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탕진잼’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를 말합니다. ‘탕진잼’은 경기 불황 속에 적은 가격으로 물건을 왕창 사는 소비 형태를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도 소소한 사치를 누리고 싶은 젊은 층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연령층에 속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생활이 팍팍해도 책을 삽니다.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부터 신간 도서 구매 횟수가 줄어들고, 중고서점이나 헌책방을 찾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중고서점과 헌책방은 적은 금액으로도 읽을 만한 책들을 최대한 많이 살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중고서점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중고서점에 읽고 싶은데 구하기 힘든 책이 보이면 안 살 수가 없거든요. 이런 책들은 대부분 절판된 상태인데요, 출간연도가 오래된 것은 도서관에서도 볼 수가 없어요. 매달 도서관에 새 책이 들어오면, 오래된 책은 창고 같은 서고에 따로 보관됩니다. 그 책을 보려면 사서에게 얘기해야 합니다.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지만, 저처럼 오래된 책을 읽고 싶은 독자 입장에서는 사서에게 매번 부탁하는 일이 껄끄럽습니다.

 

중고서점에 책을 살 때 예외가 있습니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절판본과 저렴한 가격의 일반 책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이때 고민이 많아집니다. 일반 책은 갑자기 절판되지 않는 이상, 다음에 사도 됩니다. 그런데 그 날이 언제 올지 몰라요. 절판본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합니다. 그야말로 운이 좋아야 합니다.

 

 

 

 

 

어제 퇴근하자마자 대구 상인점 중고서점을 찾았습니다. 그 이유가 그 매장에서 파는 책 한 권 때문이었습니다. 최근에 동생을 위해서 《작은 아씨들》 1, 2권을 샀습니다. 그 후에 중고서점을 검색했는데, 마침 중원문화 출판사에서 나온 《작은 아씨들》 3부가 서점에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책 상태는 ‘최상’이었고, 중고가가 착했습니다.

 

어제까지 제 계정에 있는 총 적립금이 3,500원 정도 있었습니다. 제가 사고 싶은 책과 동생 보고 싶은 책을 사는 데 쓰면서 남은 금액입니다. 이 가격으로 3,700원의 책을 사기에는 200원이 모자랍니다. 매일 알라딘 어플에 접속하면 받을 수 있는 1,000원 적립금이 있습니다. 그 적립금을 받으면 24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그 적립금 덕분에 《작은 아씨들》 3부를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4부를 제외한 《작은 아씨들》 시리즈를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생이 3부까지 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읽으면 그만이니 적립금을 다 쓰는 것에 아깝지 않았습니다. 네, 이런 게 바로 ‘탕진잼’의 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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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8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18 16:52   좋아요 0 | URL
이제 제 나이 서른인데, 서른 이후 십 년은 제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정말 샀던 책들을 열심히 읽어야 합니다. ^^;;

우민(愚民)ngs01 2017-02-1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명하십니다....^^

cyrus 2017-02-18 16:53   좋아요 0 | URL
현명하다기 보다는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적립금이 조금 남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7-02-1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야말로 첩보전을 방불케 하네요 ㅋㅋ 그리고, 저도 중고서점에서는 한없이 너그러워진다고 아내에게 한소리 듣고 있는 편이라 더욱 공감이 갑니다^^:

cyrus 2017-02-18 16:55   좋아요 1 | URL
어머니가 택배 받는 것을 싫어하셔서 온라인 주문이나 서평단 신청을 안 하고 있어요. 안 그래도 책장에 빈자리가 부족해서 보관할 공간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야금야금 사고 싶은 책을 사고 있습니다. ^^;;

붕붕툐툐 2017-02-18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때 책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적이 있는데, 아주 어렵게 세트를 다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이 떠오르네요~^^

cyrus 2017-02-18 20: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진짜 그 감정이 생길 때가 책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일 행복해하는 순간입니다. ^^

레삭매냐 2017-02-18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고서점의 매력은 역시 단가와 희귀성이 아닐까요.
탕진잼의 유희에 빠진 이들은 굳이 당장 사지 않아도
될 책을 갖은 이유를 붙여서 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겠죠 :>

어제 프랑크 디쾨터의 <해방의 비극>이 인근 램프의
요정에 나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 바로 달려가
서 사왔습니다. 부근에 저랑 독서취향이 비슷한 분이
계신지 거의 시간차 싸움이거든요. 먼저 사는 사람이
임자다.

최근 중국 당대소설들일 섭렵 중인데, 현대 중국의
모태가 되는 공산혁명 그리고 문화대혁명을 본격적
으로 다룬 책이라 그런지 진도가 짝짝 나가는 중입니다.

cyrus 2017-02-19 08:5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중고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사는 일이 타이밍 싸움입니다. 운이 좋으면 득템할 수 있어요. 정말 간발의 차이로 책을 산 일이 있었어요. 제가 원하는 책을 먼저 집어들고, 검색대에 가서 다른 책 제목을 검색했어요. 그때 검색창에 다른 손님이 제가 득템한 책 제목을 검색했더군요. 정말 아찔했습니다.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7-02-1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탕진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

cyrus 2017-02-19 08:58   좋아요 0 | URL
신간도서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중고서적을 많이 찾게 됩니다. 사실 어려운 출판시장을 생각하면 좋은 현상은 아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