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읽은 '필립 로스'의 『유령 퇴장』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젊은 시절 4년을 살고(상대는 이미 나이들어 있었다), 그 후의 오십년간을 그 4년의 기억으로 버텨온 여자가 나온다. 영화 『루시아』에서 남자는, 어느날 우연히 바닷물속에서 섹스한 이름 모를 여자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로운 여자가 생겨도 그랬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 애인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이름 모를 남자와의 격렬한 물속의 섹스가 잊혀지지 않았고 그 날 밤으로 인해 임신도 해서 아이도 낳았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여자와 남자는 기차안에서 우연히 만나 꼬박 하루를 함께 지낸다. 함께 걸어다니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싹트게 되지만, 그들은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는다. 4년은, 하루에 비해 길긴하지만 어쨌든 이 모든 이야기들에서는 '단 한 번의 만남'이 아주 강렬한 영향을 미치고, 그 기억 혹은 그 상대를 도무지 지워낼 수 없다는 공통점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찾으려고만 하면 내가 예로 든 것 보다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 예전 이승환 노래중에 '남잔 첫사랑을 잊지 못한대~' 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있었는데, 그건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고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첫사랑이어서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잊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그건 첫사랑일 수도 있고 열일곱번째 사랑일 수도 있다. 그건 남자도 그렇고 여자도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그 누군가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가진채로, 그러나 저기 저 배꼽 밑으로 꼭꼭 숨긴 채로, 그렇게, 그런 일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애도 하고 이별도 하고 또 결혼도 하고.... 그러면서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가슴에 품었다면, 언젠가는 그게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것 같다. 영화 『루시아』에서 남자는 여자를 찾아가게 되고 비포 시리즈는 안봤지만 그들도 뭐 어떻게든 만나게 되지 않던가. 영화 『세렌디피티』도 마찬가지. 결혼한 상대가 있었음에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서로를 찾기 위해 험난한 시간들을 보낸다. 이건 곁에 있는 사람한테 너무 상처가 되니, 누군가를 가슴에 품었다면, 그 가슴에 품은 사람과 결국은 함께하게 되는 것이 서로를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최선인 것 같다. 뭐, 사람일이 그렇게 내 생각대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아, 이런 얘기를 왜 했냐면, 최근에 읽는 책 역시 그런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루카는 6년전에 혼자 타이베이로 여행을 갔다가 단 하루, 남자대학생을 만나 안내를 받고 그 남자로부터 강한 기억을 받는다. 자신이 사는 나라 일본으로 돌아와 그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남자가 준 전화번호를 잃어버려서 연락할 수가 없다.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직장을 다니고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그런데 회사 업무상 타이베이로 발령받게 되고, 그렇게 6년만에 타이베이로 다시 날아가게 된 것이다. 타이베이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의 영어이름이 '에릭'이라던 그 남자를 만날 수가 없고, 가끔, 그 남자일지도 모르는 남자가 찍힌 신문기사의 사진을 오려낸 것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8년만에 그 남자의 소식을 직장 동료로부터 듣게되는데, 그가 일본에 있다는 것이다!!!!!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에릭 역시 그녀를 잊지 못했고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러던 중 고베지진이 발생해서 걱정되는 마음에 무작정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는 거다. 맙소사.....그렇다면 지금 그가 일본에 가 있는 까닭도, 어떻게든 우연히 그녀를 만나길 원하기 때문일까? 그 오래전의 단 하루의 만남, 그것이 하루카를 타이베이로 오게 하고 에릭을 일본으로 가게한 것일까?



아직 8년차 밖에 읽지 못했고 앞으로도 몇 년의 이야기다 더 남아있다. 나는 아직 책의 절반도 읽지 않았다. 그러니 8년차에 만나는지, 아니면 9년차, 10년차에 만나게 되는지, 만나긴 만나는지 알 수가 없다. 책 자체의 문체라든가 분위기 같은 건 내 취향이 아닌데,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롭다. 만나라, 만나라, 만나라... 나는 자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가슴 속에 품은 사람은, 만나야해! 왜, 일전에 가네시로 가즈키도 자신의 단편소설 <연애소설>에서 그랬잖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으면 안된다고!! 


만.나.라.

만.나.라.



만.나.라. 라고 쓰는 순간 쟌다라 생각이 나는군.....쟌다라...

















돈을 벌어야 된다. 돈을 벌어야 돼. 저렇게 가슴 속에 누군가를 품고 있는데, 그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은데, 근데 그 사람이 비행기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비행기 값을 벌어야 되잖아......게다가 간다고 만날지 못만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잠잘 곳이 필요하고, 먹을 것도 사 먹어야 하고.... 역시 돈이 필요하다. 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 돈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일단 그 사람을 만나면 비행기값 갚을게요, 만나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비행기값을 먼저 내게 하진 말아요....라고 하면 비행기를 안태워주겠지. 


내 머릿속엔 뭐가 들었을까?

갑자기 글 쓰다가 궁금해졌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직 에릭의 이야기가 나오질 않았다. 왜 일본에 갔는지, 결혼은 했는지 어땠는지... 하루카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아 졸 좋아!'의 느낌이 아니다. 이건..이럴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가슴 속에 누군가를 품은 채로 다른 사람을 좋아하거나 사귈 수는 있지만, 가슴 속에 누군가를 품은 채로 '아 졸 좋아 영혼이 찢겨나갈 것 같아' 하게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만약 누군가를 만났는데 진짜 너무 좋아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면, 가슴 속에 품은 누군가가 지워지게 된다. 사람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게 가능할 수 있지만, 그 사랑의 강도가 똑같기는 힘든 것 같다. 어느 한쪽에는 좀 애정이 덜간달까.. 어쨌든, 에릭은 일본에 가있고 하루카는 타이베이에 와있다. 각자의 나라에 있을 때도 만나지 못했는데 지금은 서로의 나라에 가있어서 만나지 못했다. 이들이 만난다면,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펼쳐갈까? 



