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회사는 너무나 짜증난다. 늙은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나에게 뭘 물어보고 내가 가르쳐주거나 대답해야 하는데 너무 사소한 거였고 내가 왜 이런것까지 답해주고 있어야 되나 싶어서 짜증이 너무 샘솟아버려. 진정하자고 릴렉스 하자고 내가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알라딘에 매달 초 새로 나오는 커피를 기다리는데 어제 새로나왔다는 걸 알고는 얼른 주문 넣었다. 어제 주문 넣었는데 배송은 내일 될거라 하고 내가 가진 커피는 떨어져서 출근길에 부러 스타벅스에 들러 가지고 있는 리저브 쿠폰을 사용해 커피를 샀다.



나는 일곱시 전에 회사에 도착하는 사람인데 스타벅스는 일곱시에 문을 열어서 스타벅스 앞에서 기다렸다가 주문했다. 다른 커피점은 여는 데가 없어. 이 동네 까페촌이라고 하는데 죄다 내가 한참 근무하고 있으면 오픈해버려. 어쨌든 그나마 일곱시에 열어주는 스벅 있어서 오늘은 기다렸다 샀다. 보통은 기다리기 싫어서 사무실에 와 알라딘 커피를 내려마시곤 한다.


오늘 커피를 사가지고 우산을 들고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는데 제법 걷는지라 머릿속 상황극 갑자기 또 폭발해버려. 커피 냄새가 너무 좋아서 아 커피 냄새 좋네, 비가 오네, 하다가 상황극으로 급속하게 빨려들어가는 거다. 내 상황극은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들에 의해 펼쳐질 때가 많은데, 오늘은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회사를 다니다보니 회사 안에서의 상황극이 펼쳐질 때가 많다. 뜻밖의 사람이 갑자기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그래서 나는 당황하며 아니 니가 거기서 왜... 하고는 애써 모른척 하려고 한다. 계속되는 나의 냉담함에 상처받은 상대는 어떻게든 내 마음을 녹이려하고 얼어붙은 나의 마음 얼음공주가 되어 늘 쌀쌀하기만 한데, 그런데 어느 일찍 출근한 아침 상대는 내가 일찍 출근한다는 걸 알게 되고 그 뒤로 자기도 일찍 출근해 부러 자꾸 나를 마주치며 얼음공주의 마음 돌리려고 최선을 다한다. 어느 날은 전화를 걸어와 차갑게 여보세요 하는 나에게 지금 스벅인데 커피 사다줄게, 하고 나는 그렇다면 에스프레소, 라고 답한다. 아니 그렇게 진한걸 마셔? 아니, 너가 들고 오려면 아메리카노는 조심스럽고 흘릴 수도 있잖아, 에스프레소는 컵의 반도 안차니까 샷 하나 추가해서 가져와도 세상 부담없고 네가 그렇게 들고 오면 나는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된다, 라고 답하고 상대는 나의 이 넓고도 넓은 배려심에 엉엉 울며 감동한다. 역시 너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당연하지 장난하냐. 내가 너에게 잘 못대한다면 그건 네가 잘못했기 때문이야, 라고 나는 상대에게 말한다. 상대는 내게 알아, 네가 누군가에게 다정하지 않다면 그건 상대의 잘못이야, 내가 잘못했어, 라고 상대는 말하고 그 날 아침부터 매일 커피를 사가지고 오는데.. 나는 상대에게 아니, 너 이렇게 맨날 내 커피까지 사다가 돈은 언제 모으려고 그래, 너도 집 사야 될 거 아니야, 매일 아침 내 커피까지 사오지 말고 일찍 출근해서 내 자리로 와, 내가 내 커피 내리면서 네 것도 내려줄게, 내가 너보다 연봉 높으니까 알라딘 커피 내려주는 것쯤은 늘 할 수 있어, 라고 말해버리는 바람에 상대는 매일 아침 내 자리로 커피 마시러 오고, 우리는 다른이들이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에서 정원에 나가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새소리를 듣고 어느 날은 늦게 뜨는 해를 바라보고 그러다 깔깔 웃고, 그렇게 얼음공주의 마음은 사르르 녹아버리고 그렇게 녹아버리던 어느 날, 나는 상대에게 사실은 내가 이미 아파트를 갖고 있으니 내 집에 들어와 살지 않으련? 묻게 되는데...



우리는 함께 있으면 서로 즐거워해요. 나는 내 침대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너무 심해서 아플 지경이에요. 우리가 함께 더 지내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지금 당장 살 곳이 필요하잖아요. 내게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당신이 나와 함께 머무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214쪽









그만두자, 상황극 따위.

식어버린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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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10-06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음은 에스프레소로 녹인다... 끄적끄적...

다락방 2021-10-06 09:29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뜬금결론이네요? 근데 맞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1-10-06 09:47   좋아요 3 | URL
근데 저같은 얼죽아들은 어떡하죠?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6 09:5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물감님이 사올 때는 물감님 꺼는 얼죽아, 제 꺼는 에스프레소 사오면 되고요,
제가 내려줄 때는 제꺼는 원두 내리고 물감님꺼는 콜드브루에 얼음 넣어줄게요.

콜?

물감 2021-10-06 10:07   좋아요 3 | URL
콜콜

다락방님하고는 치킨도 먹어야 되고 커피도 마셔야 되고, 일정이 빡빡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6 10:11   좋아요 4 | URL
봐봐, 이것도 한큐에 가능해요. 1차는 치킨 두당 한마리씩 2차는 커피. 오케?

- 2021-10-06 16:22   좋아요 1 | URL
물감님 얼죽아 먹고 냉녹차마셔요. 하루에 두번씩 나흘 반복하면 위가 깎여요… 얼죽아 그립다 ㅠㅠㅠㅠㅠㅠ 아이스아메리카노 먹고 싶다 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1-10-06 16:34   좋아요 1 | URL
여러분 위 다치지마... 다치지말고 건강하게 지내서 나랑 맛있는 거 먹으면서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자. 흑흑 ㅠㅠ

청아 2021-10-06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빠져들어요ㅋㅋㅋㅋㅋ왜 여기서 끝나는거죠? 다락방님 다음에 2탄도 해주세요!!

다락방 2021-10-06 09:49   좋아요 2 | URL
상황극은 계속됩니다. 투 비 컨티뉴드… 샤라라랑~

그레이스 2021-10-06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다락방 2021-10-06 09:51   좋아요 2 | URL
^_________^

그레이스 2021-10-06 10:00   좋아요 1 | URL
헤이즈 👍

다락방 2021-10-06 10:11   좋아요 2 | URL
노래 좋죠. 크-

책읽는나무 2021-10-06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2탄 기대 되네요.
얼음을 녹여 버린 에스프레소남...아니 알라딘 드립 커피남은 과연 제안을 받아 들일 것인가?.....ㅋㅋㅋ
저는 것도 기대 되지만...물감님과의 대화가 더 웃겨요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6 10:12   좋아요 3 | URL
알라딘 드립 커피남은 과연 제 아파트에 들어온다고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아파트에 들어오면 책도 많고 술도 많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0-06 10:39   좋아요 2 | URL
와아....나 같음 들어간다.
몸만 들어갔는데도 다 있네 다 있어!!!
더군다나 연봉 더 높은 다락방님이 똭!!!! 있어.....ㅋㅋㅋㅋ
음악도 깔아 놓고,술도 마시면서,둘이서 알콩달콩 10월의 도서 제2의 성을 한 사람이 원서로 읽으면 누군가는 번역본을 읽어 주면서 둘이서 토론하다 서로 공감된다며 어깨도 막 치고 그러다....아...나 지금 뭐하고 있죠???? 지금 제2의 성 읽어야 해요!!!!!!ㅋㅋㅋㅋ
오늘도 읽어야 살아 남는다.
잡생각 금물..불끈!!!!!!

