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희네는 아이가 둘인 과부이며 서른세살이다. 문기사는 서른살의 총각이다. 홍합공장에서 일을 하는 그들에게는 묘한 감정이 싹튼다. 윽.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고백을 한 것도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를 신경쓰는 상황. 그런 둘이 함께 밀폐된 공간에 있으려니 참으로 간질간질 민망한 상황이 되고야 만다. 

둘은 박스 무더기 사이 오목한 곳에 있는 팔레트에 엉덩이를 붙였다. 백이십 평 냉장실에는 홍합 박스 외에도 미역, 갈치, 서대, 게 따위들이 포장되어 있거나 그냥 내용물만 뭉쳐 잔뜩 쌓여 있었다. 이런 자리라는 게 처음부터 우스개 소리나 하며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되고 아주 짧은 한순간에 어색하고 심각한 것에 잡히면 또 그렇게 되는 거였다. 둘은 자연스레 있을 수 있는 정점을 놓쳐버려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렇듯 말없는 시간에 마음 속에서는 더 많은 말들이 만들어지는 법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지는 말들이란 게 입 바깥으로 나오기는 아주 어려운 것들이어서 문기사는 문기사대로 큼큼 헛기침만 하고 승희네는 승희네대로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속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해봤자 고작 오 분 정도. 그예 승희네가 슬그머니 어깨를 기대 오기 시작했다. 문기사는 속으로 놀라기도 하고 싫지 않기도 해서 그냥 어깨를 대고 있었는데 말로 만들어지지 못할 많은 것들이 작업복을 통해 오고 갔다. (pp.62-63) 

만약 승희네가 문기사를 신경쓰지 않았다면, 문기사가 승희네를 신경쓰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정도의 관심만 가진 상황이었다면 저 안에서 어색한 시간을 보내는 일 따위는 없었을 거다. 슬그머니 어깨를 기대다니, 늘 그렇듯 나는 그렇게 먼저 다가서는 여자들에게 크게 존경을 표한다. 남자든 여자든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이십대 중반에 다녔던 회사는 겨울에 일이 많았다. 겨울만 되면 아르바이트생을 엄청 불러들였다. 열명이 넘는 젊은 남자들과 다섯명쯤 되는 아줌마들로 구성된 단기 알바들. 어느 하루, 창고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담당자가 나더러 창고에 가서 일을 맡아 달라고 했다. 알바 한명을 붙여주겠다면서. 나는 알았다고 말하고 아줌마 알바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온 건 S 였고, 그는 나와 동갑인 젊은 남자였다. 아 하필 왜 저 남자를. 그가 누군가! 그와 나 사이에는 므흣한 기운이 흘러서 종종 다른 알바생들로부터 놀림감이 되는 그런 남자가 아니던가. 왜 하필 저 남자를. 담당자의 짓궂음에 조금 분노했지만 우리는 둘이 묵묵히 앉아 일을 시작한다.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다. 해야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서 일을 다 했다고 했더니 자기가 올때까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답하고 S 와 그 공간에 말없이 앉아있었다. 마침 작업을 마친 책을 박스에 넣는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는 중이었는데, 나는 S 가 무얼할까 싶어서, 그러나 그가 무얼하는지 보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머리는 박스에 둔 채로 눈만 위로 살짝 올려 마주 앉은 S 를 쳐다보는데, 나와 똑같은 자세로 눈만 움직여 나를 보고 있던 S 와 눈이 마주친다. 아, 어색해! 아 긴장돼! ㅠㅠ 

S는 나를 두고 갑자기 바깥으로 나간다. 나는 그제서야 참아두었던 숨을 내쉬었다. 담배를 피러 나간걸까? 그렇겠지? 하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그는 금세 들어온다. 그리고는 내게 캔음료 하나를 내민다. 이거 마셔요, 하면서. 2프로 부족할때, 라는 복숭아맛 음료였다. 나는 와- 하는 감탄사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음료를 받아들자 그는 "고맙죠?" 한다. 나는 네,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너무 고마워하지 말아요. 혼자 마시기 민망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사온거에요." 한다. 나는 피식 웃었다. 담배 피러 나간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음료수 사러 갔다온거에요. 라고 그는 말했더랬다.  

 

 

 

 

 

 

 

[홍합]을 읽으면서, 창고안의 승희네와 문기사의 그 미묘한 분위기를 읽어내면서 나는 스물다섯의 나와 그 때 내 앞에 마주 앉아있던 그가 생각났다.  

자, 다시 승희네와 문기사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아주 관심이 많다. 그들의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자꾸만 나 역시 신경이 쓰인다. 그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이 책을 읽기를 멈추지 않는다.  

문기사는 승희네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여인네가 이렇게 손에 잡힐 만한 거리로 들어온 게 언제부터였나 얼른 가늠이 잡히지 않았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순간이었다. 공장에 오기 전에 주변 여자는 친구나 후배들뿐이었는데 매사에 어른스럽고 모든 것이 성숙한 여인네 하나가 눈앞에 나타난 거였다. 팔십년대는 지식의 시대였고 주변의 모든 것을 경계해야 했던 시기였다. 연애니 사랑이니 하는 것도 불편함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서른이나 먹도록 여자로 인해 눈이 떠질 기회가 없었는지도 몰랐다.
그는 승희네를 보고 있으면 인류의 역사가 생겨나기 시작한 최초의 정사(精事)가 막연히 떠올랐다. 없는 것을 있게 만드는 몸짓. 거칠 것 없이 휘몰아 타오르는 생산의 그 무엇. 막힐 데 없이 휘돌아 터져 나오는 풍요의 그 무엇. 꿈틀거리는 모든 것을 풀어놓고 매만지고 쓸어 안아주는 그 무엇. 덥다고 날씨 타박은 하나 땡볕 아래서 어느 한곳도 허물어지지 않고 탱탱한 이 여인의 품에 자신도 모르게 깃들고 싶어지곤 했다.
(p.167) 

 

승희네는 문기사와 함께 있는 시간을 꿈꾼다. 문기사와 데이트를 하고 싶다. 

정말로 문기사와 데이트를 한다면 어떨까 싶어서 그녀는 불가에 쪼그리고 있지만 몸과 달리 마음이 멀리로 떠다녔다. 일에서 벗어나 극장 구경도 가고 제과점에 들어가 팥빙수도 사먹고 음악도 듣는다면. 한 삼 년, 아니 한 삼 일 그것도 아니, 한 세 시간 만이라도 그와 단둘이서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듣기에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얼굴이나 한없이 들여다보고 손이나 한없이 만져 보고, 말이나 한없이 나눠 보고, 아, 한번쯤 뜨겁게 껴안아 봤으면 싶다. (p.176)  

 

그와 단둘이 앉고 싶다. 그를 마주 보고 싶다. 그의 얼굴을 한없이 들여다보고 손이나 한없이 만져 보고, 말이나 한없이 나눠 보고. 아! 한번쯤 뜨겁게 껴안아 보고! 승희네의 이 작은 소망이, 한 남자를 보고, 만지고, 안고 싶은 사실은 작은 욕망이, 그가 같은 마음으로 나를 봐주지 않는 이상 결코 이룰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갈망이 되고야 만다. 승희네 앞에 마주 앉아 소주를 한잔 따라주고 싶다.
 

가든이나 한식집이니 횟집이니 이런 데 말고, 듣자니 문기사가 기웃거리기 좋아한다는 어디 허름한 대폿집에 앉아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 중에 저희도 그들에게는 생판 모르는 사람이 되어, 서로 옛사랑 이야기나 나누면서, 언젠가 본 영화이야기나 하면서, 한다면 용기 내어 막걸리에 사이다 몇 방울 타 마셔도 보련만. 그것이 아니면 온 밤중을 한하여 손잡고 이 골목 저 골목 싸돌아다니거나, 분위기 좋은 맥줏집 같은 데 가서 월급 받은 걸로 맥주 한잔 사도 좋을 것을. (p.176)  

온 밤중을 손 잡고 걷는 일이 대체 왜 이다지도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대체 왜! 문기사에게 가서 승희네랑 데이트 해주라고, 제발 좀 그렇게 해주라고 말해지고 싶어지지만, 그러나 그것은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다른 사람의 사랑에 내가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그 둘이 한 공간에 있고 끌어안기 위해서는 각자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온다. 소중한 밤이. 짧게 끝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아주 아름답고 찬란하고 두근거리는 밤이. 

다시 빗소리와 뭐가 시끄럽게 구르는 소리가 빈 곳에 들어찼다. 이 소리도 이를테면 태풍의 노래였다. 문기사는 누워서 눈치로 승희네가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았는데 처음부터 그의 신경도 여인네 쪽으로 쏠려 있었다. 여인의 몽땅한 손이 다가왔고 동시에 그도 손을 뻗어 슬며시 잡았다.
"손구락이 영 기요이. 남자 손구락이 이렇게 질어서 어디다가 쓰까."
문기사는 올챙이처럼 파고 들어오는 손을 힘주어 감았다. 
"콧구멍 팔 때 좋소."
"콧구멍 파요?"
"예."
"콧구멍 파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 침착하고 다정다감하다요."
"별걸 다 아시요."
주체를 못하고 어디론가로 흘러가버려야만 되는 바람처럼, 꼭 그렇게 알 수 없는 어디론가로 몰려가버리고 싶은 충동이 손을 통해 오가기 시작했다.
(중략)
이번에는 문기사가 빗소리를 밀어냈다.
"여자 손가락이 이렇게 퉁겁고 짧아서 어디다 쓰까."
"호미질 하는 데 쓰지."
"호미질 잘하지라?"
"처녀 때부터 해온 것이 그것인디."
"메느리가 호미질 잘하믄 집안이 잘된답디다."
"......"
"일을 얼마나 했기에 젊은 나이에 손가락 마디마다 다 굳은살이요?"
"그러게 말이요."
다시 침묵이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을 거듭 보내고 받고 있었다
(pp.232-234) 

승희네는 아마도 이 아무것도 없는 말들을, 정말이지 별 의미도 없는 이 말들을 잊지 못할것이다. 이날의 대화와, 그의 손가락을 잡았던 감촉과, 둘 사이에 흐르던 묘한 기운을 결코 잊지 못할것이다. 밤마다 방안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 자꾸만 자꾸만 이 날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기사는 다 잊겠지. 남자들의 기억력은 이럴때 아주 형편없다니까. 

