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찌는 듯한 더위에 혓바닥이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날씨였더랬다.
신촌에 있는 '숨어있는 책' 분점에 파주에도 있다는 얘긴 진즉부터 듣고 있었고, 숨책의
까치님이 파주에 오면...~도 있고, ~도 있고...그야말로 휘황찬란한 환상을 심어 주시는
지라 휴가라고 별 할일 없던 나는 파주로 갔더랬다 

~도 있고..~도 있고..
정말 출판사란 출판사는 다 있더랬다...ㅎㅎ 문제는 ~에 해당하는 것이 출판사가 아니라
느긋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였고, 볼만한 문화 공간 이었으니....
그래도 출판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건물들은 실컷 보고 왔더랬다.  

전철을 타고 합정역까지 가서... 2번 출구로 나와 2200번 버스를 타니 파주까지 한 25분정도
걸렸다. '숨어있는 책' 파주 지점(?)은 김영사 건물 뒤에 위치하고 있다. 서점이지만 출판사로
등록되어 있단다. 파주 출판 도시는 출판사로 등록되지 않으면 입점이 안된다고 한다. (정말?)
뭐 내가 아는 출판사가 하나 더 늘었다는 묘한 감동?

도시는 전체적으로 깔끔해 보였다. 건물들은 획일적이지 않아 보기 좋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
면 숨어있는 면들을 보여주는 곳이 많아 신선했다. 디만, 휴가기간이기 때문일까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 많은 건물들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지만, 내가 만난 사람들은 정말
20여명이 되지 않는다.  

관광을 위해선지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을 많이 만들어 놓은 것 같다. 평일보다 오히려
주말이면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럼 평일엔?  뭐 별로 사람이 없다고 한다.
평일엔 사진을 찍으로 오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내가 이 건물 저 건물 돌아다니다 정말
기다란 망원렌즈를 들고 어깨에 멋진 문신을 한 남자가 기다란 다리의 여자를 찍고 있는 모습을
불 수 있었다.  

숨책에서 노닥거리다, 도시 구경 나간다니까 ... 까치님 한 마디 하신다.
돌아다니다 출판사 있으면 들어가서 방문기념으로 책을 달라고 하면 줄테니까 꼭 방문해서
책을 얻으란다. 흠 정말일까? 함 도전해봐?
처음이 어렵지 하면 될지도 모른다는 그러면서도 저거 놀려먹는 얘기가 틀림없을텐데..라는
확신으로 쳐다보다가.... 정말 출판사 방문기념으로 책을 마구 퍼주는 낭만이 최소한 이 도시
에는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에구.. 사실 출판업계의 재정 상태를 생각해 보면 이
얼마나 철없는 낭만이냐 말이다...) 

장난 반 기대 반으로 출판사를 기웃거렸는데... 뭐 대부분 여름휴가 중이고 1층은 텅텅비어
있엇다. 다행이다... 정말 시도했다가  여름에 살짝 쉬어 맛이 간 사람 되기는 싫었다.
결국 이 건물 저 건물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내가 아는 출판사가 나오면 다시 한 번
쳐다보고...그렇게 돌아다니니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결국 그날 난 사람보다 더 많은 건물들만 보고 온 셈이 되었던 것이다.  

찍은 사진을 본다. 음... 뭘 찍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건물들만 있다.
이거 전부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출판사 건물들인데...막상보니 건물과 출판사와 잘 연결이
안된다.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도시....
정비된 도시는 무슨 공단에 들어온 느낌이지만, 그 속에 배치된 건물들은 나름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을 좀 더 많이 보았더라면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으려나? 그래도 고요한 그 오후의 도시는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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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0-08-0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철이 아니라도 출판도시에서는 사람 보기 어려워요 ㅎㅎ
가끔 쇼핑몰이나 CF 촬영 때문에 오는 사람들 말고,
출판사 직원들은 다들 안에 꽁꽁 숨어 있어요 ㅎ

머큐리 2010-08-06 12:22   좋아요 0 | URL
아 이매지님도 이 도시의 어느 멋진 건물에서 일하고 계시겠군요..^^
부러운데요...ㅎㅎ

2010-08-06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8-06 12:22   좋아요 0 | URL
뉘규??

