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할리데이'의 《비대칭》을 읽고 있다. 이십대의 작가를 희망하는 여성과 칠십대의 이미 너무나 유명한 남자 작가의 사랑 이야기를 보는 것이 정말이지 즐겁지 않다. 차라리 필립 로스인 걸 모르고 보는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꾸 머릿속에 실제 남자 노작가가 그려져서 불쾌하다. 필립 로스와 내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전혀 아니고 게다가 나는 필립 로스의 책 《네메시스》가 너무 좋아서 선물 하기도 하고 며칠전 친구에게 추천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필립 로스의 프라이빗한 사랑과 섹스까지 알고 싶은 마음은 전혀, 전혀 없다. 물론 이 책은 리사 할리데이의 장편 '소설'이니만큼 이 책 속의 남자노작가와의 사랑이 실제를 그대로 반영한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머릿속에서 누군지 뻔히 아는 사람의 섹스 이야기를 보는게 너무 괴롭다. 필립 로스가 그 대상이었다는 걸 알고 시작했지만 나는 그들의 연애 이야기를 이렇게나 길게 볼 줄은 몰랐다. 아직 절반도 읽지 않긴 했지만 내내 그들이 만나고 사랑하는 이야기만 나온다. 나는 일전에 늙은 남자 작가와 연애한 적 있어, 라고 하는 여성의 그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가 너무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다. 책속 등장인물1과 책속 등장인물2의 섹스라면 야한 이야기라고 좋다고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알 수 있는 구체적 인물들의 섹스 이야기를 읽는 것은 너무 곶통.. 싫다 ㅠㅠ



어쩌면 그것은 필립 로스라는 내가 알고 있는 실존했던 인물에 대한 얘기이기때문만이 아니라 몸 여기저기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고 먹는 약도 많고 조심할 것도 많은 늙은 남자가 굳이 한참 젊은 여자에게 다가가 그 여자와 연애-섹스-를 하는 것 자체가 징그러워서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늙고 지명도있는 남자가 가진 것들이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려는, 그래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여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정말 소름돋게 싫다. 최근에 읽는 샐리 루니 책에서도 유부남 이자 삼십대의  '닉'은 잘생겼고 영화배우이고 인기 많고 돈도 많은 남자였고 프랜시스는 어떤 날은 굶어야할 정도로 가난하며 아직 이렇다할 어떤 성취도 해놓은 것이 없는 아주 젊은 여자였다. 최근에 읽었던 책 《스위트 투스》에는 젊은 여자가 역시 노교수를 만나 연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노교수 역시 이미 한 자리 차지한 능력 있는 남성이었고. 이 한참 젊은 여성을 사귀는 늙은 남자들에게는(닉은 늙은 건 아니지만) 공통점이 있는데, 이렇게 유명하고 잘나고 가진 것도 많은 그들은 모두 집 외에도 별장도 가지고 있었다는 거다. 그들은 애인들과 별장에서 만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혹은 아직 취업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젊은 여성들에게 풍경 좋은 곳의 별장이 웬말이며, 좋은 라벨의 와인이 웬말이냐. 그들이 딱히 상대에게 폭력적이 아니었고 다정했다 한들, 자신이 가진걸로 최선을 다해 상대에게 잘해주려 했다 한들, 상대는 가지고 나는 가지지 못했을 때 상대가 가진 것들에 대한 어떤 동경과 또 어떤 뿌듯함이 왜 없었을까.


실제로 닉은 가난해서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프랜시스에게 '너에게 돈을 주는 것은 어쩐지 안되는 것 같다'는 감각을 갖고 있지만 나중에 갚으라며 생활비를 빌려주고, 《비대칭》에서의 늙은 남자 작가는 젊은 여자 앨리스에게 '너처럼 능력 많은 여자가 학자금 대출에 매어 있어서는 안된다'며 학자금 대출을 갚아준다. 너 그렇게 쪄죽을 정도로 더위에 갇혀 살면 안된다고 에어컨 살 돈을 주기도 한다. 나는 가난한 집에 살고 여름에 에어컨도 없이 덥고 먹을 식량도 넉넉하지 못한데 내 늙은 애인의 집에 가면 향기 좋은 커피가 있고 좋은 와인이 있고 넓은 침대가 있고 쾌적한 공간이 있으며 심지어 휴가 기간에는 풍경 좋은 곳에 별장이 있다니, 이것은 충분히 매혹될만하지 않은가. 내가 갖지 못한 자원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하고자 하는게, 심지어 그 자원은 내가 노력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이라면, 이미 가진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게 잘못인가? 나는 상대의 자원에 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 달에 이백만원 벌어서 먹고 사는것에 항상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이 사람을 만나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선택하는게 뭐가 잘못인가? 그런데,



