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해로행(薤露行)』은 토머스 맬러리(Thomas Malory)의 《아서왕의 죽음》을 각색한 단편소설이다. 총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 나쓰메 소세키, 박현석 옮김,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 (현인, 2018)
* 나쓰메 소세키, 노재명 옮김, 《런던 소식》 (하늘연못, 2010)
* 토머스 맬러리, 《아서 왕의 죽음》 (나남출판, 2009)
* [절판] 토머스 불핀치,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 (황금가지, 2004)
* [절판] 토머스 불핀치,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 (현대지성사, 1998)
《아서왕의 죽음》은 아서왕(King Arthur)의 일대기와 원탁의 기사들에 대해 쓴 장편 산문이다. 이 작품은 중세 유럽의 문학과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다루어져 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집대성한 토머스 불핀치(Thomas Bulfinch)는 여러 판본으로 전해져온 아서왕 전설을 추려 엮어 펴냈는데, 국내에선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The Age of Chivalry, or Legends of King Arthur)》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 [e-Book] 앨프레드 테니슨, 김천봉 옮김, 《율리시스: 테니슨 시선》 (글과글사이, 2017)
* [e-Book] 앨프레드 테니슨, 《테니슨 시선》 (지만지, 2015)
* [품절] 앨프레드 테니슨, 《테니슨 시선》 (지만지, 2011)
* [절판] 김천봉 엮음, 《빅토리아 여왕 시대 1: 19세기 영국 명시》 (이담북스, 2011)
* 앨프레드 테니슨,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민음사, 1975)
영국의 시인 앨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은 22년에 걸쳐 아서왕 전설을 주제로 한 장편 서사시 『국왕 목가(The Idylls of the King)』를 썼다. 이 작품의 분량이 방대해서 국내에 완역된 적은 없다. 소세키는 테니슨의 장편 서사시를 칭송하면서 『해로행』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한다. 『해로행』의 두 번째 이야기 제목은 ‘거울’인데 ‘샬럿의 여인(The Lady of Shalott)’에 대한 내용이다. 테니슨은 맬러리의 《아서왕의 죽음》에 나오는 랜슬롯(Launcelot)과 일레인(Elaine) 이야기를 바탕으로 ‘샬럿의 여인’이라는 시를 썼다.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은 ‘샬럿의 여인’이 수록되지 않은 테니슨의 시 선집이다)
랜슬롯은 원탁의 기사 중 한 명으로 그가 아서왕 전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일레인은 랜슬롯에 한눈에 반해 짝사랑하는 영주의 딸이다. 테니슨은 일레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그녀를 저주받은 여성으로 설정했다. 테니슨이 묘사한 일레인은 혼자 샬럿 섬의 성에 지내면서 직물을 짜야 하는 저주에 걸려 있다. 그녀는 성 밖에 나가지 못한다. 방 안에 있는 거울에 비쳐진 바깥 세계의 풍경(거울의 특성을 생각하면 거울 속 세상은 실재가 아니라 환영이다)을 보면서 산다. 거울은 일레인이 사는 성 근처를 지나가는 랜슬롯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레인은 거울 속에 나타난 랜슬롯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그 후로 그녀는 랜슬롯이 자신의 성 앞을 지나가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일레인은 거울의 환영을 계속 봐야하는 자신의 처량한 신세에 불만을 가진다. 결국 그녀는 저주를 무시하고, 랜슬롯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그 순간 저주가 깨지면서 거울은 산산조각이 나고, 그녀가 짜고 있던 직물은 풀어진다. 일레인의 저주가 깨지는 극적인 순간과 그녀가 랜슬롯을 찾기 위해 홀로 방황하다가 쓸쓸히 최후를 맞는 장면은 중세 문화에 심취한 라파엘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화가들이 즐겨 그린 주제였다.
