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고독으로부터 찾는 해답 서양문학의 향기 10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어렵다. 어제를 살았고 오늘을 살고 그리고 내일을 살아간다는 것, 일년 후와 십년 후를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 맞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 용기로 살아보지'라고 하는 말들을 우리는 종종 듣게 되는데, 정말 어려운 것은 죽는게 아니라 사는것이다.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삶을 끝내는 것보다 더 큰 용기와 지혜와 견딤과 그리고 의지가 필요하다. 


여기서 삶이란 '인간적인 삶'을 의미한다.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숨고 도망쳐야 한다. 좀비에게 물려 좀비가 되는 걸 선택하는 일은 쉽다. 그것은 어떤 행동도 더 하지 않고 그자리에 있으면서 포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달리고 또 달리고 숨고 또 숨고 생을 이어가기 위해 음식을 찾아내고 또 물리길 원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이 모든 과정들이 더 어려운데도 우리는 숱한 좀비영화에서 볼 수 있다. 끝끝내 좀비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들을. (나는 이래서 좀비 영화를 좋아한다.)


코로나가 창궐한 세상에서도 마찬가지. 내가 하기 쉬운 선택들만 골라 한다면, 그러니까 병원에 부러 찾아가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살아간다면 코로나에 전염될 확률이 높지만, 굳이 그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백신을 맞고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영화 그래비티 에서는 그저 가만 있으면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살아내려고 알지 못하는 외국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동안 배운 것들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며 그 다음으로 나아가고자 끊임없이 시도하고 시도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무사히 살아 귀국한다고 해도 그녀에게 죽었던 딸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귀국을 반겨줄 사람이 없음에도 그녀는 더 어려운 '살기'를 택한다. 인간의 삶이란 것은 더 어려운 것이 맞다. 산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것을 기어코 해내는 것이 삶이며 인간인 것.



얼마전에 우연히 티비에서 한 목사의 설교를 듣게 됐다. 평소 인기가 많아 티비에 자주 나오는 목사였고 그래서 가끔 보게 되는데, 하는 말마다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목사였다. 짜증나는 말중에 기억나는 건, 성공한 남편 뒤에는 우는 아내가 있다는 거였다. 아내가 많이 울수록 남편이 성공한다는 취지의 말이었고, 기독교가 보수적인 종교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이 너무 끔찍했다. 남편의 성공을 위해 아내는 그 많은 날을 울어야 하는가, 그걸 견뎌야 하는가, 그래서 인자하고 어진 아내가 되어 훗날 훌륭한 남편의 배우자로 우뚝 서야 하는것인가. 재수없었다.

그 목사가 또다른 방송에서 얘기하고 있었다. 부부간의 일에 대한 고민을 듣고 그에 대해 게스트들을 불러 상담하고 결국 설교하는 그런 방송인가 보았다. 일반인들의 편지와 게스트들의 일화들이 나왔는데, 그 목사가 방송을 마치면서 예의 보수적이고 고루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다가,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하는 거다. 혼자 사는 건 쉽다, 같이 사는 게 어려운 거지.


늘 내가 해오던 생각이고 해오던 말인데 그 목사의 입을 통해 들을 때는 그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혼자이길 선택하고 혼자이길 원하는 것, 거기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앞으로의 삶도 이렇게 꾸려나가고자 할 때의 나는 혼자의 편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목사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나는, 더 어려운 걸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목사는 같이 사는게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함께 살아가다보면 성장을 한다는 거였다. 혼자이면 편한대로 살아 성장할 수 없지만 함께 살면 나와 다른 사람에게 서로 맞춰주고 인내하면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거였다. 나는 이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고, 완전히 다른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삶이란 것이 죽기보다 더 어려운 걸 선택함으로써 이어진다고 생각해왔었는데, 그리고 더 어려운 걸 선택하는게 기어코 인간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뜻한다고 보여졌을 때, 그렇다면 혼자 사는 조금 더 편한 삶보다 누군가랑 함께 섞여 힘들고 고통스러우며 또 타협해야 하는 순간들을 보내야 하는 것이 더 궁극적인 인간의 삶인건 아닐까, 하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함께할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가, 그것이 궁극적 인간의 삶으로, 그러니까 성장하는 삶으로 나를 이끌 것인가. 



사실 나는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왔다. 그건 늘,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 고독한존재라고 생각한다. 외로움과 고독이 주는 느낌은 그러나 좀 다르다. 내가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 것, 평생을 함께 가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외로움'이라 정의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상쇄하기 위한 선택을 하고자 할 것이다. 친구를 만들고 애인을 만들고 그래서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할 것이다. 내가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고독'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삶을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독이 인간에게 필연적인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렇다면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 어쩌다 내게 닥친 고독한 시간에 나는 그 시간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고독이 찾아들면 나는 사색하고 사유하고 관찰하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내 고독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다른 사람의 고독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고, 내가 고독한 것처럼 다른 모든 고독한 존재들과 손을 내밀어 관계를 맺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게 아니라, 고독한 나와 고독한 네가 만나는 것이다. 고독은 해소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선택해온 시간이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이, 저 목사의 말을 빌자면, 그렇다면 더 쉬운 것이었나. 이것이 며칠째 내게 찾아들어 나를 괴롭게 했다. 나는 내가 더 쉬운 걸 선택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내가 선택한 것이 나를 성장으로 이끌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괴로웠다. 최근에 인셀(비자발적 독신)에 대해서도 생각했는데, 인셀들을 놓고 보자면 누군가와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는 목사의 설교가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닌가. 성장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퇴보하며 자신을 그리고 타인까지 망치지 않는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함께 살지 않기 때문이고 그것은 외로움 때문이고, 그렇다면 내가 여기에서 뭐가 다르고 얼마만큼 멀다는 건가. 내가 선택한 혼자는 인셀들의 혼자와 다른것인가?



