는 그러나 늘 내곁에 있다.
어제는 전여농에서 하는 꾸러미를 받았다. (여성농민들이 텃밭에서 나는 물품과 가공품을 한달에 두번에서 네번까지 보내준다. 도대체 이 돈을 받고 어떻게 이렇게 보내주는지가 다소 미스테리인 사업 --;; 과연 재정사업이 되고 있는가...)
나주에서 온 맛깔난 짠지들이 주먹만큼씩에 도토리묵, 과수원을 뛰어노는 닭이 만들었다는 실한 계란, 완소 두부, 늙은 호박 한쪽, 서리태콩, 버섯이 참하게 들어가 있다.
하도 오랫만에 보는 도토리묵이 반가워서 무쳐줬더니 거의 없던 칭찬을 하지뭔가...
신랑이 내가 해준것 중 맛나다는 것은 다 술안주다. 골뱅이무침, 찜닭 등등등..
어쨌거나 이 사람집에 처음 인사드리러 갔을 때 내 칭찬이랍시고 한
"술안주는 정말 잘 만들어요!"는 아마 진심이었나보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811/23/coveroff/8925270056_1.jpg)
밥먹고 올해 처음으로 만화책을 잡았다. 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의 면사무소에 취직을 한 총각의 귀향기다. 가슴큰 소꼽친구에게 연정을 품기도 하고 꽃미남 고향후배의 사랑을 받기도 하는 등 오호 이건 완전히 내가 스물에 꾸던 미래상이 아닌가!
내가 이런류의 만화를 유독 좋아하는 것은 촌놈이라서일까. 도시의 커리어우먼이 된지도 십년세월이 될려고 하는데 내 정서는 이렇게 변하지를 않는다. 서울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너무 무섭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고, 오지랖을 펼쳐서 사돈의 팔촌과도 다정히 지내고 싶고 말이다. 그러나 행동양태는 철저히 도시인이라 신랑한테 전화거는 것도 귀찮고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건 좋고 뭐 이렇다.
그런데... 주인공 총각 보다는 왠지 뻑하면 술판 벌이는 동네아저씨들에 내가 겹쳐보이는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