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들릴까 말까 한 소리로 말했어요. `면도하고 이발하고 싶어. 깨끗해지고 싶어.` 그래서 이발사를 불렀어요. 매니가 머리를 가누지 못해서 이발하는 데 한 시간도 넘게 걸렸죠. 이발이 끝난 뒤 나는 이발사를 문간까지 배웅하고 이십 달러를 줬어요. 침대로 돌아와보니 매니는 숨이 멎어 있었어요. 죽었지만 깨끗해졌죠." 이 말을 하고 난 다음 그녀는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갑자기 이야기를 멈췄고, 나도 어쨌든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와 만난 건 그때 한 번뿐이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난 그 시간을 지나왔고, 내가 그랬다는 게 기뻐요. 그 사 년의 시간을요." 그녀가 말했다. "매일 그리고 밤낮으로 말이에요. 나는 그의 벗어진 머리가 독서등 아래서 빛나는 걸 보았죠. 매일 저녁식사가 끝나면 거기 앉아 책을 읽으며 신중하게 밑줄을 긋고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기고 스프링 노트에 문장을 적는 그를 보면서 나는 생각하곤 했어요. 저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요." (p.201-202)
사 년의 시간을 기억하며 오십 년을 산 여자. 그녀의 전 생애가 그 사 년에 의해 규정되어 있었다. (p.202)
우리가 떠난 후 뒤에 남은 이들이 늘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닌데도 우리는 다시 돌아왔을 때 그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 동시에 잠시 감동을 느낀다. 또한 늘 변함없는 좁은 장소에서 평생을 보내면서도 떠나고자 하는 욕망을 느기지 않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p.40-41)
"오힙대 후반에 첫 장편을 쓰다니. 백혈병이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 소설이 그를 죽였을 거예요." "왜요?" "그 주제 때문에요. 프리모 레비가 자살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던 후유증 때문이라고들 했어요. 난 아우슈비츠에 대해 글을 써서라고, 마지막 저작에 너무 쏟아부어서라고, 공포감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해서라고 생각했죠. 그런 책을 쓰기 위해 매일 아침 눈을 떠야 한다면 누구라도 죽고 말았을 거예요." 그녀는 레비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p.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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