좋아하는 남자의 손을 잡던 순간을, 그 느낌을 잊기란 힘든 법 아닌가. 아무리 고개를 세차게 저어봐도 대체 그걸 어떻게 잊어. 시간이 흘러 다시 생각해도 두근, 심장이 팔딱 거리는데! 다시 또 두근, 와락 조여오기도 하는데! 

승희네는 고생을 많이했다. 시부모를 모셔야 하고, 호미질도 해야하고,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공장에 다니며 돈도 벌어야 한다. 그런 승희네에게 사랑이 허락됐으면 좋겠다. 문기사와의 예쁘고 알콩달콩한 날들이 승희네에게 찾아오기를 바란다. 그래야 승희네도 살아갈 재미가 있지. 승희네에게 그정도는 허락되어도 되잖아. 승희네는 문기사가 언젠가는 공장을, 이 마을을 떠날까 두렵기만 하다. 그런데 문기사는 "안 갈 테니께 걱정 마시요." (p.279)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말해봤자 가버릴거라고 승희네가 재차 걱정을 하자 문기사는 "쫓아내기 전에는 절대 안 갈 생각이요." (p.279) 라고 말해준다. 이건 무슨 감동의 도가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연인이든 친구든 그러니까 어떤 관계로든 내 옆에 있다가 간다고 말할때 한번도 가지말라고 말한 적이 없다. 가고 싶어하는 것 같은 기미만 보여도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보내놓고 아무렇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나는 슬펐고 아팠고 힘들었다. 가지 말라고 말하는데도 가버리면, 그러면 너무 아플까봐 차마 제대로 붙잡아 본 적도 없다. 이렇게 살아왔으니 아마 앞으로도 이런 성향은 변하지 않겠지. 그런데 놓고 싶지 않은 사람, 가지 않았으면 좋겠는 사람을 이제는 붙잡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어쩌면 붙잡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누군가가 이제는 가야할 때, 라고 말한다면, 나는 이번에는 참지 않고 말해볼 참이다. 가지말라고. 계속 옆에 있어주면 안되겠냐고. 이번엔 제대로 바짓가랑이를 붙들어볼까 싶다. 라고 쓰지만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밑줄 긋는 남자]의 여자주인공 '콩스탕스'의 이름이 무척 예뻐서, 나의 닉네임을 콩스탕스로 바꿔볼 까 했는데 관두기로 했다. 락방, 락방님, 다락님, 다락방님 이라고 불려지는 것이 내내 좋았으니까. 콩스탕스, 라고 발음할때의 그 부드러운 느낌이 좋지만 이대로 두어야지. 나는 핸드폰을 개통한 이후로 한번도 전화번호를 바꾼적이 없고, 이메일 주소도 만든 뒤로 한번도 변경한 적이 없고, 알라딘에 서재를 만든 뒤로 한번도 닫았던 적이 없다. 아르바이트도 4년 내내 한 곳에서 했고, 이 직장은 8년째 다니고 있다. 나는 사랑도 한결같으며 대상도 한 사람만을 향한다. 그냥 그렇다는거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저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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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1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10-3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결같으신 다락방님이 예뻐보이지만,
변함이 인지상정이란 것도 알지요~
변할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고요.
저 또한 알게모르게 변하는 족속이기도 하구요.

전,그 순간만큼은 진심이라면...그랬다면,그러면 됐다고 생각해요.

한창훈의 '홍합'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여,불끈~^^

다락방 2010-11-01 10: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양철난무꾼님. 저 역시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그 진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붙잡아도 결국은 언젠가는 변할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저는 늘 붙잡지 않았는가 봐요.
저도 언젠가는 전화번호도 바꿀테고, 이메일을 바꿀수도 있겠죠. 회사를 그만 둘 수도 있을거에요. 한결같은 사랑이 식기도 할거구요. 그러나 저는 언제든 최후의 순간이 올때까지는 충성을 다 해볼 참입니다.

:)

마노아 2010-10-3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적의 '끝내 전하지 못한 말'이 떠올라요.
'가지 말아요 날 두고 떠나면 안돼요'라는 그 가사가 참 안타까웠어요.
가장 하고 싶었던 그 말을 끝내 못했던 거니까요.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서태지의 '난 알아요'에서도 비슷한 가사가 나오죠.
이런 가사들은 오래오래 사람을 울려요.

다락방 2010-11-01 10:35   좋아요 0 | URL
[난 알아요]에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못했다는 가사가 나오죠. 어쨌거나 지금은 너무 늦어 버렸어, 라면서 말입니다.
[우리, 사랑일까요?]라는 애쉬톤 커쳐 주연의 영화를 보면요, 마노아님. 애쉬톤 커쳐가 여자 집앞에 가서 본 조비의 'I'll be there' 라는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고백하거든요. 그런데 여자에겐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상황이었어요. 애쉬톤 커쳐는 그녀에게 그렇게 얘길해요. 내가 지금 내 마음을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늙어서 할아버지가 됐을때, 내가 왜 그때 고백하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고백하기로 했다고.

왜 그때 말하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전달해야 하는 것 같아요.

... 2010-10-31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콩스탕스라니요, 콩스탕스라니요, 콩스탕스라니요!!! 콩스탕스님~~ 하고 부르기도 어렵고 type 치기도 귀찮아요, 그냥 영원히 다락방 하세요! (이전 페이퍼에 댓글 놓쳤는데 <밑줄 긋는 남자>가 우리나라에서 배두나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진거 혹시 보셨나요?)

가지말라고 잡는다고 해서 머물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가겠다고 하지도 않았을껄요? 갑자기 고려가요 "가시리"가 생각나는 군요. "잡사와 두어리 마라난 선하면 아니올세라 설운님 보내옵나니 가시난 닷 도셔 오셔서" 크~~~


다락방 2010-11-01 10:37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저는 배두나와 한국영화 모두 관심이 별로 없는지라, 게다가 무지한지라, 배두나 주연의 그런 영화가 있다는 건 지금 브론테님으로부터 처음 듣네요. 하하하핫.

그럴까요, 가지 말라는 말에 잡히는 사람이라면, 애초부터 간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사람일까요? 아, 가시리까지. 아침부터 가슴이 찢어져요. 1일이니까 알라딘 지름으로 이 가슴을 좀 달래줘야겠어요. 흑 ㅠㅠ

웽스북스 2010-11-01 23:24   좋아요 0 | URL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저는 봤지요 ㅎㅎ

다락방 2010-11-02 08:25   좋아요 0 | URL
밑줄 긋는 남자가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가 된건가요? 어쩐지 좀 생뚱;; 하핫
웬디양님은 배두나팬이시죠!

poptrash 2010-10-3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구락이 영 기요이. 남자 손구락이 이렇게 질어서 어디다가 쓰까."
문기사는 올챙이처럼 파고 들어오는 손을 힘주어 감았다.
"콧구멍 팔 때 좋소."
"콧구멍 파요?"
"예."
"콧구멍 파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 침착하고 다정다감하다요."
"별걸 다 아시요."

ㅜ_ㅜ

다락방 2010-11-01 10:37   좋아요 0 | URL
poptrash님은 그러니까,

침착하고 다정다감한 남자사람입니까?

무스탕 2010-11-0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호미질도 안하는데 왜 손구락이 짧뚱하니 안 이쁘까요?
타고나길 그러니 어디가서 일 잘한다고 말할수도 없고... -_-;;;

다락방님이 콩스탕스가 아니길 정말 다행이에요. 그랬다가는 다락방님이 사라져 버리는거 같아서 섭섭할거 같아요.
탕스는 못해도 무스탕은 제가 할테니까 다락방님은 그냥 계속 다락방하세요 :)

다락방 2010-11-01 10:44   좋아요 0 | URL
저는 손구락이 굵어요. ㅋㅋㅋㅋㅋ 이게 원래 안 굵었는데.....자꾸 굵어져요....이건 왜그래요, 무스탕님? ㅋㅋㅋㅋㅋ

네, 저는 콩스탕스가 되기 보다는 다락방으로 남겠습니다. 다락방으로 남아서 계속계속 무스탕님의 총애(응?)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핫

2010-11-01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11-0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 동안 알라딘 서재하면서 오랜친구같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분이세요. 다락방님은.
콩스탕스도 좋긴 한데...개명은 싫어요!

s와는 그날 이후로 끝인가요? 사람들 참 짖궂죠!

점심으로 김치볶음밥 먹고 있는데 약간 쉰 거 같아요. 먹을 게 없으니 쉰김치볶음밥이라도 먹어야겠어요^^

다락방 2010-11-01 18:34   좋아요 0 | URL
S와는 그 날 이후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죠. 그러나 결국은 안녕, 했어요. 그 사이에 내 머리를 귀에 꽂아주기도 했고, 손잡고 종로며 인사동을 걷기도 했는데, 여러명이 함께 모여 술을 마실때 살짝 바깥으로 나가 전화로 나를 불러내기도 했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내 머리통을 쓰다듬어 주기도 했는데, 뭐 인연이 아니었는가 보죠. 아주 오래전의 일이니까요. 지금은 잘 살고 있으려나요. 후훗.

김치볶음밥은 잘 드셨어요? 괜찮으신가요? 저녁엔 따뜻한 밥 해서 드세요, 기억의집님! 밥은 잘 먹어야 해요!
그리고,
계속 다락방으로 있을게요.
:)

moonnight 2010-11-0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콩스탕스도 예쁘지만 '다락방'님이 더 좋아요. >.<
아주아주 예전에 제가 먼저 슬그머니 손을 잡았던 남정네가 생각나네요. 용기를 내봤지만 거절당해버렸어요. 흑흑 (엎드려 울...;;)지금은 뭘 하고 있으려나. (먼 산;;;)

다락방 2010-11-01 18:3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정말이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나네요, 문나잇님의 댓글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먼저 손을 잡는게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데, 손을 잡아 달라고 말하는 게 정말이지 얼마나 미친듯이 많은 용기가 필요한데, 거절이라뇨 거절이라뇨. 이런 2-35ㅕ7209수 0ㅜ ㅂ-9ㅅ ㅜ-ㅄ-% 같은 경우를 봤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이 댓글에 저는 정말이지 상심의 바다 ㅠㅠ

저주를 퍼부어 줄까요, 문나잇님? 그 남정네는 2017년까지 여자랑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할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흥!

