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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 조선의 문학과 예술을 꽃피운 명문장가들의 뜨겁고도 매혹적인 인생예찬
이종묵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평점 :
Prologue
내 서재 이름은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이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수레에 실을 만큼의 책을 읽어야 한다' 라는 뜻이다. 독서에 관한 좌우명 한 줄 적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일곱 글자를 쓸 것이다. 내가 죽을 때까지 실천하려는 독서에 대한 포부를 잘 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겠다마는 서재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남성은 무조건 책을 읽어야 하고, 여성은 그 정도의 양으로 독서를 못 한다는 식으로 여성 차별적인 생각을 강조하는 뜻은 전혀 없다. 조선 시대 때에는 남자들로 구성된 선비, 양반들의 기세가 강했고 벼슬자리도 남자들이 차지했기에 책은 남성들이 소유할 수 있었고, 그 당시 여성들에게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남아수독오거서' 라는 말이 남존여비가 강했던 유교 사회의 유언(流言)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알라딘 서재 블로그을 시작하면서 서재 이름에 많은 고민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블로그라는 것을 알라딘을 통해서 처음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서재 블로그가 나에게는 유일한 공적이며 사적인 인터넷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cyrus의 서재' 라고 정하기에는 무언가 평범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고심 끝에 결국에는 '남아수독오거서' 로 정하기로 했다. 딱, 내가 생각하는 독서관과 맞아떨어지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끔 내가 올바른 독서를 하고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제 매버릭꾸랑님이 예전에 쓴 글에 댓글을 달았을 때 다시 한 번 그 글들을 읽게 되었다.
어이쿠, 이런, , , , ,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채 막 생각나는대로 쓴 글이 많이 보였다. 다시 읽어보니 문맥이 맞지 않은 부분도 수두룩하였다.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질보다는 양에 치중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러 모로 나의 독서에 대해서 반성을 할 수 있었다.
P.S 감사합니다. 매버릭꾸랑님
Scene #1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는 독서, 자연, 술, 등 자신들이 좋아했던 취향을 즐기면서 세상을 재미있게 살다 간 조선 선비들의 글을 발췌한 것이다. 그리고 선조들의 글에 대해서 책의 저자인 이종묵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가 글에 대한 설명과 짤막한 단상들을 덧붙였다. 우리나라 옛 문장들을 소개하는 이 책 역시 정민 교수가 쓰고 있는 글 스타일과 비슷하다. 책 말미에는 이종묵 교수가 엄선한 문장들의 원문이 실려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정민 교수의 글 스타일을 그래도 답습했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학자들의 명문만 수록된 것이 아니라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지금은 잊혀진 인물들, 생전에 벼슬자리 문턱에 가보지 못했다거나 자신만의 학문 세계를 구축하면서 은둔 생활을 한 선비들의 글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나마 소개하는 유명한 인물이라면 <성호사설>의 저자 이익, <발해고>의 저자 유득공, 영조 시대 때 망나니나 다름 없었던 사도세자에 대한 처벌을 반대했던 채제공(많은 이들에게는 체제공이 생소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 많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이산]에서 조정의 양대 당파 세력으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로 등장했었다) 그리고 율곡 이이, 단 네 사람뿐이다.
Scene #2
이 책에는 장혼(1759~1828)이라는 선비가 독서에 대한 쓴 글이 소개되어 있다. 장혼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자면 글와 독서를 좋아했던 가난한 선비였고 아마추어 문장가로 활동했다. 그는 규장각에서 문서를 정리하는 하급 관리로 일하면서 자신들과 취향이 비슷한 선비들과 사귀어 함께 시를 짓곤 하였다. 비록 세상은 자신의 문장을 알아주지는 않았지만 후세에 '시인' 장혼이라는 이름을 남기기 위하여 시 쓰기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물론 그가 시만 좋아해서 평생 시만 쓴 것이 아니었다. 책을 좋아해서 문학과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책을 쓰고 스스로 편찬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자신의 벗에게는 시보다는 책을 더욱 사랑하라는 충고를 했는데 이 책에서 소개된 편지에서 말해주고 있다. 시 쓰는 것은 잠깐이나마 마음을 즐겁게 해줄 뿐이며 독서의 즐거움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 편지에서 독서의 장점을 아주 멋드러지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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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금과 옥은 보배고, 문장도 또한 보배지요. 백근이나 되는 묵직한 물건은 보통사람이라면 감당하지 어렵겠지만, 다섯 수레의 책도 돌돌 말면 가슴속안에 넣어 간직해둘 수 있을 것이요, 이를 쓰면 조화에 참여하고, 우주에 충만하게 되겠지요.
- <김용재에게 주는 편지> 중에서, 장혼, 책 p 180 재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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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혼에게 독서는 다섯 수레에 담은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슴속안에 간직할 수 있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은 사유의 활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참,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책을 가슴속안에 간직한다 , , , , , 문장이 멋지면서도 한편으로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였다. 과연 내가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한 독서가 내 머릿속, 그리고 내 가슴속에 제대로 간직하면서 읽었는지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그 아무리 다섯 수레 안을 꽉 채울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도 머리와 마음 속에 하나라도 사유에 대한 응집물이 간직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빈 수레나 다름 없는 것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라는 속담처럼 결국에는 글만 읽은 실속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Epilogue
한 달하고도 3주 정도 지나면 2011년이 다가온다. 내년이 되면 나는 다시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그 때도 독서를 즐겨 하겠지만 지금만큼의 정도는 못 할 것이다. 하루하루 수많은 과제와 취업 준비 때문에 이리저리 활동하는 양이 많아지고, 학점관리도 잘 해야 한다.
12월달이 되면 지금까지의 독서들을 결산해봐야겠다. 2010년, 7개월동안의 독서의 기록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도 또 읽어보려고 한다. 예전에 남긴 과거의 기록물들을 본다고 해서 장혼의 말처럼 가슴속에 간직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은 다 내가 읽고 싶었고, 내가 책을 무척 좋아해서 읽었던 것들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장혼의 독서처럼 가슴속에 나에게 유익한 책들을 담을 수 있는, 그런 독서를 해야겠다. 그럴러면 내년에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서재 블로그의 이름을 바꿔야 하는데,
'남아수독심저서' (男兒須讀心貯書) 라고 해야 되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