순오기 2010-08-08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9월 11일 양재동 출판사에 갈 일이 있어, 그 다음 다음날은 파주로 구경갈까 해요.
이틀이면 그래도 좀 많이 구경하지 않을까 기대중인데...

머큐리 2010-08-09 07:52   좋아요 0 | URL
저는 사람없는 도시를 구경했지만, 누님은 사람들 많은 활기찬 도시를 구경하길 바랄께요..^^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아시아라는 대륙의 넓이가 워낙 크다 보니 각 나라와 민족의 풍습이나 종교, 관습이 많이
틀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은 매우 낮은 상태가 아닌가 한다.
내가 접하는 아시아는 주로 동북쪽의 중국과 일본이고 이 두 나라는 근대 아시아의 역사를
공유하면서도 다른 이질성을 지니고 있는 나라들이다.

조금만 더 내려가 동남 아시아나 중앙 아시아쪽으로 보면, 내가 아시아에 대해 얼마나 무지
한지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아시아 민족은 아직도 미개하고 게으르며 못살고 더러운
나라들이다. 뿌리 깊은 서양에 대한 해바라기성 찬미 의식은 속물적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오히려 같은 역사적 시공간과 사건을 겪은 아시아인들은 차별하는 의식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아시아 리얼리즘'전은 근대 아시아 각 나라와 사회의 발전을 그림으로 보고
제국주의 침탈에서 독립까지, 독립 후 국가건설에 까지 각 나라의 당시 시대상을 비교
조명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문제는 '아는 만큼 보이는 그림'이 모르는 만큼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림을 감상하면서, 내가 느낀 건 아시아에 대해 나는 참으로 무지하고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베트남.....주로 동남아 국가에 대해서는 정말 무지
하다는 사실 하나는 똑바로 깨닫고 왔다.  

지식과 문화의 편중...그리고 편견...
이주노동자 문제도 그렇고 다문화사회에 대한 사회적 갈등의 문제도 그렇다.
서구의 시각이 아닌 같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많은 이주민들에게 관용없는 무자비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그런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그림... 좋은 기획이고 시도로 보인다.
다만, 중국 북쪽이나 중앙아시아의 그림들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고 할까?
아시아라는 대륙은 정말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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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0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곳엘 다녀오셨군요.

2010-08-06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6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린산책 2010-08-0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관심갑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려용^^

머큐리 2010-08-06 12:22   좋아요 0 | URL
기회되시면 한 번 보세요...^^

pjy 2010-08-0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시아에서 우리나라도 제대로 모르겠는데요~뭐 ㅡ,.ㅡ;
너무 서구와 일본식 역사관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 희안하게 백의 민족하면 우리나라보단 베트남의 아오자이가 더 많이 생각납니다^^;
솔직히 한복은 화려한 색이 먼저 떠오르는데요ㅋ
그냥 인상깊은 이미지에 따라 좌우되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머큐리 2010-08-09 09:53   좋아요 0 | URL
그말도 맞는데요..가만 보면 우리나라 작가와 작품들보다 서양작가와 작품들을 더 많이 알고 있는거 같아요...반성!!

비로그인 2010-08-07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느낌을 다 알진 못하겠지만 올려주신 감상기 덕분에 희미하게나마 마음에 인상이 남습니다. ^^

동양권도 옛날 옛적부터 자기 이름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었다면 좀 더 역사적인 그림들이 더 많이 남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고요.

머큐리 2010-08-09 09:5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
바람결님은 무언가 지적이면서 포근할 것 같은 이미지에요..ㅎㅎ
 
솔트 - Sal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냥 졸리언니 하나로 만족하련다...욕심부리면 벌 받을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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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8-0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졸리언니 ㅋㅋ

머큐리 2010-08-04 12:12   좋아요 0 | URL
졸리언니는 역시 짱!이었어요..ㅎㅎ

카스피 2010-08-0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예고편을 보면 쌈박하던데요^^

머큐리 2010-08-04 12:13   좋아요 0 | URL
쌈박한 면이 없지 않지요..ㅎㅎ 전체적인 구성이나 스토리는 별로라서요

Seong 2010-08-0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고편에서 원했던 장면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확장판을 낼려는 얄팍한 속임수인지...
ㅠㅠ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정미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정미경의 소설들은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근원적으로 고독하다고...
그 고독이 사회적 역사적 배경 속에서만 그런것인지, 아니면 실존적으로 그런것인지
아직 명확하게 파악되지는 않는다.
물론 자본주의적 소외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강하다고 하지만 (이 얼마나 남루한 표현
이란 말인가?) 글 속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어쩐지 존재적 고독감들이 물씬 풍겨서
단순하게 시대적이란 말을 하기가 꺼려진다.

