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리뷰(re-view)하다

 

EP. 1


 



십 년 전에 루이스 세풀베다(Luis Sepulveda)의 소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읽었다. 이번 달 독서 모임 필독서는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다. 이 책을 다시 읽기 전에 십 년 전에 쓴 연애소설 읽는 노인리뷰를 먼저 읽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서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리뷰를 보면서 줄거리를 이해하느라 헤맸다. 어떤 문장은 여러 번 읽어도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십 년 전의 나는 리뷰에서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과거의 글에 박제된 나에게 물어봤는데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답답하다. 이 때 나는 맞춤법 검사기가 있는 줄 몰랐다. 머릿속에 나오는 대로 거침없이 글을 썼고, 다 쓰고 난 후에 글속에 오자와 비문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십 년 전의 나를 사이러스 군’, 줄여서 사 군이라고 부르겠다. 리뷰(review)리뷰하니까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진다. 사 군, 너 참 열심히도 썼구나. 그런데 내용이 부실하고, 필력도 부족해. 오자가 너무 많고 비문도 있어. 그리고 문장을 좀 줄여서 쓸 수 없겠니? 내가 널 위해 리뷰를 리뷰하면서 고쳐 써볼게. 물론 지금의 나도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야. 그래도 네 글을 고쳐 쓰면서 작문 실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열린책들, 2009)

 

* 사 군이 쓴 리뷰 전문

<자연 vs 인간, 싸움의 미학> (201094일 등록)

https://blog.aladin.co.kr/haesung/4083751




 




Scene 1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완독을 할 겸 남미 계열 작가인 루이스 세풀베다(칠레 태생)작품을 읽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게 되었다.[1] 제목이 참 독특하다.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는다? 왜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는지 궁금하기만 하였다.[2] 하지만 이 책을 결정적으로 읽은 이유는... 책의 분량이 얇았기 때문이다. 사실 도서관에서 두 권 짜리 니코스 카잔차키스의최후의 유혹과 루이스 세풀베다의 책 사이에서 무엇을 읽을 것인지 많이 고민을 했다. 결국 얇은 책을 좋아하는 나쁜 습관(?)을 이기지 못해 세풀베다의 짧은 책을 선택했다

[3] [4]

 

 

[1] → 칠레의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대표작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있는 책을 빌렸다.

 

[2]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으면 안 되나? 읽을 수 있지! 사 군은 왜 저런 생각을 했을까? 어쨌든 이 문장은 지우자! 

 

[3] → 사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 얇아서 읽고 싶었다. 


뒤에 있는 문장 세 개도 다 지우자! 앞에 나온 문장과 비교해봐. 넌 처음에 세풀베다의 소설을 읽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카잔차키스의 소설을 읽어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어? 말이 안 되잖아?


 

[4] 지금은 얇은 책만 선호하는 편식성 독서를 하지 않는다







Scene 2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아마존의 숲에서 홀로 사는 안토니오 노인이다. 그리고 노인과의 갈등 구도를 맺고 있는 인물이 뚱보 읍장이다. 그는 아마존 개발에 앞장 서는 권력자로 등장하며 노인과 반대로 자연의 위대함을 모른다.[1] 이야기 초반에보면 아마존의 독거 노인인 안토니오 노인은 초라하고, 읍장이라는 직책의 명함을 가지고 있는 뚱보의 기세는 당당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안토니오 노인이 뚱보 읍장의 사냥 수색대에 합류한 뒤부터는 이야기에서 읍장은 점점 조롱거리의 대상이 되어간다.[2] 질퍽한 늪지대를 지나가는데 노인이 알려준 늪지대를 수월하게 가는 방법을 따르지 않는다. 자신은 수색대의 우두머리라고 큰소리치며 절대로 그런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걷지 않는다고 똥고집을 부린다. 노인의 말을 따르지 않은 읍장은 결국에는 가다가 넘어지게 되면서 수색대원들마저도 그를 비웃고 만다.[3] 자연의 이치를 따르지 않고 무조건 자연을 인간의 생존을 위한 대상으로 생각하는 정치 권력자의 속물 근성을 세풀베다는 은밀히 조롱하고 있다.[4]

 

 

 

사 군! 두 번째 문단에 뜯어 고쳐야 할 부분이 많군!

 

 


[1] 소설의 주인공은 안토니오라는 노인이다. 그는 아마존 숲에서 혼자 산다. 소설의 또 다른 인물 뚱보 읍장은 아마존 개발을 추진하는 권력자다. 노인과 정반대의 성격이라서 자연의 소중함을 모른다.

