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스토리를 시작하다

 

 

 

 

이거, 완전 대박이다!  어제부터 카카오스토리를 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기존에 있는 카카오톡의 인기를 넘어설거라는 반응이 있는데 충분히 그럴만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사실 그 전에는 카카오톡을 제외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하지 않았다. SNS의 등장이라는 획기적인 정보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채 아날로그 생활을 고집하려고만 하는, 숨길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보수적인(?) 심성 탓이다.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일상을 남들한테 공개한다는 것도 꺼림칙한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내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내가 오늘은 무엇을 하겠다'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진이나 짧은 글을 올린다고해서 과연 몇 명의 사람들이 나의 일상을 관심을 가져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일절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가 어제 친한 친구로부터 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그 친구와 카카오스토리 친구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나도 카카오스토리 계정을 따로 만들어 그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야만 했다. 그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처음에는 카카오스토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새로운 변화에 둔감해지는 이 못된 심성이 발동된 것이다. 하지만 친구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카카오스토리를 하자고 친구 신청 메시지를 보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친구 두 세 명이 동시에 똑같은 친구 신청 문자를 보내니깐 하는 수 없이 나도 카카오스토리를 하게 되었다.

 

 

 

사진출처: 헤럴드경제

 

 

시작해보니 기능이 생소해서 낯설었지만 막상 해보니 쉬웠다. 새로운 정보 서비스에 방황하지 않은 걸로 봐서는 나는 아직 젋은거 같다. 알고 보면 카카오톡의 기능이랑 비슷했다. 이전의 카카오톡이 메지시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일상을 공개했다면 카카오시리즈는 사진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동시에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다.

 

카카오스토리에 대해서 궁금하던 차에 이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봤는데 카카오톡에 페이스북의 기능을 결합시킨 새로운 SNS이라고 한다. 실시간으로 글과 사진을 올릴 수 있다는데 어찌 보면 싸이월드 홈페이지 만드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카카오시리즈가 페이스북의 기능과 차별화하면서도 유능한 장점이 바로 자신의 정보를 특정 친구들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 설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카카오톡에 저장된 친구들이 전부 자동으로 카카오스토리의 친구가 되지는 않는다.'친구공개'로 설정하고 싶다면 '친구'를 일일이 설정해야 한다. '카카오스토리'의 '친구' 메뉴로 들어가면 카카오톡 친구들이 뜨고, 이들에 대해 각각 '친구신청'을 누르면 자동으로 그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돼 친구수락 여부를 묻는다. 이것이 어제 내 친구가 나에게 보낸 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 메시지로 뜨게 된다.

 

'친구신청'을 일일이 해야 하는 과정이 좀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누군지도 잘 모르는, 그리고 연락이 뜸하거나 연락하기가 애매모호한 여러 명의 카카오톡 친구를 정리하는 데 개인적으로는 나름 유용했다. 이번 기회에 카카오스토리를 이용하면서 카카오톡에 설정된 인간관계를 보다 압축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번에 카카오스토리를 하면서 친한 친구, 선배들뿐만 아니라 학교 교수님과 '친구'(?) 관계를 맺기도 했다. 내가 평소에 존경하는 B 교수님이 카카오스토리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정중하게 친구 신청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카카오스토리 시작하신거 보고 친구(?) 추천했습니다."

 

교수님 카카오스토리에 이런 댓글을 남기자마자 1분도 안 되어 바로 교수님의 답글이 달렸다.

 

 "연습 중, 우리 좋은 친구 되자"

 

교수님도 연세가 좀 있어서 그런지 새로운 정보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나름 헷갈리는 점이 있는가 보다. 그래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신지 어제부터 지금까지 매일 새로운 사진들과 글을 올리시는 거 보니 어느 정도 카카오스토리에 적응하신 거 같았다.

 

 

 

 

 내가 아날로그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어제 처음으로 SNS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중독성이 있다는 건 사실임을 몸소 체험했다. 수시로 친구들의 댓글에다가 실시간으로 사진을 올리는 것을 스마트폰이 보일 때마다 꼭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항상 손에 스마트폰에 쥐어져 있는 이상 카카오스토리의 유혹을 쉽게 떨쳐내니가 어려울거 같다. 

 

그래도 중, 고등학생 때부터 온라인 게임을 전혀 손 대지 않은, 이미 몸과 정신이 아날로그로 무장된 나로써는 정보기술의 중독에 쉽게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딱 한 번 친구들의 권유로 온라인 게임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1개월 정도까지는 재미 보다가 그 뒤로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왠만한 남자들이라면 다 하는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스페셜 포스 등과 같은 PC방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못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내 친구들도 게임을 하지 않는 나의 한결같은(?)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사실 또래 친구들이 하는 게임을 하지 않아서 학창 시절에 친구 사귀기가 적잖이 힘들었다. 중, 고등학생 남자들의 대화 주제는 대부분 게임이나 여자(?) 이야기다. 특히 게임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그들 입장에서는 나 같이 게임을 안 하는 녀석이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고 그런 나를 어떻게 대해야할 지 난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특이한 정신 때문에 SNS 같은 것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날로그인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고...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아날로그 습성이 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내 주위에도 그러한 경향의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어제 카카오톡에 저장된 총 51명에게 카카오스토리 친구신청 메시지를 보냈는데 오늘까지만 해도 신청을 수락한 사람은 고작 19명 뿐이었다. 그 중에 4명은 친구신청을 하지 않았다. 두 명은 완전 친하다고 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관계이고 나머지 두 명은 학교 정교수님이다. 이상하게도 두 분의 교수님은 아직 카카오스토리를 시작하지 않았다. 감히 내가 먼저 문자메시지로 친구신청했다가는 괜히 욕 보일 수 있을까봐 일단 신청 은 보류하였다.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여전히 '수락중인 친구' 상태이다. 대부분 카카오스토리 계정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웃긴 것은 정작 내가 오프라인에서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던 녀석들이 카카오스토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별 것도 아닌 일인데 살짝 배신감이 밀려 오기도 했다.