"고작 하루 타이베이에서 함께 지냈을 뿐이잖아. 그 후로 한 번도 못 만났어. 그런데도 왠지 서로에게 마음이 남았고 한쪽은 타이완에서 일본으로, 다른 한쪽은 일본에서 타이완으로 와서 일하잖아." (p.161)


회사 때려치고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러 밖으로 나갈까, 하다가, 비행기값... 같은 거 모아두려면 돈은 벌어야 되고....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남의 연애 얘기에 내 돈벌이를 버릴 생각을 하지 말자, 라고 다시 결심을 굳히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사주를 본다면 나의 4월엔 '립스틱운'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며칠 전 밤에 혼자서 술을 마시다가 취해서 티븨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는데, 오, 견미리가 화장품 홈쇼핑을 하고 있다. 그런데 피부가 완전 물광..이야.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 저건 사야해! 하고 질러버렸다. 하나는 엄마 쓰라고 줘야지, 생각하면서. 다음날 점심 시간때쯤, 아아, 지금 쓰고 있는 팩트가 있는데........아직 많이 남았는데...........이건 과소비야 싶어서 전화를 걸어 주문을 취소하겠다고 했더니 이미 출고작업이 되었다며 반품을 하라는 거다. 음... 그냥 쓸게요, 했다. 그래서 어제 그 박스가 도착했는데, 사은품으로 주는 립스틱이 들어 있었다. 홈쇼핑 광고 할 때부터 립스틱 3종중에 색깔은 랜덤발송이라 했던 터라, 으으, 두근두근, 무슨 색깔일까, 궁금했더랬다. 그랬는데.... 하아-



오렌지... 가 왔다. 오렌지.... 오렌지.....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는 색이며, 앞으로도 살 일이 없을거라 생각되는 색이며, 발라볼 욕망을 1도 느껴본 적이 없는 색인데....오렌지...........오렌지라니.............토마토 색깔 같은 거 올것이지...............

그렇게 실망을 했지만, 특유의 긍정적 성격이 발현된다. 부르르, 긍정적 생각이 나를 싸고돌며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어차피 내가 내 돈주고 살 생각이 아니니 발라볼 일 없는 거였잖아, 그렇다면 이렇게 공짜로 주어졌을 때 발라보면 되잖아? 라고. 부르르.....내 온 몸을 싸고도는 긍정적 기운......



색깔은 오렌지와 다홍이 섞인 빛인데, 으음, 자, 한 번 발라보자!! 그렇게 나는 발라본 것이다.


사실 발색샷 찍으면서 그냥 아이폰 카메라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wondercam 어플로 찍으니 이 어플이 자체 뽀샵을 해주는데 피부를 물광으로 만들어주고 눈동자 크게 만들어주고 잡티 다 없애주고 얼굴 턱선 깎아주기 때문에, 댓글들에서 피부 좋다..는 말이 자꾸 나오고...그것은 나의 양심에 너무 거리끼는 것이었다. 아아, 아닌데... 저건... 내 얼굴이 아닌데...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폰으로 찍었는데...하아- 도저히 못봐주겠는 거다. 삭제삭제. 다시 그냥 어플로..... 그렇게 찍은 발색샷!




색이 얌전하고 실제로 보면 저거보다 약간 찐하다. 발라보니 내 생각과 달리 너무나 잘 어울리고 편한 거다. 회사 동료1도 보고는 '너무나 잘어울린다'며 호들갑 떨었고, 다른 부서의 동료2는 나를 보자마자 립스틱 색이 너무 예뻐요~ 한다. 아...나는 어떤 색을 사도 상관없겠다. 뭘 발라도 다 잘어울려!! 그래서 동료에게 말했다. 난 왜 다 잘어울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아무 색이나 바르기만 하면 다 어울려, 다!!!!!!!!!!!!




최근에 헤어진 애인은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뭐, 그 전에 헤어진 애인도 나보다 어렸지만.. 음.. 나에겐 연하의 남자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매력같은 게 있나? 어쨌든 이 애인은 나보다 어린데 심지어 동안이라서, 간혹 이십대로 오해받기도 하더라. 나는 동안도 아닌데다 그보다 나이도 많았던 터라, 뭐랄까, 좀 신경 쓰였더랬다. 지금이라도 좀 관리를 해줘야 되지 않을까... 나이 많은 게 티나더라도 이모뻘로 보일순 없지 않나, 싶어서, 생애 처음으로 아이크림을 샀었다. 고가의 아이크림.... 그간 아이크림을 발라온 적이 없었고, 선물 받거나 샘플을 받게 되면 죄다 엄마를 줬더랬다. 아이크림은 나와는 아주 상관없는 아이템 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젊은 남자를 만나(응?) 처음으로!! 눈가 관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백화점에 가, 고가의 아이크림을 질러버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왕 사는 거, 나이 들어 시작하는거니 좋은 걸로 사자!! 


해서 사서 쓰고 있었는데, 이 아이크림을 이제 다썼다.




펌핑해도 더이상 나오지 않는 아이크림을 손에 쥐고 여러가지로 생각이 복잡해졌다. 이거 비싼데...다시 사야하나......라고 생각하다가, 이제 그만두자, 했다. 부질없어..아이크림 쓴다고 갑자기 내가 동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이거 발랐다고 눈가가 환해지거나 한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리고 이제 연하의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걍 말자. 그 돈으로 스테이크나 사먹자. 인생......



오늘은 동료직원과 오후에 간식으로 할라피뇨와퍼를 먹기로 약속했다.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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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6-04-2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크림 사세요. 스테이크도 드시고.
인생 별거 없음. ㅎ

버거킹 할라피뇨와퍼 맛있어요.

다락방 2016-04-22 11:14   좋아요 0 | URL
아....아이크림...살까요? ㅎㅎㅎㅎㅎ
스테이크도 먹고....

하아. 좋은데, 참 좋은데.... 다 카드빚이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blanca 2016-04-2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ㅋㅋ 귀여워요. 그리고 나 요새 드는 생각이 갑작 꼭 동안이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갑작 들었어요. 그냥 그 나잇대의 아름다움이 있는 듯. 그래도 흑... 요새 다크 서클 보면 한숨 나옵니다.

다락방 2016-04-22 11:13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저도 동안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나친 동안 보면 저는 좀 별로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나잇대의 아름다움을 저도 선호해요. 그렇지만..제 다크가 너무 심해요 ㅠㅠ 그래서 아이크림을 사기로 마음먹고 써본건데...이 다크서클이 아이크림으로는 전혀 나아지질 않네요? ㅠㅠ 결국 수술이 답인가..싶었는데 수술도 하기 싫고요. 하아... 저는 동안이 되고싶다는 희망은 1도 없는데, 다크서클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ㅜㅜ

건조기후 2016-04-2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첫사랑이어서 잊지 못 하는 게 아니라 잊지 못 하는 누군가를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거 굳이 구분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순서상 처음 사귄 사람이냐 자기가 처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냐... 바보같더라고요. ㅡㅡ 당연히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 사랑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도 가볍게 사귀는 거까지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또 뭐 꼭 그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짚고 넘어갈만큼 자랑거리도 아닌데 어찌나 뻐기는 표정인지... 음 근데 왜 여기서 흥분 ;;; ㅎㅎㅎㅎㅎ

