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식탁이다.  
주중에 받아둔 냉이로 된장국도 끓이고 대충 버무려서 저녁상을 내니 벌써 8시반이다. 
설겆이 하고 이것저것 하니 열시. 주말의 시간은 참 아쉽다. 

토요일 늦은 시간에는 모처럼 집 앞 큰 마트로 나섰다. 
생협, 전여농, 여기저기 공동체에서 주로 받아먹는지라 마트에 가는 일이 없는데, 
주말에 마침 채소류가 똑 하고 떨어져서 샐러드라도 해볼까 하고 나서본다. 

온라인 구매때는 몰랐는데 채소값이 후덜덜이다. 

무슨 애호박이 천구백원짜리도 있고, 파프리카가 하나에 이천원꼴이라 결국 몇번 들었다놨다하다 놓고 나온다. 대신 그날 떨이코너에 파는 로마네스크가 하는 해괴하게 생긴 브로콜리류가 한묶음에 천이백원이라 집어넣고, 내 주먹 두개만한 양배추를 삼천원, 이천원남짓 가지두개를 고른다. 그러고 있는데 같이 사는 큰애기 우리 신랑은 나 모르게 슬쩍 초코파이 한상자를 밀어넣더니 아이스크림 사달란다 --;; 그거 사주고 나는 내간식으로 독일맥주 오백미리 하나를 잔소리 들으면서 산다 --;; 채소 3개 초코파이 1상자 아이스크림 한통 맥주 1 캔에 내 하루 일당이 훅 하고 나가버린다. 쩝.   

쇼파에 딱 붙어서 책도 읽고 티브이 보면서 놀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태국에 가시려고 이십만원을 쓰시겠단다. 그러시오 하고 끊었는데 괜히 짜증이 난다. 제사다 뭐다해서 이번달에 우리집에 드린돈이 이리되면 오십만원도 넘는데 좀 생각해주시지하는 괜히 야속한 생각이 든다. 편안한 마음으로 해드려야 효도가 된다는데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드리던 것들인데 내 살림이 나고 보니 괜히 속이 상한다. 한달에 한두번은 여기저기 다니시는 엄마인지라 신랑은 우리도 나이들어 장모님처럼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하는데, 두분다 한참 일하시는 시댁을 생각하면 슬쩍 괜스레 눈치도 보이고 하여간 마음이 복닥하다. 그런데 가만히 있는 신랑한테 결혼한 탓에 가고 싶은 전시회도 못가고 산에도 못간다고 소리한번 크게 쳐준다.. 왜? 모르겠다 --;;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바쁜 주말이다. 왠지 요즘 결혼하면 왜 어른된다고 하는지 조금 알듯도 하다. 쿨하고 거칠것 없던 내가 감정선이 아주 미묘한 인간으로 변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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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1-1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코코 앞으로 1년이에요. 1년간 대소사를 겪고 나면 어떻게 변신할 지 감이 잡힐 겁니다. 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11   좋아요 0 | URL
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어른이 되는걸까요? ㅎㅎㅎ
그 변화가 뭐든 쬐끔 무섭습니다... ㅋㄷ

Mephistopheles 2011-01-1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므하하하하하하(회심의 미소)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10   좋아요 0 | URL
매피님은 쪼꼬파이신가요 맥주신가요? ㅎㅎㅎ

개인주의 2011-01-1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11   좋아요 0 | URL
이 계속되는 웃음들 모두 같은 경험을 겪어오신걸까요? ㅎ

순오기 2011-01-1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전에 언니한테 "형부가 돈 많이 버는데 왜 이렇게 궁상떨며 살아?"라고 했었는데
내가 결혼해보니 그렇게 사는지 알겠더라고요.ㅋㅋ
그걸 알아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거 같더라는... ㅜㅜ
화장실 청소도 잘하고 설거지도 잘하는 신랑님.... 휘모리님 새해 소망에 응원합니다.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13   좋아요 0 | URL
아 순오기님이 음식물쓰레기 버리라고 했더니 더럽다며 비닐장갑까지끼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마지못해 끄트머리만 살짝 잡고 투덜대며 나가는 그냥반 뒷꽁무니를 보셨으면 제 새해소망의 간절함을 이해하셨을텐데 ㅎㅎㅎ

보석 2011-01-1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결혼 다시 축하드립니다.^^
결혼하면 다들 현실적이 된다던데 전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멋대로 사는 중..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1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제 생활은 그대로인데 주변의 요구들이 올라간듯합니다.

