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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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 책을 먼저 읽은 친구와 또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친구 덕에 윤동주가 죽기 전 생체실험의 대상이었단 사실을 알게 됐다. 머리가 멍해지더라. 뭐라고? 그리고 오늘 알았다. 감옥에 갇힌 동안 윤동주는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뭔지 알 수 없는 주사(생리식염수였다)를 맞았고 결국 그렇게 그들처럼 죽어갔다는 것을.

 

 

이 무렵 만주의 일본군은 중국군이나 조선 독립군 등 포로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생체 실험을 하고 있었다. 페스트균이나 콜레라균을 주사하기도 하고, 사람의 몸이 동상에 걸리는 시간과 정도를 본다며 포로를 냉동고에 가두기도 했다. 전방에서 관동군 731부대가 그러한 실험을 하고 있다면, 후방에서는 육군성의 지원을 받은 제국 대학 의학부가 맡아 하고 있었다. 규슈 제국 대학 의학부도 그중 하나였는데, 실험 대상자는 감옥 안의 죄수들이었다. 규슈 제대 의학부의 제1외과장 이시야마 후쿠지로는 혈장 대신 생리적 식염수를 사람의 혈관에 넣어도 되는지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만약 식염수로 대체해도 된다면 식염수는 전쟁터에서 그 어떤 무기보다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시급하게 수혈해야 할 부상병들은 많았고, 필요한 혈장을 다 감당할 수도, 공급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 포로나 죄수들이 생체 실험 중 사망해도 책임지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실험을 계속해 갈 포로와 죄수는 많았다. 독립운동 관련 조선인 사상범들을 후쿠오카와 구마모투 형무소로 모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시야마 교수는 아무 거리낌 없이 실험을 계속했다. 포로가 된 미군 B29기의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실험 대상이었는데, 그들은 농도 짙은 식염수 주사를 맞고 생체 해부까지 당하다 결국 죽어 갔다. (p.294-295)

 

 

 

책을 읽다보면 날짜가 자꾸 나오는데, 그래서 초조해졌다. 이미 마지막을 알면서 읽는 책인데도 초조해졌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라, 조금만 더 버티면 해방이다, 라고. 그러나 윤동주는 해방을 맞이하지 못한 채 죽었고, 이미 끝을 알고 있던 나였지만, 하염없이 무력함을 느꼈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마는

눈물로 달래 보는 구슬픈 이 밤."

지난해 말에 나와 지금까지도 유행하고 있는 「애수의 소야곡」이었다.계절에 관계없이, 마음을 뜯는 기타 전주가 들려오면 순식간에 가을 저녁의 쓸쓸함에 젖어 들게 되는 노래였다. 삼불이 말했다.

"아니 이게 누구의 노래인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다는 목소리의 주인공, 바로 그 남인수가 아닌가!"

삼불은 노래를 따라 불렀고, 동주와 벗들도 함께 흥얼거렸다. 유성기 소리는 멀어졌지만, 동주와 벗들의 노래는 광교 거리에서 계속되었다. 젊은이들이 끝까지 부르는 3절 노랫말은 더욱 애틋했다.

"무엇이 사랑이고 청춘이던고.

모두 다 흘러가면 덧없거마는

외로이 느끼면서 우는 이 밤은

바람도 문풍지에 애달프구나." (p.46-47)

하숙방에서 뜨거운 차를 앞에 두고 동주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동주의 문학 공부는 그새 더 풍부해지고 깊어진 것 같았다. 영어 실력도 크게 늘어 시나 소설은 우너서로도 많이 읽는 모양이었다. 금서가 되어 볼 수 없는 책도 학교 도서관에는 잘 찾아보면 있다 했다. 도서관의 책들을 보며 동주는, 양심적인 지성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며, 사람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보편적인 선함, 정의감, 인류애 등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끔찍하고도 삭막한 이 시대를 버텨 갈 힘이 되기도 했다. 동주의 이야기는 당숙 윤영춘에게도 모처럼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전쟁 구호와 총궐기의 함성으로 가득한 수도 도쿄에서, 언제 없어질지 모를 영어 가르치는 일에 맥 빠지고 지치기도 했던 것이다. (p.251)

외국 문학을 공부하고 도서관의 책들을 두루 읽다 보니, 새삼 발견되는 게 있었다. 연전에 있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말과 글이 다르고 지내는 곳이 달라도,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점이다. 자신이 놓인 시대와 사회의 제약 속에서도, 사람들은 삶이 던져 주는 질문을 붙들고 열심히 해답을 찾으며 살아간다. 어떻게 살 것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어떻게 누릴 것인가 ……. 자신의 삶에서 다 풀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혹은 다음 세대에게 넘겨준다. 이 세상에 사유하는 인간이 스러지지 않고 남아 있는 한, 그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대를 이어 가며, 좀 더 많은 살마들을 거쳐 가며, 더욱 깊어지고 풍부해질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고, 남의 나라도 빼앗고,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고 모욕하는, 심지어 다른 사람의 자유와 생명마저 빼앗아 버리는 야만의 시대라 해도……. (p.253)

병욱은 동주가 졸업 기념으로 출판하고 싶어 했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자필 원고를 아직도 갖고 있었다. 학병이 되어 전쟁터로 떠나기 전, 광양 망덕리 집의 어머니에게 맡기며 신신당부했다. 일본 순사의 눈에 띄지 않게 동주 형의 원고를 잘 간수해 달라고. 조선이 독립되고 자신이나 동주 형이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면 원고를 꼭 연희 전문으로 보내 달라는 부탁도 했다. 조선 글자를 보기만 해도 벌벌 떨던 시절이라 어머니는 두려워하면서도 마루 밑 항아리에 소중히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전쟁터로 나간 아들의 당부를 끝내 지켰다. (p.306-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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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2-1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주>개봉하면 꼭 보러 가려구요.
동주역의 강하늘도 좋지만, 몽규역할의 배우 연기가 정말 좋다고 하더군요.

이책 일고 가슴이 뻐근하게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아 진짜 뭔가 되게 서러웠어....ㅜ..ㅜ

다락방 2016-02-11 12:03   좋아요 0 | URL
계속 괜찮다가 다 읽고나니까 가슴이 뻐근하더라고요. 다 읽고 밥먹었는데, 뭔가, 내가 이렇게 밥 먹어도 되나 싶고.... 그래도 다 먹었지만 --;;

분하고 서러웠어요, 아무개님. 영화는 안볼래요. ㅠㅠ
 

남동생은 언젠가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술을 마시는 시간이 일주일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덕분에 나도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보게 됐는데, 자꾸 보다보니 나도 자연인이 되고 싶어...


는 원래 하려고 했던 얘기가 아니고, 


나는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면서 술을 마시는 시간이 일주일중에 가장 행복하다 느껴진다. 요즘처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집에 도착하면, <걸어서 세계속으로> 다시보기를 시청하는데, 회차 정보를 보면서 나라를 선택할 때부터 짜릿하다. 술과 안주를 준비해 작은 상에 딱 차려놓고는 리모콘을 눌러가며 어느 나라를 볼까, 하고 나라를 고른다. 며칠전에는 그렇게 호주의 시드니를 골랐는데, 호주에 대해 딱히 호감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넓고 푸른 공원을 보노라니, 아, 우리 조카들 데리고 저기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가서 저 넓은 잔디 위에 아이들 딱 놓고, 자, 마음대로 뛰어놀아, 하고 싶어지는 거다. 일전에 칠 살 조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그러니까 네 살 때쯤, 올림픽공원에 데려갔는데, 진짜 완전 꺅꺅 거리면서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거다. 그걸 보는 데 너무 좋았었다. 집에서는 밑에 층 시끄럽다고 뛰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는 어디에서 차가 튀어나올 지 몰라 뛰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텐데, 이렇게 넓은 잔디 위에서는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게다가 막 뛰다가 넘어져도 아스팔트보다 다칠 위험이 적잖은가. 뛰는 자신이 신났는지 소리를 엄청 지르면서 뛰는데, 조카를 잡겠다고 따라 뛰면서 나도 신났더랬다. 아, 아이를 이렇게 뛰어놀게 하고 싶다, 라고 보면서 생각했다. 덕분에 넓고 푸른 잔디만 보면 조카들 생각이 난다. 나에게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해준 나의 조카들. 호주 데려가고 싶다, 저기 잔디 위에 아이들 딱 데려다놓고, 자 마음대로 해, 라고 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음식 먹는 게 안나와서 재미가 없더라. 음..왜 먹는 걸 보여주지 않지? 여행의 백미는 음식 투어인데!