아이크림은 화장품 중에서 양도 제일 적으면서 비싸기는 또 엄청... 효과는 있었어요? 나는 아이크림 발라서 효과 본 적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꾸준히 발랐던 적도 없긴 하지만 ㅋㅋㅋㅋㅋ 나이 먹는 거 숫자 자체는 별로 상관이 없었는데 나이 먹는 내 모습을 내 눈으로 보는 건 가끔 슬퍼요. 그러다 또 별 생각없이 살지만 한 번씩 깜짝, 놀라요. 세상에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거예요... 나는 아직 내가 어른같지도 않은데... ㅜ

다락방 2016-04-22 13:18   좋아요 0 | URL
많이 사귄 게 자랑인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특히 남자들이 그런 게 심한데, 여자 많이 사귀어본게 자랑인 줄 알아요. 제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하나가 자기는 스물아홉명을 사귀어 봤다고 말했었대요. 얼마나 못났으면 그렇게 자꾸 여자들과 헤어졌겠어요. 교제를 어떻게 하는건지 원... 그걸 왜 자랑처럼 떠벌릴까요. 많은 여자들과 자봤다는 게 자랑일까요? 그러면 누가 아이쿠 부럽다 잘했다 라고 할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음..어쩌면 그걸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에요.


아이크림은 저도 효과를 1도 못본 것 같아요. 아이크림이란게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지금 꾸준히 발라두면 노년에 확실히 다른거다, 라고 하는데...그건 그냥 팔아먹기 위한 말이 아닌지... 앞으로를 위해 지금부터 발라줘야 하는 게 맞는건지....다 부질없는 짓인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나이 먹는 걸 실감하게 될 때 슬퍼요. 얼마전에 페이퍼에도 언급했듯이 피부가 건조해지고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지고 생리 일수가 짧아지고..이러니까 별 생각 없이 살려다가도 `아 늙어가네` 싶더라고요. 게다가 요즘엔 취침 시간도 점점 더 빨라져요. 예전엔 새벽 두세시까지는 안잤었는데 이젠 열한시도 되기전에 잠들어버려요. 아아,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노화는 막을 수가 없어요 ㅜㅜ

건조기후 2016-04-22 13:34   좋아요 0 | URL
하... 아이크림 그렇게 오랫동안 바르느니 그냥 피부과 가서 시술 한 번 받는 게 낫겠어요. 근데 피부과도 또 다니려면 꾸준히 다녀야하고... 뭐가 이렇게 사는 게 힘든가요 ㅋㅋㅋㅋㅋ ㅜㅜ

저도 이제 12시만 넘어가도 눈이 뻑뻑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며칠 전엔 페이퍼 쓰는데 도저히 잠이 와서 쓰고 싶은 말을 다 못 쓰고 잤어요. 막 쓰면서도 아 이건 길어질 거 같으니 빼야겠다 이러고 ㅋㅋㅋㅋㅋ 내 참 그런 내 자신이 얼마나 웃프던지.

저도 이제 밤 한 번 새면 속 쓰리고 어지럽고 ㅎㅎㅎ ㅜ 우리 건강 잘 챙깁시다 다락방님. 영양제같은 것도 꼭꼭 드시고요.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고 했어요! ㅜㅜ

다락방 2016-04-22 13:40   좋아요 0 | URL
저는 심지어 영양제도 안먹어요. 저는 대신에 밥 잘먹고 고기 잘먹고 야채 잘먹고 술도 잘마시니(응?) 잘 먹고 살고 있으니 괜찮을거다, 라고 생각하며 영양제를 먹고 있진 않은데... 이러다가 또 갑자기 영양제가 필요할 나이다, 라고 생각되어져서 먹게 될 수도 있겠지요.

시술이든 수술이든 가급적 안받고 살고 싶어요, 저는. 특히나 그게 더 젊어 보이기 위한 것이라면 말이지요. 그냥 늙고말지....라고 생각해서 지금 너무 늙어있나.....음.... ㅎㅎㅎㅎㅎ

저는 밤은 샐 생각도 안하고요 무조건 일찍 집에가서 일찍 자고 싶다 이런 생각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예전엔 잠을 안자고 싶었었는데 이제는 막 자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건조기후님, 우리 건강 잘 챙깁시다. 잘 챙겨서 서재에서도 오래오래 친구하고 지냅시다. 서로의 글 읽고 또 격려하고 그러면서오. 우리 오래오래 함께해요! ♡

아무개 2016-04-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킨푸드의 아이크림을 몇년전에 잠시 사용했었는데
바르자마자 효과가 있었던거 같은데요.
근데 귀찮아서 안쓰는.....

버거킹 할라피뇨 와퍼
먹고싶다.
먹고싶다.
먹고싶다.
하지만
꾹 참고 낼 삼겹살 먹어야겠음요.

다락방 2016-04-22 13: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먹고싶은 거 안 참고 순간순간 다 먹으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

레와 2016-04-22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렌지색 립스틱 바른 다락방 입술 이쁘요!! +_+


인생.
요즘 걱정이 많아요. 걱정&생각만하다가 인생 종칠거같아. 쓰고보니 이것도 걱정이네..

다락방 2016-04-25 09:27   좋아요 2 | URL
난 요즘 인생에 낙이 없어요. 살아갈만한 즐거움을 찾아보려고 애쓰는데 뭐 하나 떠오르는 게 없어요. 걱정은 없는데 즐거움이 없어요. 하아-

오렌지색 바른 입술 저도 마음에 들어요! ㅎㅎ

감은빛 2016-04-22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글 읽으면서 저에게는 누가 남아있나 잠시 생각했어요.
너무 많이 남아서...... 는 농담이구. ^^

저 역시 단 하루 만났던 여성이 떠오르네요.
공통의 관심사가 많았던, 생각보다 대화가 무척 재밌어서,
낮부터 밤 늦게까지 순천과 여수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던,
늦은 시간 돌산대교를 내려다보며 함께 보냈던 시간은 잊혀지지 않네요.

다락방 2016-04-25 09:2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뭐니뭐니해도 영혼을 꽉 채워주는 사람을 잊기 힘든 것 같다고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잃으면 역시 영혼이 공허해지는 것 같아요. 섹스는 없이 살 수 있는데 대화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점에서 대화가 무척 재미있었다면, 그 상대가 아주아주 오래 남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아요, 감은빛님. 조만간 이야기 많이 나눕시다!

