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에 동네 유일한 책 대여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고등학생 때 그곳에서 만화책을 빌려보곤 했었는데, 갑자기 문을 닫게 돼서 아쉬웠습니다. 이제는 만화책을 어디에 가서 빌려 봐야 할까요? 막막합니다. 만화책을 살 수도 없고. 씁쓸한 마음에 잠기고 있을 때 보슬비님이 보내주신 선물이 집으로 왔습니다.

 

 

 

 

 

보슬비님이 제 독서 취향에 딱 맞는 책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소설 전집 원서와 이토 준지의 만화 《블랙 패러독스》와 《지옥별 레미나》입니다. 특히 《지옥별 레미나》는 제가 정말 보고 싶어 했던 만화입니다. 《지옥별 레이나》의 장르가 코스믹 호러입 니다. 러브크래프트도 코스믹 호러 장르를 개척한 작가이고, 그의 영향을 받은 만화가가 바로 이토 준지입니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원서는 크고 아름다워요. 일단 표지부터 코스믹 호러 풍입니다. 왠지 펼치면 안 될 것 같은 무시무시한 포스가 느껴집니다.

 

 

 

 

 

무심결에 책을 펼치면 정말로 무서운 그림을 보게 됩니다. 책을 펼친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90도 회전하면 흉측한 모습의 괴물이 나타납니다. 이 괴물의 정체는 데이곤(Dagon, 다곤)입니다.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 <데이곤>의 주인공이죠. 러브크래프트가 만든 그레이트 올드 원(Great Old Ones, 고대의 오래된 신들) 중에 가장 유명한 녀석이 크툴루(Cthulhu)입니다. 그렇지만 소설을 통해서 가장 먼저 등장한 그레이트 올드 원이 데이곤입니다.

 

 

 

 

 

소설 전집의 서문은 S.T. 조시(S.T. Joshi)가 썼습니다. 이 사람은 러브크래프트의 전기를 쓸 정도로 러브크래프트 문학에 조예가 깊은 인도 출신의 문학평론가입니다. 조시는 러브크래프트 이외에 로드 던세이니, 앰브로즈 비어스 같은 공포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소개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원서에 있는 작품들은 집필 연도순으로 배열되었습니다. 전업 작가로서 러브크래프트가 처음 발표했던 소설이 <동굴 속의 짐승>(The Beast in the Cave)입니다. 러브크래프트가 청소년 시절에 썼던 작품은 책 후반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집은 러브크래프트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작품이 많이 수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마술사 해리 후디니와 함께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피라미드 아래서>(Under the Pyramids)가 유일한 공저 작품입니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의 청소년기 작품인 <수상한 배>(The Mysterious Ship)의 두 가지 버전이 같이 실려 있습니다. <수상한 배> ‘짧은 버전’은 9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결말을 이루는 1장이 추가된 것이 ‘긴 버전’입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러브크래프트 전집 5권에 있는 <수상한 배>는 ‘긴 버전’을 번역한 것입니다.

 

 

 

 

※ 원서 수록 작품

(국내 번역 제목, 황금가지 출판사 러브크래프트 전집 권수)

 

 

* The Beast in the Cave

(동굴 속의 짐승, 4권)

 

* The Alchemist

(연금술사, 4권)

 

* The Tomb

(무덤, 4권)

 

* Dagon

(데이곤, 1권)

 

* A Reminiscence of Dr. Samuel Johnson

(새뮤얼 존슨 박사를 회상하며, 4권)

 

* Polaris

(북극성, 3권)

 

* Beyond the Wall of Sleep

(잠의 장벽 너머, 3권)

 

* Memory

(기억, 4권)

 

* Old Bugs

(올드 벅스, 4권)

 

* The Transition of Juan Romero

(후안 로메로의 전이, 4권)

 

* The White Ship

(화이트 쉽, 4권)

 

* The Street

(거리, 4권)

 

* The Doom that Came to Sarnath

(사나스에 찾아온 운명, 4권)

 

* The Statement of Randolph Carter

(랜돌프 카터의 진술, 3권)

* The Terrible Old Man

(무서운 노인, 4권)

 

* The Tree

(올리브 나무, 4권)

 

* The Cats of Ulthar

(울타르의 고양이, 3권)

 

* The Temple

(신전, 4권)

 

* Facts Concerning the Late Arthur Jermyn and His Family

(고 아서 저민과 그 가족에 관한 사실, 4권)

 

* Celephaïs

(셀레파이스, 4권)

 

* From Beyond

(저 너머에서, 2권)

 

* Nyarlathotep

(니알라토텝, 1권)

 

* The Picture in the House

(그 집에 있는 그림, 1권)

 

* Ex Oblivione

(망각으로부터, 4권)

 

* Sweet Ermengarde

(달콤한 에르망가르데 혹은 시골 처녀의 마음, 5권)

 

* The Nameless City

(이름 없는 도시, 4권)

 

* The Quest of Iranon

(이라논의 열망, 4권)

 

* The Moon-Bog

(달의 습지, 4권)

 

* The Outsider

(아웃사이더, 4권)

 

* The Other Gods

(또 다른 신들, 4권)

 

* The Music of Erich Zann

(에리히 잔의 선율, 1권)

 

* Herbert West–Reanimator

(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 1권)