다락방 2021-10-06 11:55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안됩니다. 얼른! 속히! 제2의 성을 읽으러 돌아가세욧! 얼른!! 잡생각은 금물입니다!! 불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0-06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7시 전에 출근하신다구요..?? 완전 조근하시네요! 일찍 일어나는 다락방이 책을 많이 읽는다..
아 근데 이 상황극의 전제는 다락방님에게 아파트가 있다는 것?? 역시 40평대 아파트 장만이 시급하군요. 하지만 제가 에스프레소남이라면 40평대 아니라 20평대라도 기꺼이 들어가고 싶네요ㅎㅎ

다락방 2021-10-06 11:50   좋아요 3 | URL
네! 일찍 출근합니다. 아주 일찍 출근합니다. 그런데 일찍 출근해서 혼자 있는 시간 제가 좀 좋아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너무 괴롭지만 그래도 사람 없는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거 너무 좋고요,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사무실에서 정원에 나갔다가 커피 내리는 시간도 좋아하고요. 일찍 출근하는 장점들이 여러개 있어서 일어날 때는 괴롭지만 할만합니다. 후훗.
책은 많이 읽지 못해요. 어제도 제2의 성 펼쳤다가 두 장 읽고 자서 지금 너무나 초조합니다. 그거 진짜 너무 두꺼워서 이번달 안에 가능할지 ㅠㅠ 그런데 자꾸 다른 책 읽고 싶고요. 엉엉 ㅠㅠ

그나저나 이렇게 일찍 출근하며 열심히 회사생활해도 40평대 아파트는... 힘들것 같습니다 ㅠㅠ 세상은 똥이에요 진짜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서괭 2021-10-06 13:19   좋아요 2 | URL
저도 예전에 한동안 일찍 출근했는데 그 고요한 시간이 좋더라구요^^ 제2의성 저도 받았는데 판형은 귀여운데 두께는 참 안 귀엽네요 ㅋㅋ
회사월급으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ㅜㅜ 화천대유 입사했다 퇴직했어야 하는 건데.. 으윽

다락방 2021-10-06 16:32   좋아요 0 | URL
이게 세상입니까? 열심히 일해도 40평 아파트를 꿈도 못꾸는 이게 세상이에요? 이게 삶입니까? 제가 이 세상 다 불질러버리겠어요! 으르렁-

붕붕툐툐 2021-10-0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이건 상황극이 아니라 명작입니다. 락방님 시나리오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21-10-06 16:33   좋아요 1 | URL
머릿속에 상황극 이천개도 넘어요. 아니 무한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생각할지 저도 몰라요. 조만간 다른 상황극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샤라라랑~

- 2021-10-06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내 침대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내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ㅋㅋㅋㅋㅋ 이런 대사 치고 싶은데….. 아쓰바….. 열심히 벌어서 운좋아서 그 대사 치게될 때쯤에는 틀니끼고 있을 거 같아서 나는 … 운다… 사랑을 포기해서 부동산을 가질 수 있다면…. 백번 포기할텐데 포기해도 갖기가… 또 처운다ㅠㅠㅠㅠㅠ

다락방 2021-10-06 16:34   좋아요 1 | URL
아 너무 현실적이라 나도 같이 운다 쟝님아... 나 20년 일해도 안되는데 앞으로 20년 더해도 안될텐데, 틀니 낄 때쯤이면 모든게 다 준비될 수 있을까요? 이 미친 세상... ㅠㅠ
우리 서로 끌어안고 울자, 엉엉 울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021-10-06 16:38   좋아요 1 | URL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ㅠㅠㅠㅠㅠㅠㅠㅠ 푸엉엉 ㅠㅠㅠ (bgm.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다락방 2021-10-06 17:01   좋아요 1 | URL
나도 그 노래 알아요. 우리 술 마시면서 울면서 젓가락으로 테이블 두드리면서 노래부르자.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오늘 퇴근길에 들어야겠어요.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

그렇게혜윰 2021-10-0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벅이 문을 일찍 연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고맙죠... 이벤트는 좀 적당히...

다락방 2021-10-07 08:14   좋아요 1 | URL
네 그나마 일찍 문을 열어주는 까페가 있다는 게 좋아요. 오늘은 그보다 더 일찍 여는, 사실 문을 닫지 않는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사왔습니다.
 














'리사 할리데이'의 《비대칭》을 읽고 있다. 이십대의 작가를 희망하는 여성과 칠십대의 이미 너무나 유명한 남자 작가의 사랑 이야기를 보는 것이 정말이지 즐겁지 않다. 차라리 필립 로스인 걸 모르고 보는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꾸 머릿속에 실제 남자 노작가가 그려져서 불쾌하다. 필립 로스와 내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전혀 아니고 게다가 나는 필립 로스의 책 《네메시스》가 너무 좋아서 선물 하기도 하고 며칠전 친구에게 추천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필립 로스의 프라이빗한 사랑과 섹스까지 알고 싶은 마음은 전혀, 전혀 없다. 물론 이 책은 리사 할리데이의 장편 '소설'이니만큼 이 책 속의 남자노작가와의 사랑이 실제를 그대로 반영한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머릿속에서 누군지 뻔히 아는 사람의 섹스 이야기를 보는게 너무 괴롭다. 필립 로스가 그 대상이었다는 걸 알고 시작했지만 나는 그들의 연애 이야기를 이렇게나 길게 볼 줄은 몰랐다. 아직 절반도 읽지 않긴 했지만 내내 그들이 만나고 사랑하는 이야기만 나온다. 나는 일전에 늙은 남자 작가와 연애한 적 있어, 라고 하는 여성의 그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가 너무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다. 책속 등장인물1과 책속 등장인물2의 섹스라면 야한 이야기라고 좋다고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알 수 있는 구체적 인물들의 섹스 이야기를 읽는 것은 너무 곶통.. 싫다 ㅠㅠ



어쩌면 그것은 필립 로스라는 내가 알고 있는 실존했던 인물에 대한 얘기이기때문만이 아니라 몸 여기저기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고 먹는 약도 많고 조심할 것도 많은 늙은 남자가 굳이 한참 젊은 여자에게 다가가 그 여자와 연애-섹스-를 하는 것 자체가 징그러워서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늙고 지명도있는 남자가 가진 것들이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려는, 그래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여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정말 소름돋게 싫다. 최근에 읽는 샐리 루니 책에서도 유부남 이자 삼십대의  '닉'은 잘생겼고 영화배우이고 인기 많고 돈도 많은 남자였고 프랜시스는 어떤 날은 굶어야할 정도로 가난하며 아직 이렇다할 어떤 성취도 해놓은 것이 없는 아주 젊은 여자였다. 최근에 읽었던 책 《스위트 투스》에는 젊은 여자가 역시 노교수를 만나 연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노교수 역시 이미 한 자리 차지한 능력 있는 남성이었고. 이 한참 젊은 여성을 사귀는 늙은 남자들에게는(닉은 늙은 건 아니지만) 공통점이 있는데, 이렇게 유명하고 잘나고 가진 것도 많은 그들은 모두 집 외에도 별장도 가지고 있었다는 거다. 그들은 애인들과 별장에서 만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혹은 아직 취업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젊은 여성들에게 풍경 좋은 곳의 별장이 웬말이며, 좋은 라벨의 와인이 웬말이냐. 그들이 딱히 상대에게 폭력적이 아니었고 다정했다 한들, 자신이 가진걸로 최선을 다해 상대에게 잘해주려 했다 한들, 상대는 가지고 나는 가지지 못했을 때 상대가 가진 것들에 대한 어떤 동경과 또 어떤 뿌듯함이 왜 없었을까.