그렇게 호주 시드니 편을 다 보고났는데도 술이 남았다. 나는 다시 회차정보를 보다 이번에는 벨기에를 고른다. 아, 벨기에! 벨기에는 시작부터 좋았다. 시작부터 나를 빨아들였어. 초콜렛도 보여주고 먹자골목을 보여주는데, 아아, 나는 홍합을 싫어하지만 홍합에 정신이 나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본 영상은 여기로 ☞ http://travel.kbs.co.kr/info/info02/view.html?vid=8326



아아, 벨기에 가고 싶다. 브뤼셀 가고 싶다. 가서 초콜렛도 종류별로 다 먹고 싶다. 맥주가 이천가지 종류가 된다는 맥줏집은 딱히 가보고 싶진 않지만, 저 먹자골목에 가서 홍합이 가득 든 냄비를 앞에 두고는, 방송에서 청년이 그러듯이, 홍합 껍데기로 홍합을 먹고 싶다. 가고싶다 가고싶다... 가만있자, 벨기에는 내 인생에 어느 시점에 놓아둘까? 갸웃갸웃 하면서 후년은 너무 빠를까? 돈이 없겠지? 그럼 그 다음해로? 막 이런 생각하면서 신났다. 아, 나는 이런 거 너무 신나! 아직 갈 수 없는 곳, 그러나 가고 싶은 곳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그곳에 관련된 책을 읽는 거지. 다음날 나는 알라딘에 들어와 벨기에에 대한 책을 검색해본다. 재미있는, 실감나는 여행기가 읽고 싶었다. 그러나 벨기에 여행관련 책은 여행정보책자들만 수두룩하고, 그 외의 책은 내가 이미 읽은 책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내가 읽고자 하는 벨기에 책이 없는 거다!



















하아- 어쩌면 이렇게 내가 읽고자 하는 벨기에 책은 없는가... 벨기에는 아직 여행기 쓸만한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곳이란 말인가. 별 수 없군. 내가 써야하나...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e 북으로 이런 걸 봤다.

















책소개를 보니 이 책이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책일 것 같은데, 이북이라... 흐음. 나는 종이책으로 보고 싶은데 종이책으론 없더라. 해서, 나는 일단 이 책을 구매하기로 한다. 지금은 말고...좀 이따가 ㅋㅋㅋㅋㅋ 만약 이 책도 내 마음에 안들면, 그냥 내가 쓰는 걸로... -0-





그리고 엊그제였나, 또 술상을 차려두고(그러니까 맨날 차려두고 -.-) 이번에는 스위스 편을 봤다. 스위스의 유명하다는 네 개의 산을 돌아다니는 내용이었는데, 아, 산이 너무나 웅장하다.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소공포증.. 아찔해. 저런 장관을 직접 보게 된다면 숨이 턱, 막힐 것 같았다. 한편 그 어마어마함에 압도되어 덜컥 겁이 날 것도 같았다. 살면서 내가 저런 산을 직접 보게 될 날이 올까? 라고 갸웃했지만, 그게 '꼭 보러 갈테다' 라고 연결되지는 않았다. 보면 좋을 것 같다, 라고는 생각했지만, 반드시 보러가겠어! 다짐하게 되지는 않았달까. 역시 나를 움직이는 건 음식...




얼마전에 칠봉이랑 대화하는데, 칠봉이가 내게 '혼자서도 너처럼 완벽한 사람은 드물다'는 뉘앙스로 얘기를 했더랬다. 그러니까 혼자 지내도 참 잘 지낸다는 요지의 얘기였는데, 혼자 술상 차려두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 보면서, 그거 보고 신나서 언제 가지? 막 이런 거 생각하고 그러는 게 너무 신나는 거다. 낮에 지쳤던 것, 그렇게 다 날려버리는 나를 보면서, 아, 정말 좋다, 생각했던 것.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고, 그렇게 함으로써 재미를 찾고, 또 어떻게 더 흥미롭고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앞날의 계획을 짜는 게 참 좋았다. 어딘가에 언젠가 가고 싶어진다는 거, 그거 되게 좋지 않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는 거, 닿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거,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긴다는 건 인생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생긴다면, 그것을 위해 내가 뭔가 액션을 취하고자 함이 스스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딘가에 가고 싶고 또 누군가 만나고 싶어 꿈틀꿈틀 대고 꼼지락꼼지락 하는 게 내 인생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나에게 그런 것들이 생긴다는 게 나로서는 기쁘다. 




지금은 베트남의 국수에 대한 책을 보고 있는데, 베트남을 향해 몸이 움직이려고 해서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과 베트남과 국수에 대한 얘기는, 이 책을 다 읽으면 리뷰로 풀어내도록 해야겠다,

라고 지금은 일단 생각한다.




아, 맞다. 나 매튜본 발레단 공연도 예매완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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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2-04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홍합을 좋아해요. 영상으로 보니까 벨기에의 홍합은 웬지 더 고급스러워 보이네요. ㅎ
국물을 먹을 때 조차도 홍합껍질을 이용해서 먹는다,에 혼자 크흐흑...

혼자서도 잘 지낸다는거 생각보다 어렵죠. 그냥저냥 혼자 지내거나 아니면 혼자 외롭게 지내거나, 하는데
다락방님은 혼자서 스트레스를 풀 줄 알고, 더 흥미롭고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 방법을 궁리하는 모습이,
혼자, 지금 혼자 있는 저에게도 즐거움을 주네요.^^

점심 맛난거 드세요. 언젠가 우리, 점심을 같이 먹을 날도 있을거라 믿으며... ㅎㅎ

다락방 2016-02-04 09:48   좋아요 0 | URL
저는 홍합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정말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꼭 먹어보겠다고 결심했어요. 내가 벨기에에 가서, 꼭!! 저 요리를 먹어보리랏! ㅎㅎㅎㅎㅎ

저는 사주에서도 혼자 잘 지내는 팔자라고 나오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건, 부르면 대답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롯이 혼자다, 라는 느낌보다는, 조금 떨어진 곳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고, 그들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란거죠. 이를테면, 제가 단발머리님을 부르고 말을 걸면, 단발머리님은 대답을 해주시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혼자 중얼대는 글을 써도 와서 읽어주시고요. 이런 것만으로도 삶은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힛 :)

네, 언젠가 우리 같이 점심을 먹을 날도 오겠죠. 점심을 먹던가 풍성한 브런치를 먹어도 좋겠어요. 저는 단발머리님을 좋아하니까, 단발머리님과 뭐든 먹으면 좋을 거에요. ♡

책읽는나무 2016-02-0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을 읽으면서 똑같은 생각을 많이 한 것에 흠칫 놀랐네요

`혼자서도 잘 놀아요`
오늘 아이들 학교 보내면서 얼른 학교 가라고 떠밀듯이 보내니 딸들은 엄마 혼자서 안무섭느냐고? 엄마는 혼자 있으면 너무 재미있고 편하다고 말했는데 저도 혼자 있음 재밌고 시간도 금방 가버려 아쉬울때가 많아요ㅜ 물론 친한 사람들 만나 수다 떨때도 재밌지만요ㅋㅋ

`죽기 전에 저 곳을 가볼 수 있을까?`
저는 여행서를 읽으면 늘 달고 사는 말이라는~~ㅋ (걸어서 세계속으로도 자주 보는 프로에요^^)
꿈을 꾸고 싶어서 여행서를 찾아 읽곤 하는데 여행서책은 맘에 쏙 드는 책 만나기가 쉽진 않아요?그러니까 생각보다 여행서책들이 다양하지 않은 것이겠죠?다락방님은 이제 여행서책을 내셔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ㅋ
재밌을 것 같아요^^

`홍합`
이건 공감대가 다르지만
저는 홍합 넘넘 좋아해요
홍합국물 벨기에 총각 곁에 앉아 홍합 껍데기로 같이 퍼먹고 싶네요쩝쩝~~
홍합껍질로 국물 퍼 먹고,껍질로 홍합살 꺼내 먹는 비법을 저 벨기에 청년이 어찌 알았을꼬??ㅋ
나는 울신랑한테 배웠거든요^^
근데 껍질을 포크에 끼워서 국물 떠 먹는건 첨 알았어요~~저것이 꿀팁이로군요 나중에 써먹어야겠어요^^

다락방 2016-02-04 11:10   좋아요 1 | URL
저는 가끔 `내가 혼자서도 너무 잘노나` 막 이런 생각도 하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제가 아직 혼자서 시도해보지 못한 게 있어요. 삼겹살 집에 가서 삼겹살 구워가며 혼자 소주마시기! 스테이크랑 와인은 해봤는데 아직 삼겹살 도전이 어렵네요. 어제 너무 삼겹살 먹고 싶었고 먹으러 갈 사람도 없었는데, 이럴 때 삼겹살 혼자 먹기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죠.