 

 

 

 

 SNS를 통해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하필 며칠 전에 페이스북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미국에 조사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페이스북에 친구가 많거나 페이스북에서 자주 자신의 상태를 업데이트할 경우 나르시스트, 즉 자아도취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만약에 페이스북에 관계를 맺고 있는 '온라인' 친구들이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면 그 모든 100명이 나를 실시간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수시로 확인하게 되는 일종의 중독성이 있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내가 페이스북을 애용하는 사람들을 자아도취의 중독에 지나치게 빠져버린 나르시스트라고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트위터를 포함한 SNS들은 오래 사용하면 할수록 자주 확인하려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이에 대한 페이스북과 중독성 습관에 대한 관계는 그 이전에도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졌는데 술, 담배에 의한 중독성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수만 명의 사람들 모두 다 나르시스트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자아도취에 빠지게 된다면 수십 명이든 수백 명이든 간에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사람들은 상대방이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정작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어떠한 관심을 가져주는지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오직 '나'라는 자신의 모습을 상대방의 관심을 통해서만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나'라는 존재에 너무 치우쳐버린 대인 관계는 결국에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한 교류의 과정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만 집중 받기를 원하고 그것을 뽐내고 싶어하는 잘못된 자아도취에만 그치고 만다. 물에 비친 자신의 멋진 외모에 매혹되버린 나머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게 만든 나르시스처럼 잘못된 대인 관계로 인해 상대방이 자신을 기피하고 멀리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교수님이 나에게 보낸 메시지처럼 이번에 새로이 하게 된 SNS를 통해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과 정말로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고 나 역시 그들로부터 그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런데 말로만 쉽지 서로 얼굴을 볼 수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정(情)을 가진 '좋은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오프라인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들마저도 평생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친구'로 남는 것도 어러운 세상이다.

 

그래도 이번에 시작하게 된 카카오시리즈 덕분에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한층 더 높여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동안 같이 군 부대에 복무했던 군 동기들과의 연락이 뜸해졌는데 카카오스토리 덕분에 오랜만에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다가 오기가 쉽지 않은 교수님과 친구 먹게 된 것도 기분이 좋다. 사람들 간의 친밀한 유대감만큼은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다.

 

 

 

P.S> 카카오스토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라서 그런가...  자꾸 글 쓸 때마다

        '카카오시리즈'라고 적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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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2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 하루만 사용 안 해도 업무 능력이 향상 된다잖아.
나도 나이가 들어 그런지 기계만지는 건 영...
예전에 카셋트테입 복사는 해 봤는데
아직도 CD굽는 건 못 해봤다. 좀 심하지?
그런 내가 카카오톡은...깊은 좌절이다.
난 아날로그가 좋아. 디지털은 왠지 영혼을 팔아 먹는 기분이야.ㅠ

cyrus 2012-03-25 23: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실 스마트폰을 다루는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쓸데없이 확인만 하는 게 다잖아요.
그런데 저도 CD 굽는 거, 몰라요 ㅎㅎㅎㅎ
왜 저는 젋은 나이인데도 정보 기술 사용에 둔감할 것일까요? ^^;;


stella.K 2012-03-26 15:49   좋아요 0 | URL
그래? 오히려 반갑다야.난 나만 그런 줄 알았거든.ㅋㅋ

마녀고양이 2012-03-2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관심있는 분야의 페이퍼군요....
요즘 지하철을 타면, 절반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지요. 온라인의 좁은 세상에 몰두라느라 이 세상이 아주 넓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요... 친구를 쉽게 만나는 카카오톡/카카오스토리 또는 다른 SNS는 너무나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단어를 쓰기 때문에 사람 관계를 피상적으로 만드는 문제가 있는 듯 해요. 온라인 세상의 관계적 심리는 제가 아주 관심있는 분야예요, 정리는 되지 않았지만 말이죠.

그나마 알라딘 블러그가 그런 면에서 가장 덜한 편이니, 여기 열심히 몸 담지만, 중독이란, 특히 sns 중독이란 나르시스트를 반영한다는 연구 결과를 저도 읽었을 때 많은 공감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

cyrus 2012-03-25 23:23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은 하고 있는 카카오스토리가 재밌긴한데
과연 이런 흥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저도 서로 얼굴 보고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이
더 좋거든요 ^^

온라인 세상의 관계에 대해서 멋진 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심리학을 공부하신 마고님의 분석과 생각이 궁금해요 ㅎㅎ


saint236 2012-03-2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저도 한번 해보려고 준비중이지만...너무 여기저기 들어가면 정신이 없을 듯합니다. 전 요즘 카톡도 잘 안쓰게 되어서. 트위터도 안쓰고. 요즘은 그냥 페북에 글을 올릴 뿐입니다. 그러고보니 꾸준히 하는 것은 알라딘 서재뿐이네요.

cyrus 2012-03-25 23:24   좋아요 0 | URL
저는 원래 트위터랑 페북을 하지 않아서 이용에 대한 혼란함을
느끼지 못했어요, 사실 세인트님처럼 페북을 이용한 분들은
이번에 나온 카카오시리즈 사이에서 많이 갈등을 하시더라고요 ^^;;
아무래도 둘 다 기능이 비슷해서 사용자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