고마워요~ 새댁회동한번 해요 보석언니 ㅎㅎㅎ

루체오페르 2011-01-1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역시 결혼이 인생에서 참 여러가지 분수령인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겠죠.

휘모리님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15   좋아요 0 | URL
루체오페르님 그 입장에 서보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는 건 정말 불가능한거 같아요. 결혼을 해보니 결혼한 사람들이 이해가 되는 면이 많이 있네요.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요만큼 늘어났어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루체오페르님 추운날 건강하세요~

울보 2011-01-1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렇지요, 어른노릇한다는것 너무너무 힘들때 있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18   좋아요 0 | URL
저는 그대로인데 제 주변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어서 좀 신기해요. 이런저런 기대들은 적당히 져버리면서 살려고 합니다 ㅎㅎㅎ

차좋아 2011-01-1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 청소는 아쉬운 사람이 하는 법(퍽)ㅋㅋ

재밌어 보이는 풍경이에요. 아 보기 좋아요. 자주 써요 사진도 자주~~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18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매일 진검승부를 펼치면서 살아간답니다 ㅎㅎㅎ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많이 가진 신랑으로 변모시킬려고 노력중이예요 ㅋㄷㅋㄷ

잘잘라 2011-01-1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재밌는 신혼 일기입니다.

두 살 차이 나는 여동생이 있어요. 네 살 차이 나는 언니두 있구요. 언니때는 몰랐는데, 동생이 결혼하고 애 낳더니 저를 대하는 태도가 싹 바뀌더라구요. 결혼 전엔 나한테 꼼짝도 못하던 동생인데.. 아.. 어느 순간 '니가 인생을 알아?' 이런 눈빛으로 한참씩 쳐다보곤 한다는.. ㅋㅋ (꼴베기 싫여서 멀리 멀리 도망 왔지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22   좋아요 0 | URL
논리와 감성의 싸움이 제 안에서 일어나는 순간이 많은거 같아요.
논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왠지 섭섭한 마음이 이는 순간들이요.
혹은 제가 상대의 기대를 저버릴것 같은 순간들.
전에는 늘 그냥 제 논리대로 했는데 요즘은 두번에 한번 정도는 상대의 감정을 살피게 되는 순간이 오는 듯 하긴 해요.. 흠..

얼마전에 인터넷 새댁방에 누가 어떤 결혼을 한친구가 제일 부럽냐니까 압도적으로 결혼 안한 친구가 제일 부럽다가 댓글로 달리던데요 ㅎㅎㅎㅎ

hnine 2011-01-1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복잡한 심정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23   좋아요 0 | URL
hnine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왠 뜬금 ㅎㅎ

저는 매우 단순한 놈이거든요.. 본능에 충실한 짐승하고 마이 가까운.. 그런데 이제 사람하고 좀 가까워질라 그래요 --;;

마립간 2011-01-1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적극적으로 전시회 관람 동아리나 등산 동아라에 참여하는 것이 어떨지요. (직장이나 아니면 알리딘에서 모임을 만드시는 것도.) 주저 앉기 시작하면 바닥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까지 생기면...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25   좋아요 0 | URL
가는 산행팀도 있고 전시회도 그냥 가면 되는데, 집이 경기도로 직장과 멀어지니까 주말엔 자꾸 퍼질러 앉게 되네요. 올봄엔 꼭 운전 배우기부터 시작해보려구요.

