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LED램프는 다시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휴대용 LED 램프를 구입한 지 두 달 정도 지났다. 밤에 책 읽을 때 이 녀석(?)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LED 램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 번은 램프를 충전하려고 컴퓨터 본체에 있는 USB 콘센트에 꽂아둔 채 잠을 잤다. 그런데 다음 날, LED 램프는 다시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스위치를 수차례 눌러 봤는데도 이상하게도 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어제 충전했을 때는 모르고 있었는데 충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램프에 빨간 불이 나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원래 충전 상태 시에는 램프에 조그만 빨간 불빛이 나오게 되어 있다. 분명히 USB 콘센트에 꽂혀 있는데도 충전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빨간 불빛이 나오지 않았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기껏 사용해봤자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뿐이었는데 갑자기 불이 켜지지 않아서 좀 당황스러웠다. 이 문제에 대해서 A/S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주문조회를 통해서 이 문제의 램프의 사용자 후기들을 확인했다. 덕분에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 램프만 이런 고장이 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램프를 구입했던 딱 한 분의 고객도 나처럼 충전을 해도 불이 안 들어온다고 상품 후기를 남기셨다. 이 램프를 구입했던 다른 고객분들은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필 내가 구입한 램프가 이런 고장이 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모든 기계들은 왜, 내가 손을 대면 다 고장이 나는가?

 

이상하게도 나의 손을 거쳐간 기계들은 꼭 하나같이 '고장'이라는 운명을 맞이할 때가 많았다. 우리 집에 있는 컴퓨터만 해도 내가 사용하다가 고장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컴퓨터 본체만 해도 네 번 정도 교체했는데 모두 다 내가 사용하다가 고장나버리고 만 것이다.

 

최근에 컴퓨터 본체를 교체한 시기가 이제 막 1년 다 되어간다. 그런데 하필 최근에 컴퓨터가 이상해졌다. 아직 A/S 서비스를 부르지 않아서 '고장'이라고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컴퓨터가 맛이 간 것 같다. 잘 쓰고 있다가 갑자기 안전모드에 걸리고 말았는데 원래대로라면 '표준모드'로 다시 설정하면 원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표준모드로 설정해도 계속 안전모드 상태로만 뜰 뿐이었다. 컴퓨터에 무지해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Window 오류 상태'로 인해서 윈도우가 원래 상태로 되돌려지지 않았다. 항상 컴퓨터를 켜게 되면 검은 바탕화면에 흰 글자로 윈도우에 오류가 있다는 식으로 모니터에 뜬다. (지금 우리 집 컴퓨터 상태를 사진으로 촬영해서 올리고 싶지만 지금 학교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어서 올리지 못했다)

 

왜 하나같이 나의 손을 거쳐간 기계들은 고장이 나는걸까?  이런 일이 겪게 되면 무척 난감하다. 한 번씩 컴퓨터 또는 집에 있는 가전제품들이 고장이 나게 되면 그것을 일으키게 한 주범으로 항상 나를 지목한다. 그동안 내가 고장낸 기계가 MP3, 전자 백과사전도 있다. 이렇다보니 그 전에 내가 사용하다가 고장낸 기계들이 있었기에 평소에 잘 쓰고 있다가 갑자기 작동에 이상이 생기면 그것이 왜 작동이 안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보다 먼저 나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기계들을 오작동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해프게 사용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잘 사용하고 있는 기계가 어느 날 갑자기 작동이 안 되거나 고장이 나는 경우가 살면서 꼭 겪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과거들을 쭉 되돌아보면 이런 경험이 단순한 우연만은 보기에는 빈번할 정도로 많았다.

 

 

 

 

 군 복무 시절, 정비의 추억  

 

예전에 군 복무를 포병연대에서 했다. 쉽게 말하면 포를 쏘는 군인인 셈이다. 군사 무기에 대한 이야기는 기밀이라서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말하면 일종의 박격포라고 보면 좋겠다. 그 박격포는 쇳덩어리고 이루어져 있는만큼 무게가 꽤 나갔을뿐더러 항상 여러 명의 힘이 있어야 포를 조립하고 사격할 수 있는 100% 수동식, 말 그대로 구식 무기였다. 그런데 얕궂게도 항상 내가 다루던 박격포들은 하나같이 '작동 불가' 또는 '고장' 판정을 많이 받았다.