여기, 릴케가 있다. 아니, 있었다. 프라하에서 1875년에 태어난 시인 릴케가 2023년의 내게 와 읽힐 줄, 릴케는 알았을까? 이 책은 한 젊은 사관생도가 자신이 선택한 길이 맞는 길인지 고민이 되는 젊은 시절에 자기 말 좀 들어달라며 릴케에게 편지를 쓰면서 시작한다. 이미 자신보다 앞서 자신과 같은 길을 지나쳤고 그리고 자신처럼 고민했던 릴케에 대해 알았던 까닭이다. 처음 이 사관생도의 편지를 받고 릴케가 답장을 보내준 때가 1903년, 그의 나이 28살 때이다. 놀랍게도 릴케는 답장에서 인간은 모두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자신의 그러한 깨달음을 고민 많은 청년에게 들려주었던 거다. 나는 인간의 고독함, 인간의 삶이 본질적으로 고독하다는 것을 아주 늦게 깨달은 것 같은데, 릴케는 세상에 그걸 일찍 깨달아서 스물여덟살엔 다른 사람에게 그에 대해 말해주기도 하다니. 어떤 사람들은 삶의 진리를 스스로 일찍 깨닫기도 하는 것이구나. 그의 이런 깨달음은 그의 성장일텐데, 그건 그가 그렇다면 혼자가 아니었다는 뜻인걸까?



그랬다.

릴케는 혼자가 아니었다. 

고독에 대해 깨닫고 그걸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 편지가 진행되는 내내 릴케가 싱글인 줄 알았는데, 아니 이 편지를 쓴 시점에 이미 결혼 3년차였던 거다. 그에겐 아내도 있었고 아이도 있었으며 우정을 나누는 친구도 여럿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성장과 그의 깨달음은 누군가와 더불어 함께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정말로, 혼자 사는 것은 쉬운 일인가? 어려운 건 함께 사는 일인가? 내가 혼자인 게 편하기 때문에 더 쉬운게 맞나?

고독대신 사랑과 우정을 선택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당신의 고독을 사랑하고 고독이 만들어내는 고통을 당신의 아름답게 울리는 비탄으로 견디도록 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은 당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멀리 느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것이 당신의 주위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의 영역이 이미 별들 바로 밑에까지 다다를만큼 커졌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p.45



나는 혼자인 게 더 쉽고 같이 사는게 더 어렵기 때문에 같이 사는 걸 해내면서 성장한다는 목사의 말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틀리지 않기 때문에 내내 떠오른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참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릴케의 말을 빌자면, 고독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내 주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내 주위가 넓어진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게 더 많아진다는 것을 뜻할 것이고, 그것은 그게 뭐가됐든, 그러니까 그것이 사랑과 우정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음을 뜻한다고, 또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고독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내 주위를 넓게 만드는 것, 릴케가 말하는 바로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성장이 아닌가.




우리가 어려운 것을 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어려운 것을 향합니다. 자연 속의 모든 존재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자라며 자신들을 방어하고 또 안으로부터 제 특징을 만들어내며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리고 어떠한 저항에라도 맞서면서 그와 같은 고유성을 지키려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우리가 어려운 쪽을 향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와 같은 확실성만이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고독하다는 것은 훌륭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언가가 어렵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것 역시 훌륭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어려우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 중에서 가장 힘든 과제인지도 모릅니다. -p.68



인간의 삶이란 것은 왜 계속 어려운 길을 향하는가, 왜 삶을 포기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가, 에 대해 나는 종종 생각해왔는데, 릴케는 말한다. 어렵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라고. 그 어려움은 사랑일 것이고, 고독일 것이었다. 기어코 저항하거나 견뎌내거나 버텨내거나 내딛는 일,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일들이 우리를 결국 살아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 한편 고독과 사랑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릴케의 삶을 놓고 보자면 그는 타인과 함께 살기를 하고 있었으나 인간의 고독을 알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함께 사는 것은 어렵고 그것을 해내면서 성장한다는 말은 참이되 그러나 반드시 참은 아닌 것이, 함께 산다고 해도 인간의 고독을 깨닫지 않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과 우정이 바탕이 되어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고 할 때에도, 그것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너와 함께 살면서 우리가 각각 고유한 자기만의 고독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 함께의 삶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나의 외로움만 해소하기 위한 더불어 삶이라면 그것이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겠는가. 그것은 그저 어려움일 뿐이고 그 어려움은 빡침일 뿐이다. 너와 내가 함께하는게 어렵다는 걸 알고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나의 고독과 너의 고독을 인정하는 것이 필수일 것이다. 함께 사는 삶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인간은 어려운 걸 선택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우리는 고독한 존재라는 사실을 필히, 필히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고독하다. 당신도 고독하다. 인간은 모두 고독하다. 

어느날 문득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당황하지 말고, 바로 이 말을 떠올리면 된다.

아 맞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고 했지!!

그 순간 우리의 삶은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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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02-07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중립적인(?) 다락방님의 글은 처음 읽는 것 같습니다요.
매사에 중립상태인 저는 어려서부터 릴케처럼(?) 살아온 것 같습니다요.
고독이 고독인 줄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냐, 고독에 흔들리지 않도록 본인을 세팅할 것이냐...

다락방 2023-02-07 15:26   좋아요 2 | URL
음, 이 글의 어떤 부분이 물감님으로 하여금 중립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을까요? 하하.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은 중립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당연한 인생의 법칙들을 일찍 깨닫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릴케가 그런것처럼 물감 님도 그런 분이신가 봅니다. 저는 제가 스스로 깨닫는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그러나 늦게 깨닫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독이 고독인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런대로 자기 삶을 영위해나가면 될것이지만, 저는 인간이 고독하다는 걸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쪽이 좀 더 좋아요.

