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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돔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111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2월
평점 :
히에로니무스 보스, <쾌락의 정원> 제단화 판넬 덮개 부분, 1480~1490년 경
종말의 전조 , , , ?
2009년에 2012년의 인류 멸망을 그려낸 <2012>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일명 ' 마야인의 예언 ' 이라고도 불리우는 종말론은 고대 마야 문명의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에 멈춰져있는 내용에서 유래되어 온 것이 지금까지 ' 2012년 종말론 ' 으로 회자되어온 것이다. 마야인들이 정말로 2012년을 종말의 날로 예측했는지에 대해서 지금도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있지만 몇 몇 학자들은 마야인들이 남긴 문헌의 내용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수온과 해수면이 상승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는 갑작스런 기후 변화로 인해 겪는 피해 사례들이 2012년 종말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여론의 대세가 감도는 시기에 이번에는 새와 물고기가 한꺼번에 떼죽음당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천둥을 동반한 폭풍우, 혹한, 기생충 감염 등 여러가지 자연적 원리로 인해서 생긴 떼죽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추측만 나올뿐이다. 인터넷에서는 비밀정부의 실험 때문이라거나, 고대 마야인의 2012년 예언의 조짐이라는 등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동물의 떼죽음 현상을 이구동성으로 ‘ 세상의 종말 ’ 로 보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례적인 한파 때문에 물고기가 떼죽음당하는 사례가 나오는 걸 봐서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 변화가 떼죽음의 원인으로 가장 근접하다고 생각된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더워지게 만드는 기후변화는 결국 지구환경을 외면한 이기적인 마음으로 가득찬 인류가 만들어낸 인과응보적 재앙이기도 하다. 2012년 종말론의 전조라고 단정하기에는 과장된 감은 있지만 인류 스스로 만든 재앙의 전조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멀쩡하던 이웃이 내 눈 앞에서 갑자기 죽는다면 , , , ?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동물 떼죽음 현상 소식은 주로 해외토픽으로 접하다보니 실제로 접하지 않았다거나 한 번도 보지도 못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특별하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 종말론의 조짐 ' 인마냥 떠들어대는 뉴스 멘트에 콧방귀를 뀔 것이다. 실제로 목격한 현지인들에게는 아무런 이유 없이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현상에 무서워서 벌벌 떨었겠지만.
그런데 만약에 우리 집 주변 길가에 수많은 새들이 떼죽음당하여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아니면, 길을 걷다가 내 옆에서 멀쩡히 지나가던 동물의 몸이 갑자기 두 동강 나면서 잔인하게 죽어간다면, , , ?
이제 좀 현실의 심각성이 느껴지는가? 이 정도의 상상에도 별다른 느낌이 오지 않은 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것보다 좀 더 심한 과장이 있는 잔인한 상상을 해보자.
방금 전에 대화를 나누었던 내 이웃이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붉은 피를 뿜어내면서 심하게 다친다거나 혹은 끔찍하면서도, 너무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 것을 바로 그 옆에서 지켜보게 된다면, 이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런데, 이런 잔인한 상상은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 1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 피 ' 가 난무하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있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 분주히 돌아다니던 마멋은 도끼로 자른듯 몸이 두 동강이 나 잔인하게 죽게 되고, 구름 한 점 없는 고요한 하늘 위를 날아다니던 경비행기는 무언가에 충돌한 것처럼 갑자기 폭발하고 만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인 바비는 자신의 눈 앞에서 갑자기 두 동강이 나 죽은 마멋의 시체와 경비행기 폭발로 인해 공중에서 떨어져나간 죽음 사람의 신체 부위를 동시에 봄으로써 확률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기이한 죽음을 동시에 목격하게 된다.
바비의 주변에는 바비 이외에는 마멋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멀쩡하게 잘 날아가던 경비행기는 왜 갑자기 추락한 것일까? 하늘에는 경비행기와 충돌할만한 그 어떤 거대한 비행기 한 대도 없는데 말이다.
바비처럼 내 눈 앞에서 끔찍한 죽음의 장면을 목격한다면 당혹스러움을 물론이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기현상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죽음의 현상이 계속 반복되어 일어난다면 , , , ?
이 소설에서도 갑자기 날아다니던 새들이 떼죽음맞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불가사의하면서도 연속적인 사건에 대해서 지구 멸망의 징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은 2012년 지구 멸망론과는 전혀 관련은 없지만, 평화로웠던 체스터스밀 마을에는 분명 원인과 과정마저 전혀 알 수 없는 재앙의 조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평범한 마을, 체스터스밀에 거대한 돔(Dome)이 생긴 날
스티븐 킹의 소설에는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등장하여 각자만의 이야기들을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붉은 피에다가 잘려나간 신체 일부가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장면과 달리 소설은 전개될수록 체스터스밀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자신 눈 앞에 펼쳐진 불가사의한 죽음의 현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바비는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공포감을 가졌다치더라도 죽음 소식을 뒤늦게서야 접한 마을 사람들과 사고 현장을 찾은 경찰 그리고 마을 의회 사람들은 이 사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거대한 마을에 정체불명의 거대한 돔(Dome)이 생겼음에도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타개할 어떤 적극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구경꾼들. 그 사람들도 정상이 아니기는 마찬가지였다.
, , , 사람들이 한 덩어리로 뭉쳐 커다란 무리를 이루어야 정상이었다. 구경꾼들은 늘 그랬다, 죽음의 현장에서 위안을 찾기라도 하듯이. 그런데 이 사람들은 두 덩어리로 모여 있었고, 게다가 마을 경계 저편의 모튼 쪽 구경꾼들은 불타는 트럭에 끔찍이도 가까이 서 있었다.
