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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 -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제프리 베넷 지음, 한귀영 옮김 / 사람의무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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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지구는 46억 년 전부터 숨쉬기 시작했고, 지금도 숨을 쉬고 있다. 그렇지만 지구의 호흡은 날로 거칠어진다. 지구가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는 호흡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타난 지 겨우 몇백 년도 안 된 인간은 지구를 위한 호흡기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개발과 화석 연료 사용이 지구를 지치게 만들고 있다. 지금도 인간은 지구를 감싼 흙 가죽을 벗겨내고, 끝도 없는 구멍을 파며, 하늘을 더럽히고 있다. 인간은 지구를 병들게 한 주범이다. 이제는 지구가 인간에게 등을 돌리고, 쾌적한 삶터의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애꿎은 동식물이 생명을 잃는다.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세계 각 지역에서 이상 고온, 혹한, 태풍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지구 온난화’가 언급된다. 지구 온난화란 이산화탄소, 메탄(메테인) 등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나치게 많아져 지구의 기온 상승을 유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는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행성이다. 지구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표면(육지, 바다)의 열을 우주로 방출한다. 그러나 온실가스가 지표면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된 열을 흡수하면, 그것을 지표면으로 다시 방출한다. 이 현상이 계속 반복되면 지구의 대기 온도는 올라간다.
지구 온난화가 기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간이 지구 온난화를 유발했는가? 최악의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 지구는 아무도 살 수 없는 황폐한 행성이 될까? 지구 온난화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와중에 몇몇 정치인과 과학자 들은 지구 온난화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막연한 두려움을 떨고 있을 수 없다. 이해하기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관심을 회피해서도 안 된다.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문제를 제대로 아는 일이 절실하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기본적인 과학적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 천체물리학자가 있다. 제프리 베넷(Jeffrey Bennett)은 지구 온난화의 과학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의 저자인 제프리 베넷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 비전공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꼭 알고 있어야 할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저자는 최대한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는 회의론자들의 입장을 살펴본다. 그러면서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여 회의론자들의 입장을 반증한다. 저자의 서술 방식은 마치 토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독자가 회의론자들의 입장을 따를지 아니면 거부할지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 온난화의 과학적 증거를 제대로 이해한 독자라면 회의론자들의 입장을 따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1장에 있는 지구 온난화의 과학적 증거들은 회의론자들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인간의 행위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를 요란하게 외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한 결과를 보여주는 각종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지구 온난화가 실생활에 동떨어진 특이한 현상이 아닌 ‘과학적 사실’이며 ‘실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방법들도 제시한다. 이 책의 옮긴이가 말했듯이 저자의 해결책이 나오는 4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사실 저자도 이 부분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상당히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각종 에너지 자원과 신기술 들을 제시한다. 그중에 원자력도 포함된다. 원자력 발전은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는다. 물론 저자도 원자력의 문제점을 잘 안다. 그렇지만 그는 현재로선 화석 연료 의존성을 줄이기에는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 에너지(풍력과 태양광 발전)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이 없도록 화력 발전소를 원자력 발전소로 전환하되, 신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탄소세 도입에 찬성한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친원전 환경주의자’가 생각보다 많다.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한 저자의 입장이 그리 놀랍지 않다. 환경운동 진영의 주요 이론적 기반 가운데 하나인 ‘가이아 이론(Gaia hypothesis)’을 제시한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2004년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가 생기지 않는 원자력 발전을 대규모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발전 지지자들은 현존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덜 위험한 물질로 ‘재가공’하는 원자로가 설계된다면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 저자는 이들의 입장을 언급하면서 방사성 폐기물은 폐기물 저장소 인근 지역에만 위험할 뿐, 멀리 떨어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한다(4장 118쪽 참조). 물론 저자도 이런 자신의 입장이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시인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나 마을에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가 들어서는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및 보관 방식에 대한 저자의 낙관적인 입장에 조금이라도 공감한 독자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안전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 사례 몇 가지를 저자가 언급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독자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자원이 될 수 있는 원자력에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이 먼저 나서서 화석 연료가 아닌 신재생 에너지 자원에 투자한다면, 시장의 기능에 의해 신재생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싼값으로 책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재생 에너지 자원 투자 시장이 잘 형성되면, 전 세계는 신재생 에너지 자원 가격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4장 119쪽 참조).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 1위 경제 · 군사 강대국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제2차 세계대전부터 견고하게 구축돼온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위용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근본적 위기를 불러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미국은 예전처럼 세계 패권을 잡기 힘들어질 수 있다. 저자는 시장 경제의 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미국의 힘’도 지나치게 믿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구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탐욕은 끝이 없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따지는 인간의 욕망이 자연과 화석 연료를 온전히 둘 리 없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지구 온난화에 대한 확실한 증거들을 알게 되었으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실천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죽기 전에 해야 할 과제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지구와 우리 아이들, 언젠가 태어날 후손들이 잘살려면 우리가 해야 할 과제를 외면할 수 없다.
※ Mini 미주알고주알
* 중세 간빙하기 시기에 (70쪽)
→ ‘간빙하기에’라고 써야 한다. ‘빙하기’의 ‘기(期)’는 ‘시기(時期)’를 뜻하는 글자이다.
* 1,250년 (70쪽)
→ ‘1250년’은 연도이므로, 반점(자릿점)을 표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