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 남작 작위를 받아 캘빈 경[Baron Kelvin]’으로 알려져 있다)은 영국 왕립학회에서 물리학의 미래에 전망한 연설을 한다. 그는 그 당시 밝혀지지 않은 두 가지 물리학의 과제, 에테르(ether)의 실체와 분자들의 운동 에너지 분포를 구름으로 비유한다. 그러면서 이 구름을 완전히 걷어내면 물리학의 하늘이 맑아질 거로 믿었다. 톰슨은 19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계의 거목이었다. 그를 포함한 19세기를 살았던 과학자들은 고전물리학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품었다. 이들은 모든 물리 현상들을 역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고, 역학적 모델을 기초로 해서 완벽에 가까운 물리학을 정립하고자 했다. 그들이 이룬 성취를 볼 때 그들의 희망에는 확실히 근거가 있었다.

 

 

 

 

 

 

 

 

 

 

 

 

 

 

 

 

  

* 토머스 새뮤얼 쿤 과학혁명의 구조(까치, 2013)

 

 

하지만 톰슨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20세기 물리학의 하늘은 맑고 화창한 날씨가 아니었다. 오히려 구름 하나가 사라지면, 또 다른 구름이 연이어 나타났다. 변덕스러운 물리학의 하늘, 이러한 변화는 세계관의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간단하거나 쉬운 것이 아니다. 세계관의 변화는 토머스 S. (Thomas S. Kuhn)의 말을 빌리자면 패러다임(paradigm)의 전환이며, 말 그대로 혁명이기 때문이다.

 

1905, 아인슈타인(Einstein)20세기 물리학의 하늘을 송두리째 뒤흔들 세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바로 광양자설, 브라운 운동 이론, 그리고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뛰어난 학문 업적이 없는 26살의 스위스 특허국 검사관이었다. 세 편의 논문을 읽은 물리학자 루이 드 브로이(Louis de Broglie), 당시에 한밤의 어둠 속에서 로켓이 갑자기 강력한 광채를 드리웠다라고 말했다. 이 논문들에 고전물리학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 2003)

* 칼 세이건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2006)

* 짐 배것 기원의 탐구(반니, 2017)

 

 

과학 분야에서 새롭고 놀라운 연구 결과가 알려질 때마다 과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1953밀러-유리(Miller-Urey)의 원시지구 실험의 결과가 저명한 <사이언스>지에 실렸을 때 과학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리와 그에게 지도를 받은 대학원생 밀러는 실험실에서 원시 지구의 대기와 흡사한 환경을 조성해 놓고 여기에 (번개를 모방한) 전기를 이용한 에너지를 가해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가 아미노산으로 합성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생성된 아미노산이 지구의 바닷물에 용해되어 여러 가지 유기물이 포함된 원시 수프(primordial soup)’를 형성하고 이 수프 속에서 복잡한 생명체 분자들이 생성한다. 유리는 실험이 성공했을 때 기쁨에 겨워 큰소리쳤다. “만약 신이 이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엄청난 실수를 한 셈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302)

 

칼 세이건(Carl Sagan)은 밀러-유리 실험을 생명의 음악을 악보에 옮겨 적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직접 밀러의 실험을 재현해봤지만, ‘생명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코스모스보급판, 93~95). 그 실험은 예견된 실패였다. 나중에 과학자들은 원시지구 실험의 전제에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고대 암석을 분석한 자료에서 원시 대기가 원시 지구 실험 조건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고, 달라진 조건을 갖춘 실험에선 유기체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중학생 때 읽었던 아동용 과학 전집에는 원시지구 실험을 생명체 탄생의 실마리를 제공한 유력한 정설인 것처럼 소개했다. 코스모스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지 못했으면 한창 유행이 지난 가설을 믿을 뻔했다.