그런데 불편하다. 어딘가 불편하다. 유명하고 늙은 남자교수가 너는 사랑스러워 라고 젊은 애인의 귓가에 속삭여주고, 너같이 똑똑한 여자가 돈 때문에 못하는게 있어서는 안돼, 라고 지원해주는 것도 좋은데, 그런데 왜이렇게 불편할까. 사람은 다른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충분히 그 사람을 지지할 수 있고 후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이 관계가 너무 불편하다. 날 만나면 항상 라면 끓여 거기에 밥만 말아먹게 하는 나처럼 가난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이 겨울에 추우니 따뜻한 코트를 사 입혀주는 사람이 훨씬 좋겠지만, 그런데 이 관계가 너무 찜찜하고 불편하다. 이 남자를 만나는 게 생활에 더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주기 때문에 마땅한 선택이라고 보여지지만 그런데 불편하다. 이 모든 일에 젊은 여성의 육체가, 섹스가 담보된 것 같아 너무 불편하다. 이 늙은 남자가 마음껏 사랑해주고 아껴주며 후원해주는 이 젊은 여성에게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올래? 라고 물으면 갈게요, 라고 말하는 그 여성의 육체와 섹스가 있어서 불편하다. 그렇다고 나는 그녀에게 얼른 빠져나오라고 말할 순 없다. 그것이 어딘가 찜찜하다는 이유로 그녀를 나오라고 할 수가 없다, 그만두라 할 수가 없다. 내가 그녀의 학자금을 대신 갚아줄 것도 아니므로. 물론, 그녀가 학자금 갚아줄 남자라서 그 남자를 선택한 건 아니다. 그 남자네 집에 침대가 좋을 것이라서 그 남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그 남자가 별장을 따로 갖고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것도 아니다. 그의 접근에 그녀는 예스를 했고 만나다보니 그의 집이 크고, 그가 언제나 좋은 술을 주고, 그가 별장을 갖고 있고, 학자금도 갚아주는 일들이 차츰 진행된 것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경제적 편안함이 그 안에 있다. 와 그 침대 정말 좋았지, 그 집은 정말 쾌적해, 그 집은 언제나 좋은 커피 향이 가득해, 그 별장은 너무 안락하지, 하는 걸 이미 느꼈다면, 게다가 이미 나를 옭아매는 빚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면, 내가 그 안에서 불만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불만을 찾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다면 이 관계는 사랑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관계인가, 라고 생각하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게 되는거다. 이건 불편하고 찜찜한거다. 후..



그는 왜 온 몸이 고장난 나이든 여성에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틀니를 뺐다 껴야 하는 나이든 여성에게 접근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가 이미 유명하고 돈이 많은 늙은 남자가 아니라, 단칸방에 살고 에어컨 없는 집에 사는 늙은 남자였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계속해서 그를 만났을까?


한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어느 한가지가 아니다. 나는 항상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내면을 본다고 말하고 또 그래왔다고 자부하긴 하지만, 그러나 그 내면을 구성하는 그 사람에게는 또한 그 사람의 취미와, 성향과, 직업과, 육체가 있다. 만남에도 그리고 헤어짐에도 그것들 중 어느 것이 달랐다면 상황 자체가 달라졌을 것들이 사소하게 나를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를 구성하고 있다.



저 늙은 남자는 이미 자신이 가진 것이 많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젊은 여성에게 다가설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로소 이 책의 제목이 '비대칭' 이라는 것이 떠오른다. 나는 책 뒷표지의 '입국을 거부당하고 공항에 억류된 이라크계 미국인 청년'과 미국의 청년(이자 여성) 이야기의 비대칭을 생각했는데, 그래서 처음에 왜 이 늙은 남자와의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할까 힘들게 읽고 있는데, 그런데 이 비대칭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게 아닌가. 이 젊은 여성은 미국인으로 공항에서 입국 거부될 일이 없고 이라크계 미국인 청년은 공항에 억류될 수 있다는 것만 비대칭인게 아니라, 이미 많은 자원을 가진 늙은 남성과 가진 자원이 없는 젋은 여성이 만나는 것부터가 비대칭을 몸소 겪고 있는게 아닌가. 그 비대칭을 경험한 여성이 또다른 식으로 자신과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일은 어떻게 진행될까.