여행기도 어떤 건 별로고 어떤 건 취향에 맞고 그러잖아요.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로그램도 피디가 누구냐에 따라 좋고 또 별로고 그런 것 같아요. 아, 좋다는 건 제 취향이란 말이죠. ㅋㅋ 피디 이름을 볼 때마다 찾아보는 건 아닌데, 저는 그 지역의 음식 문화 보여주고, 그 지역에 가서 가정식도 먹어보고 이러는 게 정말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여행기를 쓴다면 아마도 음식 여행이 될 거라... 책이 잘 안팔릴 것 같아요. 음식 볼라고 여행기 보는 사람은 저 같은 사람밖에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꼭 저렇게 먹어보고 싶어서 홍합을 먹고 싶어요. ㅎㅎ 청년이 너무 맛있게 먹지 않나요? 감자튀김도 옆에 시켜두고 먹을거에요! 아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침돌아요, 입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토요일 오전이 되어 맥주 한 캔 까면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다시보기로 언제든 가능하지만 말예요. 술은 또 모닝 술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케 2016-02-0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비록 일 때문이지만 벨기에 네번이나 다녀온 1인.
심지어 불과 다섯달전에는 스위스도 다녀왔어요

(자랑 자랑 ^^)

자랑할게 이것밖에 없네요..아 ㅜ



다락방 2016-02-04 13:45   좋아요 0 | URL
우우우우어어어어어어어어 완전 자랑하실만해요, 알케님. 제게는 너무나 부러운 일입니다. 꺅 >.<
벨기에도 모자라 스위스까지..맙소사 ㅠㅠ 부럽부럽 ㅠㅠ 저도 언젠가, 그리 멀지 않은 때에 꼭!! 다녀오겠습니다!! 불끈!!!!!

비연 2016-02-0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튜본 발레 좋아요^^ 다시 보고 싶었는데... 요즘 완전 일폭탄이라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 ㅜㅜ

다락방 2016-02-10 17:50   좋아요 0 | URL
저도 매튜본 보고 다시 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었는데 제가 보고 나서는 다시 안 오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이번 해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찾아왔다기에 냉큼 예매했습니다. 신나요! >.<

몬스터 2016-02-05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 얻고 갑니다. 글 쭉 따라 읽다보니 저까지 덩달아 신이 나네요.

다락방 2016-02-10 17:51   좋아요 0 | URL
네, 기운 얻으셨다니 다행이에요. 기운 빠지는 일 투성이라 기운 얻는 일이 필요해요. ㅠㅠ

몬스터님 계신 곳은 연휴가 아니었겠네요. 저는 이제 오늘로 연휴가 끝 ㅠㅠ 아쉬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몬스터님!

2016-02-06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0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의 목소리
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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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 이 책 재미있다. 처음부터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내가 성경을 이미 읽어본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지만, 어릴적에 교회 다니면서 잠깐 들었던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다. 또한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이미 아는 이야기들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유명한 성경속 이야기들에 대해 주제 사라마구는 '깐다'. 성경과 여호와에 대한 이 신랄한 비판에 어쩐지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랄까.


'도킨스'의 책, [만들어진 신]을 백쪽쯤인가 읽고 중고샵에 팔아버렸는데, 그 책을 다 읽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히친스'의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와,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까지, 이 책, [카인]과 함께 읽으면 뭔가 풀셋트일 것 같다. 아,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 도!!




옮긴이는 이 책을 '구약의 재해석' 으로 평가하던데, '재해석'이란 표현은 너무 얌전한 게 아닌가 싶다. 아하하하. 

'신약의 재해석'인 [예수복음]이란 책도 있다던데 찾아보니 2010년에 국내에 나온 책이더라. 이것도 읽어봐야겠다. 아하하하. 밑줄 그을 부분이 너무나 많았어!






만들어진 신 다시 사야겠다. 하하하하.





둘째로, 여호와가 앞날을 보는 데 개탄할 만큼 둔했다는 것인데, 만일 정말로 그들이 그 열매를 먹는 것을 그가 바라지 않았다면 그냥 그 나무를 심지 않거나 다른 곳에 두거나 철조망으로 둘러싸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p.14)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여호와가 묻자 카인은 질문으로 대답했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 네가 네 아우를 죽였구나. 네, 죽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이십니다, 주가 내 생명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우를 위해 내 생명이라도 주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너를 시험하는 문제였다. 주께서 직접 창조한 것을 왜 시험한단 말입니까. 나는 만물의 주권자인 여호와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존재에 관해서 말씀하시는 것은 좋지만, 저와 내 자유에 관해서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뭐, 죽이는 자유 말이냐. 주에게 내가 아벨을 죽이는 것을 막을 자유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주께서 얼마든지 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p.39)

저곳을 덮은 피는 내가 흐르게 한 것이 아니며, 너는 선과 악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악을 택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망을 봐주려고 자리를 뜨지 않은 사람도 실제로 포도밭에 들어가는 자와 마찬가지로 도둑입니다, 카인은 말했다. (p.40)

이삭이 물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아버지는 저를, 아버지의 독자를 죽이고 싶어 하셨나요. 너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이삭. 그런데 왜 마치 제가 어린 양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 목을 따고 싶어 하셨나요, 아들이 물었다, 만일 그 사람, 여호와께서 그 사람을 축복하시기를, 그 사람이 나타나 아버지의 팔을 잡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지금 시체를 안고 집에 가시는 중일 겁니다. 그건 여호와의 생각이었다, 시험을 해보시려는 거였지. 무엇을 시험하는데요. 나의 믿음과 나의 복종을. 도대체 무슨 하나님이 아버지더러 자기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합니까. (p.97-98)

사람들은 사전이나 통역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바스크어로 말하고 있었고, 일부는 라틴어와 그리스어, 심지어, 누가 생각이냐 했겠냐만, 포르투갈어로 말하고 있었다. 왜 이런 부조화가 일어난 겁니까, 카인이 묻자 남자는 대답했다, 우리는 동쪽에서 이곳에 정착하러 왔지요,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했어요. 그 언어는 뭐라고 불렀나요, 카인이 물었다. 그거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이름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냥 언어였죠. (p.102-103)

롯의 아내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는 바람에 소금 기둥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왜 그녀가 그런 벌을 받아야 했는지 그 이후로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여호와가 호기심을 치명적인 죄로서 벌하고 싶어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지능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 벌어진 일도 마찬가지다. 만일 하와가 아담에게 그 열매를 먹으라고 주지 않았다면, 하와 자신이 그것을 먹지 않았다면, 그들은 여전히 에덴동산에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그 생활이 얼마나 지루할지 잘 알고 있다. (p.116-117)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우연히 아브라함이 여호와와 이야기를 했던 곳에서 잠깐 발을 멈추었고, 그때 카인이 말했다,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게 뭐요, 아브라함이 물었다. 불에 타버린 소돔과 다른 도시들에도 틀림없이 죄 없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여호와가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내게 하신 약속을 지켰겠지요.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아이들은 틀림없이 죄가 없었을 텐데요. 맙소사, 아브라함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신음 같았다. 그래요, 노인장의 하나님일지는 모르나 그 사람들의 하나님은 아닌 거지요. (p.117)

