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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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름에 대한 편견부터 시작하자... '오현종'이란 이름을 봤을 때, 남성이라 생각했다. 아무런 이유없이 남자라고 생각했던 저자는 어여쁜 여성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위악적일 수 밖에 없는 20대 여성의 속물적(?)인 기록이다. 물론 속물적일 수 밖에 없는 배경은 맘몬이 다스리는 이 사회이고 그 속에서 바둥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그렇기에 속물들 앞에 "거룩한"이란 단어를 사용했을게다.  

88만원세대라는 새로운 세대론이 사회에 퍼지면서 20대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소설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물론 '88만원 세대'에 대해 많은 검토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20대가 사회를 뚫고 나오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에 대한 고민이 늘어난 것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김예슬의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가 20대가 선택한 이 사회에 대한 선전포고 였다면, 엄기호의 '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는 보다 20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 사회를 포용하고 거꾸로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20대에 대한 시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성세대나 20대나 속물로 살아가고 있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 사회의 구조 속에서 속물로 살아가지 않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소설속에서 나타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간 속물성의 차이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가이다.  

구조적 총체성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각 개인들의 인물과 상황을 보면, 계급적 분화에 따른 연대의 상실이 가장 눈에 보이는 듯하다. 더불어 과거에는 계급적 격차가 사회현실에 대한 개선과 타파로 이데올로기적인 동질감으로 승화되던가 확고하게 나뉘어져 버렸다면, 이 소설 속에서는 모두가 하나로 흐물흐물 녹아들어간다. 그곳에는 계급적 적대감이 아닌 그저 고단한 일상이 있을 뿐이다.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어가기 위한 욕망과 허영의 간극만이 맴돌고 있다. 거대한 사회에 대한 구원은 꿈도 꾸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주관마저도 갖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다.  

이렇게 말하면 엄기호씨가 비판한 486의 시선 그대로인 듯하다. 엘리트 의식도 없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는 20대의 상황을 위악적으로 그리면서도 밉지가 않은 것은 그들 자신도 그것을 탈출해야 할 어떤 것으로 의식하고 있다는 점일테다. 그럼에도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건 청춘이 가진 특권이라 생각해야 할 듯하다. 그런 방황 속에서 자신을 찾는다면 어쩌면 기성세대부터 내려오는 속물성을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그 방황의 결과물이 개인의 자기 인식으로만 고착되어버린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진행될 지 알 수 없을 뿐이다.  

세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간접경험으론 힘들다. 초반에 작가의 이름부터 선입관을 가지고 봤듯이 아직도 이 세대에 대한 이해는 선입관 투성인듯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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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1-15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잘 다니는 서재 중 하나가 20대 아가씨인데,
생각하는 자체가 맘에 들어요. 저보다 더 주관이 뚜렷한거 같아서 그것도 맘에 들고.

안 그런 분도 많겠지만, 저의 20대 초반은 혼란덩어리였죠.
홍대부여고를 나왔기 때문에, 매일 대학생들 데모하는 한가운데 있고,
토론 시간도 활성화되어 있었지만.. 참 무지했던 시기인거 같아요.
거기다 강성으로 외치면서 강요하는 몇몇 선배들 때문에 왜그리 진실이
진실이 아닌듯 들리는지... 조금 더 귀를 열고 제 의견을 피력할 환경이었다면
진실을 진실로 알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젠.

그나저나.. 현 20대는 참 어려운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머큐리 2010-11-16 08:06   좋아요 0 | URL
제가 볼때는 마고님이야 말로 생활에서 주관이 뚜렸해 보이던데요..ㅎㅎ

[해이] 2010-11-1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대 정말 힘들다는 말밖에는... 브로콜리너마저 2집 타이틀곡 "졸업"은 이미 들으셨죠?ㅋ

머큐리 2010-11-16 08:06   좋아요 0 | URL
출퇴근길에 열심히 듣고 있지요...^^

비로그인 2010-11-1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읽다 잤는데.. 머큘님 서재글에도 그 이름이 보이네요 ^^ 어제 책을 읽으며 때론 가까이, 때론 멀리감치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저는 20대를 지나온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그 시기가 아득히 멀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어쩌면 아득히 멀게 느끼고 싶은지도 모르겠고요..

