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중독성있는 작가이고..매번 무언가 부족한 듯 느끼면서도 손에 들면 탐독하게 만드는 작가
이기도 하다. 초기 소설인 듯 한데... 이 작품도 속도감있게 진행되면서도 무언가 미진한
느낌을 준다.  

애인의 죽음 뒤에 무언가 사건이 연루되어 있음을 느끼는 추리소설가 주인공은 애인의
죽음뒤에 가려진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살인 사건은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피해자는
요트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가 조난당한 후 구조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임이 밝혀진다.
11명 중 1명이 사망한 조난사고... 생존자의 죽음.... 그 때 무슨일이 벌여졌는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는 고립된 공간에서의 치밀한
알리바이와 죽음. 그리고 살인사건의 발단이 된 조난 사고에서의 진실과 그 진실 밑에
보이는 잔혹함이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이다.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다. 추리소설은 형식적 관계만이 아닌 그
내면의 진실에 접근했을 때에야 마지막 장을 덮는 묘미가 있다.
구조는 치밀하게 설정되었지만, 뭔가 캐릭터의 힘이 좀 약해 보이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는 사건의 내용이 '고백'과 상통하는 점이 있는데...
그냥 무난한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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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4-0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문자'라는 것은 사건과 어떤 개연성이 있는 건가요?
일종의 단서인가요, 아니면 범인이 의도적으로 흘린 것 혹은 실수인가요?
아니면 단순히 11명의 피해자의 숫자와 같다는...그런 단순한 논리인가요...-_-

전 머큐님의 심정 이해해요.
정말, 정말, 뒷통수를 후려칠만한 사건을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날 때의 그 갈증이란!

머큐리 2010-04-06 16:00   좋아요 0 | URL
나중에 정말 뒷골 잡는 추리소설 좀 추천해 주세요..ㅎㅎ

L.SHIN 2010-04-06 21:42   좋아요 0 | URL
아, 취향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뒤통수 제대로 맞은 소설이 있긴 하죠.
Death Note의 another note인 셈인데, [BB 연쇄 살인 사건]

그리고 [나는 살인한다]도 반전이 있지만(전 반전을 좋아합니다, 웃음),
소설 2권째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범인을 눈치챌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정작 저는 추리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군요.-_-

이매지 2010-04-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중독성 있는 작가지만 어딘가 아쉽죠;

머큐리 2010-04-06 16:00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그런데도 왜 꾸준하게 읽게 되는지...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4-0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케릭터들이 밍숭한듯 해요.

머큐리 2010-04-06 15:59   좋아요 0 | URL
가가 형사 시리즈는 아직 못 읽었는데 것도 캐릭터들이 좀 그런가요?

무해한모리군 2010-04-06 17:58   좋아요 0 | URL
네 ^^
 
암흑 동화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잔인하면서도 무언가 애잔한 이야기를 읽은 느낌? 한 바탕 악몽을 꾸고 나서 그것이 단순한
꿈이기에 무언가 안도하는 그런 느낌.  

서두에서 시작하는 까마귀와 눈을 잃은 소녀의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와 평행으로
사고로 눈을 잃은 소녀와 눈을 이식받은 후 '이식 받은 눈'으로 부터 다른이의 추억을
보게되는 기이한 연관성... 동화와 현실이 뒤섞이고 현실마저 동화처럼 꾸며지는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마치 한 편의 꿈과 같다.

사고로 눈을 잃은 소녀는 기억마저 잃어 버린다. 동일한 신체와 이름을 가진 낯선 육체에
갇힌 소녀는 오히려 이식받은 눈으로 부터 오는 기억을 더 사실감 있게 느끼고, 소녀의
가족은 낯선 그녀를 대하는 것이 점점 어색해 진다.
조금 철학적인 문제 !  
나를 '나'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의 동일성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무엇
일까? 기억의 문제는 여기서도 중요하게 대두된다. 그 기억의 동일성이 끊어진 순간 소녀는
방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그녀가 아니었으므로....
그때 그녀에게 구원을 준 것이 바로 '이식받은 눈'에서 흘러 나오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은 때론 아름답고 때론 잔혹하다.
동화처럼 간결한 이야기 속에 추리 소설에서 나오는 기법도 흥미롭다. 연관된 사람들과의
인연도 따뜻하다. 이 소설의 장점은 극단적으로 잔혹하면서도 따뜻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쩌면 '암흑동화'일지 모르겠다.