독서괭 2023-02-07 12: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자기가 옳다고 믿는 방향이 다른 사람에게도 옳다고 주장하면서 이건 어려운 길이고 저건 편한 길이고, 요즘 사람들은 편하게만 살려고 한다니까 하면서 혀를 쯧쯧 차고.. 저는 저 목사가 누군지 모르지만 뭔지 알겠습니다. 자기가 뭐라고 이건 어려운 길 저거 편한 길 운운하나요. 정말이지 편협하네요. (짜증)
저는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일이 오히려 편한 길이랄까, 수동적으로 흐름대로 따라간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애 낳으라는 숱한 강요 속에서 홀로 살아가려면 어지간히 꿋꿋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어휴, 난 저렇게 애 키우면서 힘들게 못 살아‘라며 비혼/비출산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삶을 편안하게만 산다고, 어려움을 선택해서 성장하려 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요. 삶에서 어려움/도전이라는 게 결혼과 출산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애초에 좀 편한 걸 선택하는 걸 비난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저도 얼마전에 이 책 읽었는데 그냥 심상하게 읽었거든요. 다락방님 인용해주신 글도 기억이 안 나지만 ㅎㅎ <가치있는 삶>과 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고독을 인정하고, 가족과 사랑을 나누며 매일 성장하고 계신 다락방님!!^^

다락방 2023-02-07 15:32   좋아요 2 | URL
맞아요, 독서괭 님. 애초에 편한걸 선택한다고 해서 비난할 이유도 없는 것이겠지요. 함께 사는 삶이 어려운 건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나 말씀하신 것처럼 혼자 산다고 성장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일테고요. 독서괭 님 댓글을 읽으면서 저는 저 목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정치인이라면 정치 안에서 종교인이라면 종교 안에서 끊임없이 사유해야 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자기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차단하기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내가 제일 잘하고 내가 제일 높고 내가 늘 옳다, 는 생각에 빠지기 쉽겠지요.

저는 릴케 이름만 들어봤지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이 젊은 시인이 고독을 알고 있었네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조언도 해줄 수 있는 젊은 시절을 보냈어요. 크- 인간이 고독함을 깨달은 젊은이라니.

아무튼 독서괭 님, 우리는 모두 가족과 사랑을 나누며 매일 성장합시다!! 그리고 독서괭 님과 저의 이 관계 안에서도 성장합시다. 만세!!

- 2023-02-07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로움과 고독은 아주 다른 종류의 무엇임이 틀림없습니다. 이제서야 가까스로 삶에서 고독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는 인간이 이 글을 고독 속에서 (ㅋㅋ) 음미하고 갑니다. 저는 이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읽고 나니 릴케 당시 27세 인게 너무 웃겼지만ㅋㅋㅋㅋ 암튼 너무너무 혼자가 되고 싶었을 때 읽었거든요. 다시 읽으면 이제는 또 다를 것 같아요.

외로움과 고독의 간극 보다는 고독과 사랑의 간극이 더 가깝다고 여겨져요. 음… 정말로 고독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다스리는 것은 사랑하며 같이 사는 것 만큼이나 어렵고, 또 사랑하면서 같이 살기 위해 전제되어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요.

삶이 어려운 건 맞지만 너무 어려워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3-02-08 14:32   좋아요 1 | URL
저렇게나 젊은 나이일 때 고독을 알고 남에게 말해줄 수 잇다니 너무 대단합니다. 저는 스물여덟에 가만있자, 뭐했더라... 아무튼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의 이십대여..

사랑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나의 고독과 너의 고독을 알고 시작한다면 어려움이 조금 덜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삶이 너무 어렵진 않았으면 좋겠고요, 그런데 가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는 건 정말 짜릿합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샘솟아 버려요. 기운내서 잘 삽시다!!

감은빛 2023-02-0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상황과 관계는 다 다르지요.
다락방님은 결혼이라는 삶의 방식을 삶의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
결코 혼자인 것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결혼해서 남들 보기에는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사람이
다락방님보다 더 외롭게 철저히 더 혼자 살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 목사의 말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많은 말들이 그렇듯,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락방님은 그 목사라는 사람과 달리
늘 고민하고 실천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죠.
그저 그런 뻔한 말들을 쉽게 내뱉는 사람과는 분명 다릅니다.

다락방 2023-02-08 14:34   좋아요 0 | URL
어휴 너무나 감사한 감은빛님. 언제나 제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제 편을 들어주셔서 제가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ㅎㅎ 저는 감은빛님에 대해서라면 뭐랄까, 앞으로도 계속 제 편이 되어주실 것 같은 그런 믿음같은 것이 있습니다. 후훗. 저는 그런 감은빛님께 실망을 드리지 않을 수 있도록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조만간 만나서 소주나 마셔요, 감은빛 님!

은오 2023-02-08 0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인간이 성장한다고 생각하긴 해요. 근데 그게 꼭 누군가랑 같이 살아야만 맺을 수 있는 결실은 아닌 것 같고요. 목사의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꼭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해서 고행을 자처해야 하나 하는 의문도 듭니다. 살다보면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게 고통인데 그렇다면 저는 피할 수 있는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성장따위...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고독한 나와 고독한 네가 만나는 것. 너무 좋습니다!
다락방님의 리뷰도 좋고, 이 책이 다락방님께 별 5점이라 좋네요❤️

다락방 2023-02-08 14:36   좋아요 2 | URL
맞아요, 은오 님. 은오 님의 말씀이 아주 정확합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인간이 성장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꼭 같이 살아아먄 가능한 것은 아니다, 라는 말씀이요. 아주 정확하십니다. 그걸 깨닫기 위해서 저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 했던 것 같은데 은오 님은 또 벌써 깨닫고 계셨네요. 아 지혜로운 젊은이여!! 존경합니다!! 은오님이야말로 남들보다 더 빨리 깨닫는 분이신 것 같아요. 저의 젊은 시절은 똥같았기에.. 하아- 이렇게나 똑똑한 젊은 여성을 보면 배꼽 저 깊은 곳에서부터 애정이 샘솟습니다!!

고독한 은오 님과 고독한 제가 만나 아름다운 우정 펼쳐 가십시다. 만세!!

단발머리 2023-02-09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오늘 아침에 한 번 더 읽었어요^^

그 목사님의 ‘같이 사는게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함께 살아가다보면 성장을 한다‘는 의견은 아주 조금만 맞는다고 전, 생각하는데요.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사는대로‘ 살고 ‘다른 사람들처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지금 상황에서는, 평범하게(?) 결혼하는 게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게 훨씬 ‘쉬운‘ 결정이라는 거죠. 물론 세대가 급변하고 있지만, 혼자 있기로 하는 선택에는 더 많은 고민과 결정이 녹아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사는 건 힘들고 함께 살다가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구요. 경험해봐야 배울 수 있지만 경험했다고 해서 다 의미있는 깨달음을 얻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말 그대로 케바케....

오래 오래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사유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글은.... 다락방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기쁘고 또 기쁩니다.

