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애니메이션 4기 1화 에피소드는 '르누아르 대 세잔'이다. 이 에피소드에 인상파 화가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르누아르와 세잔이다.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알프레드 시슬레, 에드가 드가는 엑스트라 급으로 나온다.

 

 

 

 

 

'르누아르 대 세잔'은 서양미술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볼 수 있는 에피소드다. 이 만화의 주요 설정이 개그라서 역사적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드가는 사람 형태가 아닌 회전초로 그려졌다.

 

 

 

 

 

 

르누아르는 여자 알몸이 그리고 싶다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데, 르누아르의 라이벌인 세잔이 이를 엿듣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부 다 얘기하겠다고 협박한다.

 

 

 

 

 

 

 

 

 

화가 난 르누아르는 세잔에게 '르누아르 로켓'을 날려 공격하고, 자존심 상한 두 사람은 그림 시합을 펼치기로 한다.

 

 

 

 

 

 

그림 시합의 심사위원은 피사로, 모네, 시슬레, 드가. 르누아르와 세잔은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도 유치하게 티격태격 싸운다. 르누아르는 세잔에게 자신의 파란색 물감을 빌려줬는데, 세잔은 그 물감을 남김없이 다 써버린다. 단단히 화가 난 르누아르는 드가를 집어던져 세잔에게 맞추려고 했으나 드가는 세잔의 그림에 부딪혀 죽는다. 드가가 흘린 체액은 세잔의 그림을 망치게 했다. 르누아르와 세잔은 그리라는 그림은 안 그리고, 몸싸움으로 대응하자 피사로는 시합을 중단시킨다. 피사로가 르누아르와 세잔에게 시합용 그림(이라 부르고 낙서라 한다)을 전시회에 출품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만화 에피소드처럼 실제로 르누아르와 세잔이 그림 시합을 한 적이 없다. 이 만화를 본 사람들은 르누아르와 세잔이 인상파의 라이벌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잔은 르누아르의 풍경화를 '솜뭉치'로 비유하면서 반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이 증언이 존 리월드의 세잔 전기에 나온다. 그러나 이 증언만으로 세잔이 르누아르를 싫어했다고 볼 수 없다. 세잔은 르누아르를 존경했다.

 

 

나는 모든 생존 화가들을 경멸하지만 모네와 르누아르는 예외이다.


(세잔, 《르누아르 : 빛과 색채의 조형화가》 150쪽)

 

 

피사로가 자신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르누아르는 세잔의 그림을 좋아했다.

 

 

드가와 르누아르는 세잔 작품을 매우 좋아한다. 볼라르(인상파 화가들과 친하게 지낸 화상-글쓴이 주)가 세잔의 과일 스케치를 보여 주었는데, 그들은 누가 그 그림을 소유할 것인가를 놓고 동전을 던졌지.

 

(카미유 피사로가 아들 루시앙에게 보낸 편지, 미셸 오 《세잔 : 사과 하나로 시작된 현대 미술》 153쪽)

 

 

세잔은 시골에서 자란 탓에 도회적 분위기의 동료 화가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그렇지만 동료 화가들은 세잔의 그림을 좋아했고, 그의 그림들을 구입하기도 했다. 피사로는 10점, 르누아르는 4점, 드가는 7점을 구입했다.

 

르누아르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그림 수집가 빅토르 쇼케(1821~1891)에게 세잔의 그림을 소개하기도 했다. 르누아르의 주선에 의한 세잔과 쇼케의 만남은 세잔의 일생 중에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화가가 아닌 일반 수집가가 세잔의 그림을 사는 일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쇼케는 세잔의 그림을 흡족해했고, 세잔의 후원자가 되었다. 쇼케가 수집한 세잔의 그림은 총 34점이다.

 

 

 

 

 

 

 

 

 

세잔과 르누아르는 쇼케의 초상화를 여러 점 그리기도 했는데, 두 사람이 그린 초상화를 보면 확실히 스타일에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잔의 인물화는 모델의 외양을 자세히 그리는 것보다 모델 내면의 감성을 표현하는 데 치중했다면, 르누아르는 인물을 최대한 아름답게 그리려고 했다. 세잔을 인정해주던 동료 화가들은 새롭게 변화를 준 세잔의 화풍에 당황했다. 세잔 못지않게 자존심 세고, 독설가로 알려진 드가는 '미친 사람이 그린 미친 사람의 초상화'라고 평가했다.

 

 

 

 

 

 

 

 

 

 

 

 

 

 

 

 

 

 

사실 세잔과 드가가 서로를 경멸하는 불편한 관계였다고 한다. 한때 무명이었던 르누아르, 드가, 세잔 등의 그림을 판매한 앙부르아즈 볼라르(1868~1939)는 세잔과 드가를 자기 그림에 대한 긍지가 강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봤다. 두 사람 다 무뚝뚝하고, 부끄럼을 타는 편이라서 동료 화가들에 대한 칭찬에 인색했을 것이다. 서로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끼리 자주 만나면 정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드가는 세잔의 첫 개인 전시회에 참관하여 세잔의 그림을 인정했다.

 

르누아르, 세잔, 드가. 이 세 사람의 일생을 소개한 관련 도서 여러 권을 참고해도 이 세 사람이 어떠한 관계인지 명확히 파악하기 불가능하다. 세잔을 싫어한 드가가 그의 그림을 7점이나 구입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드가는 츤데레(ツンデレ, 겉으로는 상대방을 퉁명스럽게 대해도 점점 애정을 느끼기 시작하면 좋게 대해주는 성격) 유형에 가깝다.

 

 

드가 : 흥! 딱... 딱히 널 위해 그림을 구입한 건 아니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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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6-12-16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면서 괴롭히는 그런 심리ㅜ 아닐까요?

cyrus 2016-12-16 16:18   좋아요 0 | URL
그럴 수도 있겠어요. ㅎㅎㅎ

2016-12-16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2-16 16:44   좋아요 1 | URL
만화 에피소드가 제 관심사와 연관이 있어서 관련 도서를 찾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12-16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르누아르가 그린 빅토르 쇼케가 훨씬 좋습니다~ㅅ!
그림이 좋아 완전 한참을 서성이고 머물다가 갑니다~^^

AgalmA 2016-12-16 18:44   좋아요 1 | URL
저도 르누아르 쇼케. 르누아르 그렇게 좋아하는 편 아닌데, 저 그림에선 쇼케 손이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보게 돼요^^
세잔은 인물이 아니라 붓터치와 덩어리 질감을 계속 보게 됩니다. 결국 그림이 아니라 세잔을 보게 만든다는 것. 대단한 세잔.

cyrus 2016-12-16 21:52   좋아요 0 | URL
To. 양철나무꾼님 / 르누아르 그림의 매력이 밝고 화사한 분위기죠. 그리고 르누아르가 묘사한 남성도 여성성이 느껴져요.

cyrus 2016-12-16 21:54   좋아요 0 | URL
To. Agalma님 / 세잔의 화풍을 잘 보셨습니다. 세잔은 모든 대상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붓터치와 질감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stella.K 2016-12-1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만화가 있었네. 급땡김이다.
요즘엔 드라마와 영화 찔금 보는 정도라 만화는
여력이...ㅠㅠ

cyrus 2016-12-17 16:53   좋아요 0 | URL
이 만화 소재와 개그 코드가 일본풍이라서 재미없을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