2010-11-01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4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4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4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연극을 보러 가기로 했다. 대학로에서 일곱시 반에 시작하는 연극이었다. 나는 연극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기는 했지만 일단 보러 가기로 한 이상 늦기는 싫었다. 강남역에서 출발해서 일곱시 반 연극을 보려면 당연히 밥 먹을 시간은 없었다. 어쨌든 나는 지하철을 타고 연극을 보러 간다. 퇴근시간대의 강남-사당 노선 지하철을 타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겠지만 사람 정말 우라지게 많다. 어쨌든 강남에서 동행과 함께 지하철을 탔고, 사당에서 내리려는데, 와 진짜 사람 많다. 내 동행은 먼저 내렸고 내가 내리려는 찰나, 내 앞에서 내리는 남자가 여자친구(아마도?) 의 손을 잡고 내리려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내려 여자친구의 손을 놓치고 만다. 나는 그가 움직여야 지하철에서 내릴 수 있는데, 그는 여자친구의 손을 다시 잡아 끌고 내리기 전까지는 자리를 뜰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 이런 씨양- 나는 우물쭈물 하고, 내리고 싶고, 그는 그대로 사람 많은 지하철의 문 앞에서 뒤를 돌아 여자친구의 손을 다시 찾는다. 찾았다. 잡고 내린다. 그가 움직이고 나서야 나는 내려서 동행에게로 간다. 아마도 똥을 씹어버린 듯한 내 표정을 본 동행이 묻는다. 무슨 일이냐고. 나는 내 앞에서 벌어진 일을 이야기 하고 동행에게 얘기한다. 

" 내 손을 좀 잡아 끌어주지 그랬어!" 

신경질이 방울방울 지는 순간이다. 

 

- 그렇게 어찌어찌 혜화역에 내렸는데 일곱시 이분이다. 역시 밥 먹을 시간이 없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카드를 대고 100원이 찍힌 걸 보고, 출구를 찾아 나가다가 우연히 벽에 걸린 광고를 본다. 한 커피 광고다. 이런 카피가 써있다.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면 결국 그 사람 앞에 서게 됩니다.] 텔레비젼을 잘 보지 않는 나는, 이 광고 역시 텔레비젼 보다 앞서 온라인 지인의 블로그에서 보게 되었는데 으음, 그런가 하고 심드렁 했다. 그러다 텔레비젼에서 보고는 아아 그런가 했다. 그런데 오늘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그 광고를 보는데 정말? 하게 되는거다. 정말 그래? 정말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면 결국은 그 사람 앞에 서게 되는거야? 진짜 그래? 나는 피식 웃으며 그럴 리 없지, 하고는 공연장으로 향한다. 

 

- 티켓을 바꾸고 나니 공연까지 18분의 시간이 남는다. 15분 전부터 입장 가능이다. 우리는 가볍게 저녁을 먹기로 하고 극장건물 내에 있는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동행은 2층에 자리를 잡아 두고, 나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받아서 동행이 있는 곳으로 가 앉는다. 우리는 마주보고 앉아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는데 남는 자리가 없다. 자리 구리다고 나는 한번쯤 궁시렁 거리고 열심히 먹는다. 시간이 별로 없다. 왼쪽 옆에는 여자사람이 혼자 앉아서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오른쪽 옆에는 남자와 여자가 앉았는데 그들의 대화가 고스란히 내 귀에 들린다. 그 둘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 듯 하다. 소개팅이든 혹은 온라인에서 아는 사이가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거든. 어쨌든 처음 만나는 것 같은데, 그들의 대화가 들리고 여자는 내게 비호감이다. 너무 잔소리 스타일이다. 왜 핸드폰을 그 먼데서 개통했냐, 이상있을 때마다 따지려면 동네에서 개통했어야 한다 등등. 피식 웃으며 나는 동행과의 대화에 열중하느라 그들의 대화를 더이상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어어어, 그들의 대화가 다시 들린다. 내가 관심 있는 소재다. 

 

- 내가 언제나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던 것, 그러나 그것이 그 누군가의 사생활에 관계된 것인 것 같아서 한번도 묻지 못했던 것, 너무나 궁금하고 알고싶지만, 나에게 그것은 관심의 표현이지만, 상대가 불편해 할까봐 차마 묻지 못했던 것을, 오, 그녀가 그에게 묻는다. 나는 귀를 쫑긋한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는데,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물음에 꼬박꼬박 대답을 해준다. 아! 나는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동안 전전긍긍 궁금해했던 것들을 그가 다 이야기 해준다. 아 신난다 ㅠㅠ 감동이다 ㅠㅠ 지하철 역에서 봤던 광고의 카피가 다시 생각났다.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면 결국 그 사람 앞에 서게 됩니다. 나는 정말로 궁금해했는데, 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그 궁금증을 다 풀어내고 만다. 간절히 원하는 건 어떻게든 이루어진다고,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헤죽헤죽 웃음이 나온다. 나 이제 알아, 다 알게 됐어! 누구의 사생활도 침해하지 않으면서 궁금한 걸 결국 알게 되고야 말았어!! ㅠㅠ 어쩌면, 정말 어쩌면, 마음을 다해 사랑하면 그 사람 앞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고, 정말 그럴 수도 있을거라고, 나는 그 순간 진심으로 믿는다.  

 

연극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며칠간의 침울함을 날려버릴 정도로 잠시동안 기뻐졌으니까. 나는 이 연극을 제대로 볼 수 없을거야, 가뜩이나 연극을 좋아히지도 않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나는 아주 흠뻑 빠져버렸다. 빠진 정도가 아니라 미칠 뻔 했다. 이 연극은 무.섭.다. 나는 잔인한 공포 영화는 잘 보아 넘기지만, 귀신이 나오는 건 진짜 끔찍해 하는데, 와, 이건 정말 ㅠㅠ 몇번 이나 비명을 질렀는지 셀 수가 없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목에 둘렀던 머플러를 풀러 다리 위에 올려 놓고는 두 손으로 머플러를 꽉 쥐고 있었다. 가끔은 머플러를 들어서 눈을 가리기도 했다. 그리고 기어코 끼약,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울 뻔 했다. 중간에 나가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ㅠㅠ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서 아 어떡하지 정말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내 동행은 나처럼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다 내 쪽을 쳐다봤다고도 했다. 아 그래? ㅠㅠ 나만 소리 질렀어? ㅠㅠ 다른 사람들은 안무섭나? ㅠㅠㅠㅠ 

 

- 연극이 끝나고 나오려는데, 앞자리에 앉은 여자가 남자에게 기대어 있다. 남자는 연신 여자를 달래면서 정신차려, 그렇게 무서웠어? 하는 다정한 말들을 건넨다. 이런 ................................................... 저 여자도 견딜 수 있었을 거다. 나도 견뎠는데 자기라고 왜 못견뎌. 다만 , 다만, 옆에 기대도 좋을 사람이 함께 있었으니까 맘 놓고 정신도 놓고 멍도 때리고 하는거다. 분명 그녀도 여자랑 보러 왔다거나 혼자 왔다면 잘 보고, 잘 견디고, 툴툴 털고 일어났을 거다. 이런 뽀롱뽀롱거시기할 ㅠㅠ
 

 

- 이 연극을 보면 이 계절에 더 추워질거라는, 이 연극의 표를 준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너무 추워서 따뜻한게 먹고 싶었다. 끝나고 나니 아홉시가 좀 넘었는데 술을 마시기에는 어정쩡한 시간. 나는 동행에게 지금 미칠 것 같고 무섭고 춥고 심장이 벌렁 거리니 따뜻한 걸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칼국수 집을 들어갔는데, 메뉴판에 있는 소주를 보는 순간, 반드시 소주를 마셔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른다. 소주여야 했다. 결국 우리는 한시간 동안 소주를 두병 비워낸다. 소주 마시러 온게 아니었는데...나는 따뜻한 칼국수를 좀 먹고(사실은 많이), 소주를 마시고 난 후에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된다.  

 

- 이러나저러나 어느 상황에서든 소주는 참 좋은 친구고, 난 정말 왜이렇게 귀신 나오는게 무서운지 모르겠다. ㅠㅠ 무서워. ㅠㅠ 정말 무서워 ㅠㅠ 완전 무서워 ㅠㅠ 자꾸자꾸 울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나는 강한 여자사람이니까 결코 울지는 않았다. 그래도 무서워 ㅠㅠ

  

- 올림픽공원에 가서 혼자 캔맥주를 마시는 일이 너무 추워 더이상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장갑을 찾고, 머플러를 찾고, 부츠를 꺼내 신으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닐거란 생각이 어느순간 들었다. 완전무장을 해서 가고, 그렇게 캔맥주를 마시다 울어도 좋을, 가을이다. 아니 어쩌면 겨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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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10-2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다락방, 나는 다락방이 혼자 올림픽 공원에서 캔맥주 안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울고 싶을때 나한테 전화해.

...

다락방 2010-10-29 09:36   좋아요 0 | URL
알았어요. 레와님도 참... ♡

람혼 2010-10-2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뜩이나 연극을 좋아하지도 않"으시다니... 흑흑.

다락방 2010-10-29 11:19   좋아요 0 | URL
어제 연극 보고는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람혼님. ㅎㅎ
안그래도 어제, 대학로에 연극보러 왔다고 말씀드리려다가 꾹 참았어요. 울지마세요 ㅠㅠ

깐따삐야 2010-10-2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동그랑땡 좋아하시면 한 접시 드리고 싶네요. 맥주랑 같이 드시라고.

다락방 2010-10-29 12:13   좋아요 0 | URL
영달이 아빠 실컷 드시게 하고 남으면요. 남으면 주세요, 깐따삐야님. 따끈따끈한 동그랑땡이라면 맥주 안주로 이 가을겨울밤에 제격인것 같아요.

치니 2010-10-29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읽다가 내가 다 숨이 턱턱 차오르네요. 고생 많았어요. 어젯밤 디게 으슬으슬 춥던데.
제 아무리 재미나다 해도 저는 무서운 영화, 무서운 연극은 무조건 패스. 보는 자체도 문제지만 나중에 두고두고 그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정말 병맛. 그걸 견뎌냈다니, 대단하다 다락방님!