실제로 닉은 가난해서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프랜시스에게 '너에게 돈을 주는 것은 어쩐지 안되는 것 같다'는 감각을 갖고 있지만 나중에 갚으라며 생활비를 빌려주고, 《비대칭》에서의 늙은 남자 작가는 젊은 여자 앨리스에게 '너처럼 능력 많은 여자가 학자금 대출에 매어 있어서는 안된다'며 학자금 대출을 갚아준다. 너 그렇게 쪄죽을 정도로 더위에 갇혀 살면 안된다고 에어컨 살 돈을 주기도 한다. 나는 가난한 집에 살고 여름에 에어컨도 없이 덥고 먹을 식량도 넉넉하지 못한데 내 늙은 애인의 집에 가면 향기 좋은 커피가 있고 좋은 와인이 있고 넓은 침대가 있고 쾌적한 공간이 있으며 심지어 휴가 기간에는 풍경 좋은 곳에 별장이 있다니, 이것은 충분히 매혹될만하지 않은가. 내가 갖지 못한 자원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하고자 하는게, 심지어 그 자원은 내가 노력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이라면, 이미 가진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게 잘못인가? 나는 상대의 자원에 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 달에 이백만원 벌어서 먹고 사는것에 항상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이 사람을 만나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선택하는게 뭐가 잘못인가? 그런데,



그런데 불편하다. 어딘가 불편하다. 유명하고 늙은 남자교수가 너는 사랑스러워 라고 젊은 애인의 귓가에 속삭여주고, 너같이 똑똑한 여자가 돈 때문에 못하는게 있어서는 안돼, 라고 지원해주는 것도 좋은데, 그런데 왜이렇게 불편할까. 사람은 다른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충분히 그 사람을 지지할 수 있고 후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이 관계가 너무 불편하다. 날 만나면 항상 라면 끓여 거기에 밥만 말아먹게 하는 나처럼 가난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이 겨울에 추우니 따뜻한 코트를 사 입혀주는 사람이 훨씬 좋겠지만, 그런데 이 관계가 너무 찜찜하고 불편하다. 이 남자를 만나는 게 생활에 더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주기 때문에 마땅한 선택이라고 보여지지만 그런데 불편하다. 이 모든 일에 젊은 여성의 육체가, 섹스가 담보된 것 같아 너무 불편하다. 이 늙은 남자가 마음껏 사랑해주고 아껴주며 후원해주는 이 젊은 여성에게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올래? 라고 물으면 갈게요, 라고 말하는 그 여성의 육체와 섹스가 있어서 불편하다. 그렇다고 나는 그녀에게 얼른 빠져나오라고 말할 순 없다. 그것이 어딘가 찜찜하다는 이유로 그녀를 나오라고 할 수가 없다, 그만두라 할 수가 없다. 내가 그녀의 학자금을 대신 갚아줄 것도 아니므로. 물론, 그녀가 학자금 갚아줄 남자라서 그 남자를 선택한 건 아니다. 그 남자네 집에 침대가 좋을 것이라서 그 남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그 남자가 별장을 따로 갖고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것도 아니다. 그의 접근에 그녀는 예스를 했고 만나다보니 그의 집이 크고, 그가 언제나 좋은 술을 주고, 그가 별장을 갖고 있고, 학자금도 갚아주는 일들이 차츰 진행된 것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경제적 편안함이 그 안에 있다. 와 그 침대 정말 좋았지, 그 집은 정말 쾌적해, 그 집은 언제나 좋은 커피 향이 가득해, 그 별장은 너무 안락하지, 하는 걸 이미 느꼈다면, 게다가 이미 나를 옭아매는 빚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면, 내가 그 안에서 불만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불만을 찾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다면 이 관계는 사랑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관계인가, 라고 생각하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게 되는거다. 이건 불편하고 찜찜한거다. 후..



그는 왜 온 몸이 고장난 나이든 여성에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틀니를 뺐다 껴야 하는 나이든 여성에게 접근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가 이미 유명하고 돈이 많은 늙은 남자가 아니라, 단칸방에 살고 에어컨 없는 집에 사는 늙은 남자였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계속해서 그를 만났을까?


한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어느 한가지가 아니다. 나는 항상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내면을 본다고 말하고 또 그래왔다고 자부하긴 하지만, 그러나 그 내면을 구성하는 그 사람에게는 또한 그 사람의 취미와, 성향과, 직업과, 육체가 있다. 만남에도 그리고 헤어짐에도 그것들 중 어느 것이 달랐다면 상황 자체가 달라졌을 것들이 사소하게 나를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를 구성하고 있다.



저 늙은 남자는 이미 자신이 가진 것이 많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젊은 여성에게 다가설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로소 이 책의 제목이 '비대칭' 이라는 것이 떠오른다. 나는 책 뒷표지의 '입국을 거부당하고 공항에 억류된 이라크계 미국인 청년'과 미국의 청년(이자 여성) 이야기의 비대칭을 생각했는데, 그래서 처음에 왜 이 늙은 남자와의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할까 힘들게 읽고 있는데, 그런데 이 비대칭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게 아닌가. 이 젊은 여성은 미국인으로 공항에서 입국 거부될 일이 없고 이라크계 미국인 청년은 공항에 억류될 수 있다는 것만 비대칭인게 아니라, 이미 많은 자원을 가진 늙은 남성과 가진 자원이 없는 젋은 여성이 만나는 것부터가 비대칭을 몸소 겪고 있는게 아닌가. 그 비대칭을 경험한 여성이 또다른 식으로 자신과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일은 어떻게 진행될까.


나는 이 찜찜함, 이 불쾌함에 이름을 붙이지 못해서, 아아 독서를 더 해야 된다, 나는 아직 언어가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리사 할리데이가 이미 비대칭 이라고 말해줬네. 맙소사, 책 속 제목을 이제야 떠올리다니. 이미 말하고 시작했잖아, 비대칭이라고!! 아무튼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건 그렇고, 소설 중에 뜬금 노먼 메일리가 등장한다. 늙은 남자의 몸에서 여러개의 상처를 보았고 그래서 앨리스가 그에게 누가 이랬냐고 묻는 거다. 그 때 늙은 남자가 말한다.