Forgettable. 2016-04-22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그 사람을 만나면 비행기값 갚을게요, 만나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비행기값을 먼저 내게 하진 말아요....
이거 누구한테 하는 말입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 돈 ㅠㅠ 돈을 벌어야 해요 진짜 ㅠ

다락방 2016-04-25 09:28   좋아요 2 | URL
음.. 그러니까... 승무원?????????????? 한테 하는 말인가????????????????? 나도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쓰다말고 내 머릿속엔 뭐가 있나..하는 궁금증이 일었던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월 2016-04-27 1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못 만나는 이야기가 아마 이영훈 작곡, 이문세가 부른 노래겠죠. 그렇게 못 잊는 사람을 다시 못 만나고 다른 사람과 살면서 놓은 듯 놓지 않은 듯 그렇게 사는 이야기요.

다락방 2016-04-25 09:30   좋아요 1 | URL
아, 그런 노래가 있나요? 사실 사람들이 사는 건 대부분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간절히 원하는 상대와 함께하는 게 어느모로 보나 맞겠지만, 사람의 사정이라는 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니까요....

인생은..정말 뭘까요? ㅜㅜ
 
유령 퇴장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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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들릴까 말까 한 소리로 말했어요. `면도하고 이발하고 싶어. 깨끗해지고 싶어.` 그래서 이발사를 불렀어요. 매니가 머리를 가누지 못해서 이발하는 데 한 시간도 넘게 걸렸죠. 이발이 끝난 뒤 나는 이발사를 문간까지 배웅하고 이십 달러를 줬어요. 침대로 돌아와보니 매니는 숨이 멎어 있었어요. 죽었지만 깨끗해졌죠." 이 말을 하고 난 다음 그녀는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갑자기 이야기를 멈췄고, 나도 어쨌든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와 만난 건 그때 한 번뿐이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난 그 시간을 지나왔고, 내가 그랬다는 게 기뻐요. 그 사 년의 시간을요." 그녀가 말했다. "매일 그리고 밤낮으로 말이에요. 나는 그의 벗어진 머리가 독서등 아래서 빛나는 걸 보았죠. 매일 저녁식사가 끝나면 거기 앉아 책을 읽으며 신중하게 밑줄을 긋고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기고 스프링 노트에 문장을 적는 그를 보면서 나는 생각하곤 했어요. 저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요." (p.201-202)

사 년의 시간을 기억하며 오십 년을 산 여자. 그녀의 전 생애가 그 사 년에 의해 규정되어 있었다. (p.202)

우리가 떠난 후 뒤에 남은 이들이 늘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닌데도 우리는 다시 돌아왔을 때 그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 동시에 잠시 감동을 느낀다. 또한 늘 변함없는 좁은 장소에서 평생을 보내면서도 떠나고자 하는 욕망을 느기지 않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p.40-41)

"오힙대 후반에 첫 장편을 쓰다니. 백혈병이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 소설이 그를 죽였을 거예요."
"왜요?"
"그 주제 때문에요. 프리모 레비가 자살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던 후유증 때문이라고들 했어요. 난 아우슈비츠에 대해 글을 써서라고, 마지막 저작에 너무 쏟아부어서라고, 공포감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해서라고 생각했죠. 그런 책을 쓰기 위해 매일 아침 눈을 떠야 한다면 누구라도 죽고 말았을 거예요."
그녀는 레비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p.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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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4-20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제일 사랑하는 바로 그 작품...
아, 나도 다시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16-04-21 08:1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페이퍼 보고 이 책을 샀고, 그리고 읽은 거에요. 필립 로스는 원래 호감작가이기도 했고요. 사실 저는 일흔 넘은 노인이 사십살 연하인 여자에게 욕망을 느낀다, 사랑을 느낀다, 는 것에 흥미가 일어 보기 시작했는데 정작 책을 읽고나자 마음을 끄는 부분은 따로 있더라고요. 위에 인용한 것처럼, 나이 많은 작가와 자신의 젊은 시절에 4년을 함께 보낸 여자, 그녀가 그 후로 오십년을 거기에 매어 사는 부분이요. 아니, 그 추억을 곱씹으며, 이미 죽은 남자와 늘 대화한다고 하는 것들이 참 인상깊었어요. 요즘엔 이런 이야기들이 참 눈에 들어오네요. 예전부터 있었는데 제가 잘 몰랐던건지 모르겠지만, 얼마전에 읽은 파스칼 키냐르 작품에서도 너무 사랑한 남자를 평생 그리워하며 계속 걷기만 하는 여자가 나왔는데, 이 책 필립 로스의 책에도 사 년을 함께하고 오십년을 추억하는 여자가 나와요. 저는 [유령퇴장]이 딱히 좋진 않았거든요. 책장이 잘 안넘어가더라고요. 그렇지만 사 년의 시간을 기억하며 오십 년을 산 여자가 참 인상깊어요.

웽스북스 2016-04-2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뭔가 압도적인 한문장이네요

다락방 2016-04-21 10:53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끄덕끄덕)
 

주말에 조카들이 왔었다. 둘째 조카는 병원에 들르느라 좀 늦었고 첫째 조카는 울엄마랑 먼저 도착했는데, 식탁 위에 내가 까놓은 오렌지를 보고는 '와 오렌지다' 하며 덤벼들었다. 나는 응, 이모가 타미 먹으라고 까 놓은 거야, 먹어, 했더니,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고 두 개 먹겠다고 하며 입에 오렌지를 넣더라. 그걸 보는데 너무 예쁘고 좋은거다. 행복해지고. 아, 나는 이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먹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으면, 그건 바로 사랑이 아닌가. 반대로, 먹는 게 꼴도 보기 싫다면, 그 관계는 이미 끝장난 것 같다...


칠 살 조카가 일전에 우리집에서 내가 쪄놓은 달걀을 오물오물 먹을 때도 너무나 행복했는데, 이번에 오렌지를 먹는데도 너무나 예뻐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조카는 내 영혼의 치료제야, 싶었다. 이 아이, 계속 계속 먹이고 싶어. 다음날에는 다같이 피자 시켜 먹었는데, 내가 먹기 좋게 가위로 다 잘라줬다. 조카 입에 피자 들어가는 게 너무 예뻐서. 당신이 먹는 모습을 보며 내가 행복하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겁니다.....