올림픽공원은 떼끼! 라니까요. -_-

다락방 2010-10-29 12:14   좋아요 0 | URL
치니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진짜 완전 꺅꺅 거렸어요. ㅠㅠ 완전 실감나게 무서워가지고 ㅠㅠ 저도 무서운건 좀 패스하는데, 그래서 눈을 좀 가리고 있으려다가, 지금 놓치면 이 장면을 언제 또 봐 싶어서 또 두눈 부릅뜨고 봤더니 자꾸 소리만 질러대고. 아, 다 보고나서 정말 힘들어 미치는 줄 알았어요, 치니님.
그런데 지금은 해장으로 라면과 멸추김밥을 먹었는데도 어지럽네요. 라면을 좀 남겨서 그런가..다 먹을걸 그랬나. ㅠㅠ

하하. 올림픽공원은 떼끼!

moonnight 2010-10-2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연극이 별로... -_-;

연극보다는, 뜨거운 칼국수에 소주가 더 땡기는군요. 얌냠.
여름에 맥주 사들고 벤치에 앉아서 책 읽으며 많이도 마셨었는데 얼마전에 해 보니까 너무 춥더군요. 이제는 이것도 그만.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락방님과 나란히 앉아서 마셔보고 싶네요. 머플러랑 장갑 둥둥 싸매고요 ^^

다락방 2010-10-29 12:18   좋아요 0 | URL
저도 연극이랑 뮤지컬은 영화나 책 처럼 좋아지지는 않더라구요. 그런데 어제 봤던 연극은 제가 그간 봐온 몇편 안되는 연극중 가장 재미있었고 몰입도도 좋았어요.

뜨거운 칼국수에 소주는 정말 이 계절에 확 땡기죠! 그래서 너무 순식간에 술을 마셔가지고 지금 어지러운 고통을. 흑흑 ㅠㅠ
저도 지난주에 올림픽공원에서 혼자 맥주 마시는데 처음엔 괜찮다가 두개를 다 비워갈때쯤 되니까 옴팡 추워지더라구요. 이젠 완전무장 하지 않으면 공원에서 맥주마시기는 힘들 것 같아요. 네, 문나잇님. 머플러랑 장갑 꽁꽁 싸매고 벤치에 앉아 건배를 합시다. 이왕이면 화장실 근처에 앉읍시다. ㅎㅎㅎㅎㅎ

새초롬너구리 2010-10-2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전 straight이고, 보수적인지라 '이반'은 거부감이 큽니다만!
제가 만약에 남자라면 님이랑 연애해보고 싶어요. 아, 갑자기 님글 때문에 소주랑 따땃한 국물이 마구마구 땡깁니다. 아님, 둘둘 싸매고 발 동동 구르며 맥주를 마시고 부르르 떨거나요.

아, 전요. 남자랑 같이 와서 '꺄악, 넘 무서워쪄~'이러는 애들 뒤좀 파보고 싶어요.분명!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제대로 안앉고 다 튀기고, 발로 문차고 나와서 손도 안씻고 화장하고 종종걸음으로 나가서 그 손으로 분명 남자손 잡을 애들이예욧!

저 연극 아직도 하나요? 여름즈음에 보러가고 싶었었는데...음, 가서 소리 제일 많이 지르는 애중의 하나에 속할지도 몰라요. 소리는 좀 질러도 연약한 척은 안한다구욧.

아, 증말. 지하철에서 무슨 견우직녀났는지 좀 굵은 목소리로 '좀 갑시다!'하지 그러셨어요 ^^

아, 님 페이퍼에는 왜이리 참견할 거리가 많은건지...히히

다락방 2010-10-31 10:04   좋아요 0 | URL
ㅎㅎ 새초롬너구리님! 만약 남자였다면 저랑 연애하고 싶은 생각 안드셨을거에요. 정말 남자였다면요. 지금 여자라서 그런 생각이 드시는 겁니다.
그리고 전요, 남자랑 같이 갔으면 꺄악 하면서 남자 품에 안기는 여자사람이에요. ㅎㅎ 안참아요. ㅎㅎ 실제로 저는 이 날 연극을 여자사람이랑 봤는데도 자꾸만 정신을 차려보면 그녀쪽으로 몸이 기울어져 있었거든요. 안기지 않은건 순전히 그녀가 여자사람이어서 ;;
아직도 해요. 11월의 며칠까지 하는것 같더군요. 전 소리 진짜 완전 잘 질렀어요. 제가 그런 소리를 지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질러가지고 창피했죠 ㅠㅠ 예전에 애인이랑 공포영화 보러 갔을때(아주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그는 내가 지르는 소리에 놀랐다고 하더군요. 하하하핫

그리고 평소의 저라면 저 좀 나갈게요, 라고 말하는 스타일인데 제가 요즘 심신이 많이 지쳐있어서 아무말도 못했어요. 정말, 정말 지쳐있었거든요. 흑 ㅠㅠ
앞으로도 많이 참견해주세요. 어제 친구에게 제가 보낸 문자메세지가 생각나네요. 개막장 내인생에 끼어들어줘서 고마워요, 라고 보냈는데. 참견해주세요, 새초롬너구리님.
:)

2010-10-29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31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0-10-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캬캬 왜 난 늘 다락방 님에게 완전 공감되고 다락방 님이 겪은 일을 좌악 내 앞에 비주얼로 펼쳐 보이면서 상상하고 있는걸까요.

다락방 2010-10-31 10:06   좋아요 0 | URL
글쎄요, 왜 그런걸까요? ㅎㅎ
그래도 힘든것들은 상상하지 마세요. 힘들잖아요. 히히
아 아침부터 속쓰리고 배고프고 그러네요. 어제 폭풍처럼 술을 마셨더니 ㅜㅜ

자하(紫霞) 2010-10-3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공원과 캔맥주와 눈물은 위험합니다요~
연극을 보면서 무서워질 수 있군요.
저는 생애 처음 본 연극의 기억이 그닥인지라...연극은 꺼려진다는...^^;

다락방 2010-10-31 10:07   좋아요 0 | URL
어제는 와인과 캔맥주를 가지고 왕십리광장의 벤치에 앉아서 술 마셨어요. ㅋㅋㅋㅋㅋ 아 완전 취해가지고 ㅋㅋㅋㅋㅋ
연극을 보면서 무서워졌다기 보다는, 무서운 연극이어서 무서워할 수 밖에 없었어요. ㅠㅠ
저도 연극을 그다지 재미있게 본 기억이 없었는데요, 이 연극은 참 재미있었어요. 몰입도도 컸구요. 무서운거 괜찮으시다면 한번 보세요, 베리베리님! ㅎㅎ
 
홍합
한창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4월
구판절판


그것도 사랑이라면,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저도 모르게 저이랑 손잡고 사람 없는 바닷가 모래밭쯤을 걸어 보기라도 한다면, 싶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붉어지고, 고개가 돌려지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그러다가 억지로 손에 일을 잡는 것도 사랑이라면, 글쎄 사랑이었다. 승희네가 보기에 문기사의 긴 머리가 손가락 걸기 좋아하던 남자와 닮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이 남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뭔가 이름하여 부르기 어려운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파고들고 몸을 가볍게 했다. 그래서 그녀의 가슴은 근래 들어 벙글어지고, 가렵고, 축축했다.

-171-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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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2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거리는 글이에요. 다락방님 좋아하시는 작가분이죠? 저는 읽은 책이 없는데;;; 요즘 자꾸 관심가네요. 남자분인데 굉장히 감성적으로 와닿는 글을 쓰시네요.

다락방 2010-10-29 00:11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아직 한창훈님의 글을 읽은적이 없으시다면, 저는 당연히 [나는 여기가 좋다]를 권해드립니다. 그걸 읽으신 후에 한창훈님의 다른 글을 읽으실지를 결정하시는 게 좋을것 같아요. [나는 여기가 좋다]는 정말 최고에요! [홍합]은 약간 서투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에서의 에피소드를 살짝 소설로 엮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나쁘다는건 물론 아닙니다. 오히려 진솔하게 느껴지죠. 그러나 정말 한창훈님의 최고는 [나는 여기가 좋다] 이며 그 안에서의 [밤 눈]과 [올 라인 네코] 입니다!

sslmo 2010-10-2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인생이 허기질 때는 아직 못 읽었고,
홍합은 뭐랄까 너무 버서목 뒤집는 느낌이어서 별로였어요~

님의 발췌 문장을 보니,
또 다시 '흠흠~'거리며 마른 기침을 하게 되는 걸요~^^

다락방 2010-10-29 00:14   좋아요 0 | URL
저 [홍합]도 너무 좋아서 페이퍼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요즘 너무 기운이 딸려서(끙;;) 못 쓰고 있었어요. 조만간 써볼 생각입니다. 그런데요 양철나무꾼님, 제가 한창훈님의 책을 여태 세 권 봤거든요. 그 중에 가장 좋은건 [나는 여기가 좋다]였어요. 양철나무꾼님이라면 [밤 눈]도 물론 좋아하시겠지만 [올 라인 네코]를 가장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다른 단편을 더 좋다 하실수도 있지만요. [나는 여기가 좋다]는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좋아할 만한 단편이에요. 감동 감동 ㅠㅠ

좀전에 친구가 전자렌지에 만두를 돌려먹는다는 문자메세지를 보내왔어요. 만두, 하니까 당연히 이제는 양철나무꾼님 생각이 납니다.

저 페이퍼 하나 쓸라고 들어왔는데 취해서 못 쓸 것 같아요. 제가 페이퍼를 쓸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poptrash 2010-10-30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사랑이었다니깐요

다락방 2010-10-31 10:08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전 알아요. 그게 사랑이라는 걸!

유부만두 2010-10-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선생님의 <향연> 도 좋다구요!

다락방 2010-10-31 10:08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 유부만두님. 차곡차곡 읽어볼게요. 한창훈님 글 좋아요!
:)
 

책을 둘러싼 특이한 사랑의 이야기. 스물다섯 살의 처녀 콩스탕스는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속에서 우연히 낙서 하나를 발견한다. 그 낙서는 마치 그녀를 겨냥해서 써 놓은 듯, 다음번에 읽을 책들을 추천해주었다. 

라고 알라딘 책 소개에 나와있는데, 여기에서 상상했던 만큼의 낭만이나 재미는 사실 별로 없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겨냥한 것 같다는 그 느낌은 정말 낭만적이고 짜릿하기까지 하지만, 음, 어쩌면 그 밑줄들이 그다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걸지도 모르겠고,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인데 내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볼만한 일인건 사실인 것 같다.  

문득, 내가 밑줄을 잔뜩 그어놓은 책을 누군가에 줬던 일이 떠올랐다. 그는 내가 그은 밑줄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금 더 낭만적인 책을 줬어야 했는데! 사랑이야기로 줬어야 했는데! 

그건그렇고, 이 책속의 콩스탕스는 밑줄긋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그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에게 편지를 쓴다. 좀 길지만 그녀가 쓴 편지의 내용이 좋아서 인용해 보겠다. 

