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랄리> 

 

나는 홀로 살았다.

비탄의 세상에서.

그래서 내 영혼이 마치 괴어 있는 물 같았다,

마침내 곱고 상냥한 율랄리가

나의 수줍은 신부가 될 때까지―

마침내 금발의 어린 율랄리가

나의 미소하는 신부가 될 때까지―

 

아, 덜―훨씬 덜 밝았다.

밤하늘의 별들도,

그 해밝은 소녀의 두 눈보다는!

증기가 자주색 진주색

달빛―색조를 만들 수 있다지만,

정숙한 율랄리의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곱슬머리에 비하랴―

밝은 눈 지닌 율랄리의 아주 얌전하고 꾸밈없는

곱슬머리에 비하랴―

 

이제는 의심도―이제는 고통도

다시는 아니 찾아온다,

그녀의 영혼이 내 한숨을 한숨으로 지우며,

하루 종일토록

밝게 강렬하게 빛나기에,

하늘에 있는 아스타르테,

그녀 향해 한결같이 소중한 율랄리가

보모의 눈을 쳐들기에―

그녀 향해 한결같이 어린 율랄리가

보랏빛 눈을 쳐들기에―

 

 

I dwelt alone

In a world of moan,

And my soul was a stagnant tide,

Till the fair and gentle Eulalie

became my blushing bride —

Till the yellow-haired young Eulalie

became my smiling bride.

 

Ah, less — less bright

The stars of the night

Than the eyes of the radiant girl!

And never a flake

That the vapour can make

With the moon-tints of purple and pearl,

Can vie with the modest Eulalie’s

most unregarded curl —

Can compare with the bright-eyed Eulalie’s

most humble and careless curl.

 

Now Doubt — now Pain

Come never again,

For her soul gives me sigh for sigh,

And all day long

Shines, bright and strong,

Astarté within the sky,

While ever to her dear Eulalie

upturns her matron eye —

While ever to her young Eulalie

upturns her violet eye.

 

 

(<율랄리> 김천봉 번역. 《에드거 앨런 포》 70~73쪽)

 

 

 

 

* <울랄룸> 중에서 

 

우리들이 가는 길의 끝에는

액체와도 같이

성운(星雲)의 미광(微光)이 보얗게 태어나고

그 속에서 초승달이

기적처럼 신비하게

두 개의 뿔을 달고 떠오른다.

아스타르테의 다이아몬드 초승달이

또렷이

두 개의 뿔을 달고서.

 

At the end of our path a liquescent

And nebulous lustre was born,

Out of which a miraculous crescent

Arose with a duplicate horn —

Astarte’s bediamonded crescent

Distinct with its duplicate horn.

 

 

(<울랄룸> 중에서, 정규웅 번역. 《애너벨 리》 58~59쪽)

 

 

 

 

 

 

 

 

 

 

 

 

 

 

 

 

 

 

 

 

 

 

 

 

 

 

 

 

 

 

 

 

 

 

 

 

 

 

 

 

 

 

 

 

 

 

 

 

 

 

 

 

 

 

 

 

 

포의 고딕 단편소설 <리지아(Ligeia)>에도 아스타르테와 비슷한 여신의 이름이 언급된다. 이 소설도 죽은 버지니아를 잊지 못하는 포의 사랑을 읽을 수 있다. 리지아는 매우 똑똑하고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여자다. 하지만 그녀도 병에 걸려 죽음을 기다린다. 화자는 자신의 결혼생활이 불행한 이유를 고대 여신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And, indeed, if ever she, the wan and the misty-winged Ashtophet of idolatrous Egypt, presided, as they tell, over marriages ill-omened, then most surely she presided over mine. (원문)

 

사람들이 말하듯, 우상을 숭배하던 이집트인들의 풍요의 여신이자 흐릿한 날개를 가진 창백한 여신 아스다롯이 진정 불길한 결혼 생활을 관장했다면, 그 여신은 분명 내 결혼 생활도 관장했을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56쪽. 출판 전문 번역기업 ‘바른번역’)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만일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 정신, 즉 우상숭배의 나라인 이집트의 여신인 애시토펫, 가냘픈 날개에 창백한 얼굴을 한 그녀가 불길한 결혼을 주재하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의 결혼을 주재한 이도 그 여신이었음에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26쪽. 전승희 번역)

 

만일 로맨스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그런 정령이 있다고 하면, 그러니까 만약 우상숭배를 좋아하는 이집트에서 저 파리하고 안개 같은 날개를 가진 아슈토페트 여신이 존재하여 사람들의 말처럼 불길한 결혼을 주재한다 하면, 분명히 나의 결혼도 그 여신이 주재하였으리라. (《포 단편집》 136쪽. 김정민 번역)

 