 

 

 

 

 

 

 

 

 

 

 

 

 

 

 

 

* 다치바나 다카시 21세기 지의 도전(청어람미디어, 2003)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과학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그러니까 과학은 현재 진행형학문이다. 다치바나 다카시20세기를 다른 세기와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으로 격심한 변화라고 했다. 다치바나가 보기에 이런 혁명을 가능케 한 것은 과학이었다. 그런데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은 19세기 또는 20세기 교과서로 과학을 공부한다. 과학 교육은 과학의 지적 대폭발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과학 공부와 완전히 담쌓은 대중이다. 그들은 담 너머에 있는 19세기 과학이 어떤 건지 힐끗 쳐다보기만 하거나 아예 거기에 뭐 있는지 관심이 없다. 과학 발전이 빠를수록 대중의 무지는 깊어진다.

   

이 책 속 지식을 기억 속에 머무르고 있으면 새로운 과학 이론 및 개념을 이해하는 데 벅찰 수 있다.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면 기존의 현상을 포함한 새로운 이론을 만드는 것이 과학의 일반적 과정이다. 과학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지식의 유입을 가로막는 벽을 깨뜨려야 오래된 지식의 정수(渟水)를 빼내고, 신선한 지식의 정수(精髓/淨水)를 마실 수 있다. 그래야 과학에 대한 목마른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해갈된다.

 

과학책을 만드는 사람들, 즉 저자, 출판업자 그리고 번역자 모두 과학의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사람들이 잘 사지 않고, 읽지도 않은 과학책이 엄청난 판매 부수를 기록하는 것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운 경사다. 하지만 판매 부수와 증쇄 기록에만 연연하지 말고, 증쇄를 찍을 때마다 낡은 정보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 로저 펜로즈 마음의 그림자(승산, 2014)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마음의 그림자(승산, 2014)1994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지 이십년이 지나서야 국내 번역본이 나왔다. 마음의 그림자첫 출간 당시 인공지능은 인간 체스 챔피언을 가뿐히 이길 수 있는 실력의 수준이 아니었다. 1990치누크(Chinook)와 체커 챔피언 매리언 틴슬리(Marion Tinsley)의 대결에서 틴슬리가 승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누구도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바둑 대결에서 낙승할 거로 예상하지 않았다.

 

 

컴퓨터는 체스를 굉장히 잘 둘 수 있는데, 인간 챔피언 수준에 도달할 만큼 체스 실력이 뛰어나다. 체커 게임에서 컴퓨터 치누크는 최정상의 챔피언 매리언 틴슬리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뛰어남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고대 동양의 게임인 바둑에서는 컴퓨터는 거의 아무런 성과도 없어 보인다. (597~598)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IBM사의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꺾었고, 2008년 프랑스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모고(MoGo)9점 접바둑으로 김명완 9단을 이겼다. 그리고 2016, 알파고(AlphaGo)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마음의 그림자번역본이 2014년에 나왔는데도 이 책의 옮긴이는 2008년 모고의 승리를 언급한 역주를 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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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2 09:16   좋아요 0 | URL
책을 많이 읽어도 꼰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1인 생활을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면 꼰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syo 2017-07-11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박식하셔야만하셨던거예요(?)

cyrus 2017-07-12 09:21   좋아요 0 | URL
시간이 지나면 알고 있던 내용을 잊어버려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메모를 해요. 메모를 하지 않으면 책에서 뭘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때로는 기억에 의존하면 책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문제가 생겨요. 글을 쓸 때 메모한 내용을 참고합니다. ‘글을 쓰기 위한 얕은 지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박식하진 않아요. 제 글을 잘 보면 어설픈 점이 있어요. ^^

dys1211 2017-07-1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인적으로 cyrus님이 뭐하시는 분이신지 궁금하네요. 이 정도의 깊이가?

cyrus 2017-07-12 09:22   좋아요 0 | URL
책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딜레탕트입니다. ^^

yamoo 2017-07-1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모하시는 분인가욤??ㅎ 미술, 과학, 역사, 철학, 문학 등등 박식함이 넘치십니다~

cyrus 2017-07-12 09:25   좋아요 0 | URL
책에 주운 내용들을 어설프게 정리하는 것이지 박식함과 거리가 멉니다. 저는 딜레탕트입니다. ^^

qualia 2017-07-12 02: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의 《마음의 그림자》 (승산, 2014)는 1994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지 십년이 지나서야 국내 번역본이 나왔다. 94년 당시 펜로즈 경은 인공지능의 체스 실력을 인정했으나 바둑을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컴퓨터는 체스를 굉장히 잘 둘 수 있는데, 인간 챔피언 수준에 도달할 만큼 체스 실력이 뛰어나다. 체커 게임에서 컴퓨터 치누크는 최정상의 챔피언 매리언 틴슬리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뛰어남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고대 동양의 게임인 바둑에서는 컴퓨터는 거의 아무런 성과도 없어 보인다. (597~598쪽)