   
 

당신이 알고 있는 대로, 나는 젊은 여자이고, 몽상적인데가 있으며, 갈색 머리이고, 혼잣몸이에요. 산다는 것이 내겐 아주 두려워요. 나는 이렇게 사는 삶의 끝이 어디인지, 이 모든 습관과 몸짓이 나를 어디로 이끌고 가는지 잘 모르고 있고, 아직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버리지 못하는 단계에 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존재해요. 이 종이 위에 묻은 이 잉크가 꿈은 아닐 테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혼잣몸으로 자족하며 살지는 못할 것 같아요. 말하자면 불완전한 사람이지요. 그래서 나를 채우고 완전하게 하기 위해, 진정으로 살기 위해, 나는 다른 사람을 원해요. 내가 전혀 할 줄 모르는 것을 할 줄 아는 어떤 사람, 그리고 흔히 하는 말로 나를 사랑해 줄 어떤 사람이 내겐 필요해요.
나는 당신과는 달리 책읽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그건 분명해요. 대부분의 책들이 나를 따분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나는 영화는 무척 좋아해요. (중략) 나는 선거인 카드를 받고도 투표를 해본 적이 없으며, 운전 면허증은 있지만 차는 가지고 있지 않아요. 나는 향기로운 비누를 무척 좋아해서, 욕실 서랍 안에 비누들을 꽤 많이 모아 놓았어요. 미술관에는 거의 안 가는 편이고, [르 봉마르셰] 백화점 식품부를 빼고는 백화점에도 여간해서 가지 않아요.송아지 간이나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거면 뭐든지 다 싫어해요. (중략)
나는 복권을 사지 않으며 손톱을 깨무는 버릇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예쁘다고 하는데, 내 친구들 중에는 나보다 예쁜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파니가 아릅답지요. 나는 얼마 전부터 새로 나온 5 프랑짜리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오늘까지 벌써 열 두개를 모았어요. 나는 주로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다니고, 머리카락은 나 혼자 잘라요. 내 생활은 아주 초라하고, 나는 거의 똑같은 일을 매일 되풀이해요. 당신은 어떠한가요? 당신의 생활은 어떠한지요?
답장해 주세요. 꼭 답장해 주시면 좋겠어요. 나의 밤과 낮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의 콩스탕스 (pp.115-117 중간중간 계속 중략하였음) 

 
   

  

콩스탕스가 쓴 이 편지를 읽는데 갑자기 엉덩이가 들썩였다. 꼼지락 꼼지락 나도 편지를 써보고 싶었다. 나도 분명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써보기로 했다.  

 

나는 젊지 않은 여자이고 지금은 살짝 붉은 머리이며 혼잣몸이에요. 나는 고장난 신호등을 신고했다고 상품권을 포상으로 받았어요. 준법정신이 투철하죠. 1종 운전면허증을 가지고는 있지만 운전을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고, 지하철 안에서는 주로 책을 읽어요. 술마시는 걸 좋아해요. 술 마신 후의 취하고 몽롱한 상태를 즐겨요. 그렇지만 가끔 술 마시고 혼자 집에 가는길을 지독하게 슬퍼하기도 해요. 그럴때마다 이런 우울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며 혼자서 머리를 흔들곤 하지요. 나는 굴을 싫어해요. 간장게장도 잘 먹지 않아요. 그렇지만 돼지랑 소는 좋아하지요. 나는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내게 보고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감정을 말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상대에게 나를 사랑해달라고, 나를 그리워해 달라고, 나를 생각해 달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하지 못하겠어요. 금요일밤에 누군가에게 내 생각도 좀 해줘요, 라고 말하고서는 혀를 깨물어 버리고 싶었어요. 시간을 돌리고 싶었죠. 미쳤나봐 라고 혼자서 전화를 끊고 핸드폰으로 머리를 때렸어요.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요. 책을 읽다가 웃는것도 좋아하고 책을 읽다가 우는것도 좋아해요. 나는 혼자인 시간도 좋아해요. 금요일밤에는 혼자 올림픽공원에 앉아 맥주도 마셨어요. 그리고 좀 울었구요. 나는 청승떠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쓰고보니 금요일밤은 이래저래 미친밤이었네요. 그런데 앞으로 종종 올림픽공원의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실것 같아요. 달을 보면서. 혼자서.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술은 소주와 맥주를 마셔요. 그런데 이렇게 날이 차가워지면 따뜻한 정종도 마시고 싶어져요. 나는 하루키를 좋아하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좋아해요. 그런데 내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좋아하는 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당신이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쯤은 알아야 되는거에요. 그리고 또 나는 구스 반 산트를 좋아하고, 요즘은 여름밤에 누군가 내게 줬던 음악을 내내 반복해서 듣고 있어요. 잠자기 전에 한시간씩 그 노래를 듣기도 해요. 그 노래가 무엇인지 말해주지는 않겠어요. 나 혼자만의 음악이에요. 나는 앞머리를 혼자 자르는데 어제 미장원에 갔다가 원장아저씨한테 잔소리를 들었어요. 그냥 잘라줄테니까 앞으로는 와서 자르래요. 나는 자전거를 탈 줄 알지만, 지난번에 사고 난 후로 좀 무서워해요. 나는 힐을 신고 다니기를 좋아하고 스커트를 즐겨 입어요. 머리는 언제나 질끈 동여매고 다니지요. 그런데 뭐하러 미장원에 그렇게 돈을 갖다 쳐들였는지 후회막급이에요. 오늘은 투피엠이 컴백한다고 해서 가요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좀 별로였어요. 나는 지금은 당신이 잘 모르더라도 언젠가는 이 편지를 보면서 아 이여자가 나를 이만큼이나 좋아했구나, 정말 많이 좋아했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기를 바라요. 나는 비밀을 잘 지켜요. 나는 우리의 은밀한 이야기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기를 원해요. 나는 내 글에서 당신이 당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요. 나는 예쁘지 않아요. 내 친구들은 어느정도는 예뻐요. 그렇지만 당신은 내가 아는 가장 잘 생긴 사람이에요. 내가 전화를 했을 때 반갑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을까봐 전화를 못하겠잖아요. 나는 나한테 연락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좋아요. 나는 나와 함께 있을때 당신이 아주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을 웃게 해주고 싶다는 아주 강한 욕망이 내 안에는 있죠. 그것은 거의 나의 식욕과 맞먹어요. 나는 언젠가 당신이 내 앞에서 활짝 웃는 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나는 거의 매일 똑같은 일을 되풀이해요. 당신은 어때요?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답장해 주세요. 꼭 답장해 주시면 좋겠어요. 나의 밤과 낮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나의 새벽도 역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나의 스물네시간은 온통 열려있어요. 내가 자고있으면 깨워도 괜찮아요. 내가 자고 있을 때 깨워도 나는 전혀 화나지 않아요. 

                                                                          당신의 다락방 

 

 

콩스탕스는 답장을 받았다. 나도 답장을 받을 수 있을까?  

허튼짓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허튼짓을 하고 있는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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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10-10-25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답장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게 참으로 아쉽군요.
대신...
참고로 저는 젊지 않은 남자이고 운전은 하지만 면허증은 어딘가 사라졌고요 전철을 타지만 멍하니 창밖만 보고 있고요 1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하는게 술이고요 평생 피운 담배는 1개비 이고요 대신 카펜정을 먹고 몽롱하고 나른한 상태를 즐기고요 한끼는 해먹고 두끼는 사먹고요 소 돼지는 안먹어요 닭도 안먹어요 오리도 안먹어요 개도 안먹어요 그렇다고 베지테리언도 아니고요 채소도 안먹어요 과일도 안먹어요 자전거는 못타지만 타본적이 없지만 오토바이는 잘 타요 그리고 청소를 잘해요 정리정돈도 잘하고 빨래도 잘하고 설겆이도 잘하고 한동안 인형의 집을 운영했어요 인형의 집은 집이 너무 깔끔하다고 누나가 그렇게 부른거고요 책은 잘 안 읽고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요 요즘은 영화도 안보고 노래도 안듣고 미드도 안보고 뉴스도 안보고 디스카버리만 보구요 돈은 많았는데 달라는 사람 있으면 다 줘버렸더니 이제는 없구요 할머니가 머 팔고 있으면 꼭 하나는 사들고 와야 되고요 몇명의 여자랑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다들 저보다 똑똑하고 다들 학위 소지자였구요 가슴 큰 여자가 좋다고 했는데 사실은 아녔구요 먼가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여자가 '참' 좋구요 커피랑 베이글을 좋아하고요 삼겹살 소주는 싫어하고요 대신 위스키는 좋아하고 그게 비싸면 보드카도 좋아하고 커피는 진해야 되요 머리는 미장원에서 짜르고요 금발을 만들어 본적도 있지만 실상은 하늘색으로 하고 싶었고요 올빼미구요 그래서 밤에는 깨어 있구요 낮에도 깨어 있어요 일하러 가는 것을 좋아하고요 많이 먹는 여자가 좋구요 계속 먹을 수 있다면 머든지 사주고 싶고요 예쁜 여자가 좋지만 좋으니까 예쁜거구요 주절주절 말이 많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만 그러는 거에요

다락방 2010-10-25 15:36   좋아요 0 | URL
삼겹살에 소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초큼 슬프지만, 뭐 괜찮아요. 그렇지만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해주세요!

sslmo 2010-10-2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당신이 아니라서 넘 아쉬워요.
다락방님의 당신이어서,이런 근사한 편지에 답장을 하며 황홀함을 느끼고 싶어요.

저도 저에게 연락하라는 사람이 좋아요.
한가해지면 아무때도 괜찮으니 연락하라는 사람,자고 있으면 깨워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
실상의 저는 넘 어렵게 잠이 들어,자는 걸 깨우면 (화내지 못하고)막 울어요~

다락방 2010-10-25 15:37   좋아요 0 | URL
언젠가 아주 다정하고 잘생긴 남자가 통화를 끝내면서 '연락해요!'라고 하는데 전 그날 제가 구름위에 떠있는 줄 알았어요. 날개뼈 위로 날개가 돋아나서 하늘을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전 잠들기 전에 특별한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면 바로 깨서 답을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자요.
:)


비로그인 2010-10-25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전화를 했을 때 반갑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을까봐 전화를 못하겠잖아요.


아.

글은 언제나 내밀하고 과잉은 언제나 결핍에서 나와요.

다락방 2010-10-25 15:38   좋아요 0 | URL
이런 마음을 어떻게 해야 그에게 전할 수 있나요?