"노먼 메일러."


앗? 노먼 메일러? 노먼 메일러의 책을 읽은 건 없지만, 아아, 그러나 《미친 사랑의 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노먼 메일러 미친 놈인거 다 알지 않나? 자신의 아내에게 칼까지 휘둘렀던 남자, 그러나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계속 용서 받았던 남자. 그 노먼 메일러가.. 필립 로스랑도 뭔가 사건이 있었던걸까? 실제 이름이 나온다니 어쩐지 실제 무슨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네이버 검색창에 노먼 메일러 필립 로스 넣어도 뭐 딱히 나오는 게 없다. 그래서 구글 검색했는데 영어라서 읽기를 포기했지만 번역기 돌려보니 그들이 법정에서도 싸우고 그랬나보다. 그러니 만약 리사 할리데이의 소설이 발표되면서 필립 로스의 이야기인 것은, 노먼 메일러의 등장 때문에 알 수 있었을 것 같다. 

















나는 내 삶에서 어떤 일들은 정말 없었으면 좋았을거라고, 어떤 사람은 정말이지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이 내게 없었으면, 그 사람이 내게 없었으면 이라고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좋든 싫든 그 사람들이 그리고 그 일들이 나를 구성하고 있을 것이고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들을 또 겪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 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미 일어난 그 일들을 내가 없앨 수 없는만큼 나는 그 일들과 그 사람들을 반면교사 삼고 더 나은 삶을 상상하는데 쓰도록 할것이다.


리사 할리데이와 늙은 노작가에게 일어난 일은 내가 다 알 수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수 없다. 아직 절반도 읽어내지 못했지만, 작가가 '비대칭'이란 글을 쓸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그녀의 삶에 어떤 부분, 그러니까 그 늙고 돈 많은 작가를 만났던 일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금은 사망했다 해도 실존하는 인물을 책에 등장시키는 것은 나로서는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출간당시 상도 받았던 작품이라면 아마 다 합의된 얘기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어서 빨리 늙은 남자 작가 부분은 지나갔으면 좋겠다. 싫어..




참고한 기사 ☞ “중동 현실과 삶의 비대칭… 우리는 포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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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10-0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읽을 때 이런 사랑 관계 나올 때면 좀 고민 많이 되더라구요.쿨하게~~받아들이며 읽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왜 못받아 들이는 것인가??? 그래서 내가 많이 보수적이구나!!더 깨닫는 시간들이 되는 셈이죠.ㅜㅜ
특히 외국소설이 그런 내용들이 많아 잘 안읽혀 지더라구요.그래서 맨날 한국소설만 읽고 있나?? 싶기도 하구요.
그래도 이제부터는 한 번 읽어 보려구요.
왜 문제시 되는지 뭐든 읽어봐야 결론이 나는 것일테고....해석은 각자의 몫일테고.....
필립 로스의 소설도 읽다 포기한 책들 다시 읽어봐야 겠군요^^

다락방 2021-10-05 15:32   좋아요 1 | URL
소설에 나오는 모든 관계를 우리가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또 비판하기도 하면서 읽는게 제일 좋을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적극적 공감이 되지 않을 때면, 아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마음이 있구나, 이런 관계가 있구나 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면 좋을 것 같아요. 말씀하시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은 읽는 당사자 각자의 몫일 테니까요. 아, 저는 어서 빨리 이 늙은 남자와의 연애 얘기가 끝났으면 좋겠어요. 너무 싫어요 할아버지랑 젊은 여자 이야기 ㅠㅠ

건수하 2021-10-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엮이고 엮여서 궁금한 책이 더더더 많아집니다.
나이든 남성과 젊은 여성의 로맨스는 저도 괜히 불편해요...

그나저나, <비대칭>과 <친구들과의 대화> 번역자가 같은 분이네요?

다락방 2021-10-05 15:33   좋아요 0 | URL
나이든 남성과 젊은 여성의 로맨스는 사실 로맨스로는 보이지를 않는 것 같아요. 리사 할리데이가 짚어준것처럼 비대칭의 전형적인 모습 아닐까요?

그나저나 역자가 같다니, 저 지금 알았네요. 대박... 저는 무심히 넘긴 것을 짚어주셨어요!

blanca 2021-10-05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구도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많아서... 그래도 노교수와 젊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 중 가장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었던 건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었어요. 여학생이 그 교수를 더 사랑했고 그 교수는 물질적 편의 제공과 전혀 관련이 없었고 그 여학생에게서 거리를 지킨 이야기. 생각해 보니 그건 앤드루 포터 자체가 30대의 젊은 남자 작가라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여전히 젊은 여자를 원하는 나이 든 남자들, 그리고 그 남자들에게서 기대하는 물질적 편의들, 이 구도가 계속되는 한 이러한 구도의 이야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야기에서뿐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니까요.

다락방 2021-10-05 15:36   좋아요 0 | URL
성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갖는 것은 그동안 자연스러웠고 또 지금도 그러하잖아요. 고연봉의 직업은 대부분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고요. 저희 회사만하더라도 임원 중에 여자는 한 명도 없어요. 그러니 늙은 남자가 가진 자원을 젊은 여자가 똑같이 가진다는 것은 젊은 여자가 애초에 어마어마한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힘든 일일 것이고, 상대의 자원에 끌린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요. 그런데 불편한 것은, 상대의 자원의 끌렸다고 했을 때 내가 가진 자원은 무엇이냐, 라고 하면 젊은 육체라는 거죠. 그게 미치겠어요. 그것이 자원이 된다는 게, 그것을 자원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게요. 그 지점에서 환장할 노릇인것 같아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좋았던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노교수의 거리감도 있지만, 제가 그 이야기를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는 모든 것을 충족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었어요. 모든걸 충족시켜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힘드니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가 보여주고 있고, 사실 저도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아요.

망고 2021-10-0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20대 그 예쁘고 파릇한 나이에 어떻게 할아버지를 사겨요ㅠㅠ 아무리 유명하고 성공한 작가였다고 해도 거기에 어떻게 넘어갈수가 있나요ㅜㅜ 너무너무 거부감이...

다락방 2021-10-05 15:38   좋아요 0 | URL
망고님,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로움은 가난하게 태어난 자가 가지기 힘든 것이잖아요. 열심히 일하면서 산다고 해도 풍요로움이 찾아들진 않고, 그러니까 이 이야기 속에서 여자가 풍요로움 때문에 남자를 바로 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풍요로움은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이런 이야기가 돌아버릴 만큼 싫은 이유에요. ㅠㅠ

꼬마요정 2021-10-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게 그렇게 없나 싶어요. 남자들은 온통 육체적인 행위에만 집착하는 걸까요. 노교수가 자신의 지식을 젊고 똑똑한 여제자에게 물려주면 좀 좋나요. 학문적 성취를 같이 하는 관계. 진정한 스승과 제자 아닌가요ㅠㅠ 하지만 학문이든 예술이든 여자가 더 재능을 발휘하면 어느 순간 남자의 성취로 바뀌죠… 아 이런 기득권 모순쟁이들 ㅠㅠㅠㅠ

다락방 2021-10-06 07:43   좋아요 1 | URL
실제로 상황에 맞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기도 해서 여자는 늙은 남자에게 네가 가르쳐준 게 많다고 하기도 해요. 육체적 행위도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는 돌봄을 위해 젊은 육체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어쨌든 여자는 남자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누구도 그들에게 ‘너네들이 한 거 사랑 아니야!‘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관계가 제목처럼 비대칭인건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드디어, 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어요. 글의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놀랍네요.
 
















