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정리 모음

 

 

낙지 효과

 

 

손님이 보는 앞에서 산 낙지를 뜨거운 냄비 속에 넣는 해물탕집 퍼포먼스에서 유래한 용어로 타자의 죽음을 이용해 시각적 쾌락을 극대화하거나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한 전략적 상술 따위를 총괄하는 개념. 공개 처형 방식도 낙지 효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곰곰생각하는발)

 

‘가짜 공감’을 맹목적으로 공유하는 집단현상에서도 낙지 효과를 발견할 수 있다. 진짜 공감은 중립적인 태도로 상대방의 내면을 그대로 느끼는 상태다. 즉, 비통, 공포, 분노 등, 인간이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느낀다. 상대의 아픔을 느끼고 그 자리로 달려가려는 용기의 시작이다. 반면 ‘가짜 공감’은 자신이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을 전제로 상대의 딱한 상황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데 그친다. 이것은 연민과 동정심에 가깝다. 그뿐만 아니라 상대가 느끼는 고통의 원인에 대해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잘잘못을 따져드는 성향도 보인다. 이러한 성향은 현상을 따지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비평가나 비평가 코스프레를 하는 자들에게서 볼 수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은 종편이나 페이스북이다. 

 

 

한 어린아이가 센 강가에서 장난을 치다가 물속으로 떨어져버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근처에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있어서 버드나무의 가지가 아이를 구했다. 어린아이가 그 나무의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 그 곁으로 한 현학자가 지나갔다. 아이는 그에게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 현학자는 그 소리를 듣고 쳐다보며, 때에 어울리지 않는 매우 심각한 어조로 그를 꾸짖었다. “아, 이런 말썽꾸러기 꼬마 같으니라고!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다니! 저런 개구쟁이들을 키우고 항상 신경 써야 하는 부모들은 얼마나 불행한가! 아,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들의 운명에 정말 동정이 가는구나!” 그는 이런 식의 이야기를 다 끝내고서야 비로소 아이를 물가로 내려다주었다.

 

나는 이 글에서 그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다. 모든 수다쟁이, 비평가, 현학자는 내가 하는 말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서 그들은 혀를 놀릴 방법만 생각하는 듯하다. 이보시오, 친구여! 나를 먼저 위험에서 구해주시오. 그러고 난 후에 잔소리를 늘어놓으시오.

 

 

(「어린아이와 현학자」, 《라 퐁텐 그림우화》, 24쪽)

 

 

일시적인 감정 상태는 해물탕집에 처음 찾는 어린아이들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순수한 어린아이는 펄펄 끓는 뜨거운 냄비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낙지를 보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낙지가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슬픈 감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의 입안에는 푹 익힌 낙지 다리 한 조각이 들어가 있다. 아이는 끓는 물에서 죽어가는 낙지를 보면서 처음에 고통스럽게 여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장면이 익숙해지고, 익은 낙지를 맛있게 씹어 먹는다. 이렇듯 미디어가 보여주는 천편일률적인 고통의 이미지에 어느새 익숙해지는 대중 심리와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파간다 이미지 전략에 속는 경우가 많다. 종편이 좋은 예이다. 드라마나 뉴스에서 " 이래라저래라 " 하면 시청자는 별다른 비판적 사고 없이 " 일해라절해라 " 한다. (곰곰생각하는발)

 

* 추가사항: 페이스북에서도 프로파간다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상황을 흔히 볼 수 있다. 맹목적인 수용이 가짜 공감으로 형성되면 특정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로, 반대로 피해자는 가해자로 만들 수 있다. 

 

 

가짜 공감이 많을수록 대중은 고통의 상황에 전혀 상관없는 입장에 서는 방관자가 된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마음으로 느끼는 공감의 기술이 잃어버린다면 가짜 공감만 가득할 뿐이다. 가짜 공감은 처음에 뜨겁게 활활 타오르다가 얼마 못 가 사그라지는 불꽃과 같다. 수잔 손택이 말한 것처럼 ‘타인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공감’이 필요하다. 다만 집단적 공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려면 편파적 판단에 휩쓸리지 않는 ‘공정한 구경꾼’이 먼저 되어야 한다(애덤 스미스). 가짜 공감이 사회 전체를 혼란을 줄 정도로 상당한 위력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편견과 사실에 어긋난 상상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용례) 구급차 비켜줬다가 과태료를 낸 사연이 허위로 밝혀졌다. 관련 기사 링크


 

 

 

 

※ 관련 어휘

 

 

관종 : ‘관심종자’의 줄임말, 유독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은 자를 뜻한다. 자신을 향한 집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최근 관종은 가짜 공감을 불러일으켜서 언론플레이를 펼친다. 혼잡한 대중심리의 틈을 타 관종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늑대가 양의 가면을 쓰는 것이다.

 

용례) 시구로 떴다가 카톡 문자 때문에 연예계를 떠나야 상황에 처한 클라라

 

 

 

※ 유사 단어 주의

 

낙수효과 : 대기업 성장을 도우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물이 넘쳐흐르듯 혜택이 돌아온다는 이론. 주로 신자유주의자들이 정부의 기업 규제 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방패처럼 들이대는 논리다.

 

용례) 가만히 있어라.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도 움직이지 마라. 기업이 잘 되면 당신들의 살림도 알아서 나아진다. (이 말을 믿는 서민은 상류층으로 향해 한 발짝도 이동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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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1-2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좋은 서재 글이 무플이라니요. ㅋㅋㅋㅋㅋㅋㅋ
낙지효과 이거 10년 후에 사회학 용어로 등극될까 겁이 납니다..

cyrus 2015-01-29 21:57   좋아요 0 | URL
저에게 영감을 제공한 곰발님이 보신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곰발님의 재미있는 표현력을 살리지 못한 점이 쉽지 않군요. 요즘 글을 대충 쓰는 기레기와 칼럼니스트들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용어를 꼭 자신이 새로 만든 것처럼 버젓이 쓸 때가 있어요. 이것도 엄연히 표절에 가까운데 말이죠. 곰발님이 만든 용어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조심하십시오. ^^

수이 2015-01-2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말을 믿는 시민들 넘 많아_

cyrus 2015-01-29 21:59   좋아요 0 | URL
요즘 뉴스를 보면 못 믿겠어요.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하는 사건이 너무 많아요.

나와같다면 2015-02-0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팽목항에서 무릎을 꿇고 구해달라고 울부짓는 부모들을 보며...
단상위에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그를 보며...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cyrus 2015-02-01 20:13   좋아요 0 | URL
우리 사회가 공감이 결여되다보니 공감의 중요성을 너무 쉽게 남발한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