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은 언젠가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술을 마시는 시간이 일주일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덕분에 나도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보게 됐는데, 자꾸 보다보니 나도 자연인이 되고 싶어...
는 원래 하려고 했던 얘기가 아니고,
나는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면서 술을 마시는 시간이 일주일중에 가장 행복하다 느껴진다. 요즘처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집에 도착하면, <걸어서 세계속으로> 다시보기를 시청하는데, 회차 정보를 보면서 나라를 선택할 때부터 짜릿하다. 술과 안주를 준비해 작은 상에 딱 차려놓고는 리모콘을 눌러가며 어느 나라를 볼까, 하고 나라를 고른다. 며칠전에는 그렇게 호주의 시드니를 골랐는데, 호주에 대해 딱히 호감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넓고 푸른 공원을 보노라니, 아, 우리 조카들 데리고 저기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가서 저 넓은 잔디 위에 아이들 딱 놓고, 자, 마음대로 뛰어놀아, 하고 싶어지는 거다. 일전에 칠 살 조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그러니까 네 살 때쯤, 올림픽공원에 데려갔는데, 진짜 완전 꺅꺅 거리면서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거다. 그걸 보는 데 너무 좋았었다. 집에서는 밑에 층 시끄럽다고 뛰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는 어디에서 차가 튀어나올 지 몰라 뛰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텐데, 이렇게 넓은 잔디 위에서는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게다가 막 뛰다가 넘어져도 아스팔트보다 다칠 위험이 적잖은가. 뛰는 자신이 신났는지 소리를 엄청 지르면서 뛰는데, 조카를 잡겠다고 따라 뛰면서 나도 신났더랬다. 아, 아이를 이렇게 뛰어놀게 하고 싶다, 라고 보면서 생각했다. 덕분에 넓고 푸른 잔디만 보면 조카들 생각이 난다. 나에게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해준 나의 조카들. 호주 데려가고 싶다, 저기 잔디 위에 아이들 딱 데려다놓고, 자 마음대로 해, 라고 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음식 먹는 게 안나와서 재미가 없더라. 음..왜 먹는 걸 보여주지 않지? 여행의 백미는 음식 투어인데!
그렇게 호주 시드니 편을 다 보고났는데도 술이 남았다. 나는 다시 회차정보를 보다 이번에는 벨기에를 고른다. 아, 벨기에! 벨기에는 시작부터 좋았다. 시작부터 나를 빨아들였어. 초콜렛도 보여주고 먹자골목을 보여주는데, 아아, 나는 홍합을 싫어하지만 홍합에 정신이 나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본 영상은 여기로 ☞ http://travel.kbs.co.kr/info/info02/view.html?vid=8326
아아, 벨기에 가고 싶다. 브뤼셀 가고 싶다. 가서 초콜렛도 종류별로 다 먹고 싶다. 맥주가 이천가지 종류가 된다는 맥줏집은 딱히 가보고 싶진 않지만, 저 먹자골목에 가서 홍합이 가득 든 냄비를 앞에 두고는, 방송에서 청년이 그러듯이, 홍합 껍데기로 홍합을 먹고 싶다. 가고싶다 가고싶다... 가만있자, 벨기에는 내 인생에 어느 시점에 놓아둘까? 갸웃갸웃 하면서 후년은 너무 빠를까? 돈이 없겠지? 그럼 그 다음해로? 막 이런 생각하면서 신났다. 아, 나는 이런 거 너무 신나! 아직 갈 수 없는 곳, 그러나 가고 싶은 곳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그곳에 관련된 책을 읽는 거지. 다음날 나는 알라딘에 들어와 벨기에에 대한 책을 검색해본다. 재미있는, 실감나는 여행기가 읽고 싶었다. 그러나 벨기에 여행관련 책은 여행정보책자들만 수두룩하고, 그 외의 책은 내가 이미 읽은 책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내가 읽고자 하는 벨기에 책이 없는 거다!
하아- 어쩌면 이렇게 내가 읽고자 하는 벨기에 책은 없는가... 벨기에는 아직 여행기 쓸만한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곳이란 말인가. 별 수 없군. 내가 써야하나...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e 북으로 이런 걸 봤다.
책소개를 보니 이 책이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책일 것 같은데, 이북이라... 흐음. 나는 종이책으로 보고 싶은데 종이책으론 없더라. 해서, 나는 일단 이 책을 구매하기로 한다. 지금은 말고...좀 이따가 ㅋㅋㅋㅋㅋ 만약 이 책도 내 마음에 안들면, 그냥 내가 쓰는 걸로... -0-
그리고 엊그제였나, 또 술상을 차려두고(그러니까 맨날 차려두고 -.-) 이번에는 스위스 편을 봤다. 스위스의 유명하다는 네 개의 산을 돌아다니는 내용이었는데, 아, 산이 너무나 웅장하다.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소공포증.. 아찔해. 저런 장관을 직접 보게 된다면 숨이 턱, 막힐 것 같았다. 한편 그 어마어마함에 압도되어 덜컥 겁이 날 것도 같았다. 살면서 내가 저런 산을 직접 보게 될 날이 올까? 라고 갸웃했지만, 그게 '꼭 보러 갈테다' 라고 연결되지는 않았다. 보면 좋을 것 같다, 라고는 생각했지만, 반드시 보러가겠어! 다짐하게 되지는 않았달까. 역시 나를 움직이는 건 음식...
얼마전에 칠봉이랑 대화하는데, 칠봉이가 내게 '혼자서도 너처럼 완벽한 사람은 드물다'는 뉘앙스로 얘기를 했더랬다. 그러니까 혼자 지내도 참 잘 지낸다는 요지의 얘기였는데, 혼자 술상 차려두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 보면서, 그거 보고 신나서 언제 가지? 막 이런 거 생각하고 그러는 게 너무 신나는 거다. 낮에 지쳤던 것, 그렇게 다 날려버리는 나를 보면서, 아, 정말 좋다, 생각했던 것.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고, 그렇게 함으로써 재미를 찾고, 또 어떻게 더 흥미롭고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앞날의 계획을 짜는 게 참 좋았다. 어딘가에 언젠가 가고 싶어진다는 거, 그거 되게 좋지 않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는 거, 닿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거,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긴다는 건 인생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생긴다면, 그것을 위해 내가 뭔가 액션을 취하고자 함이 스스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딘가에 가고 싶고 또 누군가 만나고 싶어 꿈틀꿈틀 대고 꼼지락꼼지락 하는 게 내 인생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나에게 그런 것들이 생긴다는 게 나로서는 기쁘다.
지금은 베트남의 국수에 대한 책을 보고 있는데, 베트남을 향해 몸이 움직이려고 해서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과 베트남과 국수에 대한 얘기는, 이 책을 다 읽으면 리뷰로 풀어내도록 해야겠다,
라고 지금은 일단 생각한다.
아, 맞다. 나 매튜본 발레단 공연도 예매완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