모세는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각각 허리에 칼을 차고 야영장 이 문에서 저 문까지 왕래하며 각 사람이 그 형제를, 각 사람이 자기의 친구를, 각 사람이 자기의 이웃을 죽이라 하셨다. 이런 식으로 거의 삼천 명이 죽었다. 땅에서 솟아 나온 큰물처럼 천막들 사이로 피가 흘러, 마치 땅 자체가 피를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에나 목이 베었거나 창자가 밖으로 늘어진 채 둘로 갈라진 몸통이 늘어져 있었으며, 부녀자들의 비명은 너무 커서 여호와가 복수를 기뻐하고 있을 시나이 산 꼭대기에도 이르렀을 것이다. 카인은 눈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소돔과 고모라를 잿더미로 만드는 것도 여호와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으니, 여기, 시나이 산 아래 그의 사악함을 명백하고 논란의 여지없이 보여주는 증거가 있었던 것이다. 단지 황금 송아지를 만든 것에, 그런 경쟁자로 여겨지는 존재를 만든 것에 여호와가 분노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삼천 명이 있었던 것이다. (p.121-122)

카인은 릴리스에게 여호와로부터 아들을 희생으로 바치라는 명령을 받은 아브라함 이라는 사람, 또 하늘에 닿기를 바라던 사람들이 지은 거대한 탑과 그것을 여호와가 허리케인으로 땅에 쓰러뜨린 사건, 또 남자들이 다른 남자들과 동침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도시와 여호와가 미래에 무엇을 바라게 될지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들 위에 벌로 불과 유황을 내린 사건, 또 시나이라고 부르는 산의 기슭에 모인 엄청난 사람들과 그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겼다가 그 죄로 죽임을 당한 사건, 이스라엘 백성이라고 알려진 군대에 속한 서른여섯 명을 감히 죽인 도시와 마지막 어린아이까지 완전히 사라져버린 그 주민, 또 여리고라고 부르는 다른 도시와 그 성벽이 숫양의 뿔로 만든 나팔 몇 개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로 무너지고 안에 있던 모든 것, 남녀, 노소, 심지어 소, 양, 나귀까지 다 죽은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p.153-154)

미래는 이미 적혀 있어요, 우리가 그것이 적힌 페이지를 읽는 법을 모를 뿐입니다, 카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이 어디에서 이런 혁명적인 생각을 발견했는지 의아했다. 너는 왜 네가 그런 경험을 할 사람으로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글쎄요, 내가 선택받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배웠어요. 그게 뭔데. 우리 하나님, 하늘과 땅의 창조자는 완전히 미쳤다는 것. 감히 여호와 하나님이 미쳤다고 말하는 거야. 오직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미친 자만이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자신의 직접적임 책임이라고 이정하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겁니다, 물론 진짜, 진정한 광기에 사로잡힌 경우가 아니라 진짜 단순한 악에 불과하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하나님은 절대 악할 수가 없어, 악하다면 하나님이 아니지, 악은 악마에게나 해당하는 거야. 하나님이라 해도 단지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자식을 죽여 장작 위에 올려놓고 태우라고 명령하는 건 옳을 수가 없어요, 가장 사악한 악마라도 어떤 사람한테 그런 걸 명령하지는 않을 겁니다. (p.154-155)

당신도 내가 본 것을 보았다면 같은 여자일 수가 없을 겁니다, 하늘의 불로 타서 재가 되어버린 소돔의 아이들을 보았다면. 소돔이 어디야. 남자가 여자보다 남자를 좋아하는 도시지요. 그래서 모두 죽임을 당한 거야. 모두, 한 사람도 탈출하지 못했어요, 생존자는 없었어요. 그 남자들이 냉대한 여자들도, 릴리스가 다시 물었다. 여자들도. 여자란 게 그래, 비에 당하지 않으면 바람에 당하지. 어쨌든 이제 죄 없는 사람들은 죄인의 대가를 치르는 데 익숙해졌어요. 여호와는 정의 관념이 아주 이상한 모양이군. 네, 인간의 정의가 어때야 하는지 조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자의 관념입니다. (p.155)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라면 여호와와 사탄이 내기를 했는데, 이 욥이라는 사람은 자기를 두고 하나님과 악마라는 두 도박사가 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거네요. 그렇지, 두 천사가 목소리를 합하여 소리를 질렀다. 여호와가 그렇게 하는 건 공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카인이 말했다. 만일 내가 들은 대로 욥이 그 모든 부에도 불구하고 선하고 정직한 사람이 맞고 또 신앙도 깊다면 그 사람은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런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돈과 소유를 모두 잃는 벌을 받을 참이라니, 다른 많은 사람들은 여호와가 의롭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아브라함에게 일어났던 일이 떠오르는군요, 여호와는 아브라함을 시험하기 위해 아들 이삭을 죽이라고 명령했지요, 여호와가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데, 왜 그 사람들이 여호와를 신뢰해야 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p.162-163)

카인은 인간의 표현을 사용하자면 동지애와 우정의 유대라고 묘사할 수 있는 관계를 확립한 천사 둘에게, 정말로 지금 인류를 멸하고나면, 그다음에 나오는 인류는 똑같은 오류, 똑같은 유혹, 똑같은 어리석음과 범죄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대답했다, 우리는 천사에 불과해, 우리는 네가 인간 본성이라고 부르는 이 불가해한 그림자극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어, 하지만 정말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어떻게 두 번째 실험이 첫 번째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첫 번째 실험은 우리가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일련의 긴 참사들로 끝이 났는데 말이야, 간단히 말해서, 천사로서 우리의 솔직한 의견으로는, 모든 증거를 볼 때, 우리는 인간이 삶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지 않아. 정말로 인간이 살 자격이 없다고 믿나요, 충격을 받은 카인이 물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한 게 아니야, 우리가 한 말은, 반복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의 행동을 살펴볼 때 그 많은 어두운 면, 그 모든 아름다움, 웅장함, 장엄함이 있는 삶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야, 한 천사가 대답했다. (p.18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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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2-0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인 읽고 있어요. ^^

다락방 2016-02-02 16:29   좋아요 0 | URL
오, 문나잇님은 어떻게 읽고 있나요? 어때요?

moonnight 2016-02-02 16:32   좋아요 0 | URL
아직 40페이지정도밖에 안 읽었어요.ㅎㅎ 그런데 웃겨서 몇번 ㅋㅋ했어요. 여호와도 아담과 이브도 약간 코미디영화 ^^ 다락방님 재밌다하시니 계속 기대@_@;

다락방 2016-02-03 08:37   좋아요 0 | URL
저는 무척 좋았어요. 신약 재해석이라는 [예수복음]도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아 이런 거 너무 좋아요.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되게 욕먹을 책일 것 같아요. 하핫

유부만두 2016-02-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2복음`을 읽었는데요 웃기기보단 완전 비극으로 (복음이 없으니까요) 틀어서 쓴 이야기라 헉, 하면서 빨려들어 읽었어요. 책 괜찮았어요. 종교가 관련된 책이라 심하게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꽤 멋진 책이에요.

다락방 2016-02-03 08:37   좋아요 0 | URL
제2복음은 절판이고 지금은 [예수복음] 으로 나와있는 것 같아요. 궁금해져서 이것도 읽어보려고요.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말씀하신것처럼 호불호가 아주 극명하게 갈릴 책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좋습니다, 이런 책!

무해한모리군 2016-02-0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서 읽어보고 싶네요 아응!

다락방 2016-02-03 08:37   좋아요 0 | URL
저는 읽으면서 막 신나더라고요! >.<

조 가저리 2016-02-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6-02-03 08:38   좋아요 0 | URL
저는 `카인`이란 제목부터 호기심이 생겨서 주제 아저씨 책은 처음 읽게 된건데, 오 좋았어요!

alummii 2016-02-02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싶어지네요ㅎㅎ

다락방 2016-02-03 08:38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히히

징가 2016-02-03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 했습니다

다락방 2016-02-03 08:38   좋아요 0 | URL
네, 다 읽으신 후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transient-guest 2016-02-0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했슴다!