『해로행』은 《런던 소식》(하늘연못)과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현인)에 수록되어 있다. 전자의 책을 번역한 노재명 씨는 고인이다. 그러나 고인이라고 해서 그의 번역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거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재명 씨의 번역에 대해 따지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해로행』을 ‘북망행’으로 바꾼 점이다. 노재명 씨는 제목을 바꾼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일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며 일본어를 쓰고 말할 줄 모른다. 번역해본 적도 없다. 네이버 일본어 사전과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서 오역으로 의심되는 문장 하나하나 검토했다. 일어를 독해하고 이것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능력이 없어서 『해로행』 '거울' 편만 검토했지만, 생각보다 오역이 많았다. 이건 정말 심각하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독자는 엉터리로 번역된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에 번역을 검토하면서 하늘연못 판본의 별점을 네 개에서 ‘두 개’로 변경했다.
오역인지 아닌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문장에 대해선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일본어와 번역 비전공자인 내가 의견을 밝히면 주제넘은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대신 원문과 두 가지 번역본의 문장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게 써놨다.
* 『해로행』 원문 출처: http://www.natsumesoseki.com/home/cairoko
1
テニソンの『アイジルス』は優麗都雅の点において古今の雄篇たるのみならず性格の描写においても十九世紀の人間を古代の舞台に躍おどらせるようなかきぶりであるから、かかる短篇を草するには大おおいに参考すべき長詩であるはいうまでもない。
※ テニソンの: 알프레드 테니슨(1809~1892, 영국의 시인).
※ 古今の雄篇: 고금의 웅편.
* 하늘연못
테니슨의 <아이딜스>[원주]는 유려한 문장이 돋보이는 위대한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성격 묘사에 있어서도 19세기 인간을 고대라는 무대에 되살려 낸 작품이다. 이 소설을 쓰는 데 테니슨의 장시(長詩)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원주] The Idylls of the King의 약칭. 목가적인 서사시. 아서 왕과 그 기사들이 중심이다.
* 현인 (387~388쪽)
테니슨의 『아이지루스』[역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고상하다는 점에서 고금의 웅편(雄篇)일 뿐만 아니라, 성격의 묘사에 있어서도 19세기 사람을 고대의 무대에서 뛰어놀게 한 듯한 필치이기에 이 단편을 집필하는 데 커다란 참고로 삼아야 할 장시(長詩)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역주] 테니슨의 「샬럿의 아가씨(The Lady of Shalott)」를 말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2
又あるときは頭かしらよりただ一枚と思わるる真白の上衣うわぎ被かぶりて、眼口も手足も確しかと分ちかねたるが、けたたましげに鉦かね打ち鳴らして過ぎるも見ゆる。これは癩らいをやむ人の前世の業ごうを自みずから世に告ぐる、むごき仕打ちなりとシャロットの女は知るすべもあらぬ。
※ けたたまし: 요란한
※ 鉦: 징
※ 癩: 나환자
※ 前世の業: 전세의 업
※ 世に告: 세상에 알리는
※ むご: 잔혹한
※ シャロットの女: 샬럿의 여자
* 하늘연못
또 어느 때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윗도리 하나만 걸친 사람이 나타난다. 도무지 몸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형체가 거울에 비친다. 이 사람은 전생에 나병이라도 앓은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현인 (396쪽)
또 어떨 때는 머리부터 단 한 겹이라 여겨지는 새하얀 상의를 뒤집어쓰고 눈과 입도 손과 발도 분명히도 알아볼 수 없지만 요란하게 징을 울리며 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문둥병 환자가 전세의 업을 스스로 세상에 알리는 잔혹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샬럿의 여자는 알 길이 없었다.
하늘연못 판본에 ‘요란하게 징을 울리며 가는 모습도 보였다(원문에 밑줄 친 구절)’라는 구절이 없다. 현인 판본에 ‘문둥병 환자’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나병 환자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문둥병 환자’, ‘문둥이’는 나병 환자를 비하하는 혐오 단어이므로 번역할 때 이러한 표현을 써선 안 된다.
3
旅商人たびあきゅうどの脊せに負える包つつみの中には赤きリボンのあるか、白き下着のあるか、珊瑚さんご、瑪瑙めのう、水晶、真珠のあるか、包める中を照らさねば、中にあるものは鏡には写らず。
※ 旅商人: 떠돌이 장사꾼
※ 赤きリボン: 붉은 리본
※ 白き下着: 하얀 속옷
* 하늘연못
상인들의 등짐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 흰 의복이라도 들어 있을까? 산호, 마노(瑪瑙), 수정, 진주라도 들어 있는가? 포장 속에 있는 것들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 현인 (396쪽)
떠돌이 장사꾼들이 등에 짊어진 보따리 속에는 빨간 리본이 있는지, 하얀 속옷이 있는지, 산호, 마노, 수정, 진주가 있는지, 보따리 안을 비추지 않으면 안에 들어 있는 물건도 거울에는 비치지 않았다.
