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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정미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정미경의 소설들은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근원적으로 고독하다고...
그 고독이 사회적 역사적 배경 속에서만 그런것인지, 아니면 실존적으로 그런것인지
아직 명확하게 파악되지는 않는다.
물론 자본주의적 소외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강하다고 하지만 (이 얼마나 남루한 표현
이란 말인가?) 글 속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어쩐지 존재적 고독감들이 물씬 풍겨서
단순하게 시대적이란 말을 하기가 꺼려진다.
그녀의 소설 속에서의 인물들은 무언가 갈망하면서도 그것을 결코 이루지 못한다.
설사 이룬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환상이며, 신기루이고 결국은 무자비한 일상과 자본에
갈리고 쓸려갈 일순간의 감정 같은 것이다.
소설들을 읽어가면서 차마 난 "아니야 삶은 이렇게 비루하지 않아" 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그런만큼 암울하다. 암울하면서 왜 정미경을 읽고 있는가?
다락방님의 페이퍼에서 처음 본 그녀...
그녀의 글이 이렇게 어두울줄은 정말 몰랐다. 낚였다고 봐야 하는건지...
그럼에도 그녀의 글에서 난 눈을 뗄 수 없다.
그건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 속 사람들의 고독과 단절과 절망과 희망과 일상이 너무
낱낱히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 속에 들어있는 자본주의적
속물성을 다시 한 번 아프게 찔러대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 속에서 나오는 인물들 속에서 나는 자신을 바라본다.
절망하고 비루한 삶에서 고통받으면서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미래에도
무언가 이루어질 것을 믿지않는 냉소 속에서... 내 다른 반쪽을 보는 것이다.
언젠가 웃고있는 내 얼굴을 주름을 지적하던 사람에게 난 내 얼굴을 바라볼 수 없다고
더구나 지금 당신이 말하는 내 얼굴은 거을 통해서도 볼 수 없다고....말했다.
숨겨져 있는 나의 수많은 얼굴들.... 그 얼굴들의 한 조각을 그녀의 글에서 찾았다.
그래서 아프면서도 사랑스럽다. 고통스러우면서도 서늘하고 달콤하다.
이렇게 정미경이 이 더운 여름 나를 찾아왔다.
단순한 감상이 아닌 정말 철저하게 해부하고픈 이야기들을 들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