다락방 2016-02-03 09:34   좋아요 0 | URL
저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다시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백 쪽 읽고 더이상 안읽어서 팔아버렸는데 ㅎㅎ

노란곰 2016-02-0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겠어요! 만들어진 신도 읽어보고! ㅎㅎ

다락방 2016-02-03 10:44   좋아요 0 | URL
만들어진 신은 두께가 있으니까 일단 러셀과 히친스를 추천합니다! 꺅 >.<

머큐리 2016-02-0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ㅎㅎ

다락방 2016-02-03 18:0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아, 저는 정말 신났어요. 히히.

건조기후 2016-02-0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때 기독교개론 교필이어서 억지로 듣고 엄청 까는 레포트 냈다가 C 받았던 기억이 ㅋㅋㅋ 까더라도 이렇게 멋지게 깠으면 C는 안 받았을텐데 말입니다 ㅎ 구구절절 완전 재밌네요! 저도 장바구니로 ^^

다락방 2016-02-03 18:00   좋아요 0 | URL
기독교개론.. 이라니. -_- 엄청 까는 레포트에 c 라니, 잘 받으셨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라마구 님의 이 책 읽어보시고 다시 까는 레포트 쓰시면 점수 잘 나올 것 같아요! ㅎㅎ
밑줄 재미있죠? 저도 읽으면서 막 짜릿짜릿 해서 좋았어요. 히힛 이런 거 너무 좋아요! >.<

에이바 2016-02-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밑줄 꼼꼼하게 읽었어요. 다시 읽으니 재밌습니다. 제가 그은 밑줄이랑은 조금씩 다른데 페이퍼에 한 번 써 봐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6-02-03 17:59   좋아요 0 | URL
40페이지의 `망을 봐주려고 자리를 뜨지 않은 사람도 실제로 포도밭에 들어가는 자와 마찬가지로 도둑입니다` 라는 문장이 너무 좋은 거에요! 여호와한테 한 방 먹인 기분이 들지 뭡니까! ㅎㅎ

에이바 2016-02-03 18:15   좋아요 0 | URL
제가 그은 밑줄은 좀 더 원색적인 디스였네요... 헷

서상권 2016-02-0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현학적인 삶을 즐기는 듯 보입니다. ㅎㅎ 글쎄요. 세상 모든 일에 자기 주관을 가지는 것은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오지랖 넓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마치 축구장 와서 야구 룰 적용한 해설한다는 느낌??? 적정한 비유는 아닌지 알면서도 설명드릴 능력이 박약하여... 뭐든지 비틀어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바닥 심성이기도 하지만. 종교는 믿는 사람들만 평가할 자격이 있는 것 아닐까요? 믿지 않으시는 분들은 그들대로의 삶이, 믿는 바보들은 그들대로의 삶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남을 위해서까지도 기도하는 믿는 사람들이 보다 생산적인 구성원이 아닐지... 필요하시면 가지고 있는 ˝The God delusion˝ 보내드릴 수 있어요.

다락방 2016-02-10 18:08   좋아요 0 | URL
뭐든지 비틀어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바닥 심성이기도 하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므로 빠가 까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종교는 `믿는 사람들만 평가할 자격이 있다`는 말씀에는 동의할 수가 없군요. 저의 경우 교회를 다닌 오랜 기간동안에는 그 안에 있어서 오히려 문제를 볼 수 없었거든요. 바깥으로 나오고나서야 얼마나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었는지 보였습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그 안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황인규 2016-02-1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와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인간이 감히 알 수 있는걸까?
기독교에서는 신을 매개로 너무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논리를 만들어 간다는 것 같아서 반감이 많았는데...
주제 사라마구가 아주 신랄하고 해학적으로 까주는군요...
만약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제 생각에는 그 신이라는 존재는 아주 잔인하거나, 아무 생각없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는거...
전지전능한 신이라면서 인간에게 왜 시험에 들게 하고 삶에서의 고통을 주고 하는 것인지...
그것도 다 의미가 있는 거라고? 정말 잔인한 존재로군. 꼭 그렇게밖에 의미를 전달해 줄 수 없는건가?
신이란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함부로 결론내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란 인간의 나약함이 만들어낸 문화적 부산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것!

황인규 2016-02-1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얼마전에 샀는데 얼른 읽어야 겠네요.
아주 기대 됩니다.
다락방님 말씀처럼 관련 서적들 모두 사서 읽을 계획입니다. ^^

다락방 2016-02-10 18:09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칭찬보다는 비판이기 때문에, 비틀어대는 글이기 때문에 더 `재미`가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가 성경을 더 잘 알았다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도 읽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도 관련 책들을 천천히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세요!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포털에 접속한 순간 '출산후에도 여전한 미모' 어쩌고의 타이틀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한 여자연예인이 출산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여전히 날씬하고 아름답다.. 식의 기사인 듯했다. '출산후에도' , '여전한 미모' 에서 주는 압박에 확 짜증이 치밀었다. 왜? 왜 출산후에도 '여전한 미모'로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할까? 그리고 저렇게 저런 기사들이 보이면 어느틈에 출산후에도 날씬한 몸과 아름다운 얼굴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자꾸만 설득력이 생기게 되는 게 아닐까? 다들 그렇게 되려고 하지 않을까? 졸 폭력적인 기분이다. 출산한지 얼마 안 되었다면 몸은 여전히 부어있어야 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 어마어마한 일을 한 몸으로 해내었는데, 그 후에 바로 다시 출산전의 몸을 만들어야 하나? 일전에 읽었던 '리사 랭킨'의 [마이 시크릿 닥터]속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부탁한다. 부디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앤젤리나, 케이티, 하이디, 니콜, 할리와 비교하지 마라. 우리 대부분은 애초에 그들처럼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아기를 낳은 뒤의 모습이란… 잊어버리자. 자신을 슈퍼스타와 비교하는 건 불안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슈퍼마켓 계산대에 `출산 후 몸매 관리`기사가 붙어 있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속이 메스꺼워진다. 이제 막 엄마가 된 여성들인데, 아직도 압력이 더 필요한가? 산후6주 검사를 받을 때쯤엔 슈퍼모델처럼 보이기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 이게 뭔 개소리야! (p.278-279) 


















일전에 여동생이 첫 출산을 한 후에, 처음으로 샤워를 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었다. 거울을 보니 자신의 몸이 자신이 알던 몸과 지나치게 달라져 있었던 것. 이미 그 사실을 감당하기에도 벅찬데 거기에 몸매 관리까지 해야 된다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소개]

1945년, 종군 간호사 생활을 마치고 전쟁터에서 돌아와 남편과 함께 신혼생활을 맞이하는 클레어 랜들. 어느 날, 고대 돌기둥을 만져보던 그녀는 잉글랜드 사람들을 이방인 취급하는 200년 전, 서기 1743년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어 또 하나의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그녀의 삶을 위협하는 지주의 음모와 정탐, 여기에 맹렬한 열정과 절대적인 사랑을 품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젊은 스코틀랜드인 용사, 제이미. 정절과 욕망,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클레어의 이중인생 속에서 펼쳐지는 역사와 로맨스, 그리고 모험. 




'다이애너 개벌든'의 유명한 소설 [아웃랜더] 시리즈에서, 여주인공 '클레어'는 어찌어찌 하여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남자 '제이미'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되는데, 하루는 제이미가 클레어에게 깜짝 놀라면서 묻는다. 당신 지금 뭐하는 거냐고. 클레어는 종아리 제모를 하는 중이라고 답하지만, 대체 왜 털을 미는거냐며 제이미는 충격을 받는 거다. 그러니까 이백년전 쯤에는 제모를 하는 게 굉장히 낯설고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었던 거다. 그 부분을 찾아서 올리고 싶었는데, 아웃랜더인지 호박속의 잠자리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집에는 아웃랜더 뿐이라 어제 자정 넘어 뒤적뒤적여 봤지만 못찾겠더라. 이럴 때 인용문을 딱- 올려야 멋진데... 잘 안찾아져. -0-




나는 연애할 때만 제모에 신경을 써왔다. 종아리털 같은 거는 연애를 하든말든 사실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겨드랑이 털만을 연애할 때 밀었는데, 밀면서, 좀 짜증이 나긴 했었다. 왜 나는 이걸 밀어야 할까? 어쩐지 억울한 기분도 들었던 거다. 그리고 겨드랑이 털을 밀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귀찮다. 때론 아프다. 상대는 밀지 않는데 나는 이걸 밀어야 한다는 게 어쩐지 자존심도 좀 상했지만, 그래도 겨드랑이 털이 무성한 채로 상대 앞에서 옷을 벗고 팔을 들어올릴 순 없으니-왜?-, 밀긴 밀어야겠지, 근데 왜 그러면 안되지? 하는 생각들이 수시로 찾아들었고, 어떤 때는 '겨털 밀기 귀찮으니까 연애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실제로 이런 워딩으로 몇 년전에 페이퍼에 쓴 적도 있을 것이다. 