원서 읽기 다섯번째 도서는 오바마이고, 오늘 처음 시작했는데.. 오바마 .. 왜이러시는겁니까. 한 문장이 겁나 길어서 안끝나고, 한 문장 한 문장 번역본하고 대조해서 보는데도 어렵다. 와... 오바마여.. 무슨 짓을 하신거에요 ㅠㅠ 왜 글 어렵게 써요. ㅠㅠㅠ


샐리 루니는 그런 한 편 쉬운 문장들 썼었는데, 오바마여 샐리 루니한테 대필 시키지 ㅠㅠㅠ 


한 페이지 보고 기운 딸림. 이건 읽은게 아니라 그냥 원문과 번역본 대조였습니다. 흑흑 ㅠㅠ 갈 길이 멀다. 이거 겁나 두껍고 심지어 오바마 자서전 두 권으로 낸건데 이게 첫번째래. 아니, 오바마 이 사람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


어휴.....



원서를 읽으려면 역시 소설이 짱인것 같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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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10-04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보 : 미움 샀던 샐리 루니, 오바마 때문에 단번에 하트 획득

다락방 2021-10-04 22:15   좋아요 0 | URL
쉬운 문장이 젤루 최고되는 것입니다!!!!!!!!!!!!! ㅜㅜ

- 2021-10-06 16:21   좋아요 0 | URL
오바마 ㅋㅋㅋ 샐리루니한테 대필시키라니 무슨 망발이여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6 17:23   좋아요 0 | URL
좀 그런가? 🙄

유부만두 2021-10-0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운 문장에 호러는 덤!!
셜리 잭슨의 단편집 ‘the Lottery’ 강추합니다!!

다락방 2021-10-05 09:47   좋아요 0 | URL
네 기억해둘게요. 진짜 지금은 영어 꼴도 보기가 싫어요 ㅠㅠ

하이드 2021-10-05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더블 추천합니다. 킨들 오더블 종이책 다 사서 몇 달째 읽고 있는 1인.

다락방 2021-10-05 09:48   좋아요 0 | URL
킨들... 도 사야할까요? 제가 바라는 답이 그렇다인지 아니다인지 저도 모르겠네요. ㅠㅠ

하이드 2021-10-05 12:04   좋아요 0 | URL
킨들 사세요. 워들리 와이즈 켜놓고 보면 단어 설명 영영으로 나와서 사전 안 찾고 바로 볼 수 있어요. 오바마 책 읽을수록 쉬워지고 드라마틱해서 정치인 책보다는 정치드라마 같아요. 미셸 비커밍이랑 겹치는 부분도 재밌구요.

다락방 2021-10-07 08:42   좋아요 0 | URL
비커밍도 같이 읽어야겠네요. 비커밍 사두기만 하고 아직 안읽었는데.. 갈수록 쉬워진다니 쫄지 말고 가야할텐데 지금은 그냥 암담하기만 해요. 에휴.. 킨들은 검색 좀 해봐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1-10-05 0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리스펙 그 자체
👍👍👍👍
보이시죠???? 엄지 척!!!
어린이 책도 더듬 거리는 제겐 뭐~^^
멀어 보여도 곧 완독할 날이 오겠죠???
힘 내세요^^

다락방 2021-10-05 09:48   좋아요 0 | URL
아 진짜 펼치기도 싫어요. 뭔 문장을 이렇게 길게 쓴대요? 짧게 써라, 오바마여!! ㅠㅠ

그렇게혜윰 2021-10-05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피드보고 두께에 어질~~~~

다락방 2021-10-05 09:49   좋아요 0 | URL
미치겠어요 진짜 장난 아니게 두껍고 무거워요. 새삼 나는 왜때문에 이걸 읽는다고 하는가... 싶습니다. 휴우-

그렇게혜윰 2021-10-05 11:57   좋아요 0 | URL
꽂히면 읽어야 지요 ㅠㅠㅠ
 
















이 책을 먼저 읽은 친구의 조언에 따라 <해제>를 먼저 읽기로 했다. 오늘은 해제와 서론까지만 읽자, 라고 계획하고 옮긴이 서문-해제-서론 을 읽는데, 서론을 읽다가 '옴팔레'를 만난다.



헤라클레스가 옴팔레 Omphale의 발치에서 털실을 잣다가 욕정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어째서 옴팔레는 헤라클레스에 대해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서론, p.32


그리고 옮긴이의 주석에서 옴팔레에 대한 이런 구절을 볼 수 있다.


*리디아 왕국의 여왕. 헤라클레스가 옴팔레의 발치에서 털실 짓는 것을 돕다가 욕정에 사로잡혀 그녀와 결혼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위력을 보였다는 데 이 전설의 의의가 있다. -p.32 , 옮긴이의 주석 15



나는 내가 가진 [그리스로마신화사전]을 꺼내와 옴팔레를 찾는다. 언젠가는 이 사전의 어디를 펼쳐도 내가 찾은 흔적들이 빽빽해질날이 오겠지 생각하지만 현실은 색만 바랜채로 책장에 장식용으로 꽂아두고 있는 상태. 그런데 옴팔레를 찾았더니 내가 이미 찾아 놓은 흔적이 보인다. 색연필로 동그라미와 밑줄을 그었어. 아, 나는 옴팔레? 하고 갸웃하였는데, 제2의 성 재독이니만큼 지난번에도 옴팔레가 궁금해서 찾아보았었나 보구나. 그런데 기억이 1도 안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 옴팔레가 '여자가 남자에게 위력을 보였다는 의의'를 가졌다니, 어디 한 번 옴팔레를 옮겨오겠다.
















옴팔레 Omphale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에 관한 전설의 가장 흔한 형태에 따르면, 옴팔레는 이아르다노스(혹은 이아르다네스) 왕의 딸로 리디아의 여왕이며 헤라클레스는 그녀의 집노예였다(그가 노예가 되었던 이유에 관해서는 헤라클레스). 본래 옴팔레의 신화는 옴팔레가 옴팔리온 시의 명조로 등장하는 에페이로스 지방의 전설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곧 그 신화는리디아 지방으로 옮겨 동방적인 색채를 띠게되었으며, 헬레니즘 시대의 시인 및 예술가들은그것을 많이 활용했다. 위에 언급한 가계 외에, 어떤 저자들에 따르면 옴팔레는 트몰로스 왕의딸 혹은 과부로, 그에게서 왕국을 물려받았다고한다.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노예에게 자신의 왕국에서 강도와 괴물들을 몰아내 달라면서, 일련의 과제들을 내주었다. 그리하여 헤라클레스는 케르코페스 실레우스 등과 싸웠고, 옴팔레의 땅을 짓밟는 이토네스 족과 전쟁을 벌였다. 그는그들의 근거지인 도시를 탈취하여 파괴했으며 그 주민들을 노예로 끌고 왔다. 옴팔레는 자기노예의 공적에 감탄하여 그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게 된 후에는 그에게 자유를 돌려주고 그와 결혼했다. 그녀는 그에게 라몬이라는 아들을 낳아 주었다. 이상이 디오도로스가 전하는 역사적 전설이다. 반면 <소설적> 이설에 의하면, 옴팔레는 처음부터 헤라클레스를 사랑했으며, 그가 노예였던 시절은 편안하게 지나갔다. 옴팔레는 그의 사자 가죽을 쓰고 몽둥이를 휘둘렀고, 반대로 헤라클레스는 리디아의 긴 옷을 입고여왕의 발치에서 삼을 자았다. 그 시절이 지나자 헤라클레스는 리디아를 떠나 그리스로 돌아가서 여러 가지 공적을 세운 뒤 죽었다. - P354