꼬마요정 2010-10-2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게 해주고픈 욕망이 식욕과 맞먹는다는 표현이 참 좋아요. 게다가 자고 있을 때 깨워도 된다니.. 그건 정말.. 피가 섞여도 싫은건데 말이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연락이 없길래 용기내어 먼저 연락했어요. 너무나 반가운 답장이 왔어요. 쭈욱 연락하고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관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나봐요. 그 때 먼저 내민 손이 부끄럽지 않은 이유는 그 친구가 나의 연락을 너무나 기뻐했기 때문이죠.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면 그 땐 정말 반갑고 기쁘게 답장을 보내줄 거에요.^^

다락방 2010-10-25 15:39   좋아요 0 | URL
전 자고있을 때 깨워도 아주 좋아요.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해서만 그렇죠. 제 남동생은 새벽에 술취해서 제 방에 들러 곧잘 저를 깨우곤 해요. 저는 그러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잘자라고 인사를 해주기도 하고 술주정을 들어주기도 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새벽에 문자를 보내는 것도 아주 좋아요. 연락하지 않는 것 보다 새벽에 나를 깨우는 쪽이 훨씬 더 행복해요. 아무리 말해봤자 그쪽에서는 수긍을 안해서 문제지만 -_-
네네, 용기내어 먼저 연락을 하는 것도 참 중요해요. 삶에서 그런 순간은 꼭 필요하지요. 너무나 반가운 답장이라니, 부러워요, 꼬마요정님!

야클 2010-10-2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부터 졸지 말고 그만 잠깨고 일하세요. 회장님이 오십니다. 난 그저 깨워달라고 해서 깨우는 것 뿐이랍니다. 설마 백설공주처럼 입맞춤으로 깨워드려야 하는건 아니겠죠? ^^ =3=3=3

다락방 2010-10-25 15: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전 왕자님이 입맞춤으로 깨워주려고 하면 그를 잡아 침대에 눕게 만들겠어요. 하하하핫 (19금 입니까?)

회장님이 계십니다. 암울합니다. 흑 ㅜㅡ (암울하다면서 댓글달기 ㅎㅎ)

치니 2010-10-2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 긋는 남자>는 아직 안 읽었는데, 저 인용하신 문장에서 "혼잣몸"이라고 번역한 게 자꾸만 거슬려요 힝. 좀 이상한 어휘를 쓰는 거 아닌가 싶어서 저 책에 신뢰가 안 가구 막.

다락방님이 편지를 쓴 그 분은, 왠지 자기가 그 사람이라는 걸 모를 거 같아요. 그래서 괜히 저까지 가슴이 저릿해요. 후아 -

다락방 2010-10-25 15:41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젯밤에 혼잣몸 읽고 엄청 웃었네요. 혼잣몸이 뭐냐 이러면서. ㅋㅋ 그러면서 나도 혼잣몸이라고 꼭 써봐야지 싶었어요. 너무 웃기죠? 혼잣몸 ㅋㅋㅋㅋㅋ

아주 오래전에 신지의 노래중에 이런 가사의 노래가 있었어요.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찢어지네요, 가슴.

2010-10-25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5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10-25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편지를 받는 사람은 참 좋겠네요.

예전에 친구한테 편지를 썼는데 그 유치찬란함에 차마 건네지를 못했어요.

눈 질끈 감고 줄걸 그랬어요. 아직도 그 편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는 도저히 줄수가 없어요 ㅋ

다락방 2010-10-26 08:55   좋아요 0 | URL
저는 얼마전에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다가 세단기에 갈아버렸습니다. ㅎㅎ

paviana 2010-10-25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편지보낼 사람만 있음 저런 편지 보내고 싶어요.
흠 다락님한테 술 마시고 한번 보내볼까요? ㅎㅎ

다락방 2010-10-26 09:04   좋아요 0 | URL
아니, paviana님. 왜 술 마시고 보냅니까? 맨정신에 보내주세요, 네? 말짱한 정신으로 편지를 주고받아 봅시다! ㅎㅎ

Kitty 2010-10-25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는 남자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그 책에 진짜 밑줄이 그어져 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0-26 09:05   좋아요 0 | URL
저 안그래도 Kitty 님 리뷰 본 것 같은데, 별 네개 주지 않으셨던가요? ㅎㅎ

저는 뭐 딱히 재미는 없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에 밑줄 그은 사람은, 아마도 콩스탕스 같은 사랑을 찾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므흣

Kir 2010-10-2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귀엽고 기발해서 마음에 들었던 책이에요.
전 책을 깨끗하게 보는 걸 좋아해서 사실 도서관이든 어디서든 밑줄 그어진 책, 낙서나 메모가 되어있는 책은 싫지만;
만약 그 구절이 나도 좋다고 생각한 곳이라면... 순간적으로는 혹할지도 모르겠어요^^

2010-10-25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0-26 09:12   좋아요 0 | URL
귀엽고 기발하고 사랑을 찾은것도 좋았지만, 딱히 막 좋다고 할만한 책은 아니더라구요. 아마 제가 이 책 훨씬 전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서재 결혼 시키기]를,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을 읽어서 그런가봐요. 이 책을 처음 만났다면 지금보다 더 좋아졌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입니다.
저는 밑줄을 보고 순간적으로 혹할것 같지는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밑줄을 그어 준 책이라면 그 부분을 보고 좀 더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 사람, 왜 여기에 줄을 그었을까, 하고 말이지요.

2010-10-26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5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6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10-2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다락방 님이랑 똑같은 닉네임을 쓰는 사람이 있네요~

그 양반이랑 같은 만화가의 책을 읽어서 반가운 마음에 덧글을 달려고 했는데 안젤리나 졸리 사진이

안보이고 어떤 남자사진이! ㅋ

다락방 2010-10-26 09: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네, 저도 그분 알아요. 제 서재에도 그분이 댓글 단 적 있으시고, 그분 서재에도 제가 댓글 단 적이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poptrash 2010-10-2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편지 써본지 너무 오래 되었어요.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고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라도 써야 할까봐요.

다락방 2010-10-26 09:28   좋아요 0 | URL
오늘 너무 추워서 손이 얼었어요. 흐린 가을 하늘이고 뭐고 난로 틀어놓고 손부터 녹여야 되겠어요. 그래야 편지를 써도 쓰죠. ㅠㅠ

stefanet 2010-10-2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읽었는데 너무 아름다운 편지네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감정을 말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상대에게 나를 사랑해달라고, 나를 그리워해 달라고, 나를 생각해 달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하지 못하겠어요.' 라는 구절, 음 어쩐지 제게도 살짝 힘을 주는 것 같아요. *^^*

다락방 2010-10-28 16:34   좋아요 0 | URL
누군가 이 편지를 받게 된다면요, stefanet님, 마음이 조금은 움직일까요? 흣 :)

어떤구절이든 stefanet님께 힘을 드릴 수 있었다니 다행입니다. 한시간 반만 있으면 퇴근해요. 오늘 점심은 맛없게 먹어서 저녁은 맛있게 먹어주리라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편지라는 칭찬도 고맙습니다. (--)(__)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다락방의 꽃들』에 나오는 남자주인공 '크리스'를 사춘기 시절 내내 사랑했었다. 내 마음대로 얼굴을 상상하고 매일 생각하니 꿈에도 나오곤 했었다. 그 후에 사랑한 남자주인공은  '마리 스탠판드 바이트'의『올훼스의 창』에 나오는 크라우스였다. 나는 이 책을 소설로 읽었는데 만화가 원작이란다. 어쨌든 크라우스를 또 어찌나 사랑했는지, 그가 어느날 유리우스에게 '너에게선 피 냄새가 나.' 라고 말했던 것이 내내 기억난다. 나는 어쩌면 창 밖으로 크라우스를 만날 수 있진 않을까 하는 사춘기 소녀다운 환상에 젖어 살곤 했다. 그 후에는 시간이 한참 흘러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레오를 사랑했다. 레오는 가끔 어리석고 얄미우며 표독스럽게 변하기까지 하는 에미를 다 받아준다. 당신은 어떻게 키스를 하냐는 에미의 물음에 글 쓰는 것 처럼 한다는 레오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크리스도, 크라우스도 다 잊고 레오에게만 올인하고 있었는데, 

 아 됐다, 왜 레오를 사랑하기를 멈추었는지는 패쓰하자. 여자가 남자를 포기하는 이유를 설명해 무엇하랴. 구질구질하다. 

이런 황무지같은 내 마음에 판탈레온이 찾아왔다. 나의 마음은 황무지 차가운 바람만 불고 풀 한포기 나지 않는 그런 황무지였어요, 라는 노래가사가 내내 떠오르는 내게 판탈레온이, 판탈레온이, 판탈레온이 찾아왔다.      

 

 

 

 

 

 

 

로 진행되는 페이퍼를 작성해 놓았는데 차마 공개하지 못하고 비공개로 감춰두었다. 왜냐하면 너무, 

개인적이어서, 은밀해서, 구질구질해서, 찌질해서, 그리고 지독하게도 사랑을 고백해서. 이건 뭐, 판탈레온에게 푹 빠져 정신을 차릴수가 없더라. 이 남자를 내가 구해내야 한다. 이 남자를 내가 데리고 와야 한다. 이 남자를 군대에서, 페루에서,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서 데리고 도망쳐야 한다. 나는 그런 미친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그리고 외딴섬에 가서 둘이 사는거다. 그러나 판탈레온은 만족하지 못할거다.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만 군대로 돌아가고 싶어할거다. 군복을 꺼내어 입으려고 할거다. 말없이 보내줘야지, 그래요 그래야 당신이 행복하다면 가요, 라고 정말로 울지도 않고 떼쓰지도 않고 보내줘야지. 그렇지만 언제든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돌아와요. 나는 당신 아내처럼 당신을 떠나지 않아요, 나는 미스브라질처럼 당신을 지겨워하지도 않을거에요. 내내 여기에 있을거에요. 아무데도 가지 않아요. 당신을 사랑해요.

이쯤만, 페이퍼에 쓰기로 한다.   

  

틈틈이 '신디 메스턴'과 '데이비드 버스'의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를 읽고 있는데, 이 책 너무 재미있다. 그러니까 뭐 성이나 섹스의 심리라든거에 대해 새롭게 뭔가를 깨닫게 된다거나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켜준다거나 하지는 않는데, 이거 뭐 원서가 원래 이런건지 번역이 이런건지 단어 선택이 예술이다.  