 

군대에서는 정기적으로 무기들을 검열하는 기간이 있는데 꼭 그 때만 되면 박격포에 히나씩 결함이 발견하곤 했었다. 검열 시에 박격포에 결함이 하나라도 발견된다면 이는 병사들의 소홀한 관리에 의한 문제로 보기 때문에 검열 기간이 다가오게 되면 병사들뿐만 아니라 그것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을 지는 상관까지도 예민해지게 된다. 검열 기간 몇 주전부터 하루 일과의 반을 박격포의 부품들을 정비해야 한다. 어찌 보면 부품들을 정비한다는 게 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군대 가본 남자들은 알 것이다. 부품 정비도 '노가다'인 것이다.

 

하루에 부품 정비를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군복 그리고 양 손에 기름 떼가 묻혀지는 건 다반사이고 부품에 묻은 녹을 지우기 위해서는 못 쓰는 군용 내복, 칫솔 그리고 빼빠를 가지고 무한반복 문질러야 한다. (아, 참!  여기서 '빼빠'사포의 군대식 용어다. 사실 '빼빠'는 사포를 가리키는 일본말이다. 이외에도 군대 내에서 사용되는 일명 '군대 용어'들 중에는 일본말을 그대로 차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부품들의 녹은 대충 문질러서 없어지지 않는다. 그 부품의 표면이 광이 날 정도로 계속 시도 때도 없이 기름칠 해가면서 문질러야 한다. 그래서 이등병 시절에는 하루종일 녹 지우느라 고생한 적이 많았다. 녹을 지우고 나면 항상 고참들에게 확인을 해야했는데 녹에 의한 조그만 까만 점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워야했다. 말 그래도 '광이 날 정도'로 녹을 지워야하는 것이다.

 

특히 제일 힘든 것은 포구를 정비할 때이다. 포구는 포가 쏠 때 지나가는 둥그스름한 원기둥 형태의 관이다. 포를 쏘게 되면 포구 안에는 포를 쏠 때 생기게 되는 그을림과 재가 묻게 되는데 그것을 닦아내지 못하면 포탄이 제대로 발사되지 못한다. 그래서 포 사격 훈련이 끝나면 무조건 포구를 청소를 해야했다. 청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 사람의 키만한 크기의 특수한 솔이 있는데 두 세명이 달라붙어 함께 포구 안을 문지르면 된다. 두 세 명이 함께 문지른다고 해서 이 또한 쉬운 게 아니다. 어느 정도 근력과 체력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포구가 워낙 작기 때문에 생각보다 잘 쉽게 문질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포구를 계속 문지르다보면 어느 새 양손에는 물집(!)이 잡힐 때가 많았다. 그래서 포구 정비 또한 고참들 사이에서는 사랑하는(?) 후임병들을 위한 일종의 가혹 행위가 되기도 했다.

 

 

너무 오랜만에 추억에 빠지다보니 글이 옆길로 빠지고 말았는데,,,

 

어쨌든 며칠 간 고생하면서 나름 꼼꼼하게 정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열 날이 되면 예상치 못한 결함이 발견되기 마련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세 곳 넘는다면 그것을 관리한 병사나 상관이나 무척 난감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 된다. 특히 하나의 분대로 이루어진 병사들을 관리하고 이끌어나가는 분대장들은 검열 날이 되면 욕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했다. 그로 인한 분대장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자신 밑에 있는 분대원들에게 향하는 '갈굼'의 화살로 변해서 날아온다.

 

군 복무 시절 때 관리했던 박격포만 해도 10대 정도는 넘었을텐데 정말 하나같이 제대로 성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때 사용했던 박격포가 수십 년 전에 제작되어질 정도로 노쇠화된 것도 있었지만 평소 훈련 때에는 잘 되다가 꼭 중요한 순간에서는 말썽을 일으키곤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대가 많은 돈 들여가면서 새 박격포를 구입했는데 이것 또한 얼마 안 가 작동 불능이 된 경우도 있었다. 무기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게 되면 다시 원 상태로 작동될 수 있도록 세밀한 정비를 해줘야 한다. 군 복무 시절 동안 결함 많은 박격포만 다루다보니 당연히 정비를 하는데만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기계들이 한번씩 문제가 일으키면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똑같다. 결국에는 물건이 고장나면 그 물건뿐만 아니라 주인도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기계들을 고장나게 만드는 '마이너스의 손'

 

 

 

 

 

 

 

 

 

 

 

 

 

 

 

 

 

 

자주 기계를 오작동을 일으키게 하고 고장나게 만든 탓에 내 동생은 나를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비아냥거리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무조건 닿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게 된다는 '미다스의 손'이 있듯이 나는 모든 기계들을 고장을 일으키게 하는 '마이너스의 손'이다. 손 대는 물건마다 족족 황금으로 변했기 때문에 미다스는 음식마저 직접 먹을 수도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면 나는 이상한 징크스 이후로는 기계를 다루는 것에 둔감해졌다. 그래서 항상 기계를 처음 사용하게 되면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더딘 편이다. 이렇다보니 정보 기술에 그닥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아날로그형 인간이 되고 만 것이다.