herenow 2011-01-10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에잇 뭐 궁합은~" 이러시더니
이렇게 지지고 볶고 알콩달콩(?) 신혼생활에 돌입하셨군요.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ㅅ^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2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ㅎㅎㅎ

아직은 정상적인 제 생활이라기 보다는 임시비상상태같은 생활이예요.
뭔가 일정도 많고 변화도 많고. 이제 곧 평화의 시기가 도래하겠지요? ^^;;

비로그인 2011-01-1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약간 울음 섞인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늘 휘님 사는 모습은 재밌어보이고 잌사이팅 하게 보인단 말이죠 ㅎ~

후후..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28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제가 뭐든지 감정적이고 크게 반응해서 그런가봅니다.

사랑스런 바람결님 해피뉴이어~

라로 2011-01-1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저는 완전히 오이지군남편 편입니다..(뭔 커밍아웃,,,시기가 너무 안 좋았나?????????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28   좋아요 0 | URL
나비님 신랑이 이렇게 말했어요.
회사일보다 집안일이 더 힘들다고..
더 가혹하게 단련시켜주리라! 결심했답니다.
나비님이... 편이되어 주세요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1-01-11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쩜 태국 가신다고 20만원을 쓰시겠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어머니를 둔 님이 부러운 건지도 모르겠어요.

다시말해, 쿨하고 거칠것 없던 감정선을 가진 님은...어머니 덕이 아니었을까요?^^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3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환갑까지 정말 열심히 일하셨어요.
그러시더니 완전 자유로운 영혼이 어느순간 되셔서는,
매일 차를 타고 친구들과 어디론가 가세요...
생일엔 서로 장미꽃다발도 주고받고, 아침 6시부터 뭔가를 같이 해먹으며 어디론가 다니는 막강 6인조 할머니들이죠 =.=

저도 나이들면 엄마처럼 다정히 지낼 동네친구가 많이 있도록 지금부터 힘좀 써야겠어요 ㅎㅎㅎ

후애(厚愛) 2011-01-11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사시는 것 같아요.^^
저도 마트에 가서 초코파이 사야겠어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33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오늘도 사다놓은 과일 안먹고 쪼코파이 먹는다고 뭐라 한소리 하고 나왔는데. 후애님은 뭐든 많이 드세요.

카스피 2011-01-1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장보기가 너무 무서워요.눈도 오고 구제역이다 AI다 하니 고기나 달걀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를것 같아 겁납니다용^^;;;

무해한모리군 2011-01-12 08:41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정말 달걀이랑 두부가격은 늘 깜짝깜짝 놀라게 해요.
달걀은 백원주고 사먹었던거 같은데 =.=

참! 카스피님이 올려주시는 리뷰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같은하늘 2011-01-1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은 투덜투덜 말씀하시는것 같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저 행복해 보여요.ㅎㅎ
살다보면 다 알게되요.

무해한모리군 2011-01-13 17:1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혹시... 앞으로 더 나빠질거란 말씀!!! ㅎㅎㅎ

꿈꾸는섬 2011-01-1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 청소를 잘 하는 신랑...결혼할때 울 남편이 화장실 청소 하기 싫다는 저에게 걱정 말라고,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고 해서 맡겼는데 맨날 대충 물만 뿌리고 나오는거에요.ㅠㅠ
그래서, 결국 화장실 청소는 제가 해요.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1-14 10:29   좋아요 0 | URL
제 말이요. 뭐든지 시키면 그게 어렵나며 씩씩하게 시작하는데 결국 내가 해야된다는 ㅠ.ㅠ

따라쟁이 2011-01-24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우리.. 소주 한잔 할까요? -ㅁ-;;;

무해한모리군 2011-01-25 09:20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도 시끄러우시군요.
집도 없는 저는 전세비 인상소식에 가슴이 섬뜩합니다...
까짓 열잔도 못하겠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