이뿐 것들 ㅠㅠ


과자 먹고 싶다고 해서 집에 있는 홈런볼과 새우깡을 각자의 그릇에 담아 각자에게 건넸더니, 둘 째 네 살 조카가, 이모도 먹어봐 맛있어, 하며 입에 넣어준다. 아...이놈들 ㅠㅠ 사랑 ♡



나랑 손 잡고 걷는 칠 살 조카




나랑 손 잡고 걷는 네 살 조카



우산을 자기가 들고 가겠다고 달라더니, 자기가 감당하기에 너무 우산이 길어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 '이모가 우산 들고갈까?' 했더니 응, 하며 우산을 건네준다. 아구 이뽀 ㅠㅠ




어제는 퇴근 길에 너무 배가 고팠고 뭔가 '잘' 먹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 근처의 '보리밥과 청국장' 집에 들어가 혼자 앉았다. 두루치기는 2인이상 주문가능하다는데, 저기 혹시 1인은 안될까요? 했더니, 사장님께서 웃으시며 해드릴게요, 하셨다. 그래서 나는 한 상 가득, 흡입했다. 다 먹고 계산하는데 후식 꼭 좀 드시라고, 맛있다고 연신 권하셨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나한테 잘해준다고.



먹기전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떠올라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나 이렇게 잘 먹고 다녀요, 라고 보냈다. 그러자 답장이 왔다. '잘 먹고 있다니 정말 반가운 소리구나' 하고. 



엊그제부터 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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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4-1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을 누가 좀 봤음 싶군요. ^^:::::::

다락방 2016-04-19 12:10   좋아요 0 | URL
링크를 보내세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4-1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그대로 진수성찬~~ 완전 건강식, 웰빙이네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다락방 2016-04-19 12:10   좋아요 0 | URL
그쵸? 혼자서 막 쌈 와구와구 싸먹는데 참 좋았어요. 와, 나 참 잘 먹네..하면서. 흐흣

건조기후 2016-04-1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예뻐요. 조카들도, 먹는 걸 보는 게 행복하면 사랑이라고 말하는 다락방님도, 밥상도.. ㅎㅎㅎ

다락방 2016-04-19 12:11   좋아요 1 | URL
조카들이 너무 예뻐서 제가 다 미칠 지경입니다. 으흐흐흣 조카들 있어서 너무나 좋아요.
먹는 거 보는 게 좋으면 사랑이 맞아요. 전 상대가 먹는 거 보고 정떨어진 적도 있거든요. 그건 다시 회복이 안되더라고요. 정 떨어지는 거의 끝장, 끝판이 먹는 게 보기 싫어지는 것.. 아닌가 합니다. 아핫
건조기후님은 저런 밥상을 앞에 둔 저를 예쁘다 하시니 저를 사랑하는 걸로... ( ˝)

순오기 2016-04-1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는 조건없이 이쁘죠.^^
조카가 그렇게 이쁜데 내 새끼는 얼마나 이쁠지... 상상이 되시나요?^^♥

다락방 2016-04-19 18:00   좋아요 0 | URL
아뇨.. 상상이 안되는데, 앞으로도 저는 경험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0-

몬스터 2016-04-1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 동감 , 먹는게 뵈기 싫으면 그 관계는 끝장난거라는 말이요 ,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먹는거 보는거 참 행복한 거라는거도요.

2016-04-20 0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6-04-2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말 있잖아요?
내 새끼 입으로 들어가는 거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전 절대 그 말 안 믿었거든요.
아니 내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지도 않는데,
어떻게 내 배가 부르냐구요!

어렸을 때 GOD 노래에 나온 일화를 직접 겪었어요.
엄마와 어딜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점심때가 한참 지났었고,
전 배가 고팠어요.
제 주머니엔 누군가에게 용돈으로 받은 5백원이 있었죠.
저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자고 했고,
짜장면 값 5백원으로 한 그릇을 시켜 둘이서 먹었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한 두 젓가락도 제대로 안 드시곤
맛이 없다며 제가 먹는 모습만 보셨죠.

언제였던가 아이들과 놀다가 시내에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그 음식점이 엄청 비싼 곳이더군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메뉴를 골라 들어왔는데,
그냥 나갈 수도 없고,
가격 대비 괜찮을 듯한 메뉴로 두 개만 시켜 먹었어요.
우리는 다 먹성이 좋아서 저도,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다 잘(많이) 먹거든요.

제가 막 먹으면 한창 자랄 나이인 아이들 먹을 게 없을까봐
일부러 애들 눈치보면서 아주 조금 먹은 후
아이들 먹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어찌나 예쁘게 잘 먹는지,
진짜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더라구요.
비록 내 배는 채우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물론 그보다 더 좋은 건 제가 만든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이지요.
저는 당연히 대식가라서 음식을 잔뜩 만들기 때문에 모자라는 일이 없어요. ^^

다락방 2016-04-25 09:33   좋아요 0 | URL
아 감은빛님! 제 로망입니다. 제가 만든 음식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 먹는 거요. 몇 년전에 첫째 조카가 세살 때였나, 스파게티를 만들어줬는데, 물론 소스 사다가 부은 간단한 요리이긴 했지만, 잘게 잘라줬더니 포크로 막 먹으면서 맛있다고 하는 거에요. 정말이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신나서는, 그 다음에 조카가 왔을 때 또 해줬거든요. 그 때는 안먹더라고요??????????????? 아하하하하.

저도 뭔가 자신있는 요리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걸 보고 싶어요. 이런 저런 요리들에 도전해보지만, 계란말이나 계란찜 같은것도 언제나 대실패로 끝나요.. 참담한 기분입니다.. Orz

그래서 돈을 열심히 벌어야해요. 저는 제가 요리를 해줄 수가 없으니 ㅠㅠ 너무 맛이 없어서 ㅠㅠ 돈 주고 사먹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직장을 관두고 싶은 마음이 언제나 가득하지만 참고 다녀야하는 이유죠 ㅠㅠㅠㅠㅠ
 
















'다이안 레인'과 '리차드 기어'는 영화 『언페이스풀』에서 오래전에 함께 연기 했더랬다. 그런데 최근에는 『나이트 인 로댄스』에서도 다시 만났더라. 전자는 2002년 후자는 2008년이니, 그들은 6년후에 다시 만난 셈이다. 나는 두 영화를 모두 보았는데, 두 영화속에서 다이안 레인이 너무 예뻐서, 너무 우아해서 좋았다. 좀 더 최근에 찍은 영화에서는 확실히 전작보다 많이 나이들긴 했지만, 특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고 있어서 원피스를 입거나 청바지를 입어도 참 예쁘더라. 짧은 머리도 잘 어울렸고, 영화속에서는 요리도 잘했다. 영화속에서 아이들이 아직 어려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갈 수 없는 설정이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일을 하면서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할 날을 기다리면서 잘 살아낸다. 그 모든 일상의 순간들과 또 그녀가 남자를 만나 함께 지내는 그 며칠동안, 얇은 카디건 이라든가 평범한 청바지를 입은 모습들이 너무 예뻐서, 아, 저렇게 늙고싶다, 라고 생각했다.