 

 

 

 

 

 

 

문장을 보다가 뿜기를 수차례. 일례로 어제 읽다가 낄낄거린 부분은 이렇다. 여성들이 자기 몸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잡지나 패션모델들 같은 몸매를 타고날 비율은 전체 여성의 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가십 및 패션 주간지들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어깨뼈가 스웨터를 찢고 나올 것 같은 비쩍 마른 영화배우 사진들을 보며 한 페미니스트 웹사이트는 "불가능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pp.284-285) 

아, 완전 만족스러워. 어깨뼈가 스웨터를 찢고 나올 것 같은, 이라니! 눈물나 ㅠㅠ 내 어깨뼈는 절대로 스웨터를 찢을 일이 없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나는 나에게 어깨뼈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척추는 없는 것 같고 ;; 일전에 목욕탕에 갔을때 등을 구부린 여동생의 척추뼈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서는 그 뼈들을 만지며 물었었다. 야, 이게 뭐야? 그러자 여동생은 척추지, 바보야? 척추 몰라? 아, 이게 척추구나. 난 몰랐어. 난 없거등. 그러자 여동생이 언니 척추가 없어? 한다. 나는 응, 없어...라고 답했지. 여동생은 언니도 척추 있어, 라고 말했다. 다만 만져지지 않을 뿐... 

이 책에 재미있는 표현이 아주 많아서 (심지어 개새끼라는 말도 나온다!) 다 읽고 나면 따로 페이퍼를 써 볼 참이다. 아 이 책 정말 ㅠㅠ 웃겨 ㅠㅠ 

 

오늘 아침 내가 내린 커피향은 온전히 판탈레온에게 보낸다. 다른 사람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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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2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갑자기 급호기심 발동입니다. 판탈레온!!! 다락방님께서 올인하시는 그 남자가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장바구니로 던져넣었어요. ^^

다락방 2010-10-22 10:41   좋아요 0 | URL
그는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사람이죠. 그를 조금쯤 대충대충 살게 해주고 싶어요. 옆에서 좀 대충 살아도 된다고 다정하게 말해주고 싶어요. ㅠㅠ

레와 2010-10-22 13:30   좋아요 0 | URL
나는 다락방에게 조금쯤 대충대충 살라고.. 말해줄게요.
응!

다락방 2010-10-22 13:36   좋아요 0 | URL
나 완전 대충대충 사는거 레와님이 제일 잘 알잖아요! 대충대충 대충대충 ㅎㅎ

Forgettable. 2010-10-2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영화처럼 장면 왔다갔다 하잖아요. 근데 그 사이에 뭐 띄어쓰기 이런 것도 없잖아요. 그래서 전 읽기 너무 힘들던데.. ㅠㅠ
암튼 판탈레온같은 남자 좋아하지 말아요.

다락방 2010-10-22 10:44   좋아요 0 | URL
나도 처음에 읽기 힘들더라구요. 왔다갔다 하는데 그 사이에 공백이 없어서. 그런데 읽다보니 괜찮아졌어요. 군대가, 페루가,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너무 가혹해요. 그를 그렇게 두면 안되는거잖아요. 자기들이 그에게 그런 임무를 줘놓고 또 너무 잘했다고 내치려고 하잖아요. 다들 너무 꼴도보기 싫어요. 내가 데리고 오고 싶어졌어요. 니네, 이사람한테 너무 가혹해, 하면서 데리고 도망치고 싶었어요. 그를 구하고 싶어요!

마노아 2010-10-2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새엄마 찬양'을 신청해 놓았더니 도착했다고 빌려가라고 문자가 왔어요. 그런데 이 책이 더 땡겨버리지 어쩌나요. 이번에 도망자 보면서 이나영의 어깨라인과 쇄골에 반했어요. 평생토록 그런 라인은 가져본 적이 없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 대리만족이나 해야겠어요. 아아, 오늘도 자학으로 마무리라니..ㅜ.ㅜ

다락방 2010-10-22 10:46   좋아요 0 | URL
일단 가볍게 [새엄마 찬양]을 먼저 보도록 해요, 마노아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위에 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문장이 띄어지지 않은채로 장면이 자꾸 바뀌어서 좀 어려울지도 몰라요. 일단 가볍게 [새엄마 찬양]으로 온 몸을 훅끈거리게 만든 다음에, 감정을 다잡고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를 보도록 해요. 그리고 나의 판탈레온에게 당신은 잘못한게 없다고 좀 말해줘요.

저는 며칠전에 본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원피스 입은거 보고 완전 쑝 가가지고 바로 저것이 여자의 라인이다, 싶었는데, 제게는 아마 다음생에서나 가능할 것 같아요. ㅠㅠ 다음생에도 인간여자로 태어난다면 말입니다. 돼지말고. ㅠㅠ

기억의집 2010-10-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기 무지 힘들지요. 저는 다락방님처럼 그렇게 판대령이 매력적이지 않았는데...흐흐

락방님, 너무 돼지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자학하는 것 같단 말이에요^^ 전 지금의 유머스럽고 솔직한 락방님만으로 충분해요. 어께 쇄골이라뇨? 그거 다 말라깽이들한테 줘 버리세요^^

다락방 2010-10-22 10:58   좋아요 0 | URL
네 처음에 읽기 너무 힘들었어요. 어 왜 갑자기 이사람이 등장하지? 하면서 편집의 오류인가 싶다가. 하핫.
판탈레온에게 기대고 마음 둘 곳이 필요해 보였어요. 그렇게 곧고 바르고 정직한 사람, 최선을 다해 맡은바 임무를 다하는 사람, 비밀이라고 하면 우직하게 그 비밀을 아내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지켜내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군대는 너무나 가혹한 임무를 줬죠. 그 일을 잘해내기 위해 그는 또 얼마나 노력했나요. 분석하고 연구하고 보고하고.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했고 또 아주 잘해냈어요. 그런데 그에게 돌아온 결과는 쓰디썼죠. 그의 옆에 그 모든걸 알고 있다고 다독여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데리고 도망치고 싶어요. ㅠㅠ

그러게요. 괜히 애꿎은 스웨터 어깨뼈로 구멍내면 안되니까 자학은 이쯤에서 그만둬야겠어요. 히히

다락방 2010-10-2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00, 총 100100

오, 무슨 숫자가 이래!! >.<

chika 2010-10-22 14:30   좋아요 0 | URL
오늘 113, 총 100113 방문

전 13을 좋아해요. 훗!

다락방 2010-10-22 14:42   좋아요 0 | URL
저도 13이란 숫자 좋아해요! ㅎㅎ

... 2010-10-2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남자를 포기하는 이유를 설명해 무엇하랴. 구질구질하다" ===> 오오오오옷, 다락방님 이 문장 너무 멋져요!!!

그러니까 판탈레온은 레오를 포기할 정도란 말인거죠? ㅎ 쿨하셔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10-22 15:13   좋아요 0 | URL
그게 뭐가 멋져요. 포기한건데, 찌질이처럼 ㅠㅠ

그게 근데 말이죠, 뭐라고 해야하나, 판탈레온이 레오를 포기할만큼 이냐고 물어보면, 답을 할 수가 없어요. 둘에 대한 내 사랑은 달라요. 레오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포기'한 것 뿐이에요. 사랑을 '멈추'기로 작정한거지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고. 판탈레온은, 옆에 있어주고 싶어요. 그 사람, 너무 맹렬하게 살아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일을 해내는데, 사람들은 그를 제대로 알려고 들질 않아요. 너무들해요 정말. ㅠㅠ 내가 아니까, 그런데 내가 아니까, 내가 안다고 해줘야 해요. 판탈레온은 그런 사람이에요, 나에게. 흑흑 ㅠㅠ

노이에자이트 2010-10-2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꽃들... 19금인 거 같던데...그게 은근히 유명해서 지금도 헌책방 돌아다니면서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네요.저는 그 시리즈 중 <어제 뿌린 씨앗들>만 있어요.90년대 초반에서 중반에 인기가 있었죠.

다락방 2010-10-22 16:17   좋아요 0 | URL
저는 그거 다섯권 다 있어요. 움화화핫.

맞습니다, 노이에자이트님. 전 중학교 1학년때 그 책 읽고 성교육 했어요. 스스로. 작가가 실제로 갇혀서 은둔생활을 했다고 해서 꽤 충격받았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다른 작품들도 다 읽었거든요. 오도리나 라든가 헤븐이라든가 하는 책들이요. 그녀는 근친상간이라는 소재를 빼놓지 않더라구요. 다락방 시리즈는 지금도 가끔, 아주 가끔 들춰보곤 해요. 제가 만약 중학교때, 그 어린 나이에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처럼 강한 인상을 받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책을 만나는 것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10-23 16:26   좋아요 0 | URL
예.작가가 어릴때 다쳐서 평생 장애인으로 지냈으니까요...여하튼 우리나라처럼 교조적인 인습주의가 교육인양 자행되는 곳에서 그런 작품이 인기를 얻었다는 게 신기합니다.청소년용으로 선전되어 중고교 도서관에서도 대출되었다고 하니까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 검열이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0-10-23 23: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텔레비전에서 그 당시에 권장도서로 나왔던 게 기억나요. 그래서 반 친구가 샀던건지, 반 친구가 산게 먼저였던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예요. 전 작가가 굉장히 궁금해졌어요. 이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게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인데, 어디가서 버지니아 앤드류스를 좋아한다고 말했었는데, 대체 그 작가의 삶은 어떤건지 엄청 궁금하더라구요. 누군가가 그녀의 삶이 어땠는지 연구해서 책을 좀 내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전기문도 자서전도 좋아하지 않는데 버지니아 앤드류스라면 읽어볼 의향이 있거든요. 다락방의 꽃들에서의 크리스는, 작가 본인의 로망이었던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10-24 14:55   좋아요 0 | URL
물론 무관심한 사람들이야 모르겠지만 다락방의 꽃을 읽은 90년대 한국청소년들 정서는 문화연구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까운 일본도 그렇지만 영어권에서는 정말 전기나 평전류가 발달해서, 작가들의 일생을 아주 꼼꼼이 다룬 전기가 정말 많더군요.앤드류스 전기도 틀림없이 나와 있을 겁니다.우리나라에선 전기가 별로 인기장르가 아니라서 번역이 안 되어 있으니 유감이지요.앤드류스도 작고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군요.