기억과 존재와 인연과 동화가 기묘하게 공존하면서 사람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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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왼손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서정록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구판절판


<고려할점>: 누구든 원하는 것은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얼른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러나 그 심리적 효과는 매우 크다. 오티에님이 말하는 것처럼 17세에서 35세 사이의 모든 사람들이 '해산에 매여 있다는 사실'은 역으로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다른 세계의 여성들처럼 생리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완전히 '출산에 매이는'일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부담과 특권을 거의 동등하게 나누어 갖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선택에 대해 똑같이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세계 남성들처럼 그렇게 자유로운 남성은 하나도 없다. -132쪽

<고려할 점>: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해 정신적, 성적 관계에 매여있지 않다. 행성 겨울에 오이다푸스에 관한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132쪽

<고려할 점>: 상대방의 동의없는 성교나 강간은 없다. 인간 이외의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성교는 상호욕구와 동의가 있어야만 이루어질 수 잇다. 그렇지 않은 경우 관계는 불가능하다. 물론 유혹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시기적으로 아주 적절해야 한다. -132쪽

<고려할 점>: 이른바 인간성에 대한 강한/약한, 보호/피보호, 지배/순종, 주인/노예, 능동/수동 따위의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고를 하는데에서는 이원론에 대한 경향은 강한 이곳에서는 그 정도가 낮거나 둔화되어 있는 듯하다-132쪽

<최종결론>: 여러분이 게센인을 만난다면 남자와 여자가 있는 양성사회에서 하듯 행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같은 성 또는 반대성 사이의 양식화된 즉 남녀간의 상호작용을 기대하고 그들에게 남자 또는 여자의 역할에 상응하는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적, 성적 상호작용이 보여주는 그러한 양상은 이곳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타인을 남자와 여자로 보지 않는다.-132~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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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3-1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둠의 왼손을 읽으셨군요.이거 재미있으셨으면 황금가지에서 나온 르귄 3부작을 추천드립니다.
어듬의 왼손에서 나오는 게센인은 양성인이죠.근데 얼마전에 신문을 보니 영국에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인(이분 원래 남성이셨는데 여성으로 성 전환했다가 이것도 아닌가 싶어 중성인으로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죠)이 나왔다고 합니다^^

머큐리 2010-03-23 10:32   좋아요 0 | URL
황금가지에서 나온 르귄 3부작은 뭔가요?
 
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벌써 2년이 지나간다.
아직도 광장은 열릴 기미가 안보이고, 그저 기만(?)적인 행사의 진행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광장을 찾기 위한 청원서명은 어찌되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87년이 내 젊은 시절에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면, 2008년은 청춘의 빛을 잃어버리고
사회에 찌들어 산 중년에 다시 한번의 각성을 던져 주었다.
20년 이상 벌어진 그 세월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난 이 사회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촛불의 의미와 상징에 대해서는 무수한 담론이 오고갔고, 거기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그것이 미친 사회적 여파는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촛불집회 이후에 벌어진 폭력에 관한 성찰,
용산사태 이후의 대응, 4대장과 복지문제, 공공서비스의 사영화 반대, 민주주의와 헌법, 언론 
장악문제, 냉전적 이념문제 등...촛불의 이 사회에 던져준 의미는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도 현재 진행형인 이 초유의 사건에 대한 직접적 문학적 형상화가 본격적
으로 등장했다. '캔들 플라워'는 이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의 저자는 시인이다. 시를 모든 문학 중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개인적 편향때문에
그리고 시인에 대해서라면 여전히 무관심한 둔한 신경때문에 '김선우'란 시인에 대해서는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그녀는 시외에도 소설을 쓴 경력이 있고 이 소설은 그녀의 두번째
작품이라는 것이다. 시인이 쓴 소설이고 소재 자체가 현실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게는 필연이었다.  

