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불결한 생선 비린내가 풍기는 파리의 한 시장에서 태어났다. 그는 천부적인 후각으로 모든 냄새를 소유하려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자신만의 고유한 체취를 풍기지 못한다. 사람 체취를 향으로 만들기 위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 이야기다. 후각에 민감한 주인공은 ‘변태’ 혹은 타락한 하층계급의 후손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정 사회계층을 차별하면서 사람들은 흔히 악취가 난다는 이유를 들이댔다. 18세기 계몽주의가 판을 치던 시대에 곳곳에 근대적 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농촌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오직 자신의 노동력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이들은 비위생적인 환경의 좁은 곳에서 집단으로 거주하는 도시빈민층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주거조건은 전염병의 발병과 전파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상류층 사람들은 냄새나고 더러운 것을 비도덕적인 것으로 간주했고, 향수를 뿌리고 다녔다. 따라서 향수는 생활필수품인 동시에 높은 신분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런데 악취를 없애려고 향수를 자꾸 뿌려봤자 소용없었을 것이다. 악취를 맡지 않으려면 그냥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문필가 루이 세바스티엥 메르시에는 《파리의 풍경》에 대도시의 역겨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소개한다. 이때 당시 파리의 위생상태는 최악이었다. 18세기의 파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 무척 더러운 곳이었다. 도시는 나날이 발전하는데도 위생에 대한 관심은 후퇴하고 있었다.
좁고 잘못 난 길들, 너무 높고 공기의 자유로운 순환을 가로막는 집들, 푸줏간과 생선가게, 하수구, 묘지들 때문에 대기가 나빠지고 불순한 입자들로 가득 차게 된다. 그래서 이 폐쇄된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과도하게 높은 집들 때문에 1층과 2층 주민들은 태양이 가장 높이 솟아올랐을 때에도 여전히 어둠 속에 갇혀 있게 된다. 시민이 휴일이나 일요일에 시골의 맑은 공기를 쐬려고 나가면, 성문 밖에 발을 들여놓기 무섭게 똥거름이나 다른 오물에서 나오는 악취를 맡게 된다. (《파리의 풍경》 1권, 92쪽)
인용한 문장만 딱 놓고 본다면 그루누이가 살던 도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히고, 속이 울렁거린다. 하지만 놀랍게도 악취 문제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악취의 원인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분뇨였다. 오늘날 화장실을 의미하는 ‘toilet’은 프랑스어 ‘toile’에서 유래된다. ‘toile’은 망토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거리를 걷다가 뱃속에 신호가 느껴지면, 망토를 들고 다니는 화장실 업자에게 돈을 내고 볼일을 봤다. 그런데 문제는 급한 용변 때문에 화장실 업자에게 돈을 내는 것이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 몰래 볼일을 보는 것이 더 간단했다. 이러니까 거리나 강 주변에 분뇨가 여기저기 방치되고 말았다. 따로 분뇨를 모아 놓은 구덩이가 있었지만, 오늘날의 분뇨처리장과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곳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파리의 대기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또한, 분뇨구덩이 주변에 있는 우물도 오염되었다. 파리를 대표하는 센 강에서도 오물이 흘러들었다. 위생에 무지한 파리지앵들은 분뇨로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했다.
수많은 분뇨 구덩이에서 오염된 공기가 뿜어져 나온다. 밤에 분뇨 구덩이의 오물을 수거하면 구역 전체로 오염이 확산되고, 불쌍한 사람들이 몇 명씩 목숨을 잃는다. 분뇨 구덩이들은 엉성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이웃 우물로 오물이 흘러들기도 한다. 항상 우물물을 쓰는 빵장수가 그런 이유 때문에 우물물을 안 쓰지는 않는다. 분뇨 수거인들 또한 시 밖까지 오물을 운반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새벽에 하수구나 개천에 쏟아버린다. 이 가공할 찌꺼기는 천천히 길을 따라 센 강으로 향하고, 강가를 오염시킨다. 아침이면 물장수들이 강가에서 물동이에 물을 긷고, 무감각한 파리인들은 그 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은, 젊은 외과의사들이 해부학 실습을 하려고 훔치거나 산 시체들이 많은 경우 토막나서 분뇨 구덩이에 버려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분뇨 구덩이를 파보면, 때로는 끔찍한 해부용 시체 토막에 충격을 받고, 때로는 중범죄가 떠오른다. 오, 위대한 도시여! 그대의 성 벽 안에는 어찌나 많은 역겨운 공포가 감추어져 있는지! (《파리의 풍경》 1권, 93~94쪽)
분뇨 가스와 시체 토막이 썩는 냄새가 한데 어우러진 파리의 공기. 도대체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어떻게 태연하게 살았던 것일까. 그들은 악취를 참고 살다 보니 위생상태에 너무 무감했다. 화장실이 없었던 베르사유 궁전에 귀족들은 정원이나 커튼 뒤에 숨어서 볼일을 봤다. 궁전 안에 진동하는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향수를 마구 뿌려댔고, 내부 인테리어도 자주 바꿨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도시 파리는 역겨운 악취의 공포를 감추려고 점점 화려하게 변신했다. 아름답고 쾌적한 풍경이 있는 신작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메르시에는 신작로를 ‘도시개발의 상징’으로 보았다. 알고 보면 프랑스는 역으로 말해 세상에서 가장 더럽게 지냈기에 최고급 향수와 멋진 신작로, 그리고 호화로운 베르사유 궁전을 만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