다락방 2010-10-24 18:0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앤드류스의 전기가 분명 나와있을 것 같다구요. 그냥 지나치기에는 그 작가가 써놓은 작품들은 지독하게 가슴 아프잖아요. 어쩌면 나와있을텐데 제가 읽을 수 없는 곳에 있는가봐요.
혹은 영어로 나와있다면 저는 영어공부를 해야만 읽을 수 있겠지요. 윽. 공부는 정말 싫은데.. ( '')

이 책을 읽은 어떤 사람이 써놓은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을 로맨스로 분류했더라구요. 로맨스 소설의 대표작 운운. 그러고보니 이 책을 읽었다는 사람은 다들 여자사람들이었어요. 다들 로맨스로 생각한걸까요, 이 소설을? 이 책의 분류는 어떻게 될까요, 노이에자이트님?

노이에자이트 2010-10-25 15:58   좋아요 0 | URL
남자들도 꽤 읽었을 걸요...굳이 분류하자면 약간 강도가 센 할리퀸 시리즈? 아니면 로맨스 소설이라 해도 좋겠죠.여하튼 80~90년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던 다른 로맨스 작가들, 예를 들어 다니엘 스틸이라든가...주디스 크란츠와는 다른 음습한 매력을 풍기는 작품을 썼다고 봅니다.

다락방 2010-10-25 16:18   좋아요 0 | URL
다니엘 스틸과 주디스 크란츠와는 완전히 다른 장르라고 생각했는데요, 전. 노이에자이트님도 이것을 로맨스로 분류하시는 군요. 저는 로맨스로 분류하지 않는데, 그렇다면 딱히 뭐라고 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남자들도 할리퀸도 읽고 로맨스도 읽는군요. 다니엘 스틸까지!

노이에자이트 2010-10-26 17:06   좋아요 0 | URL
뭐...공포엽기소설에 가까울 수도 있지요.다락방의 근친상간 운운하니 막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구요.그런데 막장은 아시겠지만 고전들 중에도 많아요.

그리고...여성취향의 다니엘 스틸인 건 맞지만 마초냄새 풍기는 안정효씨가 다니엘 스틸의 대표작인 <조야>를 번역했다는 사실! 일종의 로맨스 대하소설이지요.주디스 크란츠<데이지>도 대하소설 같은 골격을 갖고 있죠.재밌고 감동을 주면 됐지요.

다락방 2010-10-27 09:06   좋아요 0 | URL
전 막장이라고 생각은 안했는데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걸 막장으로 생각할 순 없을것 같아요.

아니, 로맨스 소설의 번역을 ... 마초 냄새 풍기는 분이 번역을 했단 말입니까! 오, 놀랍습니다. 저는 다니엘 스틸의 소설은 읽어본게 별로 없어서(전 로맨스는 산드라 브라운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말이죠) 잘 모르겠는데, 그 로맨스 소설도 하오체로 번역되어 있겠죠? 하하하하.

poptrash 2010-10-2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다닐때 방학이면 이모집에 가곤 했는데 사촌누나들이 다락방의 꽃들을 돌려보곤 했어요(닥터스 도요). 어느 날인가는 도대체 무슨 책인가 큰누나의 책상 책꽂이에서 뽑아 볼라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누나가 손바닥을 찰싹 때리며 "너는 이런 거 보면 안돼"라고 했어요. 얼마나 서러웠는데요 엉엉

그러고보니 닥터스 뒷표지에 써있던 말도 생각나네요. 사람에게는 237개의 뼈가 있고(맞나?), 의대생들은 사랑을 나눌 때 조차 그 뼈를 하나하나 손으로 확인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는데... 그걸 보고 도대체 이게 뭐야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의대에 갈 수 없었던 걸까요?

다락방 2010-10-22 17:50   좋아요 0 | URL
365개의 뼈 아니었나요? 저는 365개의 뼈로 기억해서. ㅎㅎㅎㅎㅎ(이거 찾아봐야겠어요)

제 남동생은 군대가서 다락방의 꽃들을 읽었는데 읽고나서는 대체 그 소설을 왜 좋아하냐며 저한테 엄청 뭐라고 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전 오늘 진짜 엄청나게 술을 먹고 쓸쓸함에 쩔다가 집에 가는길에 혼자 우동을 먹고 싶은데, 오늘 저의 약속상대는 술을 먹고싶어하질 않네요. 아 약속장소에 나가기 싫어서 뭐라고 핑계라도 대고 싶은 심정이에요. 후딱 만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동네 놀이터에 앉아 캔맥주나 홀짝일까봐요. 아 정말 가을의 금요일밤이 이렇게 저물어가나요.

라고 쓰고보니 댓글이 산으로 가도 한참 갔네요.

기웃.. 2010-10-2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브론테님 블로그에 들렸다가 다락방님의 '밀레니엄' 글을 보고 기웃거려요. 왜냐면 오늘 밀레니엄 시리즈를 다 읽었거든요. 본 소감은 처음에 20000페이지가 넘어 -원서3권- 이것을 언제 읽을까 조금 주저하게 되었는데, 워낙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스티븐 킹 아저씨가 올해 강력 추천한 책이라 결국 열흘 조금 넘게 걸려 다 읽었죠. 읽는 동안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완전히 몰입해서 봤습니다. 작가가 죽기 전에 원래는 시리즈를 10부작으로 계획했다가 갑작스런 돌연사로 3부작 밖에 볼 수 없어 너무 아쉽기도 하고요. -작가의 머리 안에 다른 7개의 스토리가 어떻게 그리고 있었을지.. 정말 아쉽죠.- 여주인공으로 천재 해커가 나오는데요.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딱 다락방님이 떠오르더군요.. ^^ 아마 즐거운 시간 되실겁니다.

다락방 2010-10-22 18:17   좋아요 0 | URL
아니, 기웃님. 여주인공으로 천재 해커가 나오는데 왜 제 생각이 나는걸까요? 저는 '천재'와도 '해커'와도 거리가 먼데 말입니다. 하하하핫
전 이미 사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문제는 1만2천원을 더 지르느냐 마느냐 하는겁니다. 오만원을 채워서 이천점 마일리지를 받을까 말까. 책을 사지 않기로 했으니 이것만 사고 말까. 이걸 아직도 갈등을 끝내지 못해서 내내 손톱만 물어뜯고 있습니다, 까지는 아니고 계속 갈등하고 있어요. 그런데 완전히 몰입하게 될 만한 소설이로군요! 네,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아, 이 댓글을 쓰는데 갑자기, 집에 있는 두꺼운 율리시스가 떠올라요. 올해안에 읽기로 결심했었는데..ㅠㅠ

브론테 2010-10-22 18: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와, 기웃님 누구신지 궁금하다. 제 서재를 먼저 들르시고 다락방님 서재로 오셨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로를 택하시는 분이 알라딘에 계시다니요... 놀라워요, 놀라워.

[밀레니엄]에 관한 의견은 저와 기웃님의 생각이 비슷하네요. 저도 다락방님께 그렇게 말씀드렸거든요 ^^
다락방님, 요사로 나머지 만 이천원치를 채우세요!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1, 2권 흣.

다락방 2010-10-23 23:0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그게 왜 말이 안돼요!! 알라디너가 아닌 제 친구도 브론테님을 알던데요! 브론테님 서재를 수시로 들러 책 리스트를 업데이트 한대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브론테님은 꽤 매력적인 알라디너에요! 히히

저 진심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를 살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렇게 오만원을 채울까요? (아직도 안질렀음 ㅋㅋ)

2010-10-22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3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2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3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10-2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책은 정말 살면서 지금까지 제 나이만큼의 굴욕과 수치를 추려보았는데 그 중에서 4가지 정도를

이야기 한거 같은데 하나씩 하나씩 할때마다 그 양반의 표정이 굳어가는걸 이제야 알게 됬어요.


2010-10-24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4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4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4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4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0-2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드라 브라운<화요일은 가고>는 거의 범죄수사물에 가깝지요.은근히 하드보일드 분위기고...아주 재밌었습니다.미국 루이지애나 주하면 그 소설이 떠오릅니다.그런 걸 보면 굳이 장르를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대중소설과 순수문학을 구분하는 것도 별로 찬성하지 않습니다.대중소설 중에도 아주 좋은 작품이 많지요.

다니엘 스틸 작품은 꽤 많이 구해놨어요.예전 최진실 씨가 20대 때 다니엘 스틸 번안한 연속극에 나온 적이 있지요.안정효 씨가 워낙 많은 작품을 번역했기 때문에 다양한 번역작이 있지요.하오체라...농담이시죠? 아직 왕성히 활동하는 작가인데...

<조야>를 다니엘 스틸의 대표작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요.영화로도 만들어졌고...스틸 작품은 방송에서도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다락방 2010-10-27 17:17   좋아요 0 | URL
저는 최근의 로맨스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읽은 번역된 로맨스 소설들은 거의 대부분이 하오체였어요. 여자주인공은 남자주인공에게 높임말을 쓰고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에게 언제나 ~했소, ~하오 라고 얘기했거든요. 요즘에는 그런식으로 번역되지 않는가보죠? 하오체 번역은 농담이 아니었어요!
산드라 브라운은 [프렌치 실크]나, [위험한 특종]도 말씀하신 범죄수사물에 가깝네요. 아주 재미있어요.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0-10-2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던가요...제 것은 거의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대말로 번역되어 있네요.아마 하오체는 왜 여자는 남자에게 존대말을 해야 하느냐는 항의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요.

요즘도 할리퀸 시리즈가 나오는지 모르겠어요.사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작가들도 우리나라에선 이제 추억의 작가들이죠. 요즘 눈에 확 띄는 로맨스 작가로 누가 있나요?

다락방 2010-10-27 17:57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최근 작가라면 줄리아 퀸 뿐인데, 줄리아 퀸의 작품 조차도 꽤 오래전에 번역된 것들이에요. [신사와 유리구두]가 아주 좋죠! 작가가 하버드 출신이라는데,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의 말싸움이 진짜 압권이에요. 유머감각이 아주 통통 거려서 재미있어요. 최근 작가인줄은 모르겠네요. 저는 요즘에도 가끔 보는 로맨스라고는 산드라 브라운이 전부여서요. 할리퀸 시리즈도 지금 나오는지는 전혀 모르겠네요. 저도 고등학교때 교과서에 숨겨서 보다가 선생님한테 들켰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0-10-2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산드라 브라운 좋아하시는구나! 할리퀸의 추억이라...아...저녁 일할 시간이 다가왔네요.그럼 이만...

다락방 2010-10-27 18:04   좋아요 0 | URL
저도 이만 퇴근을 하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0-28 15:20   좋아요 0 | URL
저는 저녁 일해야 하는 시간이 다락방 님 퇴근 시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