면도하기 귀찮으니 그렇다면 레이저로 털구멍을 아예 막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건 영 마뜩지 않았다.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지 못한 행위를 나는 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털이 거기에 난다면, 거기에 날 이유가 있어서일텐데, 그런데 내가 그걸 부러 없애러 병원에 간다는 건, 어딘가 좀 이상하잖아?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고 연애를 한다면 신경쓰일 것 같았고, 그 신경쓰임은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 싫었다. 신경 쓰이느니 그냥 밀고말지, 의 기분으로 겨드랑이 털을 밀어왔다고 보면 맞을텐데, 어제 겨드랑이 털에 대해 칠봉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겨드랑이 털에 대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말했고, 칠봉이는 '너의 제모가 나를 위한 거라면 하지 말아라' 라고 했다. 아까 제모에 대해 검색을 하다 보니 '이성에게 환상을 무너뜨리는 요인'의 1위로 '상대의 정리되지 않은 겨드랑이 털' 같은 게 꼽혀 있더라. 어디서 설문조사를 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의 털이 연애 상대에게 환상을 무너뜨리는 무엇이 되지 않을까 약간 염려되었던 마음에, 나의 무성한 털이 당신은 괜찮으냐, 라고 물었는데 칠봉이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도 겨드랑이에 털있지 않냐며. 또한 네 겨드랑이 털이 내 허락을 받아야 되는 부분이 아니다, 라고도 했다. 그 말은 맞다. 내 털을 어디서 누구에게 허락받아. 그래서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앞으로 제모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겨드랑이 털을 무성하게 자라게 둔 채로 살기로 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신나서 한참 웃었다. 한껏 자유로워진 느낌이랄까. 아침에 회사 동료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나는 겨드랑이 털을 무성하게 자라게 둘거야!'라고 선언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겨드랑이 털 만세!!!!!!!! 





(출처: 이코노믹리뷰 2015.07.25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5133 )




그렇지만 겨드랑이 털을 염색하는 것은 내가 하지 않을 것 같다. 귀찮아..머리 염색도 안하는데 무슨 겨털 염색을 -0-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이 싫어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내가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물론 많은 남자들은 여자들의 매끈한 겨드랑이를 좋아하겠지만,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닐 터. 그간 연애 상대들에게 내가 '너 혹시 여자 겨드랑이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냐, 털 밀지 않으면 홀딱 깬다고 생각하냐, 정 떨어지냐' 라고 물었더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일찍부터 들었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들중 누군가가 '야, 겨털 밀어야지, 그걸 안밀으면 어떻게해' 라고 했다면 그와 나의 이별의 순간이 더 빨리 찾아왔을 수도 있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네 몸이고 네 털이잖아'라고 했다면 나에게 이 자유로움 역시 조금 더 일찍 찾아왔을 텐데. 그걸 묻지 않은 나도 편견과 고정관념에 막혀있었던 게 아닌가. 만약 물었다면, 그리고 상대가 어떤 대답을 했다면, 거기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또 좋았을텐데. 상대와 나의 의견이 다르다면, 그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것 만으로도 소득이 있었을텐데. 나와 헤어진 그남자는 그 다음 연애에서 분명 '어떤 여자들은 겨드랑이 털 미는 걸 싫어한다'는 걸 학습한 채로 시작하게 될테니, 그게 모두에게 더 나았을텐데. '어차피 넌 그럴테니까' 라는 고정관념을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름휴가 비행기 티켓을 10개월 할부로 끊어놨다. 그 말은 즉, 어딘가에서 나의 소비를 줄여야함을 뜻한다. 내가 소비 줄일 게 뭐가 있나. 책밖에. 그래서 나는 이제 그 할부가 끝날 때까지 책을 안사기로 결심했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흔들릴 것이고, 중고책 알림 뜰 때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야 할부를 착실히 갚을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준비 하다가 책장을 보니, 안 읽은 책이 진짜 많더라. 그래, 할 수 있어. 책 안 살 수 있어! 또한 너무나 고맙게도 며칠전에 o 님이 내게 읽고 싶었던 신간 한 권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요즘 내가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 받는 탓에 위로하기 위함이라며, 기운내라며 책을 날려주셔서 ㅠㅠ 신간도 있다 ㅠㅠ 게다가 어제 잠깐 만난 다른 o 님도 내게 한창훈 님의 신간을 선물해주셨다. ㅠㅠ 그래서 나는 지금 신간을 사지 않아도 신간이 있는 상태. 그래, 7월달까지, 책 안 사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당분간 책을 사지 않겠어요. 10개월 정도... 그렇다면 그냥 아싸리 2016년엔 책을 안사는 걸로 해야겠다. 2016년엔 책을 사지 않고 책을 내는 걸로...(응?) 뭐, 그렇다는 거다.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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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2-0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겨드랑이털염색이라니ㅠㅠ;
저도 안 읽은 책들 진짜진짜 많은데.. 어제 또 새책을 샀ㅠㅠ;orz;;;

다락방 2016-02-01 13:50   좋아요 0 | URL
염색은 아무리 생각해도 귀찮아서 못하겠어요. 핑크색으로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ㅋㅋㅋㅋㅋ
귀찮귀찮..

저는 2016년 책안사기 목표를 세워두고 달성하고자 합니다. 불끈!

건조기후 2016-02-0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무지 멋진 사람이랑 연애하시는구나 ^^

다락방 2016-02-01 13:51   좋아요 0 | URL
그게 다 제가 멋져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개 2016-02-0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털을 일년에 두세번 정도 서너개쯤 뽑아요.
겨털이 안납니다 네네...
그래서 이렇게 여자분들이 고민을 해야하는 부분인걸 몰랐네요.
근데 왜 여자만 정리하죠? 왜 남자는 안해요? 왜지??

저도 책은 당분간 안사는 걸로...
안사기 시작하니까 또 딱히 사고 싶은것도 없더라구요.


그나저나 칠봉씨는 왜케 멋진건가요 *^^*

다락방 2016-02-01 13:52   좋아요 0 | URL
오, 겨털이 안나다니.. 어쩐지 부럽네요. 전 겨털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무성무성 ㅋㅋㅋㅋㅋㅋㅋ 리본으로 묶어가지고 다녀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아무개님 잘 떠올려 보세요. 매끈한 겨드랑이를 위한 크림이나 면도기 등등 선전할 때 무조건 모델이 여자잖아요. 우리는 이런식으로 세뇌당한 것 같아요. 여자의 겨드랑이=매끈해야 한다, 하고 말이지요. 내 겨드랑이는 거칠것이다!

저는 사고싶은 거 많지만 진짜 읽어대기가 버거우므로 멈춰야겠어요. 힛.
칠봉씨가 멋진 이유는, 그러니까, 음, 저의 칠봉이라서?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6-02-0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에서 무지막지하게 오래 기다리는 동안 이 글을 읽었습니다.
역시 다락방님 다운 글입니다.
제가 연애할 때 만나본 여성들도 겨드랑이 제모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내는 결혼 후 평소에는 제모하지 않고,
여름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을 경우에만 하는 듯합니다.

저도 왜 여성들만 제모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남성의 털은 괜찮고, 여성의 털은 왜 안 되는 걸까요? 이상하네요.

아무개 2016-02-01 14:59   좋아요 0 | URL
남성의 털은 남성성을 상징하므로 부끄러워 하지 않고 내세우기 까지 할 수도 있지만,
여성의 털은 여성성을 상징하다보니 부끄러워해야 하고 감추고 숨기는 것이 미덕이 된게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을 감은빛 님의 댓글을 읽다가 떠올렸습니다.....