하지만 그의 예상이 틀렸다. 2008년 프랑스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모고(MoGo)는 9점 접바둑으로 김명완 9단을 이겼다. 그리고 2016년, 알파고(AlphaGo)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마음의 그림자》 번역본이 2014년에 나왔는데, 이 책의 옮긴이는 2008년 모고의 승리를 언급한 역주를 달지 않았다.

→ 위 펜로즈의 글을 《94년 당시 펜로즈 경은 인공지능의 체스 실력을 인정했으나 바둑을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하면서 《하지만 그의 예상[은] 틀렸다》라는 식으로 독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면 로저 펜로즈는 1994년 당시까지의 인공지능 수준에 한정해서만 말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인간 프로 바둑 기사한테는 게임 상대가 안 되기도 했으니까요. 즉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실제로는 안 그렇지만) 바둑 경기에서 당시의 인공지능은 현재의 알파고(AlphaGo)에 도입된 몬테 카를로 방법(Monte Carlo method)이라든가 심층학습(deep learning),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등등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법이 초보 단계였거나 도입 전단계였기 때문에 인간 프로 바둑 기사의 적수가 될 수는 없었죠. 그러나 그건 인공지능 자체의 근원적 한계라기보다는 초기 인공지능의 한시적 문제였을 뿐이죠. 바둑에서의 경우의 수 문제라는 것은 컴퓨터의 처리 성능이나 몬테 카를로 기법 같은 인공지능의 방법론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실용적인 의미에서) 풀어낼 수 있는 성질의 문제입니다. 세계적 수학자인 펜로즈가 경우의 수 문제가 핵심적인 바둑 경기의 속성을 몰랐을 리는 없다고 봅니다. 이건 뛰어난 수학자가 아닌 웬만한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추리할 수 있는 유형의 논제라고 봅니다. 해서 펜로즈가 진정한 의미에서 인공지능이 바둑을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다고 독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번역본의 해당 부분 번역이 오독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번역이기 때문에 cyrus 님께서 위와 같이 확정적으로 무리하게 독해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해당 부분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Already, computers can play chess extraordinarily well ― approaching the
level of the very best human grandmasters. At draughts (which, to US readers,
is the game of checkers), the computer Chinook has proved itself superior to
all but the supreme champion Marion Tinsley. However, with the ancient
oriental game of go, computers seem to have got almost nowhere.

― p. 396, Penrose, Roger (1994). Shadows of the Mind: A Search for the Missing Science of Consciousnes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위 원문 중 《However, with the ancient oriental game of go, computers seem to have got almost nowhere.》에서 “seem to have got almost nowhere”를 올바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완료형으로서 그 당시까지의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래 사실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확정이 아닌 추정을 의미하는 “seem”과 지금 현재까지의 사실만을 말하는 “have got almost nowhere”를 정확히 독해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cyrus 님께서 인용하셨듯이 번역본은 위 부분을 《하지만 고대 동양의 게임인 바둑에서는 컴퓨터는 거의 아무런 성과도 없어 보인다.》라고 번역했는데요. 뭐 그닥 큰 문제가 없는 번역이긴 합니다. 그러나 《하지만 컴퓨터가 바둑에서는 ‘아직까지는’ 거의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와 같은 식으로 현재까지의 사실만을 말하는 것이 드러나도록 번역했다면 더 좋았지 않았겠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위와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진 않(았)을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죠.

[처음 댓글 올린 시각 : 2017-07-11 22:26]
[탈자 등을 수정해 다시 올린 시각 : 2017-07-12 02:27]

cyrus 2017-07-12 09:46   좋아요 1 | URL
qualia님은 펜로즈 책 원서를 읽어보셨군요. 지금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어설프게 느껴집니다. 아, 그리고 qualia님이 인용한 (제가 쓴) 문장에 오자가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1994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지 십년이 지나서야 국내 번역본이 나왔다.”

