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세 반구 이야기
로드 던세이니 / 페가나 / 2017년 11월
평점 :
시시한 책은 독자의 악평을 피할 수 없다. 책을 쓴 저자나 책을 공들여 만든 출판사 관계자들은 악평과 비난으로 상처를 받겠지만, 인격모독이나 근거 없는 비방이 담겨있지 않다면 악평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203/pimg_7365531661833854.png)
사진출처 : 페가나북스 공식 블로그 (http://pegana.tistory.com/186)
페가나북스(Pegana eBooks)는 영국의 소설가 로드 던세이니(Lord Dunsany)의 작품들을 꾸준히 번역, 출간하는 1인 전자책 출판사다. 작년 11월 말에 《세 반구 이야기》(Tales of Three Hemispheres)를 선보였다. 이것까지 합하면 페가나북스가 번역한 던세이니의 작품이 총 여덟 편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는 던세이니의 작품이 두 권 남았다.
* 《페가나의 신들》 (2011년, 전 2권)
* 《시간과 신들》 (2012년, 전 2권)
* 《웰러란의 검》 (2013년)
* 《몽상가의 이야기》 (2013년)
* 《경이의 서》 (2014년)
* 《판의 죽음》 (2014년)
* 《경이로운 이야기》 (2017년)
* 《세 반구 이야기》 (2017년)
* 《우리가 아는 땅 너머》 (근간 예정)
* 《엘프랜드의 공주》 (근간 예정)
던세이니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소설들을 많이 남겼다. 사후에 ‘판타지 소설의 대가’로 인정받았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는 던세이니 작품에 드러난 신화적 요소를 극찬했다. 보르헤스(Borges)는 작가에 대한 자신의 해제를 덧붙인 던세이니 단편 선집을 출간했다. 이 책이 바로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중 하나인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바다출판사, 2011)이다. 이렇듯 던세이니의 환상소설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작품성에 대한 작가들의 호응과 대중의 반응이 반비례한다는 통념이 있다. 던세이니의 작품도 이 부정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던세이니는 소설뿐만 아니라 시, 희곡, 라디오 드라마 대본 등을 썼을 정도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했으나 한량 귀족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작가 던세이니’의 업적이 묻혔다. ‘귀족(lord) 던세이니’의 모습은 ‘작가 던세이니’의 진면목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던세이니는 ‘다작 작가’에 속한 편인데, 작품들의 완성도와 작품성의 편차가 심하다. 진짜 솔직히 말해서 어떤 작품들은 재미가 없다. 《세 반구 이야기》에 수록된 총 여섯 편의 짤막한 단편소설은 ‘상업적으로 팔릴 글’이라 볼 수 없다. 작품의 결말에 드러나는 반전이 인상적이지 않다. 던세이니 작품의 한계는 페가나북스 대표이자 번역가인 엄진 씨도 인정했던 부분이다(《페가나의 신들》 2권 작가 해설 참조).
사실 《세 반구 이야기》는 완역본이 아니다. 원래는 총 15편의 작품(1910년 《몽상가의 이야기》를 통해 발표된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을 제외하면 총 14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여섯 편만 번역되어 있다. 1976년에 출간된 《세 반구 이야기》는 던세이니의 작품을 비평한 러브크래프트(Lovecraft)의 글(1922년에 작성)을 수록한 유일한 판본이다. 러브크래프트의 팬으로서 이 글이 번역되지 않은 게 아쉽다.
* The Last Dream of Bwona Khubla (붜나 쿠블라의 마지막 꿈)
* How the Office of Postman Fell Vacant in Otford-under-the-Wold (고원 아래 옷포드에서 집배원이 공석이 된 이유)
* The Prayer of Boob Aheera
* East and West
* A Pretty Quarrel
* How the Gods Avenged Meoul Ki Ning (신들은 어떻게 머울 키닝의 복수를 했나)
* The Gift of the Gods (신들의 선물)
* The Sack of Emeralds (에메랄드 자루)
* The Old Brown Coat (낡은 갈색 코드)
* An Archive of the Older Mysteries
* A City of Wonder
* Beyond the Fields We Know
- Publisher’s Note
- First Tale: Idle Days on the Yann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세 반구 이야기》 미수록)
- Second Tale: A Shop in Go-By Street
- Third Tale: The Avenger of Perdóndaris
단편집 첫 번째 수록작 『붜나 쿠블라의 마지막 꿈』은 ‘몽상’이라는 소재를 이용하는 작가의 글쓰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신들의 선물』과 『낡은 갈색 코트』는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는 인간의 마음을 우의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특이한 점은 단편집 표제가 된 ‘세 반구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던세이니의 작품을 읽으면서 표제의 의미를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시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