그녀의 소설 속에서의 인물들은 무언가 갈망하면서도 그것을 결코 이루지 못한다.
설사 이룬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환상이며, 신기루이고 결국은 무자비한 일상과 자본에
갈리고 쓸려갈 일순간의 감정 같은 것이다.

소설들을 읽어가면서 차마 난 "아니야 삶은 이렇게 비루하지 않아" 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그런만큼 암울하다. 암울하면서 왜 정미경을 읽고 있는가? 

다락방님의 페이퍼에서 처음 본 그녀...
그녀의 글이 이렇게 어두울줄은 정말 몰랐다. 낚였다고 봐야 하는건지... 

그럼에도 그녀의 글에서 난 눈을 뗄 수 없다.
그건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 속 사람들의 고독과 단절과 절망과 희망과 일상이 너무
낱낱히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 속에 들어있는 자본주의적
속물성을 다시 한 번 아프게 찔러대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 속에서 나오는 인물들 속에서 나는 자신을 바라본다.
절망하고 비루한 삶에서 고통받으면서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미래에도
무언가 이루어질 것을 믿지않는 냉소 속에서... 내 다른 반쪽을 보는 것이다.  

언젠가 웃고있는 내 얼굴을 주름을 지적하던 사람에게 난 내 얼굴을 바라볼 수 없다고
더구나 지금 당신이 말하는 내 얼굴은 거을 통해서도 볼 수 없다고....말했다.
숨겨져 있는 나의 수많은 얼굴들.... 그 얼굴들의 한 조각을 그녀의 글에서 찾았다.
그래서 아프면서도 사랑스럽다. 고통스러우면서도 서늘하고 달콤하다.

이렇게 정미경이 이 더운 여름 나를 찾아왔다.
단순한 감상이 아닌 정말 철저하게 해부하고픈 이야기들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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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2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정미경의 작품이 우울하시다면 강석경의 작품은 어떨까요? 전경린 작품은요? 시간이 되신다면 두 작가의 작품들도 읽어보시고 정미경의 작품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 리뷰를 읽고 드는 느낌이..전경린 작품을 읽으면 색다른 후폭풍을 맞을 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감이 듭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구판절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가 살고 있는 방의 곰팡이 낀 더러운 벽에서 한 폭의 벽화를 읽어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 나릿빛 사진의 추억-10쪽

같이 여행 가서 찍은 필름을 맡길 돈도 없을 만큼 내가 어렵다는 걸 알고 여자는 처음엔 괜찮다고 말했고 좀 지나자 한숨을 쉬기 시작했으며 그 다음엔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리곤 했었다.
- 나릿빛 사진의 추억-11쪽

나는 누군가가 내 영혼의 자기장 깊숙이 들어오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랑 속에는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따스함, 열정, 몰입, 기쁨, 까닭 없이 터뜨리는 웃음소리 같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눈부심 속으로 들어가 보면 마치 빙산의 아랫부분처럼 거짓과 권태와 배신과 차가움과 환멸같은 것들이 수면 아래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다.
호텔 유로-55쪽

아아. 인생을 일천 번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이처럼 세상이 아름다우니까.
- 나의 피투성이 연인-94쪽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는 확실히 그런 순간이 있어. 사랑이란 어떤 것에 대해서는 너무 예민하게, 어떤 것에 대해서는 너무 둔감하게 만들어버리는 감정의 알러지 상태 같은 것이니까.
- 나의 피투성이 연인-109쪽

"필름, 내가 가지고 있을게요. 참, 제목이 뭐예요?"
두고 가면 버릴 것 같아서, 라는 말은 삼켜버렸다.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무슨 뜻이에요?"
"대부분의 우린, 별이 아니라, 스스로는 빛나지 못하는 차갑고 검은 덩어리에요. 존재란 스스로 빛날 수 없는 것.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만월도 되고 때론 그믐도 되고 그런 거 같아요."
-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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