다락방 2016-02-01 15:04   좋아요 0 | URL
저는 궁극적으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도 겨털을 밀지 않는 쪽으로 가고 싶어요. 지금 생각으론 그런데, 저 역시 그동안 살아온 게 있으니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지금은 일단 내가 편한 쪽,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행동하자,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까 검색도 살짝 해봤는데, 고대에는 남녀 모두 제모를 하기도 했었나봐요. 어쨌든 최근의 여성 제모가 일반화 된 것은 면도기 회사(질레트)의 상술인 것 같아요. 남성 면도기 시장의 포화로 인해서 여성 면도기를 팔기 위해 여성이라면 매끄러운 겨드랑이를 가져야 하고, 그걸 우리 질레트가 도와주겠다, 라는 식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제 본 기사에서는 그렇더라고요. 하나의 `설`일지도 모르겠어요.). 자꾸 그렇게 광고해대니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고요. 여성의 겨드랑이=매끄러워야 한다, 이렇게요.

꿈꾸는섬 2016-02-0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효진 하정우가 나왔던 영화(제목 생각 안나요) 공효진의 겨털이 생각나네요. 하정우가 공효진의 겨털에 놀라던......공효진은 겨털을 정리할 생각이 전혀 없었죠.ㅎㅎㅎ

꿈꾸는섬 2016-02-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러브픽션 이네요. 공감되실만한 영화일 듯해요.^^

다락방 2016-02-01 15:05   좋아요 0 | URL
ㅎㅎ 네, 꿈섬님. 저 그 영화 봤습니다. 하정우가 채식주의자로 나오는 영화였지요. 하정우가 처음 공효진과 잠자리를 가질 때 약간 멘붕에 빠졌던 게 생각나요. 겨드랑이 털 있는 여자는 처음 봤는데, 그렇다고 딱히 `너 털 없애라` 라고 말할 당위성이 없잖아요. 그래서 `액모부인`이었나, 하는 소설을 연재하기도 하잖아요. ㅎㅎ 그 영화 봤습니다~

세실 2016-02-0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정말요? 여름휴가때 나시 입고도 안하실 수 있으려나용?
전 겨털이 몇가닥 없어서 표시는 잘 안나요. 헤~~ 언제 밀었더라?
여름휴가 비행기 티켓은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우실까요^^

다락방 2016-02-01 17:54   좋아요 1 | URL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민소매 티를 입었을 때도 제모 하지 않는 게 제가 생각하는 바입니다. 제 몸이고 제 털이니까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건데, 그간 밀면서 환경에 적응했던 지라 이제와서 잘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제모하지 않는 게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에요. 불끈! ㅎㅎㅎㅎㅎ

아무개 2016-02-0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부터 왼쪽 머리통이 송곳으로 찌르는듯이 아프네요.
동시에 왼쪽 귓속과 왼족 목안쪽까지 같이 통증이 느껴져요.
이런거 편두통인가?
흠...이래저래 컨디션 빵쩜이네요.
퇴근하고 걍 술이나 퍼마시고 잘까봐요............

겨털은 안나지만 다리털이 많고 두꺼워서 반바지 입고 다닐때
남자들에게 한소리씩 듣기는 했습니다만,
내다리털 내가 안밀겠다는데 지들이 뭐라고 췟, 킁 그러고 안밀었습니다....

다락방 2016-02-01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겨털도 많고요. 다리에도 털 있지만, 다리 털에 대해서는 일절 신경쓰지 않아요. 어째서 저는 다리털에는 신경쓰지 않을까요? 여름에 스타킹 안신고 치마 입고 다니면서 다리털에 대해서는 1도 신경쓰지 않았네요. 앞으로도 안써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씀하신 증상은, 글쎄요, 흐음, 그게 편두통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머리통이 송곳으로 찌르듯 아픈 거면..편두통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흐음. 집에 가서 편히 쉬어요, 아무개님. 저는 와인을 마실까 합니다. 안주는 뭘로 하지... 안주 생각하며 집에 가야겠어요. -0-

네꼬 2016-02-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 이 여유! 저는 근데 털이 제가 불편해요. 저 때문에 정리한다고 곤란함. -_- 영구 제모는 비싸기도 하고 왠지 무섭기도 하고요. 아무려나 염색은 하지 맙시다. (다락님 털이지만 염색에는 제가 반대)

다락방 2016-02-02 16:30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면도하는 게 더 귀찮아요. -0- 귀차니즘..귀차니스트..
저는 염색할 거면 그냥 밀어버릴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가 타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어딘가에서 이 책에 대한 글을 보고 읽고 싶었었는데 품절이라 실로 애가 탔었다. 그렇게 중고알림등록을 신청해놓았었고, 드디어 겟! 해서 기쁜 마음으로 봤는데, 제일 처음에 실린 단편 <애가 타다>를 읽고 멘붕.. 이거, 계속 읽어 말어? 처음 실린 단편이 이렇다면 그 뒤의 단편들은.. 읽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하고 고민고민하다가, 아니야, 그렇게 섣불리 판단하지마, 라고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며(!) 읽었는데, 하하하하, 역시 첫 단편이 이렇다면 그 다음 단편들도 마음에 안들긴 마찬가지일거라는 내 판단은 옳았다. 독서경력이 쌓이면서 이제 척 하면 착 이 되어버렸달까. 제기랄. 내 느낌을 믿을걸.


그러니까 단편에 등장하는 주연,조연 모두가 다 병맛 캐릭터인 거다. 첫번째 단편의 <애가 타다>는 삼십대초반(31이었나 30이었나 그즈음)의 여성이 24살의 젊은 남자랑 연인인지 뭔지 모를 관계로 지내는 이야기인데, 그녀는 남자를 좋아해서 더 다가가고 싶은데 그러면 흉해보이지 않을까 싶어 망설이는 거다. 



결국 깨질 때 깨지더라도 박터지게 부딪혀보자는 일념으로 마호코 씨는 전근 간 뒤 연락 없는 남자를 만나러 훗카이도로 간다. (p.278,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옮긴이라면 책에 대해 반드시 좋은 말만 써줘야 할까? 그렇다면 그도 못할 일이겠다,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저 옮긴이의 말을 보면 뭔가 여자가 과감한 결심을 하고 용기를 낸 것처럼 느껴지는데, 내가 읽은 본문에서는 그렇다기 보다는 좀 끔찍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전근이라 이사를 갔고 그래서 바쁘다고 연락도 잘 안하는 남자를 여자는 무작정 찾아가는 거다.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의 집이 어디다, 라고 데려가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물어물어 찾아가서는, 우편함에 세 차례에 걸쳐 쪽지를 써서 넣는다. 이건 뭐... 내가 이 여자의 상대였다면 너무나 불쾌해지는 일인 것이다. 아, 너무 싫어. 이건 사귀는 사이라도 싫은데 관계가 뭔지 애매모호한 사이에는 더 불쾌한 일 아닌가. 싫다. 아니, 그러니까, 또 이 못난이 젊은 남자는, 왜 또 여자한테 확신을 안줘? 여자가 '아닌가보다' 포기할라치면 남자는 또 '기다려줘요' 이딴 소리를 해대니까 여자는 다시 희망을 갖고 이러는 거다. 애초에 미적지근하게 만났다가 연락없다가 기다리랬다가 같은 개수작 부리지 말고 노선을 확실히 했으면 사실 여자도 이렇게 애가 타서 거기까지 찾아가는 일은 없었을 거 아닌가. 물론 연애는 저마다의 것이지만, 상대에 따라 다른 내 모습이 나오는 거지만, 나 또한 병맛 연애를 해본 적이 있지만, 어쨌든지간에 진짜 병맛 캐릭터들의 병맛 관계였다. 어휴.. 여자가 노선을 확실히하기 위해 움직인 것은 맞다. 그리고 그건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었다. 노선을 확실히 하는 게 둘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혹은 다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이 젊은 놈이 못하니까 전전긍긍하는 여자가 하려던 거였는데, 어쨌든 좀 거시기했다. 짜증..