 

* Hypnos

(히프노스, 3권)

 

* What the Moon Brings

(달이 가져온 것, 4권)

 

* Azathoth

(아자토스, 4권)

 

* The Hound

(사냥개, 4권)

 

* The Lurking Fear

(잠재된 공포, 4권)

 

* The Rats in the Walls

(벽 속의 쥐, 1권)

 

* The Unnamable

(형언할 수 없는 것, 4권)

 

* The Festival

(축제, 4권)

 

* Under the Pyramids

(피라미드 아래서, 해리 후디니 공저, 5권)

 

* The Shunned House

(금단의 저택, 2권)

 

* The Horror at Red Hook

(레드 훅의 공포, 4권)

 

* He

(그, 4권)

 

* In the Vault

(시체 안치소에서, 4권)

 

* Cool Air

(냉기, 2권)

 

* The Call of Cthulhu

(크툴루의 부름, 1권)

 

* Pickman's Model

(픽맨의 모델, 1권)

 

* The Silver Key

(실버 키, 3권)

 

* The Strange High House in the Mist

(안갯 속 절벽의 기묘한 집, 4권)

 

* The Dream-Quest of Unknown Kadath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 3권)

 

* The Case of Charles Dexter Ward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례, 3권)

 

* The Colour Out of Space

(우주에서 온 색채, 2권)

 

* The Descendant

(후손, 4권)

 

* History of the Necronomicon

(네크로노미콘의 역사, 1권)

 

* The Very Old Folk

(토박이들, 4권)

 

* Ibid

(이비드, 4권)

 

* The Dunwich Horror

(더니치 호러, 1권)

 

* The Whisperer in Darkness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 2권)

 

* At the Mountains of Madness

(광기의 산맥, 2권)

 

* The Shadow over Innsmouth

(인스머스의 그림자, 1권)

 

* The Dreams in the Witch House

(위치 하우스에서의 꿈, 4권)

 

* Through the Gates of the Silver Key

(실버 키의 관문을 지나서, 3권)

 

* The Thing on the Doorstep

(현관 앞에 있는 것, 1권)

 

* The Evil Clergyman

(사악한 성직자, 4권)

 

* The Book

(어떤 책, 4권)

 

* The Shadow Out of Time

(시간의 그림자, 2권)

 

* The Haunter of the Dark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 1권)

 

* The Little Glass Bottle

(작은 유리병, 5권)

 

* The Secret Cave, or John Lees Adventure

(비밀의 동굴 혹은 존 리 남매의 모험, 5권)

 

* The Secret of the Grave

(묘지의 미스터리 혹은 "죽은 자의 복수", 5권)

 

* The Mysterious Ship (short version)

 

* The Mysterious Ship (long version)

(수상한 배, 5권)

 

* Discarded draft of "The Shadow over Innsmouth"

("인스머스의 그림자" 폐기된 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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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1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의 추억들이 많이 사라져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화 가게, 비디오 가게, 동네 서점, 레코드 가게 등 우리 주변을 아기자기하게 만들었던 추억들을 싼 가격에 잃어버린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cyrus 2016-08-17 11:57   좋아요 1 | URL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상황들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2016-08-17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17 11:59   좋아요 0 | URL
요즘 다시 러브크래프트 전집 독서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외전까지 다 읽으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읽으니까 재미있어요. ^^

transient-guest 2016-08-17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여름방학마다 한국엘 가면 두 달 정도를 동네 서점과 대여점, 비디오가게를 돌면서 지냈습니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저녁마다 호프집이나 소주방에서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었지요. 이젠 이런 저런 이유로 꾸준히 연락하는 친구도 있고, 연락이 거의 끊긴 친구들도 있고...그렇습니다.ㅎㅎ 원서는 BN에서 만든 것 같네요. 러브크래프트는 영어로 읽어도 한국어로 읽어도 어쩜 그리 서리얼하고 무서운지요..ㅎ 이토 준지 또한 매우 은애하는 작가입니다. 제 생각으론 한국어로 나온 건 다 갖고 있는 것 같아요.ㅎ

cyrus 2016-08-17 12:0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반즈 앤 노블. ㅎㅎㅎ 저는 초딩 때 이토 준지의 《소용돌이》 한 번 보고 그림체가 너무 무서워서 쳐다보기가 힘들었어요. ^^;;

2016-08-17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17 12:04   좋아요 0 | URL
며칠 전부터 제 서재가 계속 노출되는 것을 확인했을 때 의아했습니다. 방문자 수와 댓글 수가 인기 서재와 비교하면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ㅎㅎㅎ

저는 자주 만나는 분들과 계속 친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

stella.K 2016-08-1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박이다. 네 생일 때문에...?
나도 30에 저런 선물 못 받아 본 것 같은데 부롭군.
30을 다시 살 수도 없구.ㅠ
러브크래프트가 도대체 뭐시간디.
나도 한 번 읽어봐고 쓰것다고 다짐하면서도 당췌...

cyrus 2016-08-17 15:11   좋아요 0 | URL
30이라는 숫자의 나이가 20만큼 특별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현대문학 출판사에 나온 러브크래프트 단편 선집 추천합니다. 전집을 읽으려면 1, 2, 3권만 읽어도 좋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