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씽킹 -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위대함은 어디서 오는가?
가리 카스파로프 지음, 박세연 옮김, 믹 그린가드 정리 / 어크로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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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세기의 바둑 대결이 펼쳐진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국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알파고의 승리(5전 4승 1패)로 끝났다. 이세돌 9단은 단 1승만을 거둬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1승은 알파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패배를 안겨준 유일한 공식전 1승이었다.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은 늘 흥미로운 관심사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1997년. 세계가 경악했던 대결이 펼쳐졌다. 당시 러시아 출신 체스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IBM 슈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와의 체스 시합에서 6전 1승 3무 2패로 패했다. 카스파로프는 체스 역사상 최고 선수라는 평까지 얻었던 만큼 인간의 두뇌를 대표하는 선수로 손색이 없다. 그런 그가 슈퍼컴퓨터와의 대결에서 패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그 이전까지 대부분의 전문가는 십 년 안에 체스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컴퓨터의 빠른 계산능력을 고려해도 인간의 지적 수준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딥 블루의 승리 소식이 워낙 강렬했던 탓일까.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은 카스파로프를 컴퓨터와의 체스 대결에서 속절없이 무너진 체스 챔피언으로 기억한다. 대부분 사람은 1997년 딥 블루가 승리한 카스파로프와의 체스 시합이 인간과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맞붙은 공식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카스파로프와 딥 블루는 이미 1996년에 6차에 걸쳐 진행되는 체스 시합을 했다. 이 경기는 4승 2패로 카스파로프가 이겼다. 1996년과 1997년 기록을 통틀어 본다면, 카스파로프는 딥 블루와의 체스 시합에서 최초로 승리를 거둔 체스 선수이다.

 

세기의 체스 명승부 이후 카스파로프는 새로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 그는 자신을 절망에 빠뜨리게 했던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다. 여전히 카스파로프를 ‘딥 블루에게 패배한 체스 챔피언’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그가 ‘적과 동침’ 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연구가’로서 카스파로프가 쓴 《딥 씽킹》(어크로스, 2017)을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카스파로프는 인공지능을 인간을 위협하는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이 책에서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딥 씽킹》은 인공지능의 본질에 가까이 접한 인간이라면 쓸 수 있는 책이다. 카스파로프는 1997년 체스 시합을 회고하면서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관계를 모색한다.

 

 

“이길 수 없다면 함께하라.”라는 말도 있듯, 나는 컴퓨터와 함께 체스 실험을 계속해나가고 싶었다. 나는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인간과 기계가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면 어떨까? (10쪽)

 

 

책의 서문에서 카스파로프는 컴퓨터와의 체스 시합을 ‘실험’이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체스 챔피언 시절 카스파로프라면 컴퓨터와의 체스 시합을 ‘게임’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카스파로프는 두 차례 진행된 딥 블루와의 체스 시합에서 승리하고픈 열망이 강했다. 그는 패배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딥 블루 이후에 개발된 슈퍼컴퓨터와 인간의 체스 시합을 ‘인간과 인공지능 모두의 발전을 위한 과학적 연구’라고 생각한다. 체스와 인공지능은 서로 연관성이 깊다. 체스는 직관과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요구하는 놀이다. 그래서 체스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가 실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용 놀이’다. 컴퓨터 개발에 관여한 공학자 대부분이 체스를 즐겨 했고,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알고리즘을 계산하는 체스 프로그램을 발명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 패배한 이후로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등장에 반감을 보이는 여론이 많아졌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카스파로프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삶의 질을 크게 향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일자리보다 인공지능 활용 방안을 더 중요하게 본다. 정부가 인공지능 기술력이 향상되는 변화의 흐름을 제쳐두고 일자리를 지키는 현실적인 문제에 치중하게 되면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성을 높일 기회를 놓친다. 카스파로프가 정부에게 전하는 제언은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카스파로프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인류 발전의 한 단계라고 믿는다. 그의 주장을 믿든 안 믿든 간에 확실한 것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 IT기술, 산업, 네트워크 등을 융합한 인공지능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카스파로프는 인공지능을 무비판적으로 예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등장을 경계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간이 감당하기 어렵게 되는 시점이 오는데 이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 한다. 인간이 특이점을 예견하고 미리 준비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변화를 피할 수 없다. 변화를 즐기지 못하더라도 변화에 대한 욕구를 계속 자극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변화하게 될 미래를 예측(걱정)하기보다는 다가올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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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1-1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파고는 우리에게 많은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때는 그랬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게 될 것 같아요. 그게 언제쯤 될지는 잘 모르지만요.
cyrus님, 오늘 많이 춥네요.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cyrus 2018-01-11 11:49   좋아요 0 | URL
알파고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 컴퓨터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랄 거예요. 그리고 미래를 걱정할 것입니다.. ^^;;

2018-01-10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11 11:52   좋아요 1 | URL
인간의 욕망이 인공지능에 반영되어 있어서 이제 ‘인간 대 인공지능’ 대결 구도는 무의미해졌어요. 국내 언론은 인공지능 관련 소식을 전할 때마다 이런 프레임을 계속 써먹을 거예요. 언론이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맞붙는 상황을 계속 강조하면 현실성 떨어지는 인공지능 비관론만 생길 뿐입니다.

이하라 2018-01-10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측은 너나없이 할테지만 대비란 것은 쉽사리 나오지않을 것 같아 걱정이네요. 스티븐호킹박사도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거라는 말을 했었다던데... 대비책을 마련해 줄 인물들이 있겠거니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알수없는 내일이 두렵기도 해요TT

cyrus 2018-01-11 12:01   좋아요 1 | URL
요즘 들어서 인공지능,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예측을 했으면 거기에 따른 국가적 차원의 대비가 필요한데 너무 조용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페크pek0501 2018-01-1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기계와 싸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기계와 합병할 것이다. 그것은 전쟁이 아니라 결혼이다.˝ - 유발 하라리, <호모데우스>에서.
전쟁이 아니라 결혼이라면 두려울 게 없겠습니다.

cyrus 2018-01-11 12:16   좋아요 1 | URL
인간과 기계가 합병하는 미래가 온다 해도 전쟁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현재까지는 첨단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이 ‘인간 대 인간’이라면 호모 데우스의 미래에 펼쳐지게 될 전쟁은 ‘기계 대 기계’일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