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비행 -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금정연 지음 / 마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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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책을 읽고 맛깔스럽게 서평까지 써 째끼면서 자신을 삼류라 칭하는 금정연의 글을 읽게 되었다. 이미 책을 읽지 않아도 읽은 척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남이 쓴 서평을 훝어 보는 방법이 나름 인정된 방법인지라 서평을 즐겨 챙겨보는(?) 편인데.. 스스로 생계형 독서가의 글은 여타의 다른 글과는 다른 쫄깃함이 있다.

 

그건 아마도 그가 생계를 위해 글을 써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고, 한때 어딘지는 몰라도 (겉 표지에 알라딘이라고 나와 있군) 인문분야 MD 출신이라는 점 때문일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책과 가장 가까이 지내면서도 독서는 독서고 일은 일일뿐인 세상을 겪어 나오면 이런 쫄깃한 생계형 서평이 나오는 모양이다.

 

금정연의 서평이 얼마나 좋으냐면... 내 경우 서평을 읽고 책을 골라서 보는 경우가 간간이 있긴 해도 이 책에서 다룬 책들을 모두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은 처음이다. 그가 펼쳐 놓은 향연에 얼마나 동참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지와 상관없이 그냥 그렇다는 거다. 그렇게 한참을 낄낄 거리면서 고개를 주억이게 하는 서평의 향연이 펼쳐져 있다.

 

어떤 작품에 대해서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 책을 읽고 난 후의 자신의 변화(?)나 감상만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그거야 책을 분석하는 것이 서평일지 몰라도 그 책을 읽고 변화하는 것이 진정한 서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묘하게 맞아 가는 감상이 일품이다. 심지어 금정연식 글쓰기를 한번 시도해 보고싶은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이 저자가 글을 쓰며 날리는 풍자와 조크를 따라잡기는 버겁겠지만... 어쩌겠는가 이런식의 서평을 하나 정도는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치솟는 걸...

 

남들이 뭐라하건 난 이 책을 통해 서평을 다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책이 부족하고 그 깊이가 부족해도 오히려 그게 새로운 시각이 되는 서평을 낄낄거리며 농담하듯이 차곡차곡 쌓아두고 싶은 것이다.

 

이제 쌓아둔 책도 모자라서 서평까지 쌓아가고 싶은 욕망을 부추키는 이 시대 생계독서가이자 매문가인 금정연을 원망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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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01-1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정연님은 글을 정~~~~~말 잘쓰죠?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머큐리 2015-01-14 11:13   좋아요 0 | URL
금정연님 글 만큼 보고싶은 휘모리님...ㅎㅎ
잘 지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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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지를 보니 출간 일주일에 100만권이 팔렸다는 광고가 떡!

뭐 워낙 인기있는 작가이기도 하고 광고에서 말하는 반전의 반전이야 말로 추리소설의 묘미이니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가 기본 신뢰가 있고 판매 실적도 호조라고 하니 어느 정도 장르소설의 품질은 담보하지 않았겠냐는 추측이었다. 역시 반전 있는 작품이었다. 나의 모든 추리와 추측을 일거에 뒤집어 버리는...


소설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의료병원에서 정부에서 인가하지 않은 생체병기를 개발한다. 물론 내부자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생체병기가 사라진다. 범인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요구하고, 생체병기를 숨겨 놓았다는 증거로 사진을 몇장 보내는데...단서는 눈 쌓인 오는 산의 나무에 걸려있는 테디베어 인형...  나무 밑에 밀폐용기에 생체병기가 있다. 이것을 찾지 못하고 봄이 되어 온도가 10도까지 올라가면 밀폐용기는 깨지고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타날지 모른다. 

병원내부에서는 문제가 커지질 바라지 않고 내부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나 범인이 갑자기 죽어버린다... 자 이제부터 게임은 시작된다. 경찰은 물론 아무도 모르게 생체병기를 회수하느냐 ? 일이 커져 관련지들이 문책당하느냐? 최악의 경우 문제의 바이러스 방출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생기느냐?


의외로 소설은 소박하다. 막강한 능력을 가진 첩보원이나 치밀한 공작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능력이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구성이 치밀하다거나 반전자체도 감탄사를 터트릴 정도는 아니다. 그냥 좀 심심했다고 할까? 


어떻게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건지 몰라도... 아니 일반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그마한 힘을 보태어 진짜 크게 벌어질 사건을 잘 막아서 베스트세러가 된건가? 

