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중에 나온 톨스토이(Tolstoy)의 《전쟁과 평화》 번역본은 1869년에 완성한 최종 판본을 원본으로 출간된 것이다. 여러 가지 이견이 있지만, 톨스토이는 1860년부터 《전쟁과 평화》를 쓰기 시작한다. 그가 처음부터 생각한 《전쟁과 평화》는 시베리아 유형 생활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데카브리스트(Dekabrist: 1825년에 혁명을 일으킨 혁명가들을 가리키는 명칭)가 등장하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잠시 집필을 중단한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고향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고, 아이들에게 1812년 나폴레옹(Napoléon)의 러시아 원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이유로 톨스토이는 이야기가 1805년부터 시작되는 《전쟁과 평화》를 쓰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구상했던 주인공들에 대한 묘사가 달라진다.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문학동네, 2016~2017)
* [절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이룸, 2001)
* 미셸 오쿠튀리에 《톨스토이 : 러시아의 위대한 영혼》 (시공사, 2014)
* 빅토르 쉬클롭스키 《톨스토이》 (나남출판, 2009)
* [절판] 얀코 라브린 《톨스토이》 (한길사, 1997)
1865년부터 1866년까지 <러시아 통보>라는 잡지에 《전쟁과 평화》 제1권에 해당하는 《1805년 : L. N. 톨스토이 백작의 장편소설》이 연재된다. 이때 톨스토이는 거의 완성된 《전쟁과 평화》 원고를 교정하고 있었다. 1866년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제목이 붙여진 초고본이 완성된다. 이 초고본과 현재 알려진 최종 판본 사이에 차이가 있다. 초고본에서 안드레이 공작과 페탸 로스토프(로스토프 백작의 차남)는 살아 남아 고향으로 돌아온다. 《전쟁과 평화》 초고본은 출판사 사정으로 출간되지 못한다. 1868~1869년에 톨스토이는 다시 소설을 수정하는 작업에 돌입했고, 현재 전해지고 있는 《전쟁과 평화》는 오랜 증보 과정을 거쳐 완성된 최종 판본이다.
톨스토이 전기 작가인 빅토르 쉬클롭스키(Victor Shklovsky)는 톨스토이가 ‘잘못 치료된 팔을 다시 고치듯이 낡은 소설을 부수고 이런 저런 안으로 바꾸어 가며 새롭게 집필’[1]했다고 썼다. 쉬클롭스키는 최종 판본이 ‘결정적 텍스트’라고 판단한 편집자들의 결정을 비판한다. 쉬클롭스키의 지적에 따르면 편집자들은 《전쟁과 평화》 원고를 완벽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톨스토이가 수정 작업을 하면서 따로 떼어낸 원고를 복원해야 전체적으로 완벽한 《전쟁과 평화》를 만날 수 있다. 쉬클롭스키의 톨스토이 전기가 나온 연도는 1963년이다. 이때 당시만 해도 톨스토이를 연구한 학자들은 《전쟁과 평화》 초고본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톨스토이는 초고본 원고를 ‘잘못 치료된 팔을 다시 고치듯이’ 개작했는데, 이미 썼던 글을 지우거나 새로운 문장을 추가해 덧붙여 썼다. 하지만 톨스토이 연구가 에벨리나 자이덴슈르는 50년에 걸쳐 5000장에 달하는 최종 필사본을 검토하여 초고본을 복원하는 데 성공한다. 1983년에 유실된 내용을 복원한 초고본이 공개되었고, 2000년에 독자들이 무난히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만들어져 출간되었다. 이듬해 우리나라에 초고본을 완역한 《전쟁과 평화》 번역본이 세 권짜리로 나왔으나 절판되었다[2]. 초고본과 최종 판본을 놓고 어느 것이 진짜 완전한 《전쟁과 평화》 텍스트인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 학계 일각에서는 초고본 복원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실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초고본의 존재를 부정한다.
[1] 빅토르 쉬클롭스키, 《톨스토이 2》(나남출판, 2009), 41쪽.
[2] 류필하 옮김, 《전쟁과 평화》(이룸, 2001), 이룸출판사는 ‘자음과모음’ 출판사 계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