- 2023-02-09 08:31   좋아요 1 | URL
같은 말이라도 삶에 빗댄 사색이 있고 없음의 농도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두분 우정 보기 좋아요 ㅎㅎㅎ

다락방 2023-02-09 08:37   좋아요 2 | URL
제가 그 목사님의 말을 참이라고 생각한 까닭은 바로 저 자신이 더 쉽기 때문에, 더 편하기 때문에 혼자를 선택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었어요. 단발머리 님은 저와 오랜시간 알아오셔서 저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실텐데, 제가 혼자인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그 혼자인 걸 좋아하는 데에는 ‘다른 사람한테 맞추기도 타협하기도 싫은‘ 성향이 분명이 아주 강하게 존재하거든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하는 거였어요. 이번에 베트남 여행에 굳이 혼자 간것도 그렇게 하는 편이 더 쉽고 편하기 때문이었어요. 가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 선택과 결정을 모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저는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하고 또 인내하고 배려하는 그 모든 과정을 아예 빼버린거죠. 그거 하기 싫어서요. 그렇다면 저는 어려운 과정을 생략하고 싶었던 게 맞잖아요. 그렇게 놓고보니 저 목사님의 말이 저를 아프게 찌르더라고요. 맞네, 같이해서 더 어려운 걸 나는 선택하지 않았네, 라고요. 뭐랄까 쉽게 말해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게 참 괴로웠는데, 그런 한편, ‘그러나 남들과 함께 산다고 성장하는가?‘를 물었을 때 그건 참이 아니더라고요. 그저 살아가면서 저 모든 과정들이 생략된다면 -타협, 대화, 인내, 배려- 그건 그냥 다툼과 불만만 연속인 삶일테고, 그것이 어떻게 성장이 되겠는가.. 하니까, 반드시 참인 것만은 아니고 그것만이 참인 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혼자 살든 같이 살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그걸 발판삼아 성장할 수 있는게 아닌가, 인간에 대한 이해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진 고독을 받아들이면서 시작하는 게 아닌가..

맞아요, 단발머리 님. 경험해봐야 배울 수 있지만 경험했다고 해서 다 깨달음을 얻는 건 아니죠. 같이 살면 성장할 수 있지만, 같이 산다고 다 성장하는 건 아닌 것도 맞고요. 혼자여도 성장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거고 말입니다.

아침에 단발머리 님 댓글은 참 반갑고 좋으네요. 물론 저녁에도 좋고요, 밤에도 낮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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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페더 지음, 박다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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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순간 우리는 상실로 인한 슬픔을 끌어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것은 극복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그전에 없던 것이 이제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 전의 삶과 지금의 삶이 달라졌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우리중 누구도 이 과정에서 도망칠 수 없고 그러므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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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2-07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도! 자연스러운 일이 어른이 되면서 어려워지는 건 아닌가합니다.

다락방 2023-02-07 11:55   좋아요 2 | URL
저자는 대학 신입생 시절 엄마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거든요. 거기에서 오는 상실감 슬픔 그리고 어떤 죄책감 까지 다 얘기하고 있어요. 눈물콧물 흘리면서 읽었네요. 어휴..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
제임스 볼드윈 지음, 박다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강하게 있을 때조차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야하고, 그렇게 하는 데에는 독서가 아주 도움이 된다. 제임스 볼드윈이 흑인이라고 쓴 자리에 여성을 넣어도 달라질 게 별로 없지만, 나는 그가 했던 것처럼 분노를 넘어서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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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투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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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사랑하는 순간 내 결핍이 드러난다. 내가 이렇게 태어나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 이런 사람이 되었기에 선택하게 된 상대. 내게 주어진 그 모든 것들은 내 의지가 아닌채 내가 되었기에 그렇게 형성된 내가 선택한 사람만큼은 내 의지이고 싶을 것이나, 그것조차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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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2-07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사랑하는 순간 내 결핍이 드러난다.˝
👍

다락방 2023-02-07 11:56   좋아요 2 | URL
이 책 읽다가 처음 등장하는 사랑에서 ‘이 여자가 이런 상황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남자는 이 여자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호치민에 다녀오고 출근한 월요일이다.

월요일이다.

책탑 사진 올리는 날이라는 뜻이다.

쌀국수 사진 잔뜩 올리려다가 일단 책탑 사진 먼저 올리기로 한다.

월요일이니까.

호치민에서 돌아와 어제 집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자정에 가까웠더랬다. 이걸 예상하고 있었기 땜시롱, 준비성 철저한 나는 머릿속에서 이걸 막 다 그려본 다음에, 목요일 밤에 이미 책탑 사진을 찍어두었다. 이렇게 내가 준비가 철저하다. 자, 보자.


















《투쟁영역의 확장》은 미셸 우엘벡 소설이다. 그 이름이야 워낙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아직 우엘벡 소설은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더랬다. 그러다 최근에 읽은 에바 일루즈의 책 《섹스 자본이란 무엇인가》에서 우엘벡 소설이 언급되길래 궁금해졌다. 우엘벡의 이 소설에서는 섹스 자본을 갖추지 못한 남자주인공이 나온다는 거다. 오 그래? 궁금해져서 사가지고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일단 자기 일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지만 사실 친구도 별로 없고 친한 동료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는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 업무상 만나게 되는 동료 남자도 너무 못생겨서 여자를 전혀 사귈 수 없을 것 같고, 업무상 만나게된 여자도 남자한테 인기 없을 스타일이고.. 이 사람들과 일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은데 음.. 되게 재미있어 보이지 않나? 그런데 재미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비행기안에서 이 책 분량도 얇길래 다 읽을라 그랬는데 너무 책장도 안넘어가고 무슨소리야 싶어서 책을 덮었다. 그러다 퍼뜩 혹시 기내 영화로 《와칸다 포에버》있나? 찾아봤더니 아니, 있잖아? 내가 이거 개봉 당시에 놓쳤지만 꼭 보고싶었단 말야? 그래서 이 영화를 재생했다. 그런데 너무 졸린거죠... 기내에서 쓰러져자버림.. 그러다가 밥 나와서 밥 먹고 다시 영화를 보다가... 또 자버림.... 안돼, 다 봐야 돼... 그런데 자버림..... 그리고 일어나서 다시 보는데 아아, 여동생이 블랙팬서 된다고 했는데 아직 안됐단 말야? 그런데 자기 나라 지켜야 되고 다른 나라가 전쟁을 선포했단 말야? 그런데 비행기가 착륙해버렸다..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는 우엘벡 소설도 다 못읽고 와칸다 포에버도 다 못봤어. 뒷부분 너무나 궁금하다 와칸다 포에버.. 그래서 네이버로 볼까 했는데 이미 절반 이상 봤는데 또 돈주고 사야하다니. 비행기 안에서 공짜로 볼 수 있었는데! ㅠㅠ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는 호치민에 가져갔고 다 읽었다.