옮기이는 이 책이 노처녀의 이야기라고 했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되게 구린 시선을 가지고 있어서, 중간에 나는 이 작가가 몇년생인가, 다시 작가의 말을 봐야 했다. 왜 대체 이런 생각을 하는거지? 하고.



스도 안네는 전업주부다. 남편의 벌이로만 생활하고 있다. 유부초밥인지 즉석식품인지 모르겠지만, 그것만 준비하면 마음대로 놀러다녀도 되는가보다. 아주 팔자 좋네, 하고 말해주고 싶어지는 것은 내 심성이 곱지 않아서일까. (한 걸음 더, p.247)



하아- 한숨이 났다. 이건 심성이 곱지 않아서가 아니다. 심성의 문제가 아니다. '시선'의 문제다. 책 속 노처녀들은 모두 남자를 사귀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게다가 남자를 사귀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인정'받고 싶어한다.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 받고 싶어하는 걸까? 그러면서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고 로맨틱한 사랑을 꿈꾼다. '좋은 신부'가 되기 위해 회사에서도 남자사원들의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도맡아하는 여자 이야기가 나오는 <고마도리 씨 이야기>는 그중 가장 끔찍하다. 회사의 남자직원들에게 '좋은 신부가 되겠어' 라는 말을 듣고 자기가 정말 좋은 신부가 되겠다고 믿는 여자라니, 그렇게 직원들의 담배를 사다주는 여자라니. 진짜 씨발스럽지 않은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좋은 신부가 되겠다고 칭찬하는 남자들은, 자기 담배심부름 해주는 여자라서 그런 거다. 진짜 개같아서 원 ㅋㅋㅋㅋㅋ 어디 칭찬하면서 사람 부려쳐먹냐 씨발놈들아. 어느 단편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1도 나오질 않아..



고마도리 씨는 로맨틱을 믿고 있다. 만남은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남은 우연한 것이 좋다. 우연한 기적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다. 친구에게 소개를 부탁할 마음은 없었다. 내 쪽에서 움직여선 안 돼. 고마도리 씨 쪽에서 먼저 기회를 만들면 잘 안 되었다. (고마도리 씨 이야기, p.191)



(위의 박스 이상해... 왜이렇게 된거야 제기랄 ㅠㅠ)



배려를 하지 않는 인물들이 어느 단편에서나 툭툭 튀어나오는 데, <막내 여동생> 에서는 '전남편'이 그렇다. '전아내'가 다니는 회사의 거래처에 근무하는 '전남편'은 그러니 그 회사에 올 일이 많은데, 그 둘이 부부였던 걸 당연히 회사 사람들이 다 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이러고 다닌다.



나이는 쉰 살 정도로 가슴이 떡 벌어진 사람이다. 활달해서 분위기 메이커로 알려진 다무라 씨는 여복 많기로 유명하다.

결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노라고 공언하고 다녔다. 다 젊은 혈기에 한 짓이었지, 하고 회사에 올 때마다 전처인 구와타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혈색 좋은 피부로 웃었다. (막내 여동생, p.74)



아니, 전처의 회사에서 전처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랑 결혼한 건 젊은 혈기에 한 짓이지, 이렇게 말하는 개새끼라니, 그러면서 사람좋은 웃음을 웃는 놈이라니..참. 하아- 배려없는 놈들이 지천에 깔렸구나. 아니 이건 진짜 예의 문제지. 



어제 여자1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그녀는 얼마전 썸남과 헤어진 얘기를 하면서, 그 썸남의 이해할 수 없는 발언에 대해 덧붙였다. 썸남은 '나는 할 말을 다 하는 사람이야' 라며 자신이 당당한 캐릭터임을 알린 거다. 그러면서 예로 든게, '나는 못생긴 여자한테 너 못생겼다 라고 얘기해. 할 말 다 하고 살아' 라더란다. 아니 여기에도 씨발놈이... 내가 그 말을 듣고 여자1에게 그 남자랑 안사귀길 정말 잘했다며, 그건 할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할 말 안할 말 구분도 못하는 병신이라고 말했다. 더 웃긴건, 그런 얘기 듣는 게 불편해서 여자1이 '오빠도 잘생긴 건 아니야' 라고 했더니 불같이 화를 내더란다. 뭐 이런... 예의가 예의인줄 모르는 개놈들이 사방에 깔려있는건가... 


작가의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시선이 불편하다. 예의 없는 사람, 배려를 모르는 사람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그런 사람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예의 없고 배려 모르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이 세상 천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시선 조차도 내가 보기엔 구리다. 작정하고 쓴 노처녀(!) 소설인 것 같은데, 노처녀라서 남자를 사귀지 못해 안달하는 것 자체가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 어떤 여자들보다 나이가 많지만, 남자에게 선택받고 싶어서, 남자의 눈에 들고 싶어서 안달하지 않는다. 물론 책 뒷표지에 나와있듯이 



서른한 살이 되었다.

연애중인 그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연애를 하면서 나 역시 상대에게 기대하는 말들이 있고, 상대가 해줬으면 하는 제스쳐들이 있지만,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고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그럴때마다 그것이 '내 나이가 벌써 얼마인데..' 해서는 아니다.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그걸 남에게 보여야 한다, 고 이 책 속의 여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못할 경우 위축되는 거다. 그 점이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소설이 쓰여진 시대 탓인지, 작가의 시선 탓인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나이에 연애 한 번 못해보다니 쪽팔리다' 라든가 '결혼도 못하고 지금까지 뭐한거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이 소설과 내가 맞지 않는다. 


나는 결혼을 하게 되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혼이란 게 살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애를 하고 남자를 사귀면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애인이 없을 때 존나 우울해서 죽을 것 같거나 하지도 않다. 내 나이는 벌써 이렇게 훌쩍 많아졌지만,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한 언제든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하의 남자와 연애하게 되면 간혹 신경 쓰이고 기가 죽기는 하지만(내가 너무 늙었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앞에서 쪼그라들진 않는다. 이런 내가 완전히 다른 성향의 여자들이 잔뜩 나오는 글을 읽으려니 읽는 내내 즐겁지가 않았다. 그냥 당신 혼자 살아, 그런 병신 같은 애인은 걷어차버려, 혼자이면 어때 우동이나 먹으러 가! 같은 말들을 이천번쯤 내뱉고 싶었다. 




음.. 재미없는 책의 리뷰를 참 재미있게 잘도 썼다는 생각이 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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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2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지막에 제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딱 해주시네요^^ 스도 안네 이야기에선 폭발할 뻔 했어요... 나 참!
이렇게 재미없는 소설에도 재미난 리뷰를 달아주시는 대인배 다락방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2016-01-31 15:02   좋아요 1 | URL
네, 소설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왜, 어떤 소설에서도 짜증나는 캐릭터는 등장하잖아요. 그러나 그런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해서 소설 자체가 짜증나거나 하진 않는데, 이 소설은 왜 소설 자체가 짜증이 날까.. 어쩌면 작가의 시선이 그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알수 있게 되고, 그게 나랑 안맞을 때 짜증나는 걸까. 이를테면 짜증나는 캐릭터를 그려놓지만 이야기 자체는 아름다울 수 있잖아요. 연민이 생길 때도 있고요. 그런데 이 책속의 인물들은 그렇질 못하더라고요. 하아- 아름다운 소설을 읽고 싶습니다.

302moon 2016-01-2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년 전에(;) 구입해서 읽었는데, 정말 짜증나서; 읽고 난 뒤의 리뷰도 쓰지 않고, 읽고 싶어 하는 지인에게 건넸습니다.
밑에서 두 번째 문단, 엄청 공감하고 갑니다.
리뷰, 재밌게 잘 쓰셨어요.:) 저는 리뷰쓰기도 팽개쳤는데/

다락방 2016-01-31 15:03   좋아요 1 | URL
아, 302문님도 짜증나셨었군요! 아우 저는 진짜 읽다가 집어 던질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회사 동료 남자 담배심부름에선 어찌나 빡이 치던지. 게다가 왜저렇게 남자남자 .. 남자를 사귀지 않으면 자기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것 같은 그런 조급함이 아주 신경질 나더라고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