 

컴퓨터 같은 경우에는 고장이 발생하면 먼저 내 스스로 고쳐보려고 노력하지만 역시 천성적인 기계치라서 그런지 고장의 악화를 더 야기시킬 뿐 제대로 고쳐본 적이 없다. 여자들은 보일러와 같은 기계들을 잘 다루고, 잘 고치는 사람들을 선호하는데 만약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미래의 신부에게 엄청 욕 먹을 것 같다.  "왜, 이거 하나 제대로 못 고치냐" 고 말이다. 사실 이런 말은 남편을 위해서하면 남편의 미숙함에 답답해보이더라도 안 하는게 낫다. 남편이 아내로부터 제일 듣기 싫은 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번거롭고 비용이 들겠지만 얼른 A/S 서비스를 불러야겠다. 결국 고장난 기계를 고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A/S 서비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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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2-03-2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기계치예요. 남들보다 매뉴얼 숙지도 오래 걸리고. 대신 좀 천천히 자세히 알아가는 편이에요. 그런데 또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컴퓨터 고장 나면 망연자실이에요. 가족 중에 맥가이버가 있어서 집에 한 번 오면 다 뚝딱 고쳐놓고 가십니다. 컴퓨터가 고장나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본체를 뜯어 청소부터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본체를 뜯는 게 너무 무서워요--;; 저 LED등 탐나는데 고장이 잘 날까요?

cyrus 2012-03-27 22:49   좋아요 0 | URL
저도 본체를 뜯는 걸 안 좋아해요. 고칠려고 뭣도 모르구 분해했다가는
오히려 더 안 좋게 될 수도 있거든요. 정말 컴퓨터 수리에 능통하다면
괜찮지만요 ^^;;

제가 산 제품이 고장난 게 운이 없어서 불량품을 만난 거 같아요.
지금까지 구매후기들 보니 저처럼 불이 갑자기 안 들어왔다고 적는
사람이 단 한 사람뿐이었거든요. 차마 이 제품을 사지 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고장만 안 나면 정말 괜찮은 램프에요 ^^

stella.K 2012-03-2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손이 있긴 하더라. 그런데 네가 그럴 줄 몰랐다.
여자들 중에 그런 사람이 많고 남자들은 그것을 고치는.
뭐 대충 이런 그림 상상하잖아.
요즘 기계들은 웬만한 기계치가 만져도 고장이 잘 안 나던데.
비교적 처음 컴퓨터를 쓰기 시작했을 때 내 동생이 그랬거든.
아무거나 막 만져 보라고. 고장 안 난다고.
그런데 컴도 오래 쓰면 한번씩 에러가 나고 그러더라.
지금까지는 동생 불러다 고치곤 했는데 이 녀석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해. 그래서 기계 잘 다루는 사람은 꼭 있어야겠더라.ㅋ

cyrus 2012-03-27 2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기계를 잘 다루면 사는데 요긴한데요.
저는 군대 가면 좀 많이 배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배운게 그닥
많지 않았는거 같아요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3-2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LED 램프 저도 잘 쓰고 있는데...
다만 충전시간이 길지 않아서 자주 충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불이 안 들어오진 않아요. 어쩌나....
책 좋아하시는 cyrus님에게 딱 좋은 물건인데 말예요.

cyrus 2012-03-27 22:52   좋아요 0 | URL
현맘님, 잘 쓰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그냥 운 없게
불량품을 구입한 걸로 받아들일려고 해요. 구매후기를 확인해보니
저처럼 그러한 고장을 겪은 사람이 별로 없는거 보니
다른 구입자들은 별 탈 없이 잘 쓰고 있는가봐요 ^^

BRINY 2012-03-2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모컨으로 방의 전등을 끌 수 있는 집으로 이사와서는, 저것이 필요없는 물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cyrus 2012-03-27 22:55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요즘 집에는 리모컨으로 방의 전등을 끌 수 있는게
있군요. 전등 켜고 끄는데 편하겠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2-03-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중대에서는 81밀리 박격포를 썼어요.Cyrus님은 몇 밀리짜리 박격포였나요?

cyrus 2012-03-29 23:36   좋아요 0 | URL
제가 근무했던 중대에는 4.2 박격포를 썼어요. 밀리로 치자면
107mm인걸로 기억합니다. (전역한 지 2년째 되어가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 하지만 일반적으로 4.2인치 박격포로 많이
불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