음.. 여자가 남자에게 위력을 보였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내용일 줄 알았는데 딱히 뭐.. 그런데 헤라클레스에게 강도와 괴물들을 몰아내달라고 했다니 흐음 좋군. 헤라클레스 정도라면 강도 다 때려잡을 것 같아서 모든 여성들의 집마다 헤라클레스를 보디가드로 고용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고용한 보디가드 헤라클레스를 그렇다면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헤라를레스도 옴팔레랑 결혼했다잖아? 


으앗 시간이 벌써 아홉시가 다 되었네. 오늘 아무것도 한 게 없건만.. ㅠㅠ 

그래도 제2의 성 시작했다. 이건 너무 두꺼워서 괜히 미뤘다가 이번달 안에 못읽을 것 같아서. 부지런히 읽도록 하겠다!!


덧. 나뭇잎처럼 님의 영어본 발췌 (https://blog.aladin.co.kr/leaf94/12995801) 를 보고 나도 영어본도 사기로 결심했다. 엣헴- 책 사는 결심은 누구보다 빠른 편.

















어떤 남자들은 여성의 경쟁에 대해 불안해한다. 며칠전한 남학생이 『에브도라탱Hebdo-Latin」지에 "의사나 변호사 지위를 차지하는 모든 여학생은 우리 자리를 훔치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 남학생은 이 세계에서 자기 권리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여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억압자들에게 보장하는 이익 중에는 그들 가운데 가장 비천한자도 자기를 우월하게 느낀다는 것이 있다. 미국 남부의 한 ‘가난한 백인‘은 자신이 더러운 검둥이‘는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가장 부유한 백인들은 이런 오만함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남자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가 여자들 앞에서 반신半神처럼 행동한다. 몽테를랑의 경우에 남자들 사이에서보다 여자들(게다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앞에서 남자 역할을 해야만 할 때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웠다. - P37

내가 이 사례를 강조한 것은 남자의 단순함이 어이없기 때문이다. 남자들은여성의 이타성異他性에서 이득을 취하는 보다 더 교묘한 다른 방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 열등감으로 고통받는 모든 남자에게 그런 것들은 기적의 약이다. 자신의 남성성에 대해 불안해하는 남자는 누구보다도 더 여자에게 교만하거나 공격적이거나 경멸적이다. 동류들에게 주눅 들지 않는 남자들은 여자를 동류로 인정할 채비가 훨씬 더 갖춰져 있다. 그렇지만 이 남자들조차도 여자, 즉 타자의 신화를 많은 이유를 대며 귀중하게 여긴다. - P38

무한히 열린 미래를 향하여 자신을 확장하는 길 외에는 현 존재를 정당화시킬 다른 방도는 없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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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0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이 부분 읽고 뭐 이런 일이 있었나보다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같이 읽으니 이런 점이 좋군욤!!!! 하하핫!! (대충 넘어가기의 달인!ㅎㅎ)

다락방 2021-10-04 22:0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툐툐 님! 저마다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다르고 찾아보는 부분이 다르고 생각이 멈추는 지점들이 달라서 같이 읽기가 좋은 것 같아요. 후훗. 자자, 계속 가봅시다 툐툐 님!!

단발머리 2021-10-04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옴팔레!! 전 찾아보지도 않았는데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나니 이제 안 잊어버릴 듯 해요. 헤라클레스의 주인이었다는 거죠? ㅎㅎ

다락방 2021-10-04 22:07   좋아요 0 | URL
한때 그랬다가 나중에는 떠나서 제 삶 살다 죽은듯 합니다 단발머리님 ㅋㅋㅋ
전 아마 제2의 성 또 읽는다면 또 옴팔레 찾고 있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10-0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부아르 부자 하고 싶었지만 (쟁겨둔 불어 영어 책 마나요!) 글자 작다길래 안 샀어요. 영어책 페이퍼백도 글자가 작아요. ㅠ ㅠ

다락방 2021-10-05 09:49   좋아요 0 | URL
저는 링크한 것 중에 하드커버 영어본 살까 해요. 다른 영어본은 600페이지인데 저 하드커버는 800페이지래요. 그러면.. 글자 크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0-05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팔레......저는 저런 부분이 있었었나???
역시 출판사가 다르니까 새롭구나!!!!
뭐 그런 생각으로 읽어 봅니다ㅋㅋㅋ
옴팔레!!!!
사전 찾으시다 줄 그어져 있는 부분 보고 깜짝 놀랐을 다락방님 모습에 언뜻 제 모습이 비춰 보여 좀 웃었네요ㅋㅋㅋ

다락방 2021-10-05 09:50   좋아요 1 | URL
이... 내가? 내가 이걸 찾았어? 하면서 동공지진 일어나는거죠. ㅋㅋㅋ 그런데 왜때문에 기억이 1도 안나지? 새로워! 하면서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 왜읽는걸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코로나 4단계 이후로 외식을 한 적도 없고 외부에서 친구를 만난 적도 없다. 아마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그래서인지 어떤 날들은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을까 우울하다가도 이렇게 혼자인 것에 더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코로나백신 완료자가 되면서 친구를 만나야지 생각해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해 약속을 몇 개 잡아두었는데, 그냥 다 집에 가고 싶어지는거다. 계속 집에 가다보니 집에 가는 게 익숙해져버려 다른 거 하기 싫은 그런 마음? 그래서 아아 나 어떻게 되려는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추석 연휴에는 집에 친구들을 불러 밥을 같이 먹었다.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하도 집에만 있고 친구들과 대화를 하지 않다 보니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 지적인 대화들도 그리운 터였다. 친구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고 내게 줄 선물을 가지고 왔는데, 아니, 한 친구가 세상에, '네가 가진 한나 아렌트 는 이진우 쌤꺼지? 이거 읽어봐 이게 더 좋을거야' 하면서 이 책을 주는 거다.















아니, 내가 한나 아렌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게다가 내가 가진 개론서가 어떤 건지도 알고 그래서 더 좋은 다른 개론서를 줄 수 있다니. 진짜 대단하지 않은가!!

한나 아렌트 책장에 이렇게 세워두었다. 뽀대가 장난 아니야...





뒤늦게 만났으므로 뒤늦게 생일 선물 받은 것도 공개하자면, 이런 게 있다. 포스트잇 플래그 셋트셋트~





세상에. 일전에 친구가 생일선물로 이거 받는 거 보고 부러워서 한참을 바라보았었는데, 내가 받았다! 나는 이제 포스트잇 부자다. 으하하하. 