뭐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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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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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미여사의 책을 보면서 즐겁지만 무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소설은 일단 무겁다는 점. (내용도 그렇고 책 두께도 그렇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 답게 사회의 어두운 면을 애정을 가지고 그리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다른 커다란 범죄사건에 비하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도 사건과 연관된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깨닫게 하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미미여사의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이 작품은 미미여사의 대표작인 '이유'의 확장판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소설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한 소년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학교에서 추락하여 사망한다. 조사와 탐문 결과 이 소년은 학교와 사회에 대해 비관적이었고 이를 자살로 표현한 것으로 나타난다. 어쩌면 필요악으로 존재하는 학교시스템의 구멍으로 수시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익명의 투서로 인해 살인사건으로 번지면서 학교는 혼란으로 빠져든다.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한 학생의 죽음은 우선 당사자의 가족과 그 교유들, 학교 관계자, 경찰들, 매스컴... 순차적으로 파장을 넓혀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이 죽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고 알 수도 없다. 더구나 살인사건으로 소문이 번지면서 살인용의자로 지명된 학생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맹목적인 증오는 점점 학생들 사이에서 뭔지 모를 불안으로 번져가고.. 추가로 사고지만 사건과 연관되었다고 추정하는 학생의 죽음은 점점 더 사건을 미궁으로 이끌고 간다.

 

이 소설에는 사건을 풀어내는 강력한 인물도 나오지 않고, 사건을 초월한 초인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사건의 여파로 인하여 자신의 사고와 생활이 급격하게 변해버린 중학교 학생들이 스스로 사건을 풀기 위해 재판의 형식을 통한 진실 밝히기에 도전한다.

 

불량학생이고 타인에게 민폐만 끼치는 인간이지만 살인 혐의를 받는 학생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보겠다는 학생들의 의지와 그것을 지지하는 선생과 반대하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갈등... 그리고 전혀 엉뚱한 곳에서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

 

인간은 나약함과 함께 그 나약함을 이겨내는 강인한 무언가가 있다. 미미여사가 그려내는 그 나약함과 강함은 하나이다. 무엇이 그것을 규정하는 것인가는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한 특성에 있다. 그럼에도 그 특성은 각각의 성격에 좌우되며 그 성격을 얼마나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는가는 작가의 역량이다. 이 점에서도 등장인물이 많은 이 소설은 입체적으로 인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풍부한 자원같아 보인다.

 

다만, 중학생들치고 너무 수준이 높아서...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내가 이미 꼰데가 되어 버려서 그런걸까? 요즘처럼 더운 여름날에 서늘한 한기를 던져준 반가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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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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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서 성공하고 싶은 야망에 불타는 젊은이가 있다. 이미 한차례 성공을 맛보았고 두번째 소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에 부딪힌다. 첫번째 작품이 성공한 후의 부담감 때문인지 두번째 작품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여행도 다니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으며 창작에 대한 영감을 얻으려 했던 마커스 골드만은 자신의 대학 스승이자 소설을 쓰도록 가르침을 준 위대한 소설가인 해리 쿼버트에게 조언을 구하러 간다. 그럼에도 창작에 대한 문제를 풀지 못하고 뉴욕으로 돌아온 마커스는 스승인 해리 쿼버트에게 놀라운 사건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참 밋밋하게 줄거리를 쓰고 있지만... 이 책은 여러가지로 경이롭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후반부로 진행되면 될 수록 반전에 반전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그 반전이 각 인물의 캐릭터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특히 마지막 해리 쿼버트가 가진 진실에 이르게 되면... 그냥 감탄사만 터진다.

 

헤리 쿼버트의 정원에서 시체가 한 구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해리 쿼버트의 사랑과 작품에 대한 창작열과 허영에서 출판계의 뒷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사건과 함께 잘 엮여져 나간다. 살해당한 소녀 놀라와 그와 관계했던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 과거와 현재 대담과 새로 쓰는 소설이 교차하면서 사건에 대한 진실과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그와 더불어 마지막 결론은.... 아....