머큐리 2010-11-16 08:07   좋아요 0 | URL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를 읽고 리뷰를 쓰고 싶은데...뭔가 가닥이 잡히지 않고 막막해 하고 있어요..
바람결님의 정갈한 페이퍼들은 항상 잘보고 있어요...^^

L.SHIN 2010-11-1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20대에 너무 생각없이 살았어요.
분명,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 같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 찾고 방황만 하고
아까운 시간을 흘려버린 것 같습니다. 죽도록 후회하고 있지요.-_-

머큐리 2010-11-17 12:17   좋아요 0 | URL
지금 재밌게 잘 살면 되지요...^^

도란도란 2010-11-18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머큐리님!^^ 알찬 서재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머큐리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리플 남기고가네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
 
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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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규정될까? 

어떤 사람을 규정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그 사람과 같이 지낸 사람들을 통하여 조명해 보는 것이다. 여러가지 면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단선적이고 획일적인 시선보다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면을 살핀다해도 살피고자 하는 대상이 온전하게 드러나는 것인가는 별도의 문제이다. 여러사람들의 기억이라는 것은 결국 그 사람들 만큼의 욕망을 깔고 들어가는 것이고 그 개별적인 욕망을 걷어 낸다고 해서 본질적인 사실이 과연 드러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일가족이 참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의 내면을 파헤치는 인터뷰 속에 피해자들의 과거 행위가 하나 하나 밝혀진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과거행위와 살인사건과의 직접적 연관이 드러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현상적으로 보이는 피해자의 일상과 성격이 사회적으로 그저 그런 평범함에서 개별적 성향의 확대로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살해당할 만큼의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시선에 있다. 자신의 독특한 성향과 감정과 상황에 따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자신의 욕망이 스며있다. 그 욕망의 진술에 따라 사실과 진실의 경계는 모호해져 버린다. 일어난 사실로 말하면 객관적이지만, 그 속의 진실에 대한 것들은 주관적이다. 여기에 소설의 묘미가 있다. 사실과 진실의 경계에선 사람들의 욕망과 기억의 틀어짐을 주제로 했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는 탁월함이 보여진다.  

'통곡'에서도 느꼈지만, 이야기의 전개와 더불어 들어가는 독백의 장치는 구성의 긴장감과 서술의 의아함을 자아내지만, 결론에 이르는 두 이야기의 합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더구나 이 소설의 광고처럼 충격적 반전이라는 말은.... 단순하게 선전용은 아니다. 정말 의외였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마지막이 인상깊은 책이다.  

더구나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욕망, 선망, 질투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사람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만든다. 일상의 관계 속에서 이러한 인간적인 요소들의 혼합이라고 할 때, 인간은 얼마나 비루하며, 또 얼마나 연악한 존재인지... 그럼에도 그것이 가장 인간적으로 보이는 것이 그저 연민으로 바라봐야 할 한계인 것인지 알 수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계를 가졌기에 위대해 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위대함의 저변에는 언제든 자신을 삼켜버리는 어두움을 가졌다. 그걸 망각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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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14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적'이라는 것과 연민 사이에서 망설이시다니...알흠다우시거나 여리신 듯~^^

머큐리 2010-11-16 08:05   좋아요 0 | URL
음..글과 사람은 자주 어긋나요..그게 문제인거요..^^;

라이너스 2010-11-1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로긴안하고 돌아다니다가 들어오게 되니 되게 신기하네요 ㅋ

머큐리 2010-11-16 08:05   좋아요 0 | URL
잘 지내고 있을거지? ㅎㅎ
 
유골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8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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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넬리의 소설 중 세번째 소설이고 헤리 보슈 시리즈 중에는 첫번째 읽은 작품이다.  