아래 세 장은 언페이스풀의 스틸컷






그리고 아래는 나이트 인 로댄스의 스틸컷.






두 영화 중에 하나만 보고 싶은데 뭘 볼까, 라고 생각한다면 나이트 인 로댄스를 추천한다. 언페이스풀은 어딘가 살짝 기분 나빠....



어쨌든, 다이안 레인보다 초큼 더 어린 나는(응?) 빨간 립스틱을 샀다.






그리고 발라보았다. 자, 발색샷!!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이 너무나 웃기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빨강은 내가 원하는 진한 빨강이닷! 음, 나는 '빨강'을 원했지만 이 립스틱은 실상 '다홍'에 가깝다. 그게 약간, 아주 약간 서운하지만, 그래도 진하다, 임팩트 있어! 이거 바르고 친구 두 명 만났는데, 다들 보자마자 립스틱 얘기했다. 우하하하하. 성공이닷! (뭐가?)




머리에 꽃 단 거 너무 잘 어울려.....

근데 나.. 볼 살 터지고 있냐.....



빨간 립스틱은 확실히 기분 전환이 되긴 하는데, 불편한 것 또한 사실이다. 뭐 먹으면 가운데가 금세 지워져서 다시 덧발라야 하는데, 지워졌을 때 티가 너무 확 나는 거다. 진한 색이다 보니.... 어쨌든 빨간 립스틱, 성공적.



어제 알라딘에서 책 샀는데...인팍으로 옮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은 사야겠고, 돈은 없고, 인팍은 리뷰 쓰면 적립금 팍팍 쏜대고....나 흔들리니?


 

아, 일하기 너무 싫고 뭔가 맛있는 것 먹고 싶다.

며칠전에 엄마표 달랑무김치가 넘나 맛있어서 밥을 두 그릇 먹다가, 아빠한테

"아빠 나는 그냥 아무데도 안가고 24시간 내내 달랑무랑 밥이나 먹고 있었으면 좋겠어" 했다.

그러자 아빠는 '참 너 답다, 니가 할 수 있는 말이야' 하셨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서 달랑무랑 밥이랑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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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4-1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6년이 그렇게 긴 시간이었나봐요. 나이 든 티가 많이 나네요... 그래도 아름다워요.

다락방님 빨간 립스틱 너무 잘 어울려요! 부러우면 지는 거지만 질 수 밖에 ㅋㅋ 볼수록 예쁘시다 ^^

다락방 2016-04-19 12:15   좋아요 0 | URL
네, 6년 이면 저렇게나 많이 늙는구나 싶더라고요. 저도... 그렇겠지요. 6년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너무나 다르겠지요. 하긴 피부상태도, 헤어상태도, 생리양도... 6년전과 현저히 다르네요. ㅠㅠ 슬퍼 ㅠㅠ

볼수록 예쁘다는 말을 제가 들을 수 있는 건, 가릴 수 있는 부분을 모두 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6-04-19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빨강이 진짜 잘 어울리네요. 예뻐요~~~ 세련되고 지적인 섹시함...*^^*

다락방 2016-04-19 12:16   좋아요 0 | URL
제가 빨강이 너무 잘 어울려서 난리가 났어요, 난리가!! (응?) ㅋㅋㅋㅋㅋ

고마워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 너무 좋아요! ♡

hnine 2016-04-1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다이안 레인 보셨나요? <리틀 로맨스>에 나와요. 지금 모습 그대로여요.
다락방님 <투스카니의 태양>도 보셨죠? 거기서도 예뻤어요. 예쁘다는 말로 부족하고, 음, 뭐라고 해야할까요, 우아함? 기품?
저 립스틱은 저에게도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군요. 다이안 레인보다 겨우 한살 적으면서 ㅠㅠ

다락방 2016-04-19 13:57   좋아요 0 | URL
아, 맞다! [투스카니의 태양]에도 나왔었죠!! 저도 봤어요, 나인님. 맞아요, 그랬어요. 거기서도 참 우아했어요. 저랑은 완전 다른 캐릭터..에요. 하아- 그 영화 너무 좋아서 책도 사놨는데 책 두 장인가 읽고 팔아버릴까.. 생각했네요. 읽기 중단한 상태에요.

하하 나인님, 다이안 레인보다 나이가 더 많아도 저 립스틱 사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립스틱 사려고요. 지르세요!! >.<

무해한모리군 2016-04-1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립스틱 정말 빨갛고 여름에 잘어울릴거 같아요~
이미 저렇게 늙긴 글러먹었지만 나이들어도 예쁘네요.

다락방 2016-04-19 18:00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이미 저렇게 늙긴 글러먹었어요. 전 헤비한 할머니... -0-
립스틱이라도 예쁘게 바르는 할머니가 되어야 겠어요...Orz

망고 2016-04-19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색 잘 어울리실거 같아요^^ 가려진 다락방님 얼굴 사진은 너무 귀엽지만요ㅎㅎ

다락방 2016-04-20 06:4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얼굴 가리느라 이것저것 스티커 다 붙여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빨간색은 무척! 마음에 들어요!!

LAYLA 2016-04-20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피부 좀 봐...

다락방 2016-04-20 06:43   좋아요 0 | URL
라일라님 ㅜㅜ 아이폰 사용하신다면 wondercam 어플을 써보세요. 제 나쁜 피부를 자기 스스로 저렇게 보정해준답니다. 흑흑 저건 저의 피부가 아니에요 ㅜㅜ

blanca 2016-04-20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정말.... 다이안 레인 나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러니 당장 이 영화를 보고 싶은데 일단 꼭 볼게요. 그리고 다락방님 눈이 너무 궁금해서 몰래 보고 오고 싶어지네요. ㅋㅋ 그리고 빈 말 아니라 레드 립스틱 정말 잘 어울려요.

다락방 2016-04-21 09:18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나이트 인 로댄스] 꼭 보세요. 좋아하실 거에요. 너무 좋아서 책으로도 사고 싶은데 번역본은 안나왔더라고요. ㅠㅠ 제가 좋아하는 류의 이야기였어요!!