토요일에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근처 쌀국수 집에서 쌀국수 사먹고 진짜 겁나 부지런히 걸었다. 이 날 목표가 사이공 대학교였고 나는 당연히 걸어갈 것이었으므로 점심 먹기 전까지 17,000 보를 걸어버린거다. 점심 먹고 호텔로 와서는 1층 bar 로 갔다. 평소 맥주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날은 시원한 맥주가 급했다. 마침 체크인할 때 리셉션에서 준 바우처가 있었다. 체크인이 바로 안되고 내가 몇 분 기다려야 했는데, 그거 미안하다고 바우처를 준거다. 이거 바 에 가서 먹고픈 음료 마시라는 거였다. 나는 그 바우처를 가지고 가서 이걸로 혹시 맥주 마실수 있냐고 물었더니 커피와 차만 된다는 거다. 아 그래? 나는 맥주 마시고 싶어 맥주 한잔 줘 밖에 앉아있을게, 하고 앉아서 맥주를 주문했다. 직원분이 맥주를 가져다주시는데 갑자기 까페쓰어다도 먹고 싶었다. 혹시 까페쓰어다 있습니까? 물었더니 있고, 그건 니 바우처로 가능해! 라고 말해주어 그것도 시켰다.



일전에 백종원이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베트남에 가 연유커피를 시킨 뒤에 마시고서는 맥심 다섯개를 탄 것 같은 찐함이라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까페쓰어다 처음 마시는 건 아니지만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깜짝 놀랄 맛이다. 진짜 찐하고 진짜 달다. 맥심 다섯개도 약한거 아닌가, 이에 비하면.


실내는 에어컨 틀어두어 시원하지만 나는 부러 밖에 앉았다. 덥고 뜨겁고 이렇게 생생한 곳.




그렇게 맥주도 커피도 다 마시고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를 읽다가 룸으로 올라가 샤워를 하고 좀 쉬었다. 룸에서도 책을 좀 읽으려고 했는데 너무 고단하더라. 그래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진 않았다. 저녁 때가 되어 근처에 나가 분짜를 사먹고 돌아다니고 다시 들어왔다. 내가 여행갈 때 아빠는 퇴원하셨었는데, 내가 도착해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도중 아빠가 응급실에 가셨고 다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호치민에서. 다행스럽게도 여동생과 남동생이 우리집에 교대로 있어주어 부모님의 입원을 챙기고 있었지만 내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나는 내가 혼자 있는게 너무 편하고 또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최근 아빠의 장기간 입원을 겪으면서 좀 다른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아빠에게 섬망이 찾아왔을 때 집에 혼자 있었는데, 그때 너무 무섭고 힘들었던 거다. 진짜 못견디겠더라. 그 날은 잠을 한 숨도 못잤다. 너는 혼자 있는 거 좋아하잖아, 라는 엄마의 말에 '엄마, 내가 아프고 내가 고통스러운 건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내가 감당하면 되는거니까 혼자 있는게 좋은데, 아빠 아플 때 내가 혼자 있으니까 그건 미치겠더라, 너무 힘들었어.' 라고 말했다. 그랬다. 내 몸이 통제가 안되는 건 내 일이고 나는 여기에 있어서는 혼자 있는게 편하고 또 그것에 대해 어떤 부정적 감정이 찾아들지 않는다. 그런데 아빠가 아픈 거, 그러니까 내 몸이 아니고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없는데 내가 혼자 있노라니 그 때는 막 무섭고 벌벌 떨리고 힘든거다. 물론 동생들과 엄마와 계속 연락하고 있었지만 물리적으로 내가 혼자 있는 거, 내가 있는 집에 내가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게 너무 힘들었다.


토요일 밤 호치민에서 그랬다. 호텔방에 혼자 있는게 너무 싫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들고 1층  bar로 내려가 와인을 주문하고 책을 쳐다보았다. 가끔은 멍하니 밖을 바라보기도 했다.




나는 베트남에 걷고 싶어 갔다. 뜨거운 태양 아래 땀흘리며 걸으려고 갔다. 그래서 열심히 걸었다. 그래서인지 낮에도 밤에도 이렇게 가만 앉아 있는 시간도 좋더라. 그건 그것대로 너무 행복했다. 낮에는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보다가 그저 지나다니는 오토바이를 멍하니 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좋더라. 이거 왜 좋지? 하면서 좋았다. 아빠 때문에 불안하면서도 순간순간 좋다는 감정이 찾아들었다.


아, 저 책은 베트남에서 다 읽었는데 백자평은 곧 쓸 예정이다. 바쁘다. 


《관광객의 철학》은 정희진 쌤이 김혜리 기자의 팟빵에 출연해 교토 얘기해주실 때 갑자기 읽어보고 싶어져서 샀다. 이 책에 대한 언급이 나온건 전혀 아니고 그냥 내가 퍼뜩 생각이 나버려서.


《유리탑의 살인》은 일본 미스테리가 만만하기 땜시롱 가끔 하나씩 읽고 남동생 주려고 샀는데 재미없을까봐 걱정이다. 아무리 좋은 평을 받아도 재미없는, 별 거 없는 미스테리들도 있기 땜시롱..

















《죽어가는 형사》의 저 형사 시리즈는 일전에 1권 읽고 더이상 안읽을래, 했던 시리즈인데, 이번에 영화 《헤어질 결심》에 저 시리즈 나온거 보고 딱 하나만 더 읽어보자, 하고 샀다. 나는 1권 영 별로였단 말야?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아마도 1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 읽다가 산 것 같다.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는 오래전에 정희진 쌤 책에서 언급되어 담아둔건데 이게 품절된 책이란 말야? 그래서 내내 담아두기만 했다가 중고 있길래 중고로 사버렸다.

