헤리보슈의 이름이 원래 히에로니무스 보스에서 유래되었다고 했을때 처음 들은 느낌은 엽기와
환타지였다. 그의 그림이 원래 그러했으므로... 그 그림을 보다보면 두려움과 끔찍함과 엽기적이면서도 무언가 끌리는 환상이 보였기 때문에 헤리 보슈시리즈를 읽으면서 기대했던건 그런것이 아닌가 했다.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이라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와 '시인' 뿐이었지만. 두 작품 모두 두려움과 끔찍함과 엽기스러움이 고루 갖춰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연하게 발견된 소년의 유골... 유골이 밝히는 일상적 학대와 소년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려는 헤리 보슈의 끈질긴 수사... 드러나는 진실과 거짓말...그리고 사건의 진상.
솔직히 뻔한 스토리에 뻔한 내용이다. 불우한 가정의 소년, 외로운 죽음과 그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는 정의로운 형사.  

이 뻔한 내용의 소설을 정신없이 읽은건 헤리보슈라는 캐릭터 때문이다. 외롭과 쓸쓸하면서도 조직내에서 원칙적인 자기 소신을 잃지 않는 형사. 자신의 불우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인간미를 잃지않는 캐릭터때문에 이 소설이 지루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미국이 그리 주창하는 가치관 중에 가정에 대한 가치관은 그만큼 가정이 많이 피폐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틀어진 가정속에 범죄나 사건이 일어나기 마련이겠지만. 그건 단순하게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인 경우도 허다하다. 복합적인 메커니즘이 드러나지 않고 그저 가정폭력이나 결손가정의 문제로 회귀시켜 버린다면 그것이야 말로 다른 진실을 회피하는 경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든다.  ( 이게 뭔소린지 나도 모르고 쓰고 있다....--;)

솔직히 캐릭터 말고는 별 재미가 없는 작품인데.... 다른 작품들은 다르다고 한다. 좀더 뒤져보면 나아지려나.... 아직 헤리보슈가 나오는 소설들이 많이 남았다는게 위안이라면 위안인 소설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내가 상상한 헤리보슈와 틀려서 그런가... 좀 심심했다는 생각이...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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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0-21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ㅠ.ㅠ
그래도 마이클 코넬리인데,별 세개면 너무 박한 거 아녜요?
(실은 별 세개 미만이면 리뷰를 안 쓰는 저도 두어달 리뷰를 미뤘습니다여.'속닥')

머큐리 2010-10-22 00:01   좋아요 0 | URL
박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심했어요..^^;

마녀고양이 2010-10-21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둥이 해리 보슈.
여기서는 로맨스 없나봐요? ^^

머큐리 2010-10-22 00:00   좋아요 0 | URL
왜 없겠어요...있어요..좀 허무해서 그렇지..ㅎㅎ

Forgettable. 2010-10-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해리보슈 좀 별로던데. 언제나 뭔가 꿍꿍이속이 있잖아요. ㅋㅋㅋ 일전에 하이드님이 동료애느느 없고 동료연애만 있다고 -_- 그래서 완전 공감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읽은건 overlook이었는데 내용도 좀 심심했어요. 심지어 끝까지 읽지도 못했다능ㅋ

쟈니 2010-10-2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좀 썰렁하지만 제목을 읽은 느낌을 쓴다면...

"처음만난/ 해리/ 보슈...."처음 만난, 해리씨 이것 좀 보슈 " 이렇게 제목을 읽었습니다.
(후다닥)
 
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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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고는 참 애증이 교차하는 작가다. 무언가 부족한 듯 하다고 느끼면서도 계속 읽어 나가는 걸 보면 애정이 좀 더 많다고 해야 하나?  일단 다른 작가들에 비해 망설임없이 책을 집어드는 걸 보면 그래도 많이 애정을 가지는 작가라고 해야겠다.  