게다가 로맨스라는 이름의 정령이 존재한다면, 그리하여 소문대로 저 우상 숭배국 이집트의 안개 날개를 매단 말라깽이 아슈토펫이 불운의 결혼을 관장한다면, 내 결혼을 주무른 것도 분명 그 신의 짓이리라. (《더 레이븐》 201쪽. 조영학 번역)

 

 

사람들은 불길한 결혼에는 '로맨스'라는 이름의 영(靈)이 깃든다고들 합니다. 우상을 섬기는 이집트에서는 불길한 결혼에 안개처럼 창백한 날개의 '아스토펫'이 깃든다고 합니다. 이런 말들이 맞는다면, 우리의 결혼에도 분명히 그런 영이 깃들었을 것입니다. (《붉은 죽음의 가면》 188쪽. 김정아 역. '생각의나무' 구판)

 

 

 

‘Ashtophet’은 포가 아스타르테를 모티프로 만든 여신이다. 코너스톤 판에는 ‘아스다롯(Ashtoreth)’으로 되어 있는데, 성경에서는 아스타르테를 아스다롯으로 부른다. <리지아>를 번역한 역자들은 ‘Ashtophet’에 대한 각주를 이슈타르와 동일한 여신이라고 설명했는데, 독자의 오해를 부른다. 아스타르테의 여러 가지 이름 중에 ‘Ashtophet’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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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yrus님께
    from a garland for his head 2016-09-24 09:51 
    어제밤, cyrus님이 올리신 ‘아프로디테님이 보고계셔’를 보고 쓰는 글입니다. 이 글은 cyrus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글을 쓰시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글에 대한 애정, 자료 조사에서 오는 수고로움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cyrus님의 글을 보고 좀 많이 놀랐습니다. cyrus님의 글과 제 글들의 내용과 구조에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페이퍼는 cyrus님의 ‘아프로디테님이 보고계셔’와 제 글인 ‘에드거
 
 
syo 2016-09-23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작살나는 운율은 포의 특징입니까, 아니면 저 시절 영미시라면 기본적으로 다 갖추고 있는 형식입니까?

cyrus 2016-09-23 18:45   좋아요 0 | URL
둘 다입니다. ㅎㅎㅎ 특히 포의 시가 음악적인 운율로 유명해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 원문도 소개했습니다. 사실 포의 시는 원문으로 읽어야 운율을 느낄 수 있습니다.

syo님. 혹시 제 글을 북플로 보신다면 제일 위에 있는 두 편의 시 제목이 보입니까? 제 북플 화면에는 시 제목이 뜨지 않습니다... ㅡ.ㅡ;;

syo 2016-09-23 19:22   좋아요 0 | URL
안뜨네요. 이런 현상 몇 번 본 것 같아요. 그냥 편집상의 실수시려니 했는데.......헐북플

cyrus 2016-09-23 19:27   좋아요 0 | URL
확인하고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하필이면 오늘 오류를 확인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서재지기님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금요일에 오류를 발견하면 짜증납니다..

syo 2016-09-23 19:41   좋아요 0 | URL
북플이 또 한걸음 앞으로 나가겠군요.

yureka01 2016-09-23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드가 알랜 포. 아고 상당히 불행한 삶을 살았던 작가였더군요. 영문학스켄들 이라는 책에 나오더라구요.

cyrus 2016-09-24 11:03   좋아요 0 | URL
포가 버지니아 이외에 다른 여자들을 좋아했는데, 끝내 사랑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cyrus 2016-09-24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슈타트테에 대한 설명 그리고 프시케에 대한 해석은 에이바님의 글을 일차적으로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앞으로도 알라딘 서재 글을 참고할 때, 참고한 내용을 상세하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에이바님께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6-09-24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9-24 20:35   좋아요 1 | URL
네, 아직 지울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제3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어제 글을 작성한 이유는 포의 시 <율랄리>와 <울랄룸>에 나오는 아스타르테와 <리지아>의 아스토펫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싶어서 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바님의 글은 제 글에 영감을 준 것이고,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에이바님의 글 링크 주소를 올렸습니다. 에이바님의 두 편의 글을 수정하고 증보하기 위해서 작성한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오로지 <리지아>의 아슈토펫에 초점을 맞추면서 쓰려고 했는데, 제가 아스타르테와 프시케에 대한 내용을 쓰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에이바님의 글 내용과 형식이 유사해졌습니다.

yamoo 2016-09-24 19:06   좋아요 0 | URL
유사성 만으로 사과를 강제 받는 것은 정말 어의 없는 일입니다. 비슷한 책을 참조할 수도 있는 일이구요. 저는 사이러스 님의 페이퍼가 전혀 문제가 없는 글로 보입니다. 사과는 잘못한 것이 있을 때에라야 하는 것인데, 뭐가 잘못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