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 희극을 만났다. 오늘 저녁, 단 하루만 공연되는 연극을 보기 전에 원작을 읽고 싶었다올해 첫 번째로 관람하는 연극은 아리스토파네스 원작의 평화.




















[대구 책방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아리스토파네스천병희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 (도서 출판 숲, 2013)


아리스토파네스천병희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2》 (도서 출판 숲, 2013)





평화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1에 있다. 이 작품을 2023년에 읽었다. 당시 나는 대명 공연 거리에 있는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의 정회원이었다.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권은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였다. 대명 공연 거리는 계명대학교 대명동 캠퍼스 근처에 있다. 이곳에 여러 개의 소극장이 모여 있고, 극단들이 공연을 하거나 공연 연습을 한다.







평화를 만들어 무대에 올린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줄여서 백치들’)은 대명 공연 거리에 활동하는 극단 중 하나다.






 







 

 





* [절판] 히라타 오리자성기웅 옮김 도쿄 노트》 (현암사, 2013)

[절판] 히라타 오리자성기웅 옮김 과학하는 마음》 (현암사, 2013)

히라타 오리자성기웅 옮김 서울 시민》 (현암사, 2013)





내가 처음으로 본 <백치들> 연극 작품은 일본의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이번 생은 참기 힘들어연극 원작은 히라타 오리자 희곡집 2권인 과학하는 마음에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이 절판되어서 도서관에 빌려서 읽었다. 희곡집 1도쿄 노트, 3서울 시민은 구매했는데, 오늘 1권이 절판된 사실을 확인했다.


공연 날짜는 202311월 말이었다. 연극은 낭독극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극 중 인물들은 시골에서 기생충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다. 그들의 대화 중간에 생소한 기생충 이름이 언급된다이 작품을 만든 원작자와 연출가는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관객들이 마음껏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재미있게 봤다

















* 김슬기, 이오진, 허선혜 우리는 적당히 가까워(제철소, 2017)




이번 생은 참기 힘들어가 끝난 후에 <백치들>이 선보인 다음 작품은 청소년극 햄스터 살인 사건(허선혜 원작이성재 연출)이었다. 10분의 중간 휴식(인터미션)이 주어졌고이어서 햄스터 살인 사건』 공연이 시작되었다이 작품도 낭독극으로 진행되었다. 연극 원작은 청소년극 선집 우리는 적당히 가까워에 수록되어 있다



















* 이오진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제철소, 2023)




이 희곡 선집에 이오진 극작가의 청소년극 두 편도 있다. 이오진은 페미니스트 극작가 모임 <호랑이 기운> 소속 연출가이기도 하다. 2023년 제14회 두산연강예술상(공연 부문)을 받았으며 그해 말에 본인의 첫 희곡집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를 발표했다.







연극 감상문을 작성하면 알라딘 블로그와 개인 인스타그램에 공개한다. 그런데 이번 생은 참기 힘들어감상문은 블로그에만 공개했다. 글을 공개한 지 열흘이 지난 후에 이번 생은 참기 힘들어를 만든 이상명 연출가가 내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 어떻게 이런 조용한 곳을 알고 찾아오셨는지 정말 신기했고 감사했다.


작년에도 <백치들> 공연 작품들을 봤는데, 이상하게도 불운한 일들(?)이 일어났다. 20244월에 처음으로 선보인 평화평일 공연이라서 예매하지 못했다. 7월에 평화두 번째 공연 날이 토요일로 정해졌는데, 공연하는 지역은 대구가 아니라 경기도 용인이었다. 두 번째 공연 역시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 [절판] 정의신 정의신 희곡집(연극과인간, 2007)




햄스터 살인 사건이성재 연출가<검은 머리 해적단>이라는 극단을 만들었다. 신진 극단의 첫 연극 작품은 재일교포 출신 극작가 정의신의 20세기 소년 소녀 창가집이었다. 나의 연차 휴가 날짜와 공연 날짜가 겹친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예매했다. 20세기 소년 소녀 창가집이 수록된 정의신 희곡집은 절판된 책인 데다가 도서관에 없는 책이다. 다행히 대구의 어느 도서관 딱 한 군데에 이 책이 있었다. 다가오는 휴가를 기다리면서 희곡을 읽었다.

 

그런데 휴가 하루 전날에 예상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이 나에게 자신의 휴가 날짜와 바꾸자고 제안했다. 동료 직원의 휴가는 다음 주 목, 금요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족상을 당했고, 동료 직원은 장례식 준비를 위해 부득이하게 휴가를 바로 써야 했다. 내가 일하는 공장의 연차 휴가 규정에 따르면 하루에 쉴 수 있는 직원은 세 명이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직원이 이미 휴가가 확정되었기에 동료 직원은 연차를 쓸 수 없다. 하루에 직원 네 명은 쉴 수 없는 것이다. 작업반장은 내게 다가와서 동료 직원을 위해서 양보해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내 휴가는 다음 주로 미뤄졌고, 20세기 소년 소녀 창가집예매를 취소했다공연 전날에 취소한 것이라서 관람료 전액을 돌려받지 못했다.



















* 레오노르 콩피노, 임혜경 옮김 벨기에 물고기(지만지드라마, 2019)


* 이혜빈 지금도 가슴 설렌다(걷는사람, 2018)




예매 취소 이후에 이상명 연출가의 연극 결혼벨기에 물고기를 봤다. 결혼이혜빈 극작가의 작품인데, 원작은 텍스트로 출판되지 않았다. 텍스트로 된 원작 없이 연극을 보면 감상문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소득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지만, 이혜빈 극작가의 다른 극작품 지금도 가슴 설렌다희곡 가게 <인스크립트>에서 구매했다








벨기에 물고기서평은 썼지만, 연극 감상문은 쓰지 못한 희곡이다. 원작의 재미를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원작에 없는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가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원작에 잘 녹아들었다. 글쓰기를 미루는 바람에 감상문을 쓰지 못했다잘 만든 연극을 감상문으로 소개하지 못한 것 또한 불행한 일이다.






 













* 아리스토파네스, 이희원 옮김 리시스트라타(지만지드마라, 2024)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리시스트라타는 희극 전집 2권에 있다.





올해 공연될 예정인 <백치들> 작품들이 공개되었는데, 9월 공연작이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타가 있다. 이상명 연출가의 작품이다. 아테네 여성들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쟁에 참전한 남편과의 성관계를 거부하는, 일명 (sex) 파업을 그린 작품이다인물들의 대사 곳곳에 성적 표현들이 나오는, 가장 오래된 섹스 코미디다. 이 작품도 재미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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