제 눈은......................(패쓰)
립스틱 잘 어울린다는 칭찬은 접수할게요.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clavis 2016-04-20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이쁘시네요
그리고 `니가 할수있는 말이야`라는 아버님 말씀도 어쩐지 참 좋아요 사랑스럽고♥

다락방 2016-04-21 09:18   좋아요 1 | URL
저희 아버지는 제가 잘 먹는 거 엄청 좋아하세요. 다이어트 해야하는데...(시무룩) 다이어트 따위 왜 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않는 분이신데, 전 사실 그게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유연석)는 기차안에서 처음 만나게 된 여자(문채원)에게 '나 오늘 그쪽이랑 잘겁니다' 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는데, '처음 만난 사람과 하룻밤 잔다'는  '원나잇'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성인 남녀가 처음 만나 함께 자기를 원한다면, 그게 뭐가 문제겠는가. 그러나 여자랑 남자는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음으로써 처음 만나게 됐고, 별다른 대화가 오고간 것도 아닌 그런 상황에서 '나는 오늘 너랑 잘 예정이다' 라고 말하는 건, 실제 상황이었다면 끔찍할만한 상황이 아닌가. 여자는 전화를 받으러 나가다가 잠깐 중심을 잃고 남자의 무릎 위에 앉게 됐었는데, 남자는 그 느낌이 좋았다고 말하는 거다. 상상해보라. 내가 기차를 혼자 타고 가는데 옆자리 남자가 '나는 오늘 너랑 잘 예정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나라면 졸 무서워서 벌떡 일어나 다른 자리로 옮겨달라고 차장에게 말했을 것이다. 아니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 문채원은 기막혀하고 당황해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서 드러나는데, 그렇게 말하는 '낯선 남자'가 '유연석' 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가 어마어마한 매력남이고 작업을 잘 거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래서 여자들이 그 말을 듣고도 그랑 자는 걸 선택하지 그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것.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가 건네는 '나는 오늘 너랑 잘거야'는 여자들에게 '통하고' 여자들도 은근히 '바라고'있다는 걸 암시한다. 사실은 전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게다가 그것이 '유연석'-잘생기고 매력적이라는 상징-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정은 마지막 장면에서 더 힘을 얻는다. 유연석의 선배(평범남)가 유연석이 한 그대로, 기차안에서 옆자리 여자에게 '나 오늘 그쪽이랑 잘 예정입니다' 라고 말했을 때, 옆자리 여자는 그의 뺨을 때린다. 이로써 잘생긴 남자가 '나는 오늘 너랑 잘거다' 라고 말하면 그건 가능해지고, 잘생기지 않은 남자가 '나는 오늘 너랑 잘거다' 라고 말하는 건 '맞을 짓'이 된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는 셈이다. 참... 구역질나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자들이 '사귀는' 남자는 잘생기지 않았다. 잘생긴 남자, 매력적인 남자, 그러니까 이를테면 유연석 같은 남자를 드라마다 영화에서 보고, 아 저 남자 멋있다, 저런 남자를 사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한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그런 남자를 만날 가능성도 낮을뿐더러, 더 깊이 들어가면, 단순히 외모만으로 그가 '괜찮은' 혹은 '좋은' 남자는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애인'을 사귈 때 고려하는 건 이 사람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이 사람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냐, 이 사람과 대화가 어느 정도 통하느냐, 등등 외모 보다 더한 어떤 것일 확률이 굉장히 높다. 서울의 어디 한 군데, 강남이든 종로든 돌아다니다보면 우리나라 여자들이 얼마나 예쁜지 알 수 있다. 여자들은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을 쓰고 옷도 예쁘게 입고 화장도 곱게 하고 또 화장을 설사 안해도 참 예쁘다. 그러나 여자들의 남자친구는 '잘생긴' 것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나만해도 사귀었던 남자 중에 잘생긴 남자는 단 한 명이었는데, 그와는 사실 사귀었다고 볼 수 도 없는게, 짧은 시간 사귀고 헤어졌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잘생긴 남자는 별로 없고, 잘생긴 남자가 매력적일 확률도 그다지 높지 않고, 무엇보다, 잘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음 본 여자에게 '나는 오늘 너랑 잘거야'라는 말을 해서 통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여자들이 '어머, 이 남자는 잘생겼어, 자야해!'라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전에 한 만화에서 똑같은 행위도 잘생긴 남자들이 하면 여자들이 성희롱으로 느끼지 않는다고 한 걸 본 적이 있다. 그걸 보고 너무 불쾌했었다. 잘생겼든 못생겼든, 기차안에서 처음 보는 여자에게 '나는 너랑 잘거야' 따위의 말을 하는 건 불쾌하고 무서운 일이다. 잘생겼다고 해서 그 말이 여자에게 행운의 말이 아니다. 유혹의 대사도 아니다. 자기들끼리 그렇게 오해하고 못생긴 남자들은 또 괜히 열폭해서 '니네 유연석 같은 놈들이 그러면 화 안낼거잖아' 같은 거 하는 거 진짜 병맛이다..



영화의 절반이 넘어가도록 남자와 여자의 병맛 캐릭터 때문에 화딱지가 났다. 병신인가...하는 말이 수시로 튀어나왔는데, 여자는 한 부서의 팀장이면서도 얼마나 어수룩하고 꽉 막혔는지, 그리고 그 모습이 남자가 볼 때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드러난다. 이거야말로 김을동의 망언이 생각나는 장면인 것이다. '똑똑한 여자는 밉상'... 영화속 여자는 행동이 어설프고, 감정이 다 드러나고, 꽉 막혀있고, 순진하고, 원나잇을 겁내고, 하룻밤 섹스보다 감정의 교류를 중시하는 장면 등등으로 '세련되지 못했으나',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되어 있다. 참... 한숨이 나온다.



여자에게는 특유의 장점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장점. 여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남자의 장점을 캐치해낼 수 있다. 잘생긴 남자와 하룻밤 자기 위해 장점을 '부러' 찾을 수도 있겠지만, 여자는 잠깐 남자랑 지내는 동안에 이 남자의 '괜찮은' 면을 찾아내는 것이다. 자신에게 '사랑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 여자인데도, 여자는 남자 앞에서 어수룩하고 꽉 막힌 여자가 된다. 




'조셉 고든 래빗'이 감독하고 주연한 영화 [돈 존]에서 남자는, 포르노에 중독되었었고 또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만 보았지만, 한 여자를 만나 그 여자의 눈을 보고 대화를 하면서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좋은지도. 결국 영화속에서 남자(유연석)도 자신의 감정이 흔들리는 것에 당황하고 여자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결국 그도 '마음 줄 사람'하나를 찾지 못해 자신의 원나잇에 합리성을 부여하고 다닌 셈이다. 게다가 그런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더 쉬웠다, 그에게는.


