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식품 - 식품학자가 말하는 과학적으로 먹고 살기
이한승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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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 특히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사람들은 건강에 대한 속설에 지나치게 매달린다. 그들이 믿는 속설 가운데는 잘못된 것이 적지 않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다이어트’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1,000여 건의 ‘성공 다이어트’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운동과 금식 등을 꾸준히 실천하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 단기간에 체중을 많이 줄이기 위해 체질에 맞지 않은 다이어트 법을 실천하면 당장 체지방을 줄일 수는 있지만, 또 다른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체지방 관리와 건강한 식생활을 동시에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채식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채식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육류를 아예 먹지 않고, 채식과 과일 위주의 식단을 마련한다. 채식 다이어트가 전립선암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채식 다이어트에 우려를 내비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채식 위주의 식단이 육식에 편중됐던 과거의 식습관을 돌아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건강을 위한 식습관의 정석’으로 정착되는 것은 곤란하다. 채식만을 고집하면 골다공증이나 빈혈, 성장 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적당한 양의 육류와 유가공 제품을 섭취해야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한다.

 

우리는 무수히 쏟아지는 건강 의학 정보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건강과 의료,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관한 정보가 차고 넘친다. 지상파, 공중파, 심지어 종편 방송까지 건강 의학 정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특히 인터넷에는 광고성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범람하고 있다. 인터넷 광고 또는 홈쇼핑 광고를 믿고 건강기능식품을 사는 경우가 있다.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접한다. 이런 광고들은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건강기능식품이 병을 고치는 데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개한다.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이 아니라서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식사 한 끼에도 영양의 조화를 고려해야 하듯 건강기능식품도 잘못 먹으면 조화를 깨트리게 된다. 건강기능식품은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솔직한 식품》은 우리가 많이 접했을 법한 대중매체의 건강 의학 정보들의 허와 실을 알려준다. 건강 의학 정보들은 건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게 하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건강 의학 정보의 효능만 돋보이고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물론, 방송에 출연하는 ‘쇼 닥터(Show Doctor)’들이 건강 의학 정보에 대한 부작용,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까지 알려주고 있다. 문제는 의학 전문가 혹은 비 의학 전문가들이 자신의 사례를 바탕으로 도출된 의학 정보를 마치 검증된 지식인 것처럼 단정해서 소개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불확실한 정보를 아전인수 격으로 받아들인다.

 

90년대 중반에 우리 농산물에 향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우리 몸엔 우리 음식이 최고’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강조한 ‘신토불이(身土不二) 음식’이 유행한 적이 있다. 요즘은 ‘신토불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자란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이 건강이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김치와 된장은 건강에 유익한 발효식품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김치와 된장은 염분 함량이 높다. 김치와 된장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을 유발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와 된장을 거의 매일 섭취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위암 발병률은 세계 1위이다. 과도한 염분 섭취가 위암 발병의 원인이다.

 

‘신토불이 음식’ 사랑과 반대로 외국에서 나오는 건강한 음식을 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강에 관심 많은 우리 어머니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 어머니는 처음에 블루베리의 효능을 알고 나서 블루베리를 먹기 시작했다. 몇 달 뒤에는 블루베리보다 항산화 효과가 높은 아사히 베리에 관심을 보였다. 최근에 어머니는 블루베리, 아사히 베리보다 훨씬 좋은 열매가 아로니아라고 말한다. 서구에서 나는 음식의 효능 또는 그곳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의학 정보가 과학적으로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저자는 서구의 건강 식문화가 우리나라에 검증 없이 유통되고, 일반인들이 쉽게 맹신하는 상황을 ‘영양학 사대주의’가 낳은 문제점으로 본다.

 

저자는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건강 의학 정보의 단점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참고문헌들도 따로 정리했다.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누어질 것이다. 어떤 독자는 책에 소개된 정보 대부분이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느낄 수 있을 테고, 또 다른 독자는 저자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부제를 ‘과학적으로 먹고살기’라고 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은 무슨 의미일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책 153쪽에 나오는 저자의 말이 ‘과학적으로 먹고살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어느 쪽에도 편향적이지 않은 중립적 견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다.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있으나 100퍼센트 객관적인 사람은 없다. 나도 이 책의 내용이 모두 객관적이라거나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를 대할 때 반대 입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정확하고 과학적인 정보가 있는지를 탐색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미덕이다. 특히 식품처럼 정보편향이 심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153쪽)

 

저자는 솔직하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책도 무조건 믿지 믿어선 안 된다는 의미의 당부를 간접적으로 밝힌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덮을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어디선가 우리의 상식을 뒤집어버리는 새로운 건강 의학 정보가 밝혀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믿고 있던 의학 상식은 폐기되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낡은 의학 상식은 해로운 도끼가 되어 우리 몸을 찍어버린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속아서 건강을 망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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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4-2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 닥터 하니 느닷없이 신해철 의사 생각납니다그려.. 그 인간... 참, 티븨 나와 설레발 많이 치더니...

cyrus 2017-04-27 23:13   좋아요 0 | URL
문제 일으킨 의사들은 자격 박탈해야 합니다.

2017-04-27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4-27 23:14   좋아요 0 | URL
이 책에도 다이어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욕구를 줄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음식을 덜 먹어야 합니다. ^^;;

감은빛 2017-04-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다 체질이 다르니,
어떤 건강 상식이나 과학적인 정보도 다 맞을 수 없겠지요.
누군가에게는 잘 들어맞는 정보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안 맞을 수 있구요.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담담한 평, 잘 읽었어요!

cyrus 2017-04-27 23:19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감은빛님. 요즘도 운동 꾸준히 하고 계시죠?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적용되는 건강법은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체질에 맞는 건강법이 있을 뿐입니다.

세상틈에 2017-04-29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대표적 분야가 건강 의료인 것 같아요... 완전 상반되는 주장이 각자 전문가란 이름으로 매체를 타고 있으니...

cyrus 2017-04-30 15:05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어떤 의견이든 다 알아보고 비교해봐야 합니다. 무조건 한쪽 입장이 옳은 건 아니니까요.

페크pek0501 2017-05-02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편식하지 않고 음식 골고루 먹기, 를 건강한 식습관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cyrus 2017-05-02 13:27   좋아요 1 | URL
가장 고치기 힘든 식습관이 편식과 덜 먹는 것입니다. 저는 두 가지 식습관을 피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