하늘연못 판본에 원문의 ‘빨간 리본(赤きリボン)’이 빠져 있고, 노재명 씨는 ‘햐안 속옷(白き下着)’을 ‘흰 의복’으로 번역했다.
4
シャロットの女の織るは不断の繒はたである。草むらの萌草もえぐさの厚く茂れる底に、釣鐘の花の沈める様を織るときは、花の影のいつ浮くべしとも見えぬほどの濃き色である。うな原のうねりの中に、雪と散る浪なみの花を浮かすときは、底知れぬ深さを一枚の薄きに畳む。あるときは黒き地じに、燃ゆる焔ほのおの色にて十字架を描く。濁世じょくせにはびこる罪障の風は、すきまなく天下を吹いて、十字を織れる経緯たてよこの目にも入ると覚しく、焔のみは繒はたを離れて飛ばんとす。
※ 不断: 평소(=독특하지 않은), 끊임없음(계속하거나 이어져 있던 것이 끊이지 아니하다)
※ 花の影: 꽃 그림자
※ うな原(海原, うなばら): 넓고 넓은 바다
※ うねり: 파도
※ と: ~와(과), ~처럼(동작 · 상태 따위를 나타내는 데 씀)
※ 濁世: 더러운 세상
※ 罪障: 죄장. 성불의 장애가 되는 죄업.
* 하늘연못
샤롯 여인이 짜는 그림은 독특한 것이 아니다. 풀밭을 배경으로 종(鐘) 모양의 꽃을 짤 때는 꽃 그림자가 지금이라도 당장 솟아나올 것처럼 보인다. 짙은 꽃이다. 넓은 들판을 배경으로 눈(雪)과 지는 꽃을 수놓을 때도 있다. 어느 때는 검은 대지를 배경으로, 타오르는 불꽃같은 십자가를 만든다. 그 순간 그림 속의 불꽃들은 그림을 떠나서 공중으로 날아오를 듯하다.
* 현인 (399~400쪽)
샬럿의 여자가 짜는 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단이었다. 수풀에 새로 돋은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바탕에 초롱꽃이 잠겨있는 모습을 짤 때는 꽃이 언제 떠오를지도 모를 만큼 짙은 색이었다. 널따란 바다의 파도 속으로 눈처럼 떨어지는 물결의 꽃을 새길 때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한 겹 얇은 천에 새겼다. 어떨 때는 검은 바탕에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색으로 십자를 새겼다. 더러운 세상에 만연한 죄업(罪業)의 바람은 온 천하에 불어, 십자를 짜는 날줄과 씨줄 사이에도 들어가는 듯, 불꽃만은 비단에서 나와 치솟으려 했다.
원문의 ‘不断’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항상’, ‘평소’, ‘끊임없음’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용한 문장을 보면 샬럿의 여인이 직물로 짠 그림에 묘사된 대상들은 하나같이 역동적이다. 이런 그림이 독특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노재명 씨는 원문의 ‘넓고 넓은 바다의 파도(うな原のうねり)’를 ‘넓은 들판’으로 번역했는데 명백한 오역이다.