《커피의 정치학》은 정희진 쌤 매거진 듣고 샀다. 두꺼워.. 이것도 품절된 책이라 중고 샀는데 책 상태가 좀 별로다 ㅠㅠ 색이 바랬음 ㅠ


《하워드 진의 미국사》는 내가 역사에 진짜 똥멍충이라 기본적인거라도 알아야지 싶어서 샀는데, 내가 이렇게 사둔 역사 책이 한두권이 아니여 증맬루... 한 권도 안읽었다. 씨부럴... 그만 사라, 그만 사란 말이얏!!


이렇게가 내가 목요일날 사진 찍어둔 것이었고 그래서 월요일 책탑의 마무리가 될 뻔 하였는데, 나의 양재동 작업실에 도착해보니 주말동안 택배가 도착해있었다. 친구가 보내준 선물이었다.



(이 사진을 캐나다뷰 원하셨던 분들께 바칩니다 ㅎㅎ)


벨 훅스의 신간이 나왔다며 계급 이야기라고, 그래서 내가 관심있어할 것 같다고 친구가 보내주었다. 내가 이거 보내줄게, 라고 친구가 말해서 오 그래, 계급 좋았어! 했는데 박스를 열어보니 《애도클럽》도 들어있고, 오 이건 그래픽 노블이었다. 이 책에 대해 정보가 전혀 없던 터라 첫장을 펼쳤는데, 작가 자신의 가족이 그려져 있었다. 동생둘과 아빠 본인 그리고 엄마가 한 장에 그려져 있는데, 엄마는 돌아가셨다고 써있었다. 벌써 눈물이 ㅠㅠ


아무튼 친구여, 잘 읽겠습니다. 계급을 뿌셔버리자!! 뿌셔뿌셔!!

















자 이상 양재동 작업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다음은 여행기로 찾아뵐게요!

라고 하지만 사실 걍 돌아다닌 얘기.. 


빨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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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2-06 1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월요일-책탑-캐나다뷰의 법칙에 근거, 목요일 저녁에 미리 책탑 사진 찍어둔 다락방님을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이런 준비성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더운 날씨에(34도라고 했죠?) 반팔 원피스였겠죠? ㅋㅋㅋㅋ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신듯해 제 맘도 좋고요. 새삼 여름이 그리워지네요.
여행기 기다릴게요. 쌀국수 사진도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6 11:48   좋아요 4 | URL
제가 또 우리들의 영어책 읽기를 완료하기 위해 베트남까지 가져간 게 아니겠습니까? 초반이라 그런지 재미도 없고 여주 비호감인데 호텔방에서 부지런히 읽었습니다. 물론 단어도 안찾고 대충 읽기만 했습니다. 번역본을 이미 그 부분 읽어둔 터라 그나마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네요. 어쨌든 그리하여 지난 주의 미션을 클리어!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엣헴- ㅋㅋㅋㅋㅋ

반팔 원피스 입고 돌아다녔는데 목 뒤에 빨갛게 피부가 익었어요. 아놔.. ㅋㅋ 제가 예전에도 다낭 갔을 때 이래서 알로에팩? 그거 사다 바르고 그랬는데 말입니다.

단발머리 님, 뜨겁고 환한 시간을 보내는게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겨울 특유의 공기도 사랑하지만, 그런데 얼른 여름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뜨겁고 환했으면 좋겠어요!!

blanca 2023-02-06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다락방님 여행기 기대하고 있어요. 이 페이퍼로 허기가 어느 정도 가시네요. 아버님이 빨리 안정 찾으시기를...사랑하는 가족이 아프면 정말 마음이 너무 괴로워요. 그럼에도 또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그 우울에 침잠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더라고요. 사는 것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2-06 11:5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블랑카 님. 그 우울에 침잠하지 않기 정말 중요하죠. 저 아버지 섬망오고 혼자 있었을 때 진짜 집안 청소를 갑자기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몰라요. 방과 거실 싹 다 쓸고 닦고 다 하고 베란다 나가 화초에 물도 주고 빨래도 돌리고. 가만있으면 제가 너무 무너질 것 같아서 부러 애를 써서 막 움직였어요. 앞으로의 시간들은 어떻게 흘러갈지 결코 알 수 없지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어요. 블랑카님 말씀처럼, 사는 거 정말 쉽지 않네요.

청아 2023-02-06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벡스트룀 시리즈가 있군요!! 담아갑니다. <커피의 정치학>도 저번에 구하셨다는 글 보고
침흘렸는데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올려주신 사진들 설렙니다. 저런 이국적 풍경의 거리를 다락방님 마음껏 걸어다니신거군요?
17000보라니 와우(짝짝짝!) 걷는 것도 좋고 읽는 것도 좋고 다른 사람이
걷고 읽었다는 이야기도 늘 설레요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6 11:52   좋아요 3 | URL
저는 사실 개인한테 중고는 잘 안사거든요. 우주점에 한 권 있어서 샀어요. 미미 님도 중고알림등록 해두시고 등록되는 순간 바로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정희진 쌤이 커피에 대해 하신 말씀의 얼만큼이 이 책에서 온 것일지 모르겠지만, 읽고나면 정희진 쌤의 반정도만큼이라도 똑똑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제게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점심때까지가 17,000 보였고요 그 날 하루 총 걸은 건 24,500 보였습니다! ㅎㅎㅎㅎㅎ
저는 여행가면 많이 걸어요. 그러려고 갑니다. 오래 걷기에 낯선 거리만큼 좋은게 또 어디있겠습니까!!
샤라라랑~

은오 2023-02-06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랑 여행가려면 저 체력 키워야 할 것 같아서 헬스장을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24000보...🤦‍♀️

다락방 2023-02-06 14:03   좋아요 3 | URL
물론입니다! 저 여름에 엄마랑 이모 모시고 여행가거든요. 그래서 엄마랑 이모한테 수시로 잔소리 하고 있습니다. 많이 걸을거니까 운동해서 체력 키워놔! 라고요. 은오 님, 체력을 키워두시고 말이죠, 그 뭣이냐, 전완근 같은거 만들어두시면 제가 .... 제가....... (이하 생략)