나는 이 찜찜함, 이 불쾌함에 이름을 붙이지 못해서, 아아 독서를 더 해야 된다, 나는 아직 언어가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리사 할리데이가 이미 비대칭 이라고 말해줬네. 맙소사, 책 속 제목을 이제야 떠올리다니. 이미 말하고 시작했잖아, 비대칭이라고!! 아무튼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건 그렇고, 소설 중에 뜬금 노먼 메일리가 등장한다. 늙은 남자의 몸에서 여러개의 상처를 보았고 그래서 앨리스가 그에게 누가 이랬냐고 묻는 거다. 그 때 늙은 남자가 말한다.


"노먼 메일러."


앗? 노먼 메일러? 노먼 메일러의 책을 읽은 건 없지만, 아아, 그러나 《미친 사랑의 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노먼 메일러 미친 놈인거 다 알지 않나? 자신의 아내에게 칼까지 휘둘렀던 남자, 그러나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계속 용서 받았던 남자. 그 노먼 메일러가.. 필립 로스랑도 뭔가 사건이 있었던걸까? 실제 이름이 나온다니 어쩐지 실제 무슨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네이버 검색창에 노먼 메일러 필립 로스 넣어도 뭐 딱히 나오는 게 없다. 그래서 구글 검색했는데 영어라서 읽기를 포기했지만 번역기 돌려보니 그들이 법정에서도 싸우고 그랬나보다. 그러니 만약 리사 할리데이의 소설이 발표되면서 필립 로스의 이야기인 것은, 노먼 메일러의 등장 때문에 알 수 있었을 것 같다. 

















나는 내 삶에서 어떤 일들은 정말 없었으면 좋았을거라고, 어떤 사람은 정말이지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이 내게 없었으면, 그 사람이 내게 없었으면 이라고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좋든 싫든 그 사람들이 그리고 그 일들이 나를 구성하고 있을 것이고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들을 또 겪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 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미 일어난 그 일들을 내가 없앨 수 없는만큼 나는 그 일들과 그 사람들을 반면교사 삼고 더 나은 삶을 상상하는데 쓰도록 할것이다.


리사 할리데이와 늙은 노작가에게 일어난 일은 내가 다 알 수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수 없다. 아직 절반도 읽어내지 못했지만, 작가가 '비대칭'이란 글을 쓸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그녀의 삶에 어떤 부분, 그러니까 그 늙고 돈 많은 작가를 만났던 일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금은 사망했다 해도 실존하는 인물을 책에 등장시키는 것은 나로서는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출간당시 상도 받았던 작품이라면 아마 다 합의된 얘기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어서 빨리 늙은 남자 작가 부분은 지나갔으면 좋겠다. 싫어..




참고한 기사 ☞ “중동 현실과 삶의 비대칭… 우리는 포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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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10-0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읽을 때 이런 사랑 관계 나올 때면 좀 고민 많이 되더라구요.쿨하게~~받아들이며 읽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왜 못받아 들이는 것인가??? 그래서 내가 많이 보수적이구나!!더 깨닫는 시간들이 되는 셈이죠.ㅜㅜ
특히 외국소설이 그런 내용들이 많아 잘 안읽혀 지더라구요.그래서 맨날 한국소설만 읽고 있나?? 싶기도 하구요.
그래도 이제부터는 한 번 읽어 보려구요.
왜 문제시 되는지 뭐든 읽어봐야 결론이 나는 것일테고....해석은 각자의 몫일테고.....
필립 로스의 소설도 읽다 포기한 책들 다시 읽어봐야 겠군요^^

다락방 2021-10-05 15:32   좋아요 1 | URL
소설에 나오는 모든 관계를 우리가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또 비판하기도 하면서 읽는게 제일 좋을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적극적 공감이 되지 않을 때면, 아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마음이 있구나, 이런 관계가 있구나 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면 좋을 것 같아요. 말씀하시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은 읽는 당사자 각자의 몫일 테니까요. 아, 저는 어서 빨리 이 늙은 남자와의 연애 얘기가 끝났으면 좋겠어요. 너무 싫어요 할아버지랑 젊은 여자 이야기 ㅠㅠ

건수하 2021-10-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엮이고 엮여서 궁금한 책이 더더더 많아집니다.
나이든 남성과 젊은 여성의 로맨스는 저도 괜히 불편해요...

