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독서 모임은 잘하셨나요?” 몇몇 분이 제게 독서 소모임이 잘 진행되었는지 묻곤 합니다. 저는 짤막하게 대답합니다. , 어수선하게 진행되다가 잘 마무리되었어요.”

 

어수선하다. 표현은 사물이 얽히고 뒤섞인 상태를 뜻해요. 제가 생각하는 어수선한 분위기의 독서 모임은 책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는 상황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독서 모임 선정 도서가 어땠는지 얘기를 나누다가 또 다른 책이 언급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저는 여러 권의 책이 언급되는 어수선한 이야기를 즐깁니다. 상대방이 언급하거나 추천한 책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습니다. 제가 한 번도 읽지 않은 책이라든가 제가 모르고 있었던 작가의 책도 제 머릿속에 있는 책장에 꽂아둡니다. 언젠가 읽게 될 책들이죠.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소모임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신 ‘HJ’라는 분이 있어요. ‘HJ’ 님은 독서 편력이 넓은 분입니다. 본인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이나 다른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서 읽은 책을 종종 얘기합니다. HJ님은 첫 번째 소모임이 있던 날에 그 작가’를 말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 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작가가 쓴 책을 한 번도 읽지 않았어요. HJ님은 이번 달 소모임에서도 그 작가의 글이 정말 좋다고 추천했어요. 당연히 제 머릿속 서재에 그 작가의 책들이 있어요. 이제 그 책들을 내 눈앞에 펼쳐야 할 때가 왔다고 느꼈어요. 저는 HJ님이 추천한 그 작가의 책을 다음 달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소모임 선정 도서로 정했어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9월의 작가는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입니다. 2022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입니다. 국내에 번역된 에르노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에르노의 책들은 거의 분량이 얇아요. HJ님은 에르노의 문장에 제대로 푹 빠지기 시작하면 에르노의 책 두 권을 단숨에 읽게 된다고 했어요. 에르노의 대표작은 단순한 열정(문학동네, 2012)입니다. 사실 다음 달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선정 도서를단순한 열정으로 정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독서 소모임을 진행해 보고 싶었어요.

 

독서 소모임에 참석하는 모든 분이 에르노의 책 한 권을 읽고 오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에르노의 책 한 권을 선택해서 읽는 것입니다. 독서 소모임 참석자는 자신이 읽으려고 하는 에르노의 책 제목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9월 소모임은 상대방이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독서 모임으로 진행됩니다. 각자가 고른 에르노의 책에 집중하면 됩니다. 각양각색의 감상이 모여서 새롭게 만들어진 아니 에르노는 어떤 모습일까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에르노의 책을 두 권 이상 읽고 오셔도 돼요. HJ님은 추석 연휴 기간에 에르노의 책 여러 권을 잔뜩 읽을 거라고 하셨어요. 과연 HJ님은 다음 달에 에르노의 책을 몇 권까지 완독할 수 있을까요?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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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9-0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블라인드 독서 모임‘ 이라니 게다가 아니 에르노의 책이라니 참석자분들이 부럽습니다.^^ 사이러스님은 머릿속에도 책장이 있었군요. 👍

cyrus 2024-09-01 22:25   좋아요 1 | URL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지 않아요. 제 머릿속 서재에 임시 보관한 다음에 책을 살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는 순간이 오면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서 구매해요. ^^

stella.K 2024-09-01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모임 잘 안 된다고 징징대더니 그래도 그동안 뭔가했구나. 축하해! 그렇지. 원래 책은 책을 불러오는 법이지. 잘하고 있는거야. 앞으로도 쭈~욱 번창하길 바라. 홧팅이다! 👍

stella.K 2024-09-01 15:38   좋아요 1 | URL
아, 근데 읽어서 세계문학속으로 이름 잘 지었다. HJ닝 누군지 궁금하네. 사실 내 본명 이니셜이 같아시 말이지. ㅋㅋ

cyrus 2024-09-01 22:32   좋아요 2 | URL
감사하게도 첫 번째 모임에 오신 분들 모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주셨어요. 하지만 이분들이 개인 사정이 있거나 취향이 변하면 독서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어요. 기존 회원만으로 독서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언젠가 한계가 생길 거고, 이를 극복하려면 신입 회원이 참석해 줘야 하는데 현재까지 독서 모임에 참석하길 원하는 분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어요. ^^;;

구름모모 2024-09-01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라인드 독서모임이라 솔깃해지네요.^^

cyrus 2024-09-01 22:32   좋아요 1 | URL
이 모임 진행 방식이 괜찮으면 또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