독서괭 2023-02-06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캬... 알라딘 서재의 팬들을 위한 다락방님의 진심!! 여행가기 전 책탑 사진 미리 찍어뒀다가 여행 다녀온 다음날 노곤한 아침에도 책탑을 올려주는 정성! 역시 멋있습니다!
그런데, <박완서의 말>은 왜 설명을 안 해 주시나요? (박완서님이 서운해합니다) ㅋㅋ
제가 갖고 있는 책 딱 한 권 있습니다. 하워드진.. 저도 안 읽었습니다 ㅋㅋ 우리 어서 읽어보아요..
베트남 여행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으신 것 같아요. 2월 한달 그 에너지로 추위를 이겨내시길!!^^

다락방 2023-02-06 14:02   좋아요 1 | URL
저는 어쩌면 이렇게나 준비성이 철저하고 계획적인지.. 저도 저의 멋짐에 쓰러집니다 ㅋㅋㅋ
박완서의 말은 .. 박완서가 무슨 말을 했나 궁금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책마다 다 이유를 쓰려니까 너무 많더라고요? 제가 너무 책을 많이 사가지고.. 쓰다보니 막 귀찮아져 버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 제가 저지른 일입니다. 아놔..

막 뜨겁고 덥고 환하고 이런 거리를 걸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독서괭 님. 주기적으로 가줘야겠어요.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2-06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님때문에 당황스러우셨겠네요
여행중에 받은 소식이라 더 그러셨을테고.
좋아지셨는지요?

하워드진의 관점 좋아합니다.
양재천 메타세쿼이아 넘 멋있어요

그레이스 2023-02-06 13:04   좋아요 1 | URL
아!
최후의 만찬은 제자들이 차린걸로 알고 있습니다^^
유월절 음식이라...^^

다락방 2023-02-06 13:59   좋아요 1 | URL
사흘 내도록 굶고 계시다가 지금 죽 드셨다고 하네요. 염증 수치는 천천히 좋아지고 있는것 같다는데 상황을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합니다. 연세가 있으시고 수술도 하셨고 또 코로나에 감염 되기도 하셨어서 면역력이 아주 떨어진 것 같아요. 하아- 좋아지시길 바라야지요.

하이드 2023-02-0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탑의 살인, 저는 되게 별로였어요. 살인이나 추리가 게임이 되는거가 재미없더라고요. ㅎㅎ 근데, 저거 미스터리 카페 1위 소설이고, 드라마도 나오고, 대박 인기 소설입니다. 평도 좋고.

다락방 2023-02-06 13:57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일본에서 무슨 순위 상위권 차지하고 그래서 사보면 저는 별로인 경우가 자주 생기더라고요. 최근에 읽은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였나, 그것도 별로였는데. 그래도 혹시, 하면서 이번엔 기대하고 유리탑 산건데 역시 별로군요. 아... 어쩐지 저도 별로일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역시 그런 순위 밑고 사면 안되겠어요. 아 젠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3-02-0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쾌차하시길 빕니다. 가족이 아프면 힘들어요ㅠㅠ;

다락방 2023-02-06 16: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문나잇 님. 맞아요, 가족이 아프면 제 몸 아픈것보다 더 중심잡기가 힘들어요 ㅠㅠ

라로 2023-02-0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빨리 다녀오실 줄 몰랐어요!! 저도 호치민 갔었는데 그때 회사에서 보내준거라서 거기 지부에 있는 사람들이 식당을 데리고 다녀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거든요. 다락방님처럼 자유여행을 언젠가 해보고 싶어요. 베트남 정말 좋았거든요. 다락방님은 이미 가보신 것 같은데 저는 다음에 다낭에 가보고 싶어요. 어쨌든 사진 부탁드렸더니 다 음료 사진,, 다락방님 다우십니다.ㅋㅋㅋ

그런데 아버님이 섬망까지 있으셨다니,,, 지금은 어떠신지... 많이 힘드시겠어요. ㅠㅠ 기운 내시고 아버님과 좋은 시간 많이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락방 2023-02-06 16:21   좋아요 0 | URL
라로 님, 저는 다낭 보다는 하노이랑 호치민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아마 다낭을 한 번 더 간다면 그 땐 또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어요. 제가 베트남을 좋아하는 건 그 온도와 습도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리고 쌀국수랑...
여행 페이퍼는 따로 쓸 예정이라 이 페이퍼에는 음료 사진만 올렸습니다. 제가 아마도 내일쯤이면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특히나 베트남에 있어서라면 정말 그 더위에 걷고 싶어 가는거라 자유여행이 진짜 너무 좋아요. 아침 일찍 문 연 쌀국수 집이 진짜 많아서 쌀국수 먹고 동네 한바퀴 돌고 쌀국수 먹고 시내 한바퀴 돌고 그러는게 진짜 너무 좋습니다. 저 곧 또 갈 예정인데 비자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중이에요. 입국심사 할 때마다 너 비자 없니? 자꾸 물어서...

아버지 섬망 왔을 때 와 진짜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인 건 그게 섬망이었다는거죠. 치매일까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그런데 지금은 급성신부전으로 다시 입원하셨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거리의화가 2023-02-0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은 즐거우셨을 것 같은데 중간에 연락을 받으시곤 이후 만끽하기는 어려우셨을 것 같단 생각도 들어요. 저도 아버지가 한동안 아프셨던 적이 있고 지금도 계속 수치보며 통원치료하고 계시거든요. 이전에 크게 아프셨던 적이 없었던지라 더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락방님이 올려주시는 아버님 소식을 들으며 저는 신도 믿지 않고 기도를 안하는 사람이지만 마음 속으로 계속 좋은 기운을 불어넣고 있어요. 다락방님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3-02-06 16:35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 님,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 출발할 때의 신나는 기분이 되지는 못했어요. 어느 순간에는 그 뜨거운 호치민 거리를 걷다가 눈물이 핑 돌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어느 순간에는 와 나는 진짜 여기가 너무 좋아, 오기를 잘했다 하는 좋은 기분도 찾아 들었어요. 아빠는 입원해계신데 나는 이렇게 좋은 기분을 느껴도 되는걸까,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무엇보다 호텔에서 혼자 밤을 보내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 혼자 있기 싫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거길 다녀왔으니 내가 또 버틴다 이런 생각도 들고요.

