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겠습니다 - 일본군 위안부가 된 남한과 북한의 여성들
이토 다카시 지음, 안해룡.이은 옮김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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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이상한 단체’가 있다. 그들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한다. ‘이상한 단체’의 대표는 지난달 부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 쓰레기더미를 쌓아 놓고 간 사람이다. ‘이상한 단체’의 정체는 소녀상 설치에 반대하는 ‘진실국민단체’이다. 진실국민단체 회원들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들이 소녀상 설치를 추진한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소녀상 옆에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흉상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70대 노인은 일본과의 우익을 증진하기 위해서 자신이 직접 소녀상을 훼손하려고 시도했다. 이처럼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극우단체의 과격한 행동이 도를 넘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이 20여 년간 이어온 투쟁은 2015년 12월 28일의 ‘졸속’ 한 · 일 위안부 합의로 빛이 바랬다. 박근혜 정부는 억울한 희생자들을 부끄러운 과거 역사의 한 부산물로만 간주, 은폐와 망각의 세월 속에 묶어 두려는 어리석음을 범해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도 한국 땅은 물론 북한, 중국, 필리핀 전역에 종군위안부로 일제에 끌려갔던 피해 할머니들이 한 많은 사연을 널리 알리지 못한 채 불치의 병으로 혹은 가난으로 고통과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을 ‘종군위안부(comfort women)’로 지칭했다. 그러나 피해 할머니들이 겪은 참담한 상황을 고려하면 ‘종군위안부 할머니’는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북한 등 아시아 등지를 답사하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난 사진작가 이토 다카시(伊藤孝司)는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연행된 여성을 ‘일본군 전용 성노예 피해자(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로 부르고 있다.

 

 

지금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종군위안부’라는 단어는 군 위안소에서 여성들이 받았던 피해 실태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피해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종군’한 것이 아니다. 장기간 감금하고 집단으로 강간한 행위를 ‘위안’이라고 부를 수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일본군 전용 성노예’이다. (14쪽)

 

 

일본 정부 관리들은 자신들이 만든 위안부 제도에 따라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지로부터 20만여 명의 여자들을 강제 또는 감언이설로 끌고 가 아시아 점령지역 주둔 일본군의 성적 노리개로 삼았다. 성노예 피해 여성들은 좁고 불결한 방에 하루 스무 명이 넘는 남성을 상대해야 했다. 탈출하다 잡혀 고문을 당했고, 많은 피해 여성들이 잔인하게 학살당했다. 생존자들도 평생 지을 수 없는 정신적 · 육체적 상처를 입었다. ‘성노예’라는 강한 어감 때문에 이토 다카시가 사용하는 명칭이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과거의 부끄러운 행위의 의도를 어떻게든 축소하려고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종군’과 ‘위안’이라는 단어는 피해 여성들이 군인들에게 자발적으로 ‘성적 위안’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명확한 단어 사용이 필요하다.

 

 

 

 

 

명칭을 보다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간략하게 ‘성노예’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성노예’ 명칭을 사용되는 것에 반대한다. 명칭이 길어도 ‘일본군 전용 성노예 피해자’ 혹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라고 정확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극우세력들은 전 세계 인류사를 통틀어 여성이 전쟁에 성노예로 동원된 역사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일본에만 ‘야만적인 범죄 국가’로 덮어씌우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특정 과거를 회피하기 위해 더 오래된 과거까지 들먹이는 그들의 논거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일본이 만들어낸 위안부는 인류사상 전례가 드문 전쟁범죄 행위였다. 이토 다카시도 ‘대규모로 여성을 군대 전용의 성노예로 만든 국가는 일본뿐’(14쪽)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극우단체는 일본과의 외교적 친선 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소녀상 철거를 시도하고,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충분히 받았다고 믿는다. 심지어 일본군이 여성을 강제로 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 문제를 지엽적으로 인식하는 그들의 태도는 ‘인류사에 남은 범죄’를 덮는 일본 정부를 돕는 형태다.

 

 

 

 

이토 다카시는 20년 넘게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을 취재하면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었다. 그의 눈은 ‘역사의 상처가 만든 흉터’를 바라봤고, 귀는 반세기 동안 과거의 틀에 영영 갇힐 뻔했던 할머니들의 처절한 목소리를 하나하나 흘리지 않고 담아냈다. 그의 사진은 너무나 생생하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꽃다운 나이 씻기지 않을 상처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는 독자의 가슴에 멍울지게 한다. 《기억하겠습니다》는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좀 더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1991년 처음으로 종군위안부의 비인도적 행태를 고발한 故 김학순 할머니의 유언처럼 《기억하겠습니다》는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그 일(위안부)을 역사에 남겨 두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위안부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바로 극우세력의 잘못된 시각이 오늘날 일본 정부가 보여 주고 있는 오만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지로 무장한 극우세력의 태도는 은폐와 발뺌으로 일관해 온 가해자 일본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에 앞서 어쩌면 무관심과 망각으로 이를 방조해 온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에게 그 책임을 되묻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이 진심으로 과거를 반성시키려는 최소한의 노력마저 게을리 한 채 ‘과거 청산=합의금’으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기억하겠습니다》는 우리 사회가 처한 슬픈 현실이 어떤지 알려준다. 왜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을 잊어서는 안 되는가를 우리에게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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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30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4-30 15:54   좋아요 4 | URL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은 박근혜와 최순실이 같이 싼 빅똥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다만 힘센 남자라고 자랑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똥 치우는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겨울호랑이 2017-05-01 13: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우리가 일본군에 의한 피해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겠지만, 베트남전에서 우리의 잘못에 대한 사과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잘못에 대한 사과가 선행되어야 국제적으로도 우리의 요구가 보다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 것 같습니다..

cyrus 2017-05-01 13:40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코피노 문제도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한데, 너무 쉽게 잊혀집니다.

stella.K 2017-04-30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작년 말인가?
소녀상을 지키는 기륵한 젊은이들이 있더군.
젊은이들 자기 밖에 모르고 스펙 쌓는데만 열 올린다고
하지만 그런 젊은이들도 있어.
심성정인가? 대통령되면 위안부 재협상 할 거라고 하던는 것 같은데
누가 대통령이 됐든 정말 이 문제는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고 봐.

cyrus 2017-05-01 13:42   좋아요 0 | URL
소녀상을 지키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 그들은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잖아요. 적극적인 행동은 못하더라도 ‘위안부 할머니‘ 명칭이 부정적인 이유 정도는 알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오쌩 2017-04-30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시오노 나나미의 망언에 분노한적이 있었어요. 누가 위안부라고 이름 붙였는지 모르지만 참 상냥한 이름이라는 소리에, 과연 인간은 반성이 가능한 동물인가 생각했었죠.

다음 정부는 정말 할일이 많겠네요...

cyrus 2017-05-01 13:45   좋아요 0 | URL
저도 ‘위안부 할머니‘ 명칭을 안 쓰려고 해요. 쓰쓰이 야스타카의 망언이 공개되자마자 그의 책을 절판시킨 출판사들이 있는 반면에 여전히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펴내는 한길사의 행보를 보면 아이러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