 

글쓰기는 훈련밖에 없다는 것은 사실일터다. 이 책이 가지는 미덕은 결국 창작자가 어떠한 마음으로 창작에 임해야 하는지 그리고 산출된 창작물이 작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배경 속에서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배치를 절묘하게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단하게

잡으면 놓지 못하고... 끝나는 순간 감탄과 한숨이 교차한다고 해야 하나? 특히 마지막은 정말 반전 중의 반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스러운 책... 허위가 가식을 덜어내면서도 끝까지 허위를 유지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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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06-27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긴책을 계속 긴장하면서 읽게되서 놀랐어요. 이야기꾼 ^^*

머큐리 2014-06-30 11:42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에 정신없이 빠져든 책이었어요~~ㅎㅎ

루쉰P 2014-07-23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렇게 재밌나요 음...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 ㅋ

머큐리 2014-07-24 12:28   좋아요 0 | URL
읽어도 후회하진 않으실 듯 합니다~~^^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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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제각기 자기가 읽고 싶은 것만 읽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 20년지기 친구들과 사소하고 별스런 일도 여러 분쟁을 겪고 나서 느끼는 생각이다. 처음의 분란을 확인하고자 시도하면 어느새 새로운 분란으로 번져버리는 사태(?) 앞에서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참으로 많은 곡절이 생김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눈에 밟히는 구절들이 그렇다.

대부분 미국으로 이민온 인도인이거나 인도인 2세로 자라난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어딘가 뿌리 뽑힌 불안정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가족이 있다. 아니 가족이라는 끈끈한 인연의 굴레가 있다고 해야 하나?

 

이미 저물어 버린 가족 이데올로기를 새삼스러 다시 펼쳐 보이는 건 아닐테고, 어쩌면 인도에서 뿌리뽑혀 미국으로 이민와서 가족과 함께 이질적인 문화를 버텨내면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가족이 전면에 대두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어느 누구도 가족의 품안에서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거나 가족이기에 어쩔 수 없는 애증을 갖고 살아야 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길들지 않은 땅'에서 부인과 사별하고 딸의 집에 방문한 아버지는 딸과 함께 살아야 할지 홀로 살아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딸과 몇일 보내고 나서 자신이 결코 가족의 굴레로 다시 엮이고 싶어하지 않음을 발견하다.

 

 

 

그는 다시 가족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복잡함과 불화, 서로에게 가하는 요구, 그 에너지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딸 인생의 주변에서, 그 애 결혼 생활의 그늘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잡동사니로 가득 찰 커다란 집에서 사는 것도 싫었다. 그동안 소유했던 모든 것, 책과 서류와 옷가지와 물건을 최근에 정리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어느 시점까지 규모가 불어난다. 그는 이제 그 시점을 넘겼다.    

 

결혼 생활이라는 건 어쩔 수 없이 나빠진다는 사실에서 딸을 보호하고 싶었다. 결과를 보면 그가 두려워했던 것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가족을 이루는 일 자체, 이 땅에 아이들을 낳는다는 자체가 때로 만족감을 주는 만큼 애초부터 어딘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건 그저 노인네의 , 이제는 아이처럼 되어버린 노인네의 생각일 뿐이다.

 

물론 가족이 무조건 경원 시 되는건 아니다. 분명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럼에도 때때로 엄습하는 단절감은 애매한 구속을 낳고 있다. 오히려 그 사람이 완전하게 지워질때 비로소 그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을 가족이라는 굴레에 넣어도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도록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도 어쩔때는 가장 어려운 사이에 대한 이야기들은 고향이 아닌 타항의 생활에서 더욱 커지게 된다. 인도 고유의 전통을 지켜야 했던 1세대와는 다르게 미국적 정체성을 애타게 갖고자 하는 2세대의 갈망은 단순한 세대차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인도인 뿐만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땅에 정착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인도 특유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인도 특유의 정서라... 왜 나는 이런 표현을 하는 걸까?

 

가족이란 어쩌면 '그저 좋은 사람'들의 모임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 불안한 가족의 틈에 무언가 연결되어 있는 정서가 이 책이 주는 미덕일테다. 그 정서를 무어라 표현하지 못하겠다. 경계에서 흔들리는 그 어떤 것. 끊어질 듯 위태롭게 이어져 있는 그 어떤 것... 아마 그 어떤 것이 우리를 가족이란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하지 못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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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6-1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큐리님 덕에 이 책을 다시 펼쳐들고 <길들지 않은 땅>을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저는 이 책에서 <지옥-천국>만 여러차례 읽었거든요. 머큐리님의 리뷰를 읽고 다시 읽는 길들지 않은 땅은 제가 예전에 읽었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전해줄 것 같아요.

머큐리 2014-06-12 19:0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방문하시다니요...ㅎㅎ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