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을 읽어 왔지만, 홍콩을 무대로 중국인이 주인공인 소설은 아마도 처음이지 않나 싶다. 주로 일본작품이나 미국작품 최근엔 북유럽 작품들이 주였는데... 그런데 천호께이의 이 작품은 정말 근사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단편들이 연작으로 이어져 오면서 천재적 수사관인 '관전둬'의 일생이 주요사건과 함께 서술된다. 연작의 순서는 현재에서 과거로...단편들 하나하나가 끝까지 가지 않고는 범죄의 내용과 범인이 드러나지 않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맛이 생생하다. 모든 사건의 내용이 서술되거나 단서가 제공되어 있음에도 하나로 꿰어내어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이 마치 홍콩판 셜록 홈즈를 보는 느낌이다.

 

연작으로 시간이 순서를 따라 진행하는 구성이다 보니 홍콩이 처한 역사적 현실을 살펴 볼 수 있었고 그 사회의 모순에 따른 경찰의 임무와 태도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철학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냥 잘 짜여진 추리물 모음집을 넘어선다. 경찰의 집무집행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관료제적인 경찰제도와 민중의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경찰의 임무와 대치되면 끊임없는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올바른 경찰의 모습이란 결국 민중을 보호해야 가치가 있음을 설득력 있게 증거하고 있다.

 

반사회적인 영웅, 흔히 안티 히어로에 대한 열망은 사회의 제도적 구성이 밀집화되고 경직화 되면서 그에 수반한 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경찰이라고 하면 답답하고 고지식하면 굼뜨고 권위적이면서 무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건 개인의 능력의 문제일 수 있지만, 경찰 조직이 가지는 성격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크다. 경찰 소설에서도 능력있는 경찰은 항상 제도와 부딪치거나 조직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제도가 가진 한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도를 벗어나서 신념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한 법이고 그 의지의 대상은 경찰이 가진 정의를 집행하고 민중을 보호하려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으로 경찰에 대한 신뢰는 엉망이다. 세월호에 대한 수사도 집회 강제해산을 위한 폭력적인 물대포 사용도 그렇고... 어디에도 민중을 보호하고 민주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윗선의 눈치를 보며 보신하려는 의지만 충만하다. 경직된 제도속에서 책임은 없고 보신만 남은 조직이 사명감을 갖기는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소설에서나마 이런 멋진 경찰이 있음을 대리 만족해야 하나? 읽는 내내 뭔가 씁쓸한 느낌이지만 읽는 내내 추리소설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6-01-1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