5
恋の糸と誠まことの糸を横縦に梭くぐらせば、手を肩に組み合せて天を仰げるマリヤの姿となる。狂いを経たてに怒りを緯よこに、霰あられふる木枯こがらしの夜を織り明せば、荒野の中に白き髯ひげ飛ぶリアの面影が出る。恥ずかしき紅くれないと恨めしき鉄色をより合せては、逢うて絶えたる人の心を読むべく、温和おとなしき黄と思い上がれる紫を交かわる交がわるに畳めば、魔に誘われし乙女おとめの、我われは顔がおに高ぶれる態さまを写す。長き袂たもとに雲の如くにまつわるは人に言えぬ願ねがいの糸の乱れなるべし。
※ 霰, あられ: 싸라기눈(빗방울이 얼어 떨어지는 쌀알 같은 눈)
※ 木枯(ら)し, こがらし: 초겨울(늦가을)의 찬바람
※ 明: 밝은
※ リア: 리어 왕
※ 逢: 만나다
※ 長: 길다
※ 袂, たもと: 소맷자락
※ まつわる: 휘감긴
※ 言いえぬ: 말할 수 없는
※ 願, ねがい: 소망
※ 乱: 어지러운
* 하늘연못
사랑의 실(絲)과 정성의 실을 종횡으로 연결하면, 두 손을 어깨에 올려놓고 하늘을 향한 마리아의 모습이 된다. 광기와 분노를 섞어 고목을 만들면 그 모습은 흰 수염의 리어(King Lear)가 된다. 부끄러운 붉은색과 한 맺힌 회색을 섞으면 떠나간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다. 또 온화한 황색과 기운찬 자색을 섞으면 마귀에 홀린 여인의 흥분된 얼굴이 나타난다. 이렇듯 그녀의 베틀에는 구름에 휘감긴 사람들의 소원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 현인 (400쪽)
사랑의 실과 정성의 실을 가로와 세로로 물레의 북을 지나게 하면 손을 어깨에 엇갈려 얹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마리아의 모습이 되었다. 광기를 종으로 분노를 횡으로, 진눈깨비 날리며 삭풍이 부는 밤을 베틀 앞에서 밝히면, 황야에서 흰 수염을 흩날리는 리어의 모습이 나타났다. 부끄러운 주홍과 원망스러운 쇳빛을 한데 모아 간절히 만남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낸 듯했으며, 온화한 노랑과 흥분한 보라를 차례로 짜면 마법에 걸린 아가씨가 자신의 얼굴에 감동한 모습이 나타났다. 기다란 자락에 구름처럼 휘감긴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소망의 실이 헝클어진 모습이었다.
원문의 ‘木枯’은 ‘고목’이 아니라 ‘목고’로 읽는다. 枯는 ‘마를 고’이다. 리어 왕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싸라기눈(霰あられ)은 빗방울이 찬바람으로 만나 얼은 상태에서 내리는 눈을 뜻한다. 싸라기눈과 진눈깨비는 다르다. 진눈깨비는 비가 섞여 내리는 눈이다[출처].
[출처] <카드뉴스> 가루눈보다 굵고 함박눈보다 가는 것은? (뉴스웨이, 2018년 1월 13일) http://www.newsway.co.kr/news/view?tp=1&ud=2018011217351479073
6
うつせみの世を、
うつつに住めば、
住みうからまし、
むかしも今も。
うつくしき恋、
うつす鏡に、
色やうつろう、
朝な夕なに。
※ うつせみ: 이승, 이 세상
※ うつつ: 제 정신
* 하늘연못
허망한 세상을
혼미하게 살면
살기 힘들다네
옛날도 지금도
아름다운 사랑이
비치는 거울에
색이 비치리라
아침 저녁마다
* 현인 (401쪽)
이 세상을,
맑은 정신으로 살면
살기 괴로울 테지,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사랑,
비치는 거울에
색이 비치네,
아침저녁으로.
노재명 씨는 원문에 없는 ‘허망한’이라는 표현을 썼다.
7
女は息を凝らして眼を据すえる。
※ すえる: 응시하다, 눈여겨보다
* 하늘연못
여인은 순간 숨을 몰아쉰다. 눈을 감는다.
* 현인 (402쪽)
여자는 숨을 멈추고 눈을 고정시켰다.
‘すえる(응시하다)’를 ‘눈을 감는다’로 번역하다니…‥.
