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 목요일에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쌀쌀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잠깐만! 아니지. 요즘 대구 날씨는 봄 날씨라기보다는 ‘예비 여름’ 날씨예요. 여름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녁에 시작되는 독서모임에 참석할 때 겉옷이나 조끼를 입고 와야 합니다. 밤공기가 여전히 차갑기 때문입니다.
* 제인 오스틴, 류경희 역 《오만과 편견》(문학동네, 2017)
* 제인 오스틴, 김정아 역 《오만과 편견》(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 제인 오스틴, 윤지관, 전승희 공역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3월 선정도서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입니다. 저는 민음사 판본으로 읽었고요, 문학동네 판본과 펭귄클래식 판본을 가지고 온 분들도 있었어요. 이번 달 중순부터 ‘페미(니즘) 뽕’에 취해버려서 《오만과 편견》을 못 읽을 뻔했어요. 《오만과 편견》 줄거리와 소설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 및 특징을 먼저 파악한 뒤에 소설 본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겠지만, 저는 《오만과 편견》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았어요. 소설 결론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등장인물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설에 접근했기 때문에 절반만 읽어도 작품의 진가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오만과 편견》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번 달 초에 공공도서관 여러 곳에 신청한 희망도서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바람에 이 책 저 책 챙겨 보느라 분주했습니다.
《오만과 편견》이 ‘남녀 간의 연애’를 주제로 한 소설이라서 우주지감 멤버들 모두 아주 재밌게 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발제의 주제 중 하나가 ‘사랑의 속성 : 결혼에 이르는 길목’이었습니다. 오전 독서모임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 모임도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열띤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미혼인 저는 그저 가만히 듣기만 했습니다. ‘부부’가 되어야 찾아오는 결혼의 세계는 제겐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이 무척 다양했습니다. 결혼을 미루는 엘리자베스 베넷에게 지나치게 걱정하는 베넷 부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자식을 둔 부모가 돼서 《오만과 편견》을 읽는다면 베넷 부인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소설 초반부에 묘사된 다아시의 언행을 보면서 ‘점잖은 꼰대’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엘리자베스처럼 다아시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겉모습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첫인상은 ‘편견’을 일으킵니다. 다아시가 마음에 들었다는 남성 멤버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다아시의 귀족적 품위가 성숙미가 물씬 드러나는 ‘멋’으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 루카스는 결혼이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윌리엄 콜린스의 재산을 보고 그와 결혼하기로 한 친구에 실망합니다. 그러나 멤버들은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싶어서 결혼을 간절하게 바란 샬럿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샬럿이 엘리자베스보다 현실적 감각이 뛰어나며 이 소설에서 그녀가 가장 현명한 인물이라고 말한 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소설 결말이 아쉬웠어요. 결혼이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처럼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었어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실망했다는 분이 있었고,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청혼을 완강히 거부해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제2의 결말을 생각해 봤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멤버들은 이 소설의 제목으로 사용된 ‘오만’과 ‘편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이 두 단어는 한 가지 의미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우리도 엘리자베스처럼 상대방의 첫인상만으로 판단하는 편견을 가집니다. 상대방의 첫인상이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품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입니다. 이런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 안희정입니다. 그 사람의 실체가 밝혀진 이후로 저는 ‘좋은 첫인상’이 주는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됐습니다. 자정이 될 때까지 멤버들은 살면서 경험한 편견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편견이 생각보다 아주 많았어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4월 선정도서
* 오전 모임 : 2018년 4월 24일 화요일, 오전 11시
* 오후 모임 : 2018년 4월 26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 장소 : 책방 <서재를 탐하다> (오전 모임, 오후 모임)
이번 달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는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동아시아, 2017)입니다. 책방에서 이 책을 잠깐 훑어봤는데요, 내용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플라톤의 《파이돈》과 데카르트의 《성찰》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의 저자인 김재인 씨는 들뢰즈의 책을 번역한 분으로 유명합니다. 설마 이 책에도 들뢰즈를 언급할까요? 아무튼 이번 달에도 읽어야 할 책들이 많군요.
지금 얘기할 수 없지만, 5월 선정도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 제목을 얘기하면, 그 사람은 “아~”하고 탄식하면서 표정이 찡그려질 것입니다. 5월 선정도서는 ‘완독하기 쉽지 않은 책’으로 유명합니다. 저도 이 책을 읽느라 꽤 고생했어요. 5월 선정도서의 정체는 ‘우주지감’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