그런 작가가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고 고백했다는 작품이고, 문예지 연재 후 8년 만에 '해금'되어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는 작품이라고 하니 어찌 솔깃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읽어야 할 게이고의 소설들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이 작품을 손에 들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들이 겹겹이 둘러싼 셈이니 우선적으로 읽어내려 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게이고가 "다시느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고백한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느껴지며, 도대체 이 책이 왜 해금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다른 작품에 비해서 과도한 성애적 표현이 있지만, 요즘 추세로 보면 그 정도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이 작품이 범작이라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다만, 좀 과장된 상찬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일 뿐이다. 여타의 추리 소설에서 보이듯 이중적 플롯은 정교하게 짜여져 있으며, 죽음을 앞에둔 사람의 절박한 마음과 원한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몇 푼의 보상금만 주어지면 양심의 가책따위는 사라져도 상관없는 현실적 냉정함도 잘 그려지고 있다. 우리가 흔하게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일상의 재난으로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일련의 심리적 통찰도 음미 할만하다.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사건이 갖는 의외성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그리고 그러한 의외성은 오히려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느끼지 못한 일들이 끔찍한 경험으로 재생될 때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 재생이 되지 않으면 무감각하게 그냥 묻혀지거나 사라지는 것이다. 대규모의 인간이 군집하는 도시에서 그런 무감각은 일상적인 일이고, 이러한 일상이 정상적으로 여겨진다. 

정상적 사회에서 일탈하겨 생명에 대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쳤을때, 그 공포를 느꼈을 때 오히려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어떻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가해자들의 행태는 여러가지로 나타나지만, 가장 인간적인 행태는 가장 광기에 찬 행태임을 이 작품은 드러내는 듯하다.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애도가 없는 이 사회의 행태 속에서 진정한 애도는 그 희생자의 삶의 의지와 공포를 그대로 인정하고 감싸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결국 공포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게이고는 나에게는 2% 부족하다. 닥치는대로 읽다보면 그 2%를 채워줄 작품을 만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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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4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10-15 14:04   좋아요 0 | URL
정말이요????^^

다락방 2010-10-1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2프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저 역시 그렇거든요. 게다가 [붉은 손가락]같은건 좀 찜찜하기도 하더라구요. [회랑정 살인사건] 이랑 [11문자 살인사건]은 재미도 없었고.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도 게이고라면 또 그냥 부담없이 읽게 돼요. 그런데 이 소설이 게이고가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라고 한 책이로군요! 이제 게이고 읽지말까, 하던 참이었는데 또 이 리뷰를 읽고보니 이것만 읽을까 싶어지네요. 흐음.

머큐리 2010-10-15 14:06   좋아요 0 | URL
오히려 다락방님이 페이퍼를 쓰신 모든 책들이 저를 유혹하고 있어요..꾹 참고 있는 중이죠..^^ 락방님 따라가가단 가랑이가..ㅎㅎ

뭐 읽으셔도 무난하실 겁니다. 나름 에로틱하기도 하구요..^^;

다락방 2010-10-15 15:12   좋아요 0 | URL
에로틱.....강한 한방이군요!