 

[2] 아마존의 독거노인 안토니오는 초라해 보이고, 사냥 수색대를 이끄는 읍장은 당당하다. 그러나 안토니오가 사냥 수색대에 합류한 후부터 읍장은 점점 조롱거리가 된다.

 

[3] 노인은 늪지대를 수월하게 가는 방법을 안다. 그러나 읍장은 노인의 조언을 무시한다. 체면을 중시한 그는 늪지대를 지날 때 우스꽝스럽게 걷지 않으려고 애쓴다. 결국 노인의 말을 따르지 않은 읍장은 넘어지고 만다. 늪에 빠진 읍장을 본 수색대원들은 대놓고 비웃는다.

 

[4] 작가는 물질적 부를 좇으면서 자연을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권력자의 속물근성을 희화화한다.







Scene 3



 하지만 이 작품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갈등은 안토니오 노인과 암살쾡이 사이의 갈등이다.[1] 사실 루이스 세풀베다 이전 세계문학들을 살펴보면 자연 대 인간이라는 골자로 하는 작품이 몇 편 있다.[2] 허먼 멜빌의백경의 에이햅 선장 대 흰 고래 모비 딕, 그리고 어니스트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에서의 노인 대 청새치, 상어 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인간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굴복하는 이야기로 끝나지만 두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의도는 과감하게 자연과 대결하는데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이햅 선장이 모비 딕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깊은 바다에 빠져 죽어도, 고생 끝에 잡은 청새치를 상어들에게 다 뜯긴 채 노인이 집으로 돌아와도 결국 자연은 자신에게 패배한 두 인간의 존엄성을 빛나게 해주는 배경 뿐인 것이다.[3]

 

 

[1] 하지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대립 구도는 노인과 암컷 삵이다.

 

[2] 역대 서양고전 중에 자연 대 인간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다.

 

[3] 사 군은 거짓말을 했다. 그는 모비 딕노인과 바다를 읽은 적이 없으면서 읽은 척했다. 사 군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동화로 편집한 두 작품을 읽었다. 풋내기 독서를 했던 사 군이 모비 딕노인과 바다를 깊이 있게 분석할 리 없다. 내 기억이 맞으면 사 군은 작품 해설을 참고했다. 서평을 쓸 때 한 번도 안 읽은 책을 언급하거나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괜히 어설프게 썼다가 책을 제대로 읽은 독자에게 책잡힌다. 반성하는 차원으로 올해에 두 작품을 읽겠다.







Scene 4



 그러나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는 오히려 반대이다. 노인과 암살쾡이의 1 1 대면과 대면 후 결과는 긴장감보다는 엄숙미가 느껴진다. 사람을 해친 암살쾡이의 습성과 자취를 파악할수록 노인은 짐승의 힘과 용기에 경탄하면서 둘 중 하나는 살아남게 되는 최후의 대결을 준비한다.[1] 노인에게는 암살쾡이를 죽여서 자신은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암살쾡이의 두 눈을 통해 자신과의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으려는 확연한 의지를 읽게 된다. 노인과 암살쾡이에게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인간 대 자연. 당연히 일어날 수 밖에 없으며 결코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은 이 둘은 어쩔 수 없이 운명의 순리로 마주치게 된 것 뿐이다.[2]

 

 

[1] 최후의 대결을 끝내기 위해 노인과 암 삵이 만나는 장면은 긴장감보다는 엄숙미가 흐른다. 노인은 암 삵의 습성을 이해할수록 짐승의 힘과 용기에 경탄한다. 그러면서 둘 중 하나만 살아남아야 하는 최후의 대결을 준비한다.

 

[2] 노인은 암 삵을 죽여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노인과 암 삵은 단지 살기 위해서 싸우지 않는다. 두 존재는 인간 대 자연이라는 거대한 숙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뿐이다.







Scene 5



 결국 안토니오 노인은 암살쾡이와의 사투 끝에 살아남는다. 비록 그는 살아남았지만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 죽은 암살쾡이의 시체를 흐르고 있는 아마존 강에 떠내려가게 함으로써 암살쾡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노인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연애소설을 읽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1] 노인의 안식처는 아마존의 자연을 상징한다. 암살쾡이를 죽였어도 아무 일 없다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애소설 읽기에 매달리는 것은 그냥 자연 속에 몸을 맡겨 본능적으로 살려는 자세이다. 노인이 살고 있는 광활한 아마존에는 인간의 손길을 거치치 않은 자연의 원시성을 간직하고 있는 동물들이 많이 있다. 노인의 암살쾡이 사살은 거대한 자연을 파괴하고 승리자인마냥 도취하고 있는 인간의 행위가 무의미하며 자연과 인간의 대결에는 승자는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2]

 

 

사 군이 소설 결말을 언급했다‥…

 

 

[1] → 치열한 사투 끝에 노인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는 기뻐하지 않는다. 노인은 암 삵의 송장을 강물에 띄우면서 죽은 짐승을 애도한다. 수색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다시 연애소설을 펼친다.

