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분야 추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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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형진 엮음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2020)
* 이동순 엮음 《백석 시전집》 (지만지, 2012)
2022년은 백석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실 2022년은 ‘국문학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소월과 정지용 탄생 110주년, 김춘수 탄생 90주년입니다. 여기에 백석까지. 여담이지만, 김춘수가 과거에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쓴 적이 있어서 학계에 김춘수를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쉽사리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윤동주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백석은 ‘한국 시인이 좋아하는 시인’, 그러니까 ‘시인 중의 시인’입니다. 청년 윤동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인 백석의 시집 《사슴》을 구하지 못해 도서관에 있는 시집을 필사했다고 합니다. 윤동주의 대표 시 <별 헤는 밤>은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안도현 시인도 백석을 좋아하는 시인으로 유명하죠. 그 역시 백석 스타일의 시를 몇 편 쓰기도 했어요.
백석의 시에 현대인이 잘 사용하지 않는 순우리말과 평안도 사투리가 많아서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낯선 언어들의 뜻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백석의 시를 천천히 읽으면 소박했던 평안도 시골의 정경을 느낄 수 있어요.
시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에요. 특히 백석의 시집이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으면 백석의 시를 제대로 음미할 수 없어요. 일단 마음 가는 대로 몇 편의 시를 고르세요. 그리고 천천히 읽어 보세요. 그러면 생소한 백석의 시가 친근하게 느껴질 거예요. <백석 시집>이 선정 도서가 된다면 긴 장문으로 이루어진 책들을 읽게 되는 독서 모임에 쉼터 같은 책이 되어줄 것입니다.
독서 모임을 위해 어떤 시집을 읽어야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제가 고른 후보 도서는 문학동네와 지만지에서 나온 시집 두 권입니다.
[비문학 분야 추천 글]
*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디플롯, 2021)
김영하 작가의 팬이라면 아실 겁니다. 제가 추천한 책이 ‘김영하 북클럽’ 선정 도서였다는 사실이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진화에 관한 오랜 통념을 깨뜨리는 책입니다.
진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입니다. 이 두 단어가 아주 많이 알려지는 바람에 대부분 사람은 강한 종(種)일수록 냉혹한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여 종족 번식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차지해야 하는 경쟁 세계에 강한 자만 살아남는 거죠. 그러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이런 단순 도식화된 진화론을 반박하는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타인과 소통하고,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진화해왔다고 주장합니다.
진화론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 세상을 적자생존의 세계로 상정해서 성공적인 삶을 살려면 타인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믿음이 강해질수록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에 관한 여러 가지 오해를 풀어주는 과학 도서이면서도 연대와 협력의 가치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인문학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