다락방 2010-10-19 16:06   좋아요 0 | URL
이거 땡스투 들어온거...저에요, 머큐리님. ㅎㅎ

머큐리 2010-10-19 22:31   좋아요 0 | URL
땡스투에요..^^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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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렸을 때 잠시 기르던 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어른들 보양식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애완동물에 대한 기대는 진작에 접어 버렸다. 그때는 자그만 마당이라도 있어 애완동물을 기를 만 했지만 지금의 도시환경은 애완동물들에게 감옥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자기 자식도 기르기 버거워하면서 애완동물에게 신경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생명체를 기른다는 것은 그 생명체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렇지않고 그저 유희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그건 생명체에 대한 오만이고 독선이 된다. 인간과 동일하게 대화하지 않더라도 인간과 정서적 유대를 느낄 수 있는 애완동물은 어쩌면 다른 인간보다 더 인간을 위로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마리여사의 가족으로 나오는 동물은 고양이와 개이다. 고양이와 개는 오랜세월 인류와 함께 했던 동물이고, 어쩌면 인류와 함께 진화하고 있는 대표적 동물일게다. 그러나 사랑의 그늘도 커서 버려져 살폐기되는 대표적인 동물이기도 할 것이다. 버림받은 동물들...마리여사의 가족은 이렇게 버림받은 동물들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한다. 버려진 고양이와 개를 집으로 데려와 기르면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들은 마리여사의 독특한 유머와 함께 생생한 그림처럼 선명하게 다가온다. 마리여사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동물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보다 더 친밀한 동물들이 있으니 마리여사에게 인간수컷이 필요할리가 없을 것이다.  

인간은 때때로 잔인하고 지혜에 비해 무책임한 편이다.
지구의 환경을 가장 좀먹고 있는 것이 인간이고 지구와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는 동식물을 없애는 것도 인간이다. 언젠가 지구가 하나의 생명체라면 이 지구를 내부에서 파괴하여 끝내 죽이는 바리러스같은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같은 생명의 기원에서 파생된 생명체를 절멸시켜 스스로를 파괴하는 생물이 인간은 아닐까? 

소소한 일상이 재미나게 그려져 있고 마리여사의 동물에 대한 애정은 의심하지 않지만,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마리여사처럼 인간수컷 보다 동물들을 더 좋아하지도 않으며, 마리여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은 이 에세이에 간간히 나오는 수많은 동물들의 불행에 대해 위로를 주지 못한다. 일본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마찬가지일테고 유행처럼 동물을 기르다가 무책임하게 방기하는 인간들은 얼마나 많은가? 농촌이라면 몰라도 도시라는 공간은 이미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기 어려운 공간이 아닐까? 도시라는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동물들은 또다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것이 거세든, 성대수술이든... 어떤 형태로든 인간에게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들과의 유쾌한 일상과 유머가 돋보이는 에세이에서 난 왜 어두운면만 보고 있는지... 그래도 동물들과 애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인간은 그렇지 못한 인간보다 아름답다. 마리여사만큼은 아니지만 개와 고양이와 고슴도치를 기르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친구의 집이 어수선하지만 무언가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던건.... 인간은 역시 다른 동물들과 함께 살아야 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마리여사의 글을 읽다보니 나도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어졌다. 다만 그 책임에 대한 자신은 아직도 생기지 않는다. 좀더 나이가 들면 책임감이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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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0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길러보면 책임감이 생겨요~ㅋㅋ

머큐리 2010-10-03 00:15   좋아요 0 | URL
아니 주무시지 않고 서재를 돌아다니시다니요~~

비로그인 2010-10-03 00:24   좋아요 0 | URL
오늘 초딩 반창회하고 들어왔는데...갑자기 서재가 궁금해서...푸히히~
그런데, 내가 서재 돌아다니는 게 어느덧 낯선 풍경이 되었어요, 응?

Alicia 2010-10-03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때때로 잔인하고 지혜에 비해 무책임한 편이다'
참으로 공감가는 한 마디네요.^^


머큐리 2010-10-04 11:25   좋아요 0 | URL
그 대목이 제 얘기라...^^;

양철나무꾼 2010-10-03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못하니까, 어린왕자의 '길들인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명언으로 고착될 수 있었던 거겠죠~

리뷰가 참 좋아요,책 속에 머물지 않고 일상으로까지 눈을 돌릴 수 있게 해주셔서...

머큐리 2010-10-04 11:26   좋아요 0 | URL
어린왕자 읽을 땐 그 얘기가 당췌 뭔 얘긴지 몰라서..어리둥절 했다는 말이죠..^^;

순오기 2010-11-1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이네요~ 축하축하!!
마리 여사처럼 인간 수컷을 필요로하지 않는 여자 사람이 많으면 안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