잘생긴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남자보다 성공확률은 더 높을 것이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관계가 지속되는 것과는 별개로, 어쨌든 유리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차안에서 나는 너랑 잘거야, 를 말하는 것조차 용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너와 내가 일대일로 만나고, 그리고 서로 대화를 하다가, 그런 상황에서 매력을 느껴서 '오늘 너랑 자고 싶다' 를 말하는 것과, 기차안에서 처음 본 여자에게 '너랑 오늘 잘 예정이야'를 말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는, 오해가 쌓이고 갈등이 쌓이지만 그걸 결국 풀어나가는 영화를 좋아한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상황들을 보면서 나라면 어떨까, 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아하고 또 어떤 상황들에서는 내 상황들과 겹쳐져 웃거나 울거나 하는 것도 좋아한다. 수많은 로맨틱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여전히 사랑과 감정 그리고 연애를 다룬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구상의 남자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로맨틱한 영화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맨틱한 영화를 보는 여자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로맨틱한 영화속 주인공들이 반드시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저마다의 장점과 매력을 가지고 있듯이 또 저마다의 단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각자의 부족한 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그리고 상대에 대한 사랑으로 그것들을 극복하면서 혹은 견뎌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로맨틱한 영화의 주인공이 반드시 똑똑하고 매력적이고 현명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역시도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날의 분위기]에서의 남자와 여자 캐릭터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단순히 불완전한 캐릭터를 설명하기에 앞서 시선 자체가 불편하다. 영화속에서 여자와 남자는 동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를 많이 '돕고', '이끌어주고', '가르친다'.














한 조사기관에서 노인들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인생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3위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이고, 2위가 저축을 더 많이 하겠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1위가 성관계를 더 많이 맺겠다는 것이었다. -111쪽









나는 내 젊은 시절에 내가 문란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내가 너무 많이 내 몸을 아꼈던 것을 후회한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뭐든, 하면할수록 더 잘하게 되는것처럼, 섹스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대체적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 모든 행위들은,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게 더 많이 도움이 되는 법이다. 섹스의 유혹 앞에서 '아니' 라고 말하기보다 '그래, 하자'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뭐가 그렇게 '안돼'기만 했는지... 어느 순간이 되면 섹스의 유혹 자체가 줄어들다가 결국 멈춰버릴 거라는 걸 안다. 섹스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고, 섹스를 안해도 사는데 사실 그다지 큰 지장이 없지만, 살면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더 많이 하고 살아도 좋지 않은가 싶은 것이다. 세상에는 쾌락으로 삶을 지탱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또 쾌락으로 삶을 지탱한다고 했을 때, 그 쾌락이 반드시 섹스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오늘 처음 만난 이성이 하룻밤을 제안했을 때, 나는 기꺼이 '그래!'를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안돼'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각자가 어디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한 사람과 십년간 섹스할 수도 있고 일곱 명의 사람과 매일 번갈아가며 섹스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너와 내가 함께 원했을 때에 가능하다. 특히나 기차안에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나는 너랑 잘거야..같은 거 하면 안된다는 거다. 섹스는 누군가에겐 엄청 좋은 거고,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모두에게 그런 게 아니다. 게다가 나보다 힘이 센 사람이 '나는 너랑 오늘 섹스할 예정이다' 같은 거 말하면, 무섭다. 그러는 거 아니다. 나랑 자고 싶다면, '나는 너랑 잘거야'를 대뜸 말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단 나의 호감과, 관심과, 마음을 얻는 게 우선이다. 잘생겼다고 해서 내가 '오 나야 땡큐지' 이러면서 자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건 팁인데, 

원나잇을 해봤더니 공허하더라, 하는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밥을 먹고 한 잠 푹 자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따뜻한 밥을 먹고 한 잠 푹 자는 것은, 다른 많은 공허함, 슬픔, 외로움 등등에도 도움이 된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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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처음 만난 날
    from 마지막 키스 2018-09-20 16:42 
    일전에 유연석 주연의 영화 《그날의 분위기》를 보고 내가 어처구니 없다는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그 영화에서 유연석은, 기차의 옆자리에 앉은 처음 보는 여자에게 '나는 오늘 그쪽이랑 잘겁니다'라고 말한다. 미친 개소리를 씨부린건데, 이 장면에서 어떤 남자들이 '야, 유연석 정도면 여자들도 자겠지'라고 생각한다는 걸 보고는 기가 찼다. 잘생겼기 때문에 저런 발언이 허용될 것이고 여자들도 섹스를 허락할 것이라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그리고
 
 
시이소오 2016-04-1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여성분들이 이 영화 어떻게 볼지 궁금했어요. 제가 보기엔 완전 개 싸이코 영화였거든요.
저 정도면 성폭행 권장 영화 아닌가요? 정말 저러는거 아닙니다 ^^;

다락방 2016-04-18 10:41   좋아요 0 | URL
무서운 짓이죠. 그런데 잘생긴 남자가 그랬다고 뭔가 `가능한 것`으로 만든 것 같아 되게 불쾌했어요.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그걸 `맞다`고 보는 것도 짜증났고요. 실제로 주변에서 한 남자가 `어차피 여자들 유연석이 자자고 하면 다 잘거잖아` 하는 말 듣고, 그런 그릇된 시선이 비단 영화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씁쓸했고요. 그래서 이 영화를 이렇게 만드는 것에 전혀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주 짜증났어요. 영화에 삽입된 몇몇 곡들은 좋았지만 말입니다.

아무개 2016-04-1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예고보고 이거 미친거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이영화 망했죠? 그래야지 그럼!


다락방 2016-04-18 12:37   좋아요 0 | URL
유연석(칠봉아!! ㅠㅠ)이 시나리오 보는 눈을 좀 키웠으면 좋겠어요. 문채원도 그렇고요. 하아-

차트랑 2016-04-1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만하면 남의집 서재에 흔적 남기려하지않는 일인입니다,만 써주신 이번 글에 `오 저는 땡큐지 말입니다`.
좋은 글에 깊이 공감하여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없군요
잘 읽었습니다

차트랑올림

다락방 2016-04-18 13:56   좋아요 0 | URL
아주 오랜만입니다, 차트랑님.

공감하여 읽어주셨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글을 쓰면서도 더 명확하게 표현이 안되어 답답했거든요. 글쓰기를 더 잘하는 사람이었다면, 배움이 더 깊었다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차트랑님.

차트랑 2016-04-1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이토록 명료하고 유려하게 써서는 공감백배하게 해 놓으시고 이렇게 겸양하시면 저는 어쩌란 말입니까 ㅠ

다락방 2016-04-18 15:22   좋아요 0 | URL
아이쿠, 별말씀을요! ㅠㅠ
오늘 글은 스스로 딱히 흡족하지 않은 글이에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