- 스티븐 킹 <언더 더 돔 1> p 103~104 -
특히, 소설에서 비중 있는 인물인 체스터스밀 마을 부의장 빅 짐 레니는 사고 현장을 미숙하게 처리한다거나 체스터스밀 마을 비상 사태와 관련하여 치안 유지를 위한 인력을 마을의 문제아들을 충원하는 등 무능하고 권력욕에 가득찬 권력자로 등장한다.
그의 좌우명은 ' 경쟁에서는 늘 앞설 것. ' 범상치 않은 좌우명에서부터 그의 권력지배적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 그는 마을 시 의회의 2인자이면서도 1인자인 마을 의장 앤디 샌더스에 대해서 은근히 무시를 하며 (앤디 샌더스 역시 무능한 마을 지배자로 등장하고 있지만) 마을에서 일어난 일은 무조건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거대한 돔이 생기고난 이후부터 이제서야 체스터스밀 마을 사람들은 불가사의한 현상들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자, 이를 발판삼아 마을을 장악하기 시작한다. 마을의 1인자라면 갑작스레 일어난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하고 불안감에 휩싸인 마을 사람들이 진정시켜 마을 내의 치안을 유지해야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빅 짐 레니는 대충 처리하고 있다. 그의 머리속에는 마을을 통치하는 권력을 손에 얻는 것이 먼저이다.
소설 속에는 짐 레니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의 아들 짐 레니 주니어 역시 부전자전이라는 말에 어울릴 정도로 아버지 못지 않는 못난 인물로 등장한다. 돔이 생기고 있었던 그 날에 짐 레니 주니어는 자신의 소꿉친구였던 두 여자아이를 살해한다. 그는 엄연히 말하면 살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주니어는 아버지 덕분에 체스터스밀 경찰 임무를 맏게 된다. 그러고는 경찰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제멋대로 권력자인마냥 마을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막장을 보여준다.
1권에서 잠깐 등장하는 로리라는 인물은 투명 돔의 심각성을 모르는 인물치고는 그가 맞는 최후는 불행하면서도 현편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하다. 그는 자신만의 치밀한 수학적 계산(?) 으로 투명 돔을 깨부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방법만 있으면 ' 체스터스밀을 구한 영웅 소년 ' 이 될 것이라는 과대망상에 빠지게 되는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상태에서 돔을 부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 , , 그가 맞이하게 될 최후는 비극적이다.
거대한 돔보다 더 무서운 것은 , , ,
<언더 더 돔> 1권에서 중점적이면서도 압권적인 장면이라면 바로 체스터스밀 마을에서 생기는 거대한 돔이 생기는 장면일 것이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을 이루고 있는 판넬 덮개 그림은 아직은 해와 달이 만들어지기 전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해와 달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곧 혼돈의 세계인 것이다. 그래서 보스가 그린 세계는 어두우면서도 생명이라곤 전혀 살지 않을거 같은 황량하고 무서움이 감돈다.
투명 유리처럼 생긴 거대한 돔으로 둘러싸인 체스터스밀 마을은 보슈가 그린 세계처럼 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돔이 생긴 이후로부터 평화로웠던 마을이 점점 혼돈의 마을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전체가 커다란 돔으로 둘러싸인 이상 마을 밖으로 절대로 나갈 수 없으며 외부 사람들(모튼 마을 사람들)도 체스터스밀 마을로 통과할 수 없는, 그야말로 ' 단절의 벽 ' 인 것이다.
돔의 벽이 눈 앞에 있는줄 모르고 아무 곳이나 뛰어가다간 투명 벽에 부딪혀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거나 심하면 목숨까지 앗아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것보다 더 불가사의한 것은 휴대폰이나 워크맨을 소지한 사람은 목숨을 보장하지 못할 정도로 더 위험하다는 점이다. 그 물건을 소지한 채 돔 앞에 서 있는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함으로써 돔과 관련된 끔찍한 의문의 사고들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돔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갑작스런 환경 변화 속에서도 대수롭게 여기는 너무 무심한 사람들, 그리고 끔찍하고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재앙으로 여기지 않는 체스터스밀의 자칭 파수꾼 빅 짐 레니의 모습, 그리고 돔이 생기고 난 이후부터 예전에 평화로웠던 체스터스밀의 모습은 살인과 죽음, 이기심으로 가득찬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체스터스밀 사람들은 돔(Dome) 속에 갇힌 마을이 지옥이 될 최후의 날(the day of doom)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종말의 조짐을 알게 된다.
체스터스밀 마을 사람들에게 돔은 자신들의 목숨, 전체적으로 보면 마을의 운명을 노리는 무시무시한 처형대이다. 처형대 같은 돔이 자신들의 눈 앞에 떡 하니 서있고 자신들의 목숨을 조여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듯이 일상 생활을 한다.
피테르 브뢰겔의 그림에 있는 교수대 근처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구석에 똥을 누는 사람들 처럼 체스터스밀 마을 사람들은 돔에 대한 어떠한 공포심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그동안 미처 몰랐던, 원인 모를 현상 앞에서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두려워하기 시작하는 반면에 아직도 제 욕심만 채우려는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도 있다.
돔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돔으로 둘러싸인 이후로 자신들도 모르게 변해버린 체스터스밀 마을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과연 체스터스밀 마을은 다시 원래대로 평화의 시절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지옥과 같은 같은 최후의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다음 2권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피터르 브뢰겔, <교수대 위의 까치>, 1568년
스티븐 킹 <언더 더 돔 2> ' 보이지 않는 희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