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코스프레 게임이다. 각 후보는 선거철이 되면 자신에게 유리한 상징과 이미지를 연출한다. 시장의 상인들을 만날 때는 정장 대신에 점퍼를 걸치고 고급 승용차를 놔두고 일부러 지하철을 타기도 한다. 후보들이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옷차림을 꼼꼼하게 신경 써서 방송토론에 참석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당선을 목표로 출마한 후보들이 민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미디어 정치에서 살아남으려면 ‘상징’과 ‘이미지’를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징과 이미지가 과장되거나 심지어 조작되면서 정작 중요한 정치 능력, 도덕적 자질 등이 무시되고 왜곡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어느 정파나 후보를 막론하여 판박이에다가 어설프기 짝이 없는 ‘서민정책’은 볼썽사납다.

 

 

 

 

그들이 선거철만 되면 찾는 ‘서민’은 누구인가. 서민은 조용하고 조심스럽고 온유하고, 그리고 소박하다.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서민’은 유권자다. 즉 정치인들이 언급하는 ‘서민’은 유권자를 뭉뚱그려 정치적으로 표현한 단어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서민정책이란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생활을 더 편안하게 하겠다는 전략적인 구호일 뿐이다.

 

대선 시기가 점점 다가오면서 정치인들이 서민과 가까워지겠다는 일념에서 예전엔 볼 수 없던 언동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특히 반기문 씨는...

 

 

 

 

 

 

 

 

 

 

 

 

정치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서민 코스프레’ 하느라 소리 없는 민심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어설프게 연기할수록 부끄러움과 분노는 우리 국민의 몫이다. 생각이 있는 국민은 얄팍한 쇼를 믿지 않는다. 반면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드러내는 국민은 위험하다. 이들은 상대 후보에 대한 해묵은 감정만을 갖고 편을 갈라 논쟁을 벌이며, 상대의 주장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자기의 주장만 내세운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지역감정은 물론이며, 해답 없는 감정다툼을 유발한다. 여론을 의식한 ‘서민 코스프레’와 빈말은 사기일 뿐이다. 이미지와 사기에 던진 표는 동원되고 이용된 표와 다를 것이 없다. 나라의 품격에 떨어짐에 자존심 상한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서민이다. 진짜 서민은 나라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상식과 원칙이 있는 민주주의도 살리고 싶어 한다. 이것이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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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0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20 20:14   좋아요 1 | URL
턱받이, 국기에 대한 목례, 지폐... 이런 걸로 웃음을 주는 분은 처음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20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민 하면 역시 마태우스 님이시죠..

cyrus 2017-01-20 20:1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서민적인 분입니다.

책한엄마 2017-01-20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보고 싶어요.
북플에 언제 오시는건지..

cyrus 2017-01-20 20:15   좋아요 0 | URL
기생충 연구하느라 칼럼 쓰시느라 많이 바쁘신 것 같습니다.

2017-01-20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20 20:17   좋아요 0 | URL
정치꾼 맞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유능한 살림꾼이라고 입털어요. 실제로 제 밥그릇 챙기는 사기꾼이죠.

단발머리 2017-01-2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페이퍼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네요.
ㅎㅎㅎ서민 교수님이 보고 싶어지는...

cyrus 2017-01-24 11:56   좋아요 0 | URL
저도 서민 교수님이 보고 싶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1-24 0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것도 그렇지만 반씨는 정치를 하기엔 확실히 너무 늙었고 감도 모자란다는 생각이 드는 일련의 ‘민심‘행각들이죠.ㅎㅎ 요즘 세상에 저런 setup이 먹히지 않죠. 조금 남아있던 가능성은 지난 10년간 줄기찬 이명박근혜의 행각으로 다 날아갔구요. 뭐가 뭔지 모르고 욕심이 나서 나온 것 같아요. 볼살에 덕지덕지 붙은 욕심이 추하게 느껴집니다.

cyrus 2017-01-24 11:58   좋아요 0 | URL
예전에 읽은 <반기문과의 대화>를 다시 읽었어요. 몇 년 사이에 사람이 확 달라졌어요. 그 책에서는 반 전 총장은 총장직에 물러나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어요. 권력이라는 게 사람의 마음을 한 번에 변화시킬 수 있다는 위력을 새삼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