‘십년’이 아니라 ‘이십년’으로 고쳤습니다. 가끔 글을 쓰다 보면 연도 계산을 틀리는 경우가 있어요. qualia님이 댓글을 달지 않았으면 오자를 못 봤을 겁니다.

qualia님의 의견을 참고해서 글을 수정하면, 이렇게 써야겠군요.

˝《마음의 그림자》 첫 출간 당시 체스는 인공지능에 정복당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바둑과의 대결에서는 아직까지 성과를 거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qualia 2017-07-13 15:52   좋아요 2 | URL
cyrus 님, 그렇습니다. 글을 쓰다가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의외의 실수를 하는 때가 있죠. 저도 그런 실수를 해놓고는 며칠, 몇 달, 심지어 몇 년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하곤 하는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도 실수 혹은 오류를 100%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실수와 오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을 무사 통과할 그 어떤 독자, 작가, 학자도 세상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이것이 실수와 오류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실수와 수정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 듯합니다. 해서 실수와 오류를 잘 찾아서 올바르게 고치고 깨달아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댓글에서 또 하나 그런 실수 혹은 오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게 돼서 cyrus 님한테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쿨하신 cyrus 님께서 이해해주시겠지요? 이거 이러다가 제가 지적질쟁이로 소문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cyrus 님께서 수정해 다시 올린 부분 가운데 “《마음의 그림자》 첫 출간 당시 체스는 인공지능에 정복당한 게임이었다.”고 하는 부분은 착오에서 비롯된 오류 같습니다. 《마음의 그림자》가 첫 출간된 1994년 당시까지는 아직 체스는 정복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IBM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체스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가 처음으로 인간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 러시아)를 이긴 때는 1996년 2월 10일입니다. 그러나 이 체스 경기는 1996년 2월 10일에서 17일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벌어졌던 딥블루와 카스파로프 간의 제1차 대결, 총 6번의 대국 가운데 제1국일 뿐이었습니다. 제1국은 카스파로프가 졌습니다만, 종합 전적 3승 2무 1패로 카스파로프가 딥블루를 이기고 아직은 인간의 우위와 존엄을 지킵니다. 하지만 1997년 5월 3일에서 10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제2차 대결, 총 6번의 대국에서는 더욱 강력해진 슈퍼컴퓨터 딥블루(기존 딥블루보다 더욱 강력해졌다고 해서 별명이 Deeper Blue였음)가 인간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2승 3무 1패로 물리치고 승리하게 됩니다. 이때서야 비로소 인공지능이 체스에서 인간을 능가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cyrus 님께서 위에서 표현하신 대로 하자면, 체스는 1997년에 이르러 비로소 인공지능한테 정복당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cyrus 님께서 수정한 내용 중 “《마음의 그림자》 첫 출간 당시 체스는 인공지능에 정복당한 게임이었다.”고 하는 부분은 다시 또 수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래에 슈퍼컴퓨터 Deep Blue와 가리 카스파로프 간의 체스 대결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가리 카스파로프 대 Deep Blue 1차전
[1996년 02월 10일~17일, 미국 필라델피아]

Game 1 - Deep Blue 승리
Game 2 - 카스파로프 승리
Game 3 - 무승부
Game 4 - 무승부
Game 5 - 카스파로프 승리
Game 6 - 카스파로프 승리

▶ 종합 전적 : 카스파로프 승리

카스파로프 3승 2무 1패
Deep Blue 1승 2무 3패

---------------------------------------------------

■ 가리 카스파로프 대 Deep Blue(nickname: Deeper Blue) 2차전
[1997년 05월 03일~11일, 미국 뉴욕]

Game 1 - 카스파로프 승리
Game 2 - Deep Blue 승리
Game 3 - 무승부
Game 4 - 무승부
Game 5 - 무승부
Game 6 - Deep Blue 승리

▶ 종합 전적 : Deep Blue 승리

카스파로프 1승 3무 2패
Deep Blue 2승 3무 1패

■ 자료 출처 : Deep Blue versus Garry Kasparov
https://en.wikipedia.org/wiki/Deep_Blue_versus_Garry_Kasparov