그나저나, <비대칭>과 <친구들과의 대화> 번역자가 같은 분이네요?

다락방 2021-10-05 15:33   좋아요 0 | URL
나이든 남성과 젊은 여성의 로맨스는 사실 로맨스로는 보이지를 않는 것 같아요. 리사 할리데이가 짚어준것처럼 비대칭의 전형적인 모습 아닐까요?

그나저나 역자가 같다니, 저 지금 알았네요. 대박... 저는 무심히 넘긴 것을 짚어주셨어요!

blanca 2021-10-05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구도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많아서... 그래도 노교수와 젊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 중 가장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었던 건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었어요. 여학생이 그 교수를 더 사랑했고 그 교수는 물질적 편의 제공과 전혀 관련이 없었고 그 여학생에게서 거리를 지킨 이야기. 생각해 보니 그건 앤드루 포터 자체가 30대의 젊은 남자 작가라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여전히 젊은 여자를 원하는 나이 든 남자들, 그리고 그 남자들에게서 기대하는 물질적 편의들, 이 구도가 계속되는 한 이러한 구도의 이야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야기에서뿐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니까요.

다락방 2021-10-05 15:36   좋아요 0 | URL
성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갖는 것은 그동안 자연스러웠고 또 지금도 그러하잖아요. 고연봉의 직업은 대부분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고요. 저희 회사만하더라도 임원 중에 여자는 한 명도 없어요. 그러니 늙은 남자가 가진 자원을 젊은 여자가 똑같이 가진다는 것은 젊은 여자가 애초에 어마어마한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힘든 일일 것이고, 상대의 자원에 끌린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요. 그런데 불편한 것은, 상대의 자원의 끌렸다고 했을 때 내가 가진 자원은 무엇이냐, 라고 하면 젊은 육체라는 거죠. 그게 미치겠어요. 그것이 자원이 된다는 게, 그것을 자원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게요. 그 지점에서 환장할 노릇인것 같아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좋았던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노교수의 거리감도 있지만, 제가 그 이야기를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는 모든 것을 충족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었어요. 모든걸 충족시켜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힘드니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가 보여주고 있고, 사실 저도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아요.

망고 2021-10-0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20대 그 예쁘고 파릇한 나이에 어떻게 할아버지를 사겨요ㅠㅠ 아무리 유명하고 성공한 작가였다고 해도 거기에 어떻게 넘어갈수가 있나요ㅜㅜ 너무너무 거부감이...

다락방 2021-10-05 15:38   좋아요 0 | URL
망고님,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로움은 가난하게 태어난 자가 가지기 힘든 것이잖아요. 열심히 일하면서 산다고 해도 풍요로움이 찾아들진 않고, 그러니까 이 이야기 속에서 여자가 풍요로움 때문에 남자를 바로 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풍요로움은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이런 이야기가 돌아버릴 만큼 싫은 이유에요. ㅠㅠ

꼬마요정 2021-10-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게 그렇게 없나 싶어요. 남자들은 온통 육체적인 행위에만 집착하는 걸까요. 노교수가 자신의 지식을 젊고 똑똑한 여제자에게 물려주면 좀 좋나요. 학문적 성취를 같이 하는 관계. 진정한 스승과 제자 아닌가요ㅠㅠ 하지만 학문이든 예술이든 여자가 더 재능을 발휘하면 어느 순간 남자의 성취로 바뀌죠… 아 이런 기득권 모순쟁이들 ㅠㅠㅠㅠ

다락방 2021-10-06 07:43   좋아요 1 | URL
실제로 상황에 맞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기도 해서 여자는 늙은 남자에게 네가 가르쳐준 게 많다고 하기도 해요. 육체적 행위도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는 돌봄을 위해 젊은 육체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어쨌든 여자는 남자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누구도 그들에게 ‘너네들이 한 거 사랑 아니야!‘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관계가 제목처럼 비대칭인건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드디어, 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어요. 글의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