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

 


EP. 1


202115일 화요일, 날씨는 맑았지만 추웠음.






서재를 탐하다(·)’담담 책방(담담)’은 화요일에 첫 주를 시작한다. 나는 어느 책방에 먼저 갈까 고민했다. 화요일은 집에서 가까운 담담에 먼저 가고, 수요일에 서·탐에 가려고 했다. 담담은 오후 1시에 일어난다. 1시가 조금 지난 뒤에 담담에 도착했다. 책방 입구는 3층에 있다. 투명한 미닫이문이 있는 책방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발길을 멈췄다. 책방 안에 네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책방지기였고, 그 분은 탁자에 앉아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세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 나는 세 사람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내가 책방에 들어가면 책방 안의 평화가 깨진다. 나 한 사람 때문에 인터뷰 진행이 끊기게 되며 5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된 방역 조치까지 어기게 된다. 결국 나는 입구에 있는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내려와야만 했다.


나는 울면서 건물 밖으로 나왔고, 지나가는 이별 택시를 잡았다. 택시 운전사에게 물었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달리면 어디가 나오죠?” 그러자 택시 운전사가 대답했다. ·탐에 가면 되죠.” 나는 울음을 그치고 ·탐에 가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택시비가 아까워서 그냥 걸어갔다.

 





 



차가운 바람을 뚫으면서 걸어갈 때 제일 힘든 것은 추위가 아니다. 안경 렌즈에 서린 김 때문에 눈앞이 보이지 않을 때다. 걸을 때마다 손수건으로 안경 렌즈를 여러 번 닦아줘야 한다. 오후 2시가 다 되어가는 무렵에 서·탐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에도 내가 쉴 자리는 없었다.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조치를 잘못 이해했다. 5인 이상의 사람이 모이지 않고, 음료도 마시지 않으면 착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착석할 수 없다. ·탐은 카페를 겸업하는 책방이라서 방역 조치를 따라야 한다. 책방지기가 미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책상에 앉을 수 없다면, 서 있으면 된다! 나는 책방지기에 선 채로 책을 읽으면 됩니다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하지만 걸어오느라 이미 체력이 소모된 상태여서 오래 서 있기 힘들었다. 10분 동안 책장에 꽂힌 책 몇 권을 훑어 봤다. 나는 책 한 권을 구입하면서 책방지기에게 읽다 익다 책방의 근황을 물어봤다. ‘읽다 익다 책방이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해서(원래 책방이 있던 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로 이사했다) 111일에 열 예정이었다. ·탐 책방지기의 말에 따르면 읽다 익다 책방지기가 더 나은 책방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더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이번 달에 읽다 익다 책방을 열기가 힘들다고 한다


나는 111일에 담담 책방지기와 함께 읽다 익다 책방에 가기로 약속했다. 담담 책방지기도 나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담담 책방지기에게 읽다 익다 책방 여는 날이 연기된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 때 시간은 오후 3시경이었고, 아직 담담이 살아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담담에 가보기로 했다. ·탐 책방지기가 책방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원래는 책방에서 글을 쓰려고 했었다), 추운 날씨 속에 돌아다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따뜻한 커피를 포장하여 주셨다. 이번에는 걸어서 가지 않았고, 두 대의 버스를 환승해서 갔다. ·탐 책방지기가 준 커피는 내게 소중한 손난로였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커피가 담긴 컵을 쥔 두 손은 얼지 않았다. 커피 잘 마셨어요. ·탐 책방지기님.


담담에 가보니 마침 인터뷰를 마친 상태였다. 담담 책방지기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책방지기는 오후에 월간지 <목회와 신학>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아마도 다음 달에 나올 <목회와 신학>에 담담 책방을 소개한 인터뷰 내용이 실릴 것이다. , 이 글에 처음으로 밝히는 건데(사실은 오늘 정오에 공개한 서평에 담담 책방지기의 정체를 이미 언급했다), 담담 책방지기는 교회를 운영하는 개신교 목사님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이분을 목사님이라고 부르겠다. 본인은 책방을 운영할 땐 목사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나는 책방지기보다 목사호칭이 더 부르기 편하다. 그래도 책방지기’ 호칭도 자주 쓸 것이다.  


나는 목사님과 대화를 나눴다. 담담은 음료를 팔지 않는 책방이다. 그렇기 때문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목사님께 읽다 익다 책방의 근황을 알려줬다. 그리고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 방역 조치 이후에 책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 코로나 방역 조치를 어긴 일부 교회와 신자들에 대한 실망감, 비건(vegan)으로서 삶의 어려움(목사님은 한때 비건으로 살아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인이 이야기까지. 나와 목사님은 서로 알게 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다. 나는 무교이고, 무신론자다. 그렇지만 종교 자체를 해악이라고 보지 않는다. 어느 종교든 간에 그 속에 배울 점이 있으면 이를 받아들여서 행동으로 실천하고 싶다. 물론 교세 확장을 위해 신자를 이용하고, 재물을 탐하고, 개인의 신념을 포용하지 않고, 자유의 가치와 진리를 짓밟는 종교라는 탈을 쓴 집단은 상종하고 싶지 않다.


두 시간 동안 목사님과 대화를 나눴고, 나는 담담이 잠드는 시간이 될 때까지 글을 썼다. 집에 가려고 하니까 목사님이 다음에 또 책방에 오라고 말씀하신다. 매일 연속으로 오지는 못하더라도 자주 책방에 올게요, 목사님. 이번 주 토요일에 특별한 지인과 함께 책방에 갈 생각이다. 특별한 지인은 사진을 찍는 일을 좋아한다. 거의 일년 동안 뵙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사진기를 든 그분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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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21-01-06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우 불러야 되나요? 아저씨ㅠㅠ
이번주부터 강화된 거리두기 아직 모르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cyrus 2021-01-07 10:10   좋아요 1 | URL
거리두기 방역 조치를 아예 모르는 사람과 아는 데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후자에 속했습니다... ^^;;

미미 2021-01-06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범하던 일상들이 참 그립네요.
(=´∇`=)눈이 옵니다!

cyrus 2021-01-07 10: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맛있는 음식을 사들고 책방에 오고 싶은데, 책방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어요... ㅠㅠ

대구에도 눈이 내렸어요. 아침에 나와 보니 눈이 조금 쌓였어요. 외출할 때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

syo 2021-01-0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책방 잡지 기사 같아요 ㅎㅎㅎㅎ 재미지다.

cyrus 2021-01-07 10:13   좋아요 1 | URL
조금은 과장된 내용이 있어서 잡지에 실리기에는 부적합한 글입니다... ^^;;

stella.K 2021-01-0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 우는 모습 보고 싶구만.
못 보는 사이 능청만 늘었군.ㅋㅋ
아니 음료수 안 된다면 커피는 어떻게 마셨구만.
책방에 앉아 있을 수 없다니. 정말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
언제나 옛날 얘기하며 살아보나.ㅠ

cyrus 2021-01-07 16:41   좋아요 0 | URL
사실은 너무 추워서 눈물이 찔끔 났어요.. ㅎㅎㅎㅎ
제가 어제 마신 커피는 테이크아웃이에요. 원래 테이크아웃 커피를 잘 안 마시는데, 어제는 따뜻한 커피가 제겐 정말 소중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