책 읽을 때 포스트잇 플래그로 북마크하는 거 알고, 그걸 좋아하는 걸 알고 걱정말고 여유롭게 쓰라며 이런 거 선물해주는 거 진짜 너무 짱이지 않나. 대단하다 정말로.. 이런 선물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찰진 선물...



그리고 금요일에 친구를 만났고 먹고 사는 일에 대해 애기했다. 이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지 알수 없지만 관둔다면 그 후의 먹고 사는 일에 대해 고민해야 할텐데, 친구는 내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직업에 대해 언급해주었다. 너 이거 하면 어때? 그걸 한다면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어, 하고. 내가 실제로 그 일을 하게 될거라고 딱히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 일은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일이었다. 그러니 내가 지금은 내가 그 일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시간이 흘러 내가 당장 먹고 사는 일을 해야 한다면 내가 생각했던 일들 외에 이거 하나를 또 떠올릴 수 있을 테다. 역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은 아무리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고 해도 한 사람만큼의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만나면 두 사람분의 생각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내가 두가지의 새로운 일에 대해 염두에 두고 있을 때 친구가 거기에 내가 알지 못했던 하나를 더 알려주니 세가지가 되었다. 너무 짜릿하지 않은가. 사람은 진짜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야 된다.



토요일에 만난 친구도 무척 오랜만에 만난 친구였다. 세상에, 우리 올해 이게 고작 세번째 만남인가, 하면서 반가워했는데, 이 친구에게는 최근에 읽었던 책들과 그 책들로 인한 나의 마음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 지글러와 반다나 시바 얘기를 하면서 세상의 굶주림과 토지에 대해 얘기를 할 때 친구는 생협에서 장을 보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와, 나는 책을 읽으면서 삶의 방식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너는 이미 행동으로 하고 있었구나, 하면서 감탄했다. 친구와 나는 한참 밀린 수다를 떨고 코스 요리를 먹으면서 신나하다가 헤어졌는데, 헤어지기 직전 친구는 내게 한 번 포옹해보자며 나를 안아주었다. 나의 마음은 따뜻해졌어..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야 된다 진짜...



요즘엔 나의 미래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던 시간들이 길어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직장 생활에서 영혼이 털리고나면 또 그런 생각을 한다. 5년후, 10년후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나는 딱히 외로울 것 같지도 않고 또 못살것 같지도 않다. 나는 건강하게 그리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잘 살아갈 것이다. 기존에 알고 지내왔던 친구들이 계속해 옆에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어서 또 다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먹고 사는 일도 사실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뭐가 됐든 뭔가를 할 사람이니까. 다만, 그게 뭔가일지에 대해서 요즘엔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는 그만두고 싶고 그렇다면 소득은 없어질텐데 다른 소득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뭐가 좋을까. 거기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해보는 건데, 그래서 잠들기 전이나 잠에서 깨고난 직후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시간에, 앞으로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를 자꾸 그려보게 되는거다. 그러다 보면 어김없이 가슴이 훅- 하고 한 번 아파져온다. 지금 내 옆에 없는 사람 때문에. 먹고 사는 일로 희망에 차있다가  혹은 어딘가의 삶이 빛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조용한 삶일 것이다 생각했다가 또 친구들과 다정할 것이다 생각했다가도, 그런데 왜 너는 없는가, 라는 생각이 불쑥 치고 들어오면 가슴이 너무 아파서 또 내가 내 가슴을 가만 쓸어내려야 한다. 그러다가도 지금 없다고 그 때에도 없을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너 있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때로는 완전히 낯선 장소에서 완전히 낯선 사람들 틈에 있는 나를 그려보기도 한다. 가까운 미래 그리고 그 보다 좀 더 먼 미래에는 내 삶이 고요하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언제나 고요하기만을 바라지도 않는다. 계속 책이 있을 것이고 건강한 음식과 건강한 몸 그리고 건강한 정신이 계속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건강한 친구들과. 때로는 특정인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 방에서 내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있으면 저기 거실에서 자기 할 일을 하는 장면을 그려보기도 하고 뭐하냐고 내 방의 문을 살며시 열어보는 장면들을 상상하기도 한다. 어느 상상속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여럿이 함께 내 집에 모여 깔깔대고 웃는 걸 그려보기도 한다.  나는 오년 후에 그리고 십년 후에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내가 그리는 미래와 어느 부분이 같고 어느 부분이 다를까. 그때에 나는 얼만큼 웃을까.



10월에 읽을 책들을 나도 꺼내 찍어보았다.


제2의 성 시작하려고 앞쪽 옮긴이 서문 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아니 활자 왜이렇게 작은거람? 조만간 돋보기 맞춰야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옮긴이가 보부아르 만났다고 해서 완전 깜놀함. 네??????????????? 보부아르를 만나 대화를 나눴었다고요? 대단하다. 대박이다 진짜.. 그리고 '우르슬라 티드'의 [시몬 드 보부아르 익숙한 타자]라는 책이 언급되어 있길래, 이거 사야지! 하고 검색했는데 품절이었다.
















정가 12,500원의 책인데 현재 품절이고 알라딘에는 개인판매자들이 중고를 등록해두었는데, 아니 '최상'의 책은 96,000 원인거에요. 이게 뭡니까 진짜.. 그래서 출판사 앨피에 문의를 넣기로 했는데 네이버에 앨피 출판사로 검색하면 딱히 전화번호가 안나오는거야. 그래? 그렇다고 내가 쉽게 포기할 것 같아? 나는 알라딘에서 이 책을 검색해 출판사를 누르고 출판사로 나오는 책들중에 사회과학 책들만 정렬했다. 분명 한 두권은 내가 가진 게 있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이 앨피 출판사의 것이 아닌가!
















책장에서 책을 꺼내 책 뒤의 출판사 이메일 주소를 보고 이메일을 보내두었다. 품절된 책이지만 혹시 구할 수 있는 재고가 있는지, 혹은 개정판의 계획은 있는지에 대해 문의 넣어 두었다. 읽어보고 싶다. 시몬 드 보부아르 익숙한 타자. 제2의 성 옮긴이 '이정순'은 이 책이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광범위한 보부아르의 유산을 정리 소개하고 있다' 고 언급하고 있다. 가늠하기 어려울만큼 광범위한 보부아르의 유산.. 나도 읽어보고 싶다.



그러다보니 아까 시작한 옮긴이 서문이 아직도 9페이지다. 활자 너무 작고 책 너무 두껍고 그래서 가지고다니며 읽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이 책, 10월안에 다 읽을 수 있을까? 왜 10월의 책은 이다지도 두껍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기 때문인건가? 


퇴사를 원합니다. 그렇지만 원한다면 그만 두면 되잖아. 그렇지만 그만 두면 먹고 사는 일은 어쩌란 말인가. 이 굴레에서 빠져나오질 못해 나는 내일도 출근할 예정입니다. 흑흑. 제2의 성 옮긴이의 성과 해제만 이라도 오늘 읽어야겠다. 이거 매일매일 읽지 않으면 진짜 10월 완독 어려울 듯. 자, 도전중인 여러분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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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1-10-04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 ㅠㅠ

다락방 2021-10-04 20:57   좋아요 3 | URL
벌써 아홉시에요. 초조합니다. 내일 회사를 가야한다니 ㅠㅠ

새파랑 2021-10-04 1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위치는 직장에서 멘탈을 터는(?) 위치 아니신가요? 😅
세번째 책을 내시면 미래는 해결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화이팅 하세요~~!!!