거리의화가 님의 아버님도 통원치료 중이시군요. 저희 아버지도 이번 입원은 1~2주 더 이어질 것 같고요, 퇴원하고 나서도 계속 통원치료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재활도 계속 하셔야 합니다. 제가 늙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부모님이 늙어가는 걸 보는 것도 힘드네요. 거리의화가 님의 응원을 받고 또 씩씩하게 버텨보겠습니다!!

난티나무 2023-02-06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마냥 가뿐한 여행이 될 수는 없었겠네요… 그래도 잠깐잠깐 좋은 기분 느끼셔서 그것이 다락방님에게 힘이 될 거란 생각이 글 읽으며 들어요. 아버님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다락방 2023-02-07 11: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난티나무 님. 제가 기대한만큼 편안하거나 가뿐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분명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이었어요. 그리고 또 갈겁니다! ㅎㅎ
아버지 무탈을 바라주셔서 감사합니다, 난티나무 님.

책읽는나무 2023-02-07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계획성이 있으신 분!
J가 맞으셔요^^

그리고 아버님 좀 괜찮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먼 여행지에서 아버님의 입원 소식은 정말 걱정스럽고, 마음이 고되었겠습니다.
아빠 때문에 불안하면서도 순간순간 좋다는 감정이 찾아들었다.는 문장에 공감합니다.
저도 예전에 비슷한 상황이 있었거든요.
조금은 숨통을 트인 후, 간병에 더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 혼자 이렇게 좋은 시간 보내도 되나? 내가 웃고 있어도 되나? 죄책감도 분명 들겠지만, 그곳에서 받은 좋은 에너지로 아버님께 더 잘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버님의 건강을 기도드리겠습니다.

다락방 2023-02-07 11:46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저의 MBTI 는 ESFP 입니다. J 는 없습니다. J 가 있다면 제 책상과 방과 책장이 이렇게나 엉망진창은 아닐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버지는 오늘도 혈액을 뽑아 여러가지 검사를 하신다고 해요. 급성신부전 이라는 증상을 받아드셨고 부신기능도 저하증도 있다고 해서 호르몬 수치를 체크하는가 봅니다. 현 상황대로라면 한 2주간 입원을 더 하고 있어야 할 것 같고요. 수술하고나니 일상으로 복귀하기가 너무 힘드네요. 이게 아마도 인생에 있어서 어느 순간 찾아오게 되는 일들이겠죠. 건강을 유지하는 건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런데 건강을 유지하는게 아무리 내가 신경쓴다고 해도 내 의지대로 되는건 아닌 것 같아요.

호치민에 있는 동안 순간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이래도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고 여기가 뭐라고 나는 행복한가 하면서 행복했어요. 거기서 좋은 에너지 받아 왔으니 여기서 또 열심히 살고 또 좋은 에너지 받으러 나갔다오고 그래야지요.

아버지의 건강을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나무 님!

얄라알라 2023-02-0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는 역시~~~재밌어...ㅋㅋㅋ하면서 읽다가, 아버님 위중하심에 대한 말씀을 하셔서..마음이 어떠셨을까..맥주아 달콩커피 마시면서도 마음이 마음 아니셨겠네요



근데 저는, 준비성 철저하신 다락방님 책탑에서 ‘만찬‘과 ‘커피‘가 들어와요 ㅎㅎ쌀국수까지 조합이 좋을 뻔했는데 쌀국수 사진 올려주세요

저희 동네와 옆동네 단골 쌀국수 집들이 차례로 없어지더니 그 자리에 족발집, 샤브샤브집이 들어왔어요...제대로 된 쌀국수 사진을 다락방님께 졸라야지

다락방 2023-02-07 15:22   좋아요 1 | URL
저는 얄라알라 님 댓글 읽으니까 왜이렇게 족발이 먹고 싶죠? 오늘 저녁에 족발 먹을까요? ㅎㅎ 샤브샤브는 또 소주랑 먹으면 끝내주는데!!

쌀국수 사진을 원래 오늘 아침에 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리뷰 써버리는 바람에 오늘치 작업량이 끝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가급적 내일 쌀국수 사진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으하하하.

얄라알라 2023-02-0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다락방님은 다 계획이 있으셔...˝목욜 책탑˝ ㅋㅋ미리 쌓으시고, ˝오늘치 작업량˝ 넘지 않으셔 ㅎㅎ기다릴게요^^

다락방 2023-02-07 17:12   좋아요 0 | URL
네네 최대한 빨리 쌀국수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수 2023-02-07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순간 좋은 그대로 감정을 받아들이기, 응시하기. 배우고 싶은 부분입니다. 아버님이 조금씩이라도 호전되시길 바랄게요.
<박완서의 말> 보면서 인터뷰어의 질문이 의아한 부분도 있었는데요. 좋은 인터뷰도 있었고요. 거기서 <서 있는 여자> 연재에 대한 박완서 선생님 대답에 제 정신을 두드려 맞고.. 페미니즘 읽기에 깊이 들어가게 되었어요. 지금은 제게 없지만 반가운 책입니다. 다락방님 웰컴백입니다.

다락방 2023-02-07 17:13   좋아요 1 | URL
오오 박완서의 말을 읽고 페미니즘 읽기에 깊이 들어가게 되셨군요, 유수 님은! 저는 <혼불> 읽고 페미니즘 읽기 시작했어요. 혼불 읽다가 여자들의 삶이 너무 답답해서 왜이렇게 살아야 하지, 왜이렇게 답답하고 억울하지? 하다가 페미니즘을 알면 여기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 때부터 맹렬하게 페미니즘 책을 읽게 되었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죠. ㅏ하하하하하하하하. 유수 님에게도 저에게도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을텐데 무엇이 계기가 되었느냐는 다르네요. 그러나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완서의 말 저도 곧 읽어볼게요. 오늘 특별히 더 반갑습니다, 유수 님!

유수 2023-02-07 22:22   좋아요 0 | URL
혼불.. 책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극명하게 다른점도 있네요. 저는 철저히 제 정체성에서(거기에서부터만) 시작할 수 있었던 거고요. 다락방님은 타자에 대한 생각에서부터(완전한 타자는 물론 아니겠지만요) 출발했다는 거. 제 한계이자 공부해서 극복하고 싶은 점이기도 ㅎ 어쨌든 이렇게 길이 마주치니 좋아요. 앞으로도 찬찬히 따라 읽겠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