8
この時シャロットの女は再び「サー・ランスロット」と叫んで、忽ち窓の傍そばに馳かけ寄って蒼あおき顔を半ば世の中に突き出いだす。人と馬とは、高き台の下を、遠きに去る地震の如くに馳け抜ける。
ぴちりと音がして皓々こうこうたる鏡は忽ち真二つに割れる。割れたる面おもては再びぴちぴちと氷を砕くが如く粉こな微塵みじんになって室しつの中に飛ぶ。七巻ななまき八巻やまき織りかけたる布帛きぬはふつふつと切れて風なきに鉄片と共に舞い上る。紅の糸、緑の糸、黄の糸、紫の糸はほつれ、千切ちぎれ、解け、もつれて土つち蜘蛛ぐもの張る網の如くにシャロットの女の顔に、手に、袖に、長き髪毛にまつわる。「シャロットの女を殺すものはランスロット。ランスロットを殺すものはシャロットの女。わが末期まつごの呪のろいを負うて北の方かたへ走れ」と女は両手を高く天に挙げて、朽ちたる木の野分のわきを受けたる如く、五色の糸と氷を欺あざむく砕片の乱るる中に[革堂][cyrus 주]どうと仆たおれる。
[cyrus 주] 원문에는 革(가죽 혁)+堂(집 당)이 합쳐진 한자(‘革’이 부수인 한자)로 표기되어 있음. 네이버 한자사전, 일어사전에도 등록되지 않은 한자라 뜻과 음은 모르겠음.
※ サー: 경(卿)
※ ランスロット: 랜슬롯
※ 遠きに去る地震: 멀어져 가는 지진
※ 馳: 지나가다, 달리다
* 하늘연못
그때 샤롯의 여인은 다시 소리친다. “랜슬롯 경!” 여인은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려 놀란 얼굴을 세상 속으로 반이나 내민다. 사람과 말이 하나가 된 물체는 높은 저택 아래를 그냥 지나쳐간다.
* 현인 (402~403쪽)
이때 샬럿의 여자가 다시 “랜슬롯 경.”하고 외치며 홀연 창 옆으로 달려가 창백한 얼굴을 세상 속으로 반쯤 내밀었다. 사람과 말은 높다란 전각 아래를 멀어져가는 지진처럼 달려 나갔다.
쩍,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교교하던 거울이 갑자기 한가운데서 2개로 갈라졌다. 갈라진 표면이 다시 쩍쩍 얼음이 갈라지듯 산산조각 나서 방 안으로 튀었다. 일곱 두루마리, 여덟 두루마리, 짜던 비단이 갈가리 찢어져 바람도 없는데 철조각과 함께 날아올랐다. 붉은 실, 초록 실, 노란 실, 보라색 실은 흐트러지고 끊어지고 풀리고 엉켜 땅거미가 친 그물처럼 샬럿의 여자의 얼굴에, 손에, 소매에, 기다란 머리카락에 휘감겼다. “샬럿의 여자를 죽이는 것은 랜슬롯. 랜슬롯을 죽이는 것은 샬럿의 여자. 내 마지막 저주를 짊어지고 북쪽으로 달려라.”라며 여자는 두 손을 높이 하늘로 올리고 썩은 나무가 태풍을 맞을 때처럼 오색실과 얼음과도 같은 파편이 어지러운 가운데로 털썩 쓰러졌다.
노재명 씨는 『해로행』의 결말에 해당하는 문장을 번역하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해로행』의 ‘거울’ 편과 테니슨의 시 『샬럿의 여인』의 결말은 다르다.
* [품절] 에드거 앨런 포, 《우울과 몽상》 (하늘연못, 2002)
지금은 절판되어 사라졌지만, ‘하늘연못 출판사’하면 반드시 언급되는 ‘최악의 번역본’이 있었다. 그 책이 바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단편소설들을 수록한 《우울과 몽상》이다. 그 책에 엉터리 번역문이 많았지만, 가장 최악의 오역은 『진자와 함정』의 결말 마지막 문장이 누락된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졸문을 참고하시라[출처].
[출처]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 알 것 같습니다」(2015년 12월 14일)
http://blog.aladin.co.kr/haesung/805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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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베린저 《라파엘 전파》 (예경, 2002)
이왕에 이렇게 된 거 오역 사례 하나 더 언급한다. 예경 출판사의 《라파엘 전파》 160쪽에 ‘The Lady of Shalott’를 ‘샬롯 양’으로 번역했다. ‘샬럿’은 여인의 이름이 아니라 섬 이름이다. 이 섬에 있는 성에 저주받은 여인이 산다고 해서 ‘샬롯의 여인’으로 알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