 

[2] 노인의 안식처는 인간의 보금자리가 아닌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다. 연애소설을 읽는 행위는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서 살려는 자세이다. 아마존은 인간의 손길을 모르는 야생의 터전이다. 노인과 암 삵의 만남은 승자와 패자가 없는, 누구에게 승자 또는 패자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대결이다.







Scene 6



 아무리 암살쾡이가 인간들을 무참히 죽였다지만 정작 암살쾡이가 인간들을 향한 살기를 드러낸 이유는 자연에 해를 가하려는 인간의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암살쾡이 입장에서는 총을 들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 자신뿐만 아니라 자연을 향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암살쾡이가 어쩔 수 없이 날카로운 어금니와 발톱을 인간들에게 향한 것은 사필귀정이다.[1]

 

 간혹 뉴스을 보게 되면 도심 한복판에 야생 맷돼지가 돌아다닌다거나 사람이 사는 집에 말벌 떼들이 커다란 벌집을 틀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소방대원들이 동원되어 맷돼지는 사살되고, 벌집은 가차없이 파괴된다. 인간의 눈에는 도시 속에 있는 맷돼지와 말벌은 우리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로만 비춰질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도시에 살고 싶어서 산 것은 아니다. 단지 살고 싶은 보금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존재가 쉽게 노출되는 인간의 보금자리에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들을 도시로 불러들이게 한 것은 무분별하게 자연을 개발하는 인간의 행위가 만든 현상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못된 사고와 행위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리지지 않는 한 자연 파괴가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만은 우리 인간들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주2]

 

 

사 군. ‘맷돼지가 아니라 멧돼지라네

그리고 제일 마지막 문장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1] 암 삵은 인간을 죽이는 야생 괴물이 아니다. 살아있는 짐승과 자연을 위협하는 인간의 행위에 맞선 것이다. 암 삵은 총을 쥔 채 야생에 접근하는 인간의 행동을 선전 포고로 받아들였다. 분노가 서린 암 삵의 어금니와 발톱이 인간에게 향한 상황은 사필귀정이다.

 

[2] 뉴스에서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멧돼지와 가옥에 튼 벌집과 말벌 떼에 대한 소식이 심심찮게 나온다. 흥분한 멧돼지는 사살되고, 유충과 꿀이 있는 벌집은 파괴된다. 우리는 멧돼지와 말벌을 위험한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야생은 도시에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의 유일한 터전인 자연이 사라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우리 보금자리 주변을 떠돈다. 인간이 계속 자연을 개발할수록 야생은 도시로 향할 것이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우리의 욕심을 조절하지 못하면 우리의 소중한 터전마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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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1-03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맞아요 예전 리뷰를 읽으면 얼굴이 붉어지곤 하죠 젊은 시절 치기도 보이고. 전
지금도 얼굴이 빨개져요. 중학생때 글이랑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듯해서요 ㅎㅎ 사군님 글 읽으니 다시 읽어봐야 겠단 생각이 들어요.~

cyrus 2021-01-03 19:45   좋아요 2 | URL
옛날에 쓴 글을 읽으면 재미있어요.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아요. cyrus는 제1부캐, 사군은 제2부캐입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데요... ^^;;

stella.K 2021-01-03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 군! 대단해. 난 지난 리뷰는 거의 안 보는데...
책을 내 본 사람으로서 부끄럽군.
이런 작업도 꽤 의미있어 보인다.^^

cyrus 2021-01-03 20:01   좋아요 1 | URL
다시 쓰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어요. 빨라도 두 시간 이내에 다 쓸 줄 알았어요. 문장을 계속 보면서 이걸 어떻게 고쳐 쓸지 생각하니까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21-01-03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쓴 옛글 읽다 보면 내가 쓴 글인데도 의미를 모를 때가 많더군요. ㅎㅎ

cyrus 2021-01-04 11:43   좋아요 1 | URL
곰발님의 옛날 글에 있는 언어유희는 지금 봐도 재미있어요. 보면 볼수록 부러워요. 저도 나름 시도를 해봤지만, 반응이 시원찮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