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한창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4월
구판절판


그것도 사랑이라면,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저도 모르게 저이랑 손잡고 사람 없는 바닷가 모래밭쯤을 걸어 보기라도 한다면, 싶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붉어지고, 고개가 돌려지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그러다가 억지로 손에 일을 잡는 것도 사랑이라면, 글쎄 사랑이었다. 승희네가 보기에 문기사의 긴 머리가 손가락 걸기 좋아하던 남자와 닮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이 남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뭔가 이름하여 부르기 어려운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파고들고 몸을 가볍게 했다. 그래서 그녀의 가슴은 근래 들어 벙글어지고, 가렵고, 축축했다.

-171-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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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2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거리는 글이에요. 다락방님 좋아하시는 작가분이죠? 저는 읽은 책이 없는데;;; 요즘 자꾸 관심가네요. 남자분인데 굉장히 감성적으로 와닿는 글을 쓰시네요.

다락방 2010-10-29 00:11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아직 한창훈님의 글을 읽은적이 없으시다면, 저는 당연히 [나는 여기가 좋다]를 권해드립니다. 그걸 읽으신 후에 한창훈님의 다른 글을 읽으실지를 결정하시는 게 좋을것 같아요. [나는 여기가 좋다]는 정말 최고에요! [홍합]은 약간 서투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에서의 에피소드를 살짝 소설로 엮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나쁘다는건 물론 아닙니다. 오히려 진솔하게 느껴지죠. 그러나 정말 한창훈님의 최고는 [나는 여기가 좋다] 이며 그 안에서의 [밤 눈]과 [올 라인 네코] 입니다!

sslmo 2010-10-2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인생이 허기질 때는 아직 못 읽었고,
홍합은 뭐랄까 너무 버서목 뒤집는 느낌이어서 별로였어요~

님의 발췌 문장을 보니,
또 다시 '흠흠~'거리며 마른 기침을 하게 되는 걸요~^^

다락방 2010-10-29 00:14   좋아요 0 | URL
저 [홍합]도 너무 좋아서 페이퍼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요즘 너무 기운이 딸려서(끙;;) 못 쓰고 있었어요. 조만간 써볼 생각입니다. 그런데요 양철나무꾼님, 제가 한창훈님의 책을 여태 세 권 봤거든요. 그 중에 가장 좋은건 [나는 여기가 좋다]였어요. 양철나무꾼님이라면 [밤 눈]도 물론 좋아하시겠지만 [올 라인 네코]를 가장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다른 단편을 더 좋다 하실수도 있지만요. [나는 여기가 좋다]는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좋아할 만한 단편이에요. 감동 감동 ㅠㅠ

좀전에 친구가 전자렌지에 만두를 돌려먹는다는 문자메세지를 보내왔어요. 만두, 하니까 당연히 이제는 양철나무꾼님 생각이 납니다.

저 페이퍼 하나 쓸라고 들어왔는데 취해서 못 쓸 것 같아요. 제가 페이퍼를 쓸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poptrash 2010-10-30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사랑이었다니깐요

다락방 2010-10-31 10:08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전 알아요. 그게 사랑이라는 걸!

유부만두 2010-10-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선생님의 <향연> 도 좋다구요!

다락방 2010-10-31 10:08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 유부만두님. 차곡차곡 읽어볼게요. 한창훈님 글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