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책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책을 특별히 읽고 싶어서 주문한 게 아닙니다. 동생이 보고 싶은 책입니다. 책 제목이 《작은 아씨들》이었습니다. 메이자 루이 올콧이 쓴 유명한 소설이죠. 몇 주 전부터 동생이 갑자기 《작은 아씨들》이 보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저도 사야 할 책이 몇 권 있어서 피땀 흘리면서 모은 책 구입비를 동생을 위해 써야 하는 상황이 불만스러웠습니다. 왜 제가 책을 살 때마다 동생이 책을 사달라고 조르는 걸까요? 동생이 고른 책이 저도 마음에 들어서 하는 수 없이 주문했습니다.
* 《작은 아씨들》 (공경희 역, 시공주니어, 2007년)
원래는 《작은 아씨들》 1부 번역본만 살려고 했었습니다. 저처럼 광적일 정도(?)로 독서를 하지 않는 동생의 독서 습관을 봐서는 2부를 읽을 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마침 알라딘 중고서점에 ‘시공 주니어’ 판본이 있는 걸 확인해서 그걸 살까 고민했습니다. 중고가가 괜찮아서 책 상태가 좋으면 그 책을 살 생각이었습니다만...
* 《작은 아씨들》 (유수아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11년)
결국은 1부, 2부를 번역한 펭귄클래식 번역본을 주문했습니다. 제대로 된 《작은 아씨들》 완역본을 사서 읽고 싶은 마음에 책 두 권을 골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기로 찜해둔 책은 못 사고 말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동생이 말하더군요. 굳이 2부까지 살 필요가 있냐면서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작품 하나를 제대로 읽으려면 책이 완역본이어야 하고, 속편까지 읽어줘야 한다.” 저는 저의 독서관을 아주 자신 있게 어필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씨가 될 줄이야...

오늘 오전에 올콧과 《작은 아씨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하던 차에 중대한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작은 아씨들》이 2부까지만 있는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속편이 4부까지 있었던 겁니다!
1부는 1868년에 발표되었고,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듬해에 2부 『Good Wives』(착한 아내들) 가 나왔습니다. 3부는 『Little Men: Life at Plumfield with Jo's Boys』(작은 신사들)이라는 제목으로 1871년에, 4부 『Jo's Boys and How They Turned Out』(조의 소년들)은 1886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사실 4부는 1부의 속편이라기보다는 3부의 속편에 가깝습니다. 이 작품은 올콧이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나왔습니다.
* 《작은 아씨들》 (박유경 역, 중원문화, 2012년)
* 《작은 아씨들》 (우진주 역, 동서문화사, 2014년)
3부와 4부는 다른 출판사가 번역했습니다. 중원문화 출판사는 3부까지 번역했고, 동서문화사는 1부부터 4부까지 모두 한 권에 담아 번역했습니다.
제가 카톡 메시지로 동생에게 《작은 아씨들》이 4부까지 나왔다고 알렸습니다. 그러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동생은 우스갯소리로 작가가 작품을 4부까지 쓰는 어마어마한 노력을 ‘장삿속’이라고 하더군요. 하긴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1부와 2부가 연달아 독자들의 호응을 받게 돼서 올콧이 후속작을 써냈으니까요. 3부와 4부가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동생이 나머지 후속작은 사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3부는 꼭 사서 읽고 싶습니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후속작까지 모조리 읽어야 제대로 작품을 읽은 듯한 만족감이 들어요. 후속 작을 읽지 않거나 사지 못하면 작품을 덜 읽은 것 같아요. 책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집착은 정말 무섭기만 합니다. 책에 눈이 멀면 아주 중요한 사실을 못 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