촛불은 통해서 나는 청소년을 20대의 청춘들을 새롭게 인식했으며, 이 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
역시 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이다. 더불어 내가 거쳐온 인생의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잘 이해하
지 못하는 삶들이었다. 물론 우석훈을 비롯한 사회학자들이 설명해 놓은 세대론으로 어느정도
이해의 틀을 갖춰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예전의 민중문학 또는 민족문학이라는 것이 있었다. 현실의 삶에 대해 문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으로 현실 속에서 투쟁하는 민중들의 삶을 그대로 문학속에 녹여야 한다는
문학이론이었고, 이에 따라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창작되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사회주의
몰락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발흥으로 점차 사라져 가고, 문학을 통해 무언가 사회적 진실을
외친다는 이론은 점차 사그러져 가고, 추상화되었고 이젠 구식으로 변형되어 버렸다.
물론 여전히 그러한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지만..어느 순간 그렇게 변해버린 것이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촛불이 그 격동의 시간에 표현된 모든 촛불을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전형화된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촛불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을 대표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촛불이 외친 몇가지 문제점과 그 해결에 대한 서사는 적지 않은 공감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촛불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 공감하지 못하고 조금 황당하다
생각되는 부분들도 분명하게 있다. 그러나 그건 개개인의 경험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건 이 경험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출간되고 공유되고 토론되고 공감되어야 한다는 것
이다. 거기에 첫발을 디디며 사그라져 이제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만 있던 그때의 경험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제 다시 이야기 해야 한다. 이론이 아니라 삶의 모습으로....그래야 문학이
의미있는건 아닐런지...
물론 현실을 반영했다고 해도 이 소설이 80년대식의 민중문학과 동일하지 않다.
세월은 문학적 참여의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이건 그냥 느낌!) 
그래서 조금 아쉬웠던 것인까?? 아직까지 젊은 작가들의 상상을 따라가기 버겁다.
아직까지 민중문학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년의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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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주인공은 변호사다.
변호사란 직업은 어디선 선망받는 직업일게다. 전문가 중에 전문가의 이미지가 팍팍 느껴지는
그런 직업이란 얘기다. 더구나 변호사가 링컨차를 몰고 다닌다면 사회적으로 꽤나 성공한 변호
사일게다. 그러나 소설에서 주인공은 주로 형사사건 중에서 죄질이 안좋지만 돈이 많은 사람을
변호하고 그것으로 부를 축적한 별로 훌륭하지 못한 변호사인 것이다.  

이 책이 그저 그런 추리소설을 범주를 뛰어 넘는 이유는 단 하나.... 미국의 형사소송 체계에
대한 모순을 집약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스토리는 허구이되 그 스토리를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은 극 사실주의적이란 얘기다.
여기서 소송은 정의를 실현하는 제도가 아니다. 다만, 게임인 것이다. 상대방을 이기기위한
법률의 농단.....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미국의 소송제도인 것이다.  

주인공의 꿈은 재판까지 진행되면서, 거액의 수임료를 건네줄 수 있는 의뢰인이고 마침 그
의뢰인을 구한다. 더구나 의뢰인의 죄는 무죄인 것 같아 보이고.... 범죄를 저지른 인간보다
무죄인 인간을 변호하기가 더 어려운 미국의 사법체계... 무죄인 사람에게 협상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증거 다툼에서 보여지는 논리 공방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러나, 무죄로
생각한 의뢰인은 전혀 다른 사람이고.....  

주인공의 모순은 단순하다. 언젠가 정말 억울한 피해자를 변호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 미국이란 나라의 구조적인 문제는 사실
주인공의 바램을 실현시키기 힘들어 보인다. 법망의 허술함을 통해 범죄자를 구원하며
그것으로 거액의 돈을 버는 변호사의 꿈이 무죄변호라는 사실.... 그건 미국이 아직은
정의를 요구하는 사회라는 희망에 불과하다.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이고, 그럼에도 마지막 헐리우드식 정의 실현은 어딘지 어색하긴 하다.

스릴러는 기본, 거기에 미국의 사법제도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보너스까지 챙긴다면
이 책이 그저 그런 추리소설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치밀한 조사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기에 단순한 추리물로 격하된다면 아쉬운 책이지만, 허리우드식 결론은 마냥 허무
하다. 어쩌겠는가? 그는 미국 태생은 매우 미국적인 소설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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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2-0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법률제도를 보면 이건 뭔가 싶습니다.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니. 그래서 OJ 심슨 같은 판결도 나오나 봅니다. 저도 마지막은 좀 웃길 정도로 정형화된 면이 없진 않았지만, 내용을 워낙 탄탄히 써서 재밌게 읽었던 것 같아요^^

머큐리 2009-12-02 09:52   좋아요 0 | URL
코넬리 소설 속에서는 그런 미국의 법제도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