(처음 댓글 올린 시각 : 2017-07-12 22:02)
(탈자 수정해 다시 올린 시각 : 2017-07-13 15:51)

cyrus 2017-07-13 14:58   좋아요 1 | URL
치누크(Chinook)와 매리언 틴슬리(Marion Tinsley)의 대결이 1990년에 있었습니다. 경기 명칭이 ‘US Nationals’였고, 이 대회에서 틴슬리가 승리해서 치누크는 2위를 차지했습니다. 제가 알아본 내용만 봐도 인공지능이 체스를 정복했다고 보기 어렵네요. qualia님이 말씀하신 대로 1997년에 펼쳐진 경기가 인공지능이 인간 체스 챔피언을 이긴 경기로 봐야 합니다. 내용을 수정하겠습니다. ^^

상대방이 글의 문제점을 표명하는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겁니다. qualia님은 본인을 ‘지적질쟁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적’이라기보다는 ‘문제점을 알리는 일’이라고 순화해서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qualia님의 의견을 여러 번 확인하면서 불쾌한 감정을 단 한 번이라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상대방의 글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 정말 제3자가 보기에도 기분 나쁜 감정이 생겨요.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비로그인 계정’으로 댓글을 남겨요.

qualia 2017-07-14 22:36   좋아요 1 | URL
cyrus 님, 매번 정성스런 답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cyrus 님의 이번 답글 첫 단락과 저 위 본문의 수정문 가운데 《1990년 치누크(Chinook)와 체스 챔피언 매리언 틴슬리(Marion Tinsley)의 대결에서 틴슬리가 승리했다.》는 부분을 보면, cyrus 님께서 체스와 체커 게임을 동일한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시지 않나 판단됩니다. 혹은 둘을 혼동하시는 것도 같고요. 체스(chess)와 체커 게임(game of checkers; checkers game)은 서로 아주 다른 게임이랍니다. 영국에서는 draughts(드라프츠)라고 하고 미국에는 체커스(checkers, 체커즈)라고 서로 달리 부른다고 합니다. 주의할 점은 둘 다 복수형이지만 단수 취급을 한다고 합니다. 치누크(Chinook)는 체커 게임에 특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고요. 자세한 사항은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Garry Kasparov는 [가리 카스파로프]로 표기해야 합니다. [게리 카스파로프]는 틀린 표기입니다. 카스파로프는 옛 소련의 아제르바이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Azerbaijan Soviet Socialist Republic; Azerbaijan SSR)의 수도 바키(Bakı, 영어명: Baku, 바쿠) 출신이래요. 생년월일이 1963년 04월 13일인데요. 그때 당시 아제르바이잔은 소련 연방 소속이었으니까 카스파로프는 소련 국민으로 태어난 것이랄 수 있죠. 1992년부터는 러시아 국민이었고, 2014년에는 크로아티아 시민권자도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카스파로프의 이름은 러시아어로 발음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미권에서도 그런 인식에서 “Garry Kasparov(러시아 명: Га́рри Каспа́ров)”를 [가리 카스파로프]로 발음해주더군요. 다만 미국식으로 발음으로 하자면 [개리 캐스퍼로프]로도 표기할 수 있습니다.

■ 참고 자료 : 위키피디아, 유튜브 동영상

Garry Kasparov
https://en.wikipedia.org/wiki/Garry_Kasparov

Garry Kasparov, Simultaneous Exhibition, Pula/Croatia/19.8.2015.
https://www.youtube.com/watch?v=L6ARXkoJf3U

English draughts
https://en.wikipedia.org/wiki/English_draughts

Chinook (draughts player)
https://en.wikipedia.org/wiki/Chinook_(draughts_player)

cyrus 2017-07-15 09:18   좋아요 0 | URL
체스와 체커가 서로 다른 게임이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긴 글을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alummii 2017-07-1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섹남 ㅋ

cyrus 2017-07-12 15:27   좋아요 0 | URL
저는 ‘뇌굳남’입니다. 뇌가 굿(Good)인 남자가 아니라 뇌가 굳은 남자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