다락방 2021-10-04 20:58   좋아요 2 | URL
제가 털려고 털진 않아도 어떤 이는 저 때문에 영혼이 털리는 일이 있기도 하겠지요. 아마 제 영혼 터는 이들도 영혼 털려고 그런건 아닐 겁니다.. 휴..
세번째 책을 내도 미래는 전혀 해결될 것 같지 않지만 ㅋㅋ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흑흑. 연휴의 밤, 마무리 잘하세요, 새파랑 님!

꼬마요정 2021-10-04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 보니까 얼마 전 다녀 온 전시회가 생각나네요. 엘리엇 어윗이 찍은 보부아르 사진이 있었거든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어요. 사진 찍어왔는데 댓글에는 못 올리는군요ㅠㅠ

다락방 2021-10-04 21:00   좋아요 2 | URL
이번 제2의 성 책에 보부아르 사진 좀 있더라고요. 그리고 저기 사진에 있는 보부아르 전기에도 보부아르 사진은 좀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으하핫. 여기는 댓글에 음악도 못올리고 사진도 못올리고 그저 링크만 올릴 수 있을 뿐이에요. 구려.. 그렇지만 꼬마요정 님의 사진을 올리고 싶었던 그 마음을 감사히 받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꼬마요정 님!

단발머리 2021-10-04 2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책탑은 너무 아름다운데 밤인데 커피 너무 진한거 아닌가요. 슬픈 소식 한 가지 전해요.
내일이가 오고 있답니다, 지금.... 막, 저기 바다 건너서 이리로 휙휙, 바람이랑 같이 오고 있대요. 흑흑.

다락방 2021-10-04 21:13   좋아요 1 | URL
쌓아두기만 하고 읽지는 못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내일이 오고 있어서 저는 정말이지 슬픔의 새드니스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흑흑.
그런데요 단발머리님, 혹시 제2의 성 영어본 가지고 계신가요? 가지고 계신다면 어느것인지.. 저 지금 영어본 사고 싶은데 이건 하드커버여야 할 것 같고 그러자 매우 비싸다는 것을 알고 동공에 지진이 오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 2021-10-04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익숙한타자 아쉬워라 했는데…. 그대는 그렇게 길을 찾아내는 구나!!! 남는 책 있으면 저도 살거라고 앨피여 보고있나? 나 이 시리즈 네권 산 사람이다!!

다락방 2021-10-04 21:25   좋아요 3 | URL
제가 일단 두 권 문의 넣어놨답니다? 후훗. 답이여, 오라!!

바람돌이 2021-10-04 2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일 출근에 저도 부들부들 떨고 있어요. ㅎㅎ
선물이 좋은건 그 선물을 사기 위해 고민한 마음이 느껴져서죠. 다락방님이 받으신 선물을 부러운맘으로 보고 있습니다. ㅎㅎ
그러고 보니 어제 저도 문득 퇴직하려면 얼마나 남았지하면서 막 구체적으로 세봤었네요. 다른 직업을 가질 능력은 전혀 없으니 그냥 이일을 계속 하다 퇴직하는걸로..... ㅠ.ㅠ

다락방 2021-10-04 21:29   좋아요 3 | URL
내일이 오는 걸 출근 때문에 두려워하는 삶이라니.. 저는 문득 이게 삶인가.. 이래도 되는것인가 싶더라고요. 부디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아 신나, 희망차, 오늘이 새로이 시작됐다 꺅 >.<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것인가를 생각하며 살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당장 할 일이 있다는 것도 다행한 일이지만 앞으로 살아가기에도 지금의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다행한 삶인것 같고요. 저는 이 일을 계속할 자신이 없어서 다른 길을 찾고 싶은데, 저야말로 다른 길이 보이질 않아요. 휴..

붕붕툐툐 2021-10-04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친구분들 넘 다정하시네요~😍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락방님, 언제나 그렇듯 잘 살아내실 겁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건 제 경험상 진리이고요~ 저도 락방님이 세번째 책을 내시면 좋겠어요. 북플에 있는 생생한 글만 모아서 수필로 내셔도 웬만한 수필책들 씹어먹을 거 같은 느낌인데요~ 그럼 그만큼 유명세를 타고 여성주의 강연만 하고도 먹고 살게 되지 않을까용?

다락방 2021-10-05 09:52   좋아요 0 | URL
다정한 친구들과 오래오래 함께하는게 제 삶의 소망입니다. 다정한 친구들과 오래 함께 하려면 저 역시도 그들에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야 해요.
수필책을 내서 씹어 먹는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판타지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성주의 강연이라니, 아이고, 당치 않아요 툐툐 님. 그걸 제가 어떻게... 뭐가 됐든 어쨌든 계속 열심히 읽고 쓰는 것은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또 최고의 즐거움인것 같아요. 히히. 함께 즐겁게 지냅시다, 툐툐 님!

책읽는나무 2021-10-04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번째 책은 여성주의 책 3 년동안 읽었던 목록만 추려도 책 한 권!!!어쩌면 제2의 성 책 옆에 놔둬도 두께도 비슷해지지 않을까,싶은데요?^^
생각만 해도 흐뭇하지 않으신가요?
내일 회사 가서 또 퇴직금 얼마 받는지 두드리지 마시고(1억이 넘을 때까지는 버티시라고 했죠^^)...좋은 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 하시고..(세 번째 책 컨텐츠 구상 같은???) 푹 주무셔요^^

다락방 2021-10-05 09:53   좋아요 1 | URL
엊그제 회사 그만둔 친구 만났는데 그 친구도 저에게 무조건 회사에서 버티라고, 나오지 말라고 했어요. 나오면 더 고생이라고 그러니 버티라고요. 그 친구 만나고 와서 다시 버티자, 일단 조금이라도 더 버티자, 하고 있습니다. 이걸 버티기 위해서는 제 즐거움이 필요하고 그래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응원과 격려 감사해요, 책나무 님! 우린 10월달에 제2의 성으로 종종 봅시다!!

독서괭 2021-10-05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참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계시네요. 서로 깊이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저 어제 <제2의성> 주문해놨는데 ㅋㅋ 못 읽을 게 분명한데 사는 이 마음은 뭔지.
다락방님 여성주의 책 목록으로 세번째 책 고고~~

다락방 2021-10-05 09:55   좋아요 0 | URL
여성주의 책으로 세번째 책이라니.. 그 책이 딱히 팔릴 것 같지가 않아요. 하하하하. 제가 팔리는 책을 쓰는 사람이 아닌것 같아요. 하하하하. 슬프지만 어쩔 수 없어요. 저는 알라딘에 페이퍼 쓰는걸 제일 잘하는 것 같아요. 하핫.

제2의성은 독서괭 님, 천천히 읽어 보셔요. 뜻밖에 인생책이 될지도 모릅니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그레이스 2021-10-05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진선물 ...^^

다락방 2021-10-05 09:55